[225]
회복되는 고통은 상상보다 강하다.
더군다나 타인의 부상을 회복시키는 고통은 두 배의 강도가 되어 찾아온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적더라도 회복이 된다는 것. 그리고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며 천천히 한다면 아주 큰 고통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지완이 회복되어야 하는 부상은 팔과 어깨, 등으로 연결된 광범위한 부위였다.
또한 부상의 정도가 심해 재활에 성공하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최고의 성과였다.
그만큼 심한 부상으로부터 회복함에 있어 지완과 동팔은 같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의 한계까지 가면 그날의 회복은 마무리된다.
이후에 하얀 늑대의 도움으로 겨우 몸을 추스른다.
분명히 회복은 되었지만, 강렬한 고통에 의해 바로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이후에 지완은 얼마 전에 이사 온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지완은 점심 이후, 지하훈련장에 있을 동팔의 훈련은 물론, 본인의 재활 훈련도 해야 했다.
두 사람이 정신적으로 회복을 하고 나오면 기다리고 있던 민희와 혜진이 점심을 차려주었다.
"고마워."
"뭘요. 우리만 한게 아니라 하얀 늑대씨도 도와주셨어요."
서로가 바쁜 상황이라 거창한 식사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녀들의 손길이 들어간 점심을 먹은 이후에는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각자의 훈련에 집중한다.
지완은 야외에서 가벼운 캐치볼을, 동팔은 지하에서 쇠 야구공을 던지는 훈련을 한다.
지완의 경우는 옆집에 사는 지미와 함께 하면 되었다.
이미 약속을 잡았고, 캔자스시티의 1선발이었던 그와 캐치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지미는 놓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만이 아니라 친한 친구인 로키와 함께 캐치볼을 했다.
휙~.
전과 달리 익숙하게 야구공을 던지는 지미. 그리고 지완은 프로답지 않게 어색한 동작으로 공을 받았다.
턱.
"휴……."
분명히 자신의 몸은 동팔의 도움으로 회복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무리 없이 지낼 정도가 되었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사용하는 것에는 여전이 고통이 찾아왔다.
공을 받기 위해 팔을 빨리 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당연히 받은 공을 던지는 것도 마찬가지.
휙~.
공을 던졌지만, 지미나 로키가 던지는 것보다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완은 지금 이 상태도 감사할 지경이었다.
'지금 이 정도까지 회복된 것도 빠른 거야. 부상당한 직후엔 팔에 힘조차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힘들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캐치볼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무리하면 자신은 물론 동팔도 힘들게 되니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병원에서 말하는 재활운동을 정해진 양만 했다.
덤으로 약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병원에선 항상 같은 말을 듣고 나왔다.
'놀랍군요. 회복이 정말 빠릅니다. 이 정도면 전보다 재활훈련을 더 많이 할 수 있겠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할 수 없고, 규명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제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지완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자 좋아하는 곳은 또 있었다. 바로 뉴욕 양키즈 구단이었다.
***
지완의 몸 상태는 일주일 단위로 감독과 코치는 물론 프런트에 보고가 된다.
지완이 직접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로서도 보고의 객관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보다 남궁지완의 회복이 빠른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감독이 진단서를 확인했다.
"처음에는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잘하면 2년 안으로 재활이 가능하다고? 생각보다 빠르잖아."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바뀐 것도 놀랍다. 하지만 그 기간이 2년 이내라는 것은 더 놀라웠다.
"보통 이렇게까지 망가진 선수가 재활과 재기에 성공한다고 해도 1,2년은 기본이야. 적어도 5년은 각오해야 할 부상이었는데 2년이라니……."
그것도 단순히 선발 자원 중 하나가 아니었다.
캔자스시티에서 사실상 1선발과 다름없는 투수. 그런 투수의 재기가 빨라진다면, 이들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빨라질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캔자스시티에서 이걸 알면 미치고 팔짝 뛸 겁니다.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단돈 10만 달러에 넘긴 선수가 회복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니……."
"이건 완전히 거저 얻은 거야. 쿠바에 거품이 낀 선수가 많지만, 한국 선수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
"그렇긴 하죠. 애초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도 않거니와 쿠바 선수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 전력으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2년 후에 최강의 전력이 될 투수가 남궁지완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그것만이 아닙니다. 그의 아내인 혜진. 젊은 여성의 분석력이 뛰어납니다. 그녀를 얻은 것도 상당한 수확이죠. 물론 지금 그녀가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평가가 박하다는 말이 있지만……."
"박하든 말든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야. 좋은 소식을 들으면 좋겠지만, 안 좋은 소식이라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어. 그리고 그녀의 분석은 확실히 차이점을 파악하고 그 이후의 일을 예상하고 있으니 더욱 귀하지."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그들을 받쳐줄 사람의 영입도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두 사람 중 지금 당장 도움이 되는 쪽은 혜진이었다.
그러다 한 사람이 진단서를 보여 의아해했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늦어도 2년이라는 말이죠?"
"그렇지."
"그럼 빨리 진행되면 언제 투입 가능하다는 겁니까?"
"그건……."
그의 물음에 감독과 코치는 지완의 진단서를 확인해 봤다. 방금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진단서만 아니라 이전의 진단서까지 전부.
그러다 한 코치는 계산을 했다.
