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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많은 연봉을 지완에게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값을 하여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 결국 우승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
"그렇군요… 구단에 도움이 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헌신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성과와 노력에 정당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낸다. 그런 의미군요."
그의 말에 RG의 관계자가 수긍했다.
"그럴 겁니다. 그녀는 상대가 원하는 것을 철저히 파악하고 계약에 임하니까요."
***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우승팀은 지역의 영웅이 되어 퍼레이드를 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번 시즌의 총 결산이 있다.
리그별로 투수로서 최고의 영애라는 사이영상. 최고의 타격을 보여준 타자에게 주는 행크아론 상. 감독에게 주어지는 감독상. 그리고 시즌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준 MVP가 있다.
그리고 각 포지션마다 최고의 수비를 해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글러브. 역시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타격을 선보여준 실버슬러거가 있다.
그 외에도 신인에게 주어지는 신인상은 데뷔 첫 해에만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어떤 의미에서 귀한 상이었다.
이전에는 항상 시즌 MVP를 뽑을 때마다 누가 될지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아메리칸 리그는 단 한 명으로 정해져 있었다.
바로 5할 타율 직전까지 친, 한동욱이었다.
4할 타자가 수십년 동안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인종을 떠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만약 동욱이 못 받는다면 각종 언론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보게 될 것이다.
4할 타자의 무게를 알고 있으니 사무국은 물론 투표할 수 있는 전문가 및 기자들은 대부분 한동욱에게 투표를 했다.
그리고 한국 야구팬으로서 즐거운 순간이 또 있었다.
아메리칸 리그 신인상에서 처음으로 데뷔한 세 선수 모두 강력한 지명을 받고 있었다.
다만 동욱의 경우는 MVP가 확정이 된 상태라 상대적으로 투표를 한 사람이 적었다. 그리고 지완은 동욱의 기록에 비해 떨어졌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보여준 모습으로 인해 더욱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신인상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동팔이었다.
데뷔하자마자 일부 피홈런을 제외하면 단 한 번의 점수를 내지 않은 철벽 마운드를 구축한 동팔.
기록으로나 이닝이터로서의 능력으로나 모든 것을 봐도 동팔의 기록은 다른 투수들보다 뛰어났다.
다만 포스트시즌에 운이 없어 보이는 일격을 허용하여 패전투수가 되었지만, 그것만으로 동팔의 진가를 깎아내릴 사람은 야구의 문외한뿐이다.
그래도 쟁쟁한 기록을 세운 다른 투수가 없는 것도 아니라 동팔이 신인상은 물론 사이영상을 수여받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완전히 발표가 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시상식이 있기 하루 전, 지인이라는 특권으로 따로 만나 인터뷰 할 수 있는 지예가 동팔에게 물어봤다.
"동팔아, 너 사이영상이랑 신인상 둘 중에 하나만 받는다면 뭘 받고 싶어?"
"그거요? 혹시 기사로 나가나요?"
"기사 나가도 시상식 다 끝난 다음에 내보낼 거니까 안심해."
시상식이 되기 전, 어떤 상이 더 좋다는 말은 선수가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정보다. 하지만 선수가 원한다고 해서 상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건 더 이상 상이 아니다.
선수가 원하던지 말든지, 어떤 상을 줄지 결정하는 것은 선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다.
결국 그 선수가 어떤 상을 받고 싶다고 말한들,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의미. 그리고 말을 잘못하면 나중에 구설수가 나올 수 있었다.
"두 개 다 받으면 좋죠. 둘 다 영광스러운 상인데. 그래도 굳이 둘 중에 하나를 뽑으라면 신인상을 받고 싶어요. 그건 이번 시즌이 지나면 평생 못 받는 거니까요."
"그렇지? 사이영상이 항상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성의 유무가 중요한 거니까. 이번 시즌에 대한 간단한 감상평 좀 부탁할게. 먼저 초반에는 어땠어?"
지예는 그렇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리 당겨서 했다. 만약 일반적인 기자였다면, 시상식에서 간단하게 묻거나, 아니면 물어볼 기회도 없을 수 있었다.
이러니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맥에 목을 매는 이유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망의 시상식 당일.
이미 초청된 사람들이 자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각종 상의 후보 및 그들의 가족, 각 언론사에서 초청받은 기자들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전 세계로 중계가 되는 장면이라 방송 카메라가 몇 군데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 야구팬들이 기대하는 상은 시즌 MVP와 사이영상, 신인상이었다. 특히 이번에 확정되다시피 한 사람과 아주 높은 확률로 받을 수 있는 선수가 있었기에 평소보다 기대가 더욱 컸다.
중요한 상이 뒤에 발표되는 것처럼 처음에는 골든글러브와 실버슬러거 같이 각 포지션별로 주어지는 상이 발표되었다.
물론 이것도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더라도 한 번 받는 것이 쉽지 않은 상이라 충분히 영예로운 상이었다.
그 상을 받은 한국 선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한국 야구팬들은 기대를 버리지 않고 계속 보고 있었다.
"이제 슬슬 그게 나올 때가 됐는데……."
"어떤 상을 받을까? 동팔이랑 동욱이……."
사상 처음으로 그들은 메이저리그 시상식에 한국 선수가 서는 날을 볼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중계방송으로라도 이 장면을 눈에 새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기대하는 신인상에 예상하던 선수가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오~ 역시 강동팔이 있어. 한동욱도. 거기에 남궁지완까지……."
"한국 선수 후보가 세 명이나 동시에 올라오다니……. 어쩌면 진짜로 가능할지도 몰라."
그 외에도 다른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 비해 너무 압도적인 기록을 남긴 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의 신인상에는 후보에 비해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신인상에… 남궁지완 선수입니다."
발표자의 말에 시상식의 사람들은 전부 일어나서 박수를 쳐 주었다. 그리고 처음과 달리 회복이 약간 진행된 지완은 익숙하게 걸으며 시상대에 올라갔다.
"의외로 남궁지완이 받았네? 잠깐… 그런데 저기 저 여자는 누구야?"
지완이 신인상을 받은 것도 놀랍지만, 방송 카메라가 혜진을 비쳐주고 있었다. 누가 봐도 미인에 한국인인 혜진을 보자 얼추 사람들이 알아 차렸다.
"선수로서 성공한 것도 부러운데 아내가 완전 미인이네."
"애 까지 있어?"
혜진이 예은이의 작은 팔을 잡고, 아빠인 지완에게 손을 흔들게 했다. 그러자 굳은 표정으로 시상식에 오르던 지완이 딸의 미소와 행동에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졌다.
지완은 자신도 모르게 예은이와 혜진을 향해 손을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나중에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보는 동영상이 되고 말았다.
제목은 안구 정화 및 심신안정.
미남미녀의 부부와 아기가 서로를 좋아하며 받아주는 모습은 극히 일부의 사이코패스를 제외하면 인류가 좋아하는 모습 중 하나이니까.
그리고 지완이 신인상을 받자 한국 야구팬들은 직감했다.
"아… 그럼 사이영상은 강동팔이 받겠네?"
"아마도 그렇겠지. 분명히 기록은 동팔이 더 높은데 지완이 신인상을 받은 것을 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물론 투표하는 사람들은 어느 한 선수가 많은 상을 받는 것을 가능한 피한다.
그런 사정을 생각하면 한국 야구팬들의 기대는 더 커질 수 있었다.
한국 야구 선수 최초로 신인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최초로 사이영상을 수여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계속 기대를 하고 있다가 기다리고 있던 사이영상 후보에 첫 번째로 강동팔의 이름이 당당하게 올라왔다.
이번 시즌 누구도 이루지 못한 0점대의 방어율. 압도적인 승리 숫자. 역시 최고의 이닝이터 이며 삼진의 숫자에 비해 볼넷은 없다시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슬럼프에 빠지지 않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 동팔의 기록을 다른 투수가 따라잡을 수 없었다.
당연히 사이영상의 후보는 발표되기 전까지 긴장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예상대로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의 수상자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사이영상의 수상자는… 이미 다 알고 계시죠? 바로 강동팔 선수입니다."
이름이 호명되자 민희와 같은 테이블, 지완과 혜진의 옆 테이블에 앉았던 동팔이 일어났다. 그리고 시상대를 향해 걸어갔고, 동시에 모든 사람이 일어나 동팔의 수상 순간을 축하해 주었다.
상을 받고, 영어로 소감을 말한 다음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젠 많이 친해진 예은이에게 상을 쥐어주었다.
그러자 아빠가 받은 신인상과 동팔이 받은 사이영상을 양 손에 하나씩 쥐게 되었다.
아직은 어린 아기라 손에 힘이 없어 놓치기 쉽기에, 혜진과 민희가 받쳐 주었다.
"예은이 좋겠다. 신인상도 받고, 사이영상도 받고."
"예은아, 이게 기회야. 동팔이 삼촌한테 이거 달라고 해. 아니 울어."
마지막 말은 민희가 했기에 넘어갈 수 있는 말. 그리고 민희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예은이는 그저 두 손에 가득 담긴 트로피의 느낌이 좋은지 꺄르륵 거리며 웃었다.
중요한 시상식이 진행되는 사이, 이제 제일 중요한 상이 남았다. 바로 MVP였다.
사이영상과 같이 이번에도 긴장은 없었다.
"네, 이렇게 긴장감이 없는 순간이 방금 전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요… 올해 아메리칸 리그 MVP는 한동욱 선수입니다."
예상된 이름에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저 시상대에 올라오는 동욱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시상대에서 어눌하지만 열심히 익힌 영어로 소감을 말한 동욱.
"먼저…제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도록 해준 분이 계십니다. 바로 저의 어머님이십니다."
그 이후로 같은 구단에 있는 동료와 이곳에 있게 도와준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나오고 감사를 표했다.
그 다음에 항상 그렇듯이 동욱은 시상대에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휴~ 겨우 끝났네…….'
항상 타석에 서면 시선의 집중을 받지만, 이런 자리는 느낌이 다르다.
다른 사람은 긴장하지 않았지만, 본인은 실수를 할까봐 심하게 긴장을 했다. 하지만 이제 위기가 끝났다 싶었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따로 있었다.
동욱에게 배정된 테이블은 같은 한국인이 있으면 편하라고 붙여 주었다. 즉, 동팔과 지완이 있는 테이블의 바로 옆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의 도착할 때, 동욱은 예은이를 중심으로 한 동팔과 지완, 혜진과 민희의 눈과 마주쳤다.
"……."
"……."
"……."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한 순간에 많은 정보가 눈빛을 통해 오갔다. 그들이 보내는 눈빛은 동욱이 받은 MVP트로피를 예은이에게 넘기라는 것.
그들의 눈빛에 동욱은 당황하여 자신도 모르게 예은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곳에 신인상과 사이영상을 손에 쥔 예은이가 있었다. 예은이는 상을 받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동욱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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