'처음에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이 2년 안에 가능하다고 한 과정까지 걸린 시간은 약 한 달 정도… 이 회복속도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설령 가능하다고 가정한 다음, 이후의 재활프로그램까지 생각하면…….'
물론 이것은 자신이 머릿속에 있는 행복회로를 최대한으로 돌렸을 경우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코치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잘 하면… 시즌 중반. 아니 올스타전 이후에 투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코치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진단서를 보고 분석을 하다가 피식 웃었다.
"허허… 아무리 그래도 그게 가능하겠어?"
"지금 상태만으로도 충분해. 잘 해야 이 다음 시즌에 투입이 가능하겠지."
물론 그들도 지완이 가능한 빨리 회복하여 이번에 시작하는 시즌 중에 올라오면 좋다. 든든한 선발 투수가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승률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재활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는 없어. 오히려 무리하면 할수록 늦어지기 마련이야."
"최소한 걸리는 시간이 있으니 그 정도까진 무리. 재활이 잘되고 있다고 하니, 굳이 계약서에 적혀있는 대로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원을 하는 것이 좋을 거야. 적어도 그가 양키즈의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선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할 필요는 있겠지."
사실상 민희가 워낙 강하게 밀고나가서 계약을 했지,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선수였다.
계약했을 땐, 과연 될까 싶었던 선수였지만 지금은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덤으로 그들은 지금 악동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것을 고민했다.
"그럼 이 소식을 캔자스시티에 언제 알려주는 것이 좋을까?"
"이거 알게 되면 제일 약이 오를 곳이지?"
"덤으로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야. 그때 강하게 나가지 못했다는 자책을 하겠지."
동시에 그들은 다른 것도 걱정해야 했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지만 알려진 대로라면 폐물인 선수를 데려온 거잖아. 거기에 대해 우리 팬들이 짜증을 내고 있어. 그 돈으로 다른 유망주를 데려오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말과 함께. 이건 어떻게 할 건가?"
구단주의 걱정에 감독이 말했다.
"어차피 팬들의 마음은 선수의 기록에 따라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 전까지 비밀병기로 숨겨야 하니 아쉽지만 발표는 완벽하게 재활하여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감독의 말에 구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러는 것이 나중을 위해 더 좋겠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
걱정은 되지만, 지금은 보물을 숨겨둔 상태에서 언제 공개할지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때의 기쁨을 생각하면 이 정도 걱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지완이 동팔이 있는 에이전트에 있다고 했었나? 그리고 거기에 있는 유망주 중에 마크라는 친구도 우리 양키즈에 왔는데 어때? 그 친구도 무릎 수술 때문에 힘들었다가 동팔 덕분에 재기했다고 하던데."
구단주의 물음에 담당하고 있던 루키 리그의 감독이 말해다.
"뛰어난 선수입니다. 외야수로서 필요한 빠른 발, 그리고 강한 어깨가 있어 보살 능력도 뛰어납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에게 없는, 아니 오히려 압도적인 능력이 있습니다."
"뭔가?"
"바로 점프력입니다. 다른 선수들보다 팔이 더 길고, 점프할 때 높이 뛰어 오릅니다. 약…50센티미터는 더 뛰어 오를 겁니다. 팔의 길이를 생각하면 60센티미터 더 높을 겁니다."
그의 말에 다른 리그의 감독과 코치가 감탄했다.
"잠깐. 그럼 우리가 수비할 때, 마크가 지키는 곳의 펜스 높이는 60센티미터 더 높다는 거잖나?"
한 끝 차이로 홈런과 외야플라이가 결정된다. 그것은 마지막으로 뛰어오른 외야수의 높이에 따라 달라진다.
펜스보다 멀리 갈 수는 없지만, 본인의 능력으로 높이 뛰어올라 공을 잡으면 아웃이다.
즉, 홈런성 타구가 외야플라이로 바뀐다는 것이다.
"좋군. 아주 좋아. 동팔이란 친구도 보물이지만, 그 보물이 다른 보물을 불러오다니… 그래서 지금 마크는 어떤 훈련을 받고 있나?"
분명히 더 빨리 뛸 수 있도록 하는 거라던가, 보살능력을 높이기 위해 투구능력을 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마크가 받고 있는 훈련은 의외로 다른 것이었다.
"유도 도장에 가서 낙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뭐? 왜?"
"보통 높이 오르는 높이가 50센티미터라는 겁니다. 전력으로 뛰어 오르면 그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니 떨어질 때 조심하지 않으면 무릎에 무리가 갑니다. 전에 무릎을 다친 것도 이런 이유였습니다."
"아…그런가……?"
뜬금없지만, 그렇다고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고, 상황을 봐서 다음 리그에 올리도록 하게. 그렇지 않아도 지금 외야수가 필요한 상황이니까."
"알겠습니다. 세심하게 주의하겠습니다."
대략적인 파악이 끝나자 구단주는 흡족했다.
"됐어. 완벽하지 않아도 전력은 보강되었고, 그 이후의 것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비록 이전에 월드시리즈에 우승하고 리그에서 수시로 우승하던 영광스러운 과거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희망이 보였다.
그러니 구단주는 절로 이 말이 나왔다.
"기대되는군. 어서 빨리 시즌이 시작되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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