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08화 (208/325)

[208]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백인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덜 받지만, 돈에 의한 차별이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자신의 무능과 사회적인 차별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부모는 그 화를 헤럴드에게 풀었다.

퍽!!

"으읍."

어쩔 때는 아빠에게, 그리고 다른 때엔 엄마에게 맞는다. 하지만 맞아도 울 수 없었다.

이전에 한 번 울었다가 이웃에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온 이후로 더 많이 맞았다.

그런 교육효과로 인해 조금이라도 덜 맞기 위해 맞아도 울지 못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결국 더 많이 맞게 된다는 것을 아직 어린 헤럴드는 몰랐다.

어느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에게 해방구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공을 던지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헤럴드는 공을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던질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재능이었다.

처음에는 테니스공이었지만, 나중에 야구공이 되자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던지는 방법은 다르지만, 어떻게 쥐고, 어느 방향으로 던지느냐에 따라 공의 궤적이 바뀐다.

그것은 헤럴드가 자신의 생각대로 무언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취미이자 특기였다.

항상 부모님께 억압을 받고, 초등학교에서도 선생님의 통제를 받는 자신이 무언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어린 헤럴드는 알 수 없는 즐거움과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것은 곤충과 벌레를 잡는 것이었다.

부모가 없는 집에 혼자 있으면 종종 바퀴벌레를 비롯한 다양한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을 본다.

처음에는 이상한 모양에 기겁을 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작은 생명체였다.

유리컵을 이용해 작은 바퀴벌레를 잡았다. 그리고 종이를 밑에 넣어서 가스레인지 위로 가져갔다.

바퀴벌레가 도망가지 못하게 한 다음 가스레인지에 불을 켠다. 처음에는 미숙했지만, 나중에는 바퀴벌레가 불 가운데 떨어지도록 했다.

그러면 작은 바퀴벌레는 도망치기 위해 빠르게 달려가려다 결국은 주저앉는다. 단백질 타는 냄새를 풍기며 다리부터 오그라들더니 온 몸이 검게 그을리며 죽는다.

벌레를 죽이는 것 자체도 좋지만, 그보다 더 짜릿한 경험은 따로 있었다.

그건 투명한 유리컵 안에서 안절부절하며 도망칠 곳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는 벌레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 죽음이라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은 벌레의 죽음을 집행한다.

벌레에게 있어 아주 소중한 생명을 작은 아이인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쾌감을 느끼는지 당시에는 몰랐다.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교육을 받고, 상담을 받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그것은 지배의 쾌감.

정치꾼들이 권력을 탐닉하고, 역사에서 황제와 왕들이 가족들과도 권력을 나누지 않은 이유를 알고 느꼈다.

하지만 헤럴드는 안다.

자신의 역량은 정치를 할 그릇은 아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머리가 아주 좋은 것도 아니다.

눈치가 빠른 것도 아니며, 몸이 아주 기만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의 운명조차 알 수 없는 무력한 존재다.

그가 절대적일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작은 동물, 또는 벌레뿐이다. 물론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사람도 그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은 연쇄살인마가 되는 것 밖에 없다.

윤리적인 이유를 떠나서 이후에 사형집행 당하는 것은 싫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선고하는 판사여야 했고, 형벌을 집행하는 쪽이고 싶지 그 반대는 싫다.

또한 자신으로 인해 자신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이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벌레로만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에 그의 앞에 나타난 악마는 모데스.

그는 쾌락의 대악마인 아스모데우스의 휘하 악마임을 증명하듯이 헤럴드가 어떤 쾌락을 추구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래서 계약을 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월드시리즈에 우승하여 큰 명예와 돈을 얻는 것이 아니었다. 헤럴드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인간 사냥꾼이 되고 싶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냥꾼이."

하지만 살인 면허는 첩보영화에서나 가능한 일. 그리고 전쟁터에선 자신도 적에게 살해당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런 것은 헤럴드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헤럴드가 바라는 것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에서 일방적인 유린을 하는 것.

그래서 법적으로 아무런 제한이 없는, 악마들이 만들어 놓은 배틀 로얄에서 상대를 절망으로 밀어 넣어 죽이는 것이었다.

그 전에 헤럴드는 모데스와 계약을 하면서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둘의 목적은 같았다.

모데스는 다른 영혼들이 해방되는 것을 막는 것. 그리고 헤럴드 역시 영혼들이 계약에서 해방되는 것을 막아 죽게 만드는 것이다.

헤럴드는 모데스가 지옥의 사냥개를 원하는 걸 알았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비록 자신이 직접 손을 써서 죽이는 것은 아니라 직접적인 쾌감은 떨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시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거나, 우승하지 못하게 된 계약자들을 보면 벌레를 죽이는 것보다 훨씬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그것을 위해서 자신이 바라는 능력을 말했고, 모데스는 상당한 힘이 소모되는 것을 알면서도 흔쾌히 허락했다.

그 능력을 이용해 헤럴드는 계약자가 있는 팀이 승리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을 알아낸 계약자는 없었다. 단, 한 명도…….

# 하얀 늑대의 원한

하얀 늑대의 벗과 목사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어떻게든 지완과 혜진이 사는 집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맞다. 여기다."

민희의 도움으로 온 적이 있는 인디언은 집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 겨우 도착했군. 힘든 시간이었어."

"동감이다."

이들은 시간을 나누어 반나절씩 운전대를 잡았다. 그 결과 하루를 조금 지난 지금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시간동안 쉬지 않고 달린 덕분인지 그렇지 않아도 낡은 차가 더 낡아 보였다.

"이거 이젠 폐차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그러자 차에 나오면서 목사가 말했다.

"먼지 때문에 그렇지 의외로 쌩쌩해."

탕, 탕.

목사는 차체를 가볍게 발로 찼다. 분명히 멀쩡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했지만, 발로 차자 낡은 차의 범퍼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끼이~ 텅.

"……."

"……."

"……."

두 사람과 한 악마는 이 광경에 말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보기만 했다. 보고 있던 웜우드가 말했다.

"저기… 이거 그냥 폐차하고 뉴욕까지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위험해 보이는데."

이것은 목사와 인디언을 걱정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난 네가 죽으면 갈 곳이 없어."

만약 목사가 사고로 죽게 된다면, 그의 주변이 성역화되는 것을 이용해 생존하고 있는 웜우드는 바로 소멸할 수 있다.

목사의 생존 여부가 바로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연락을 하고 왔어야 하는데… 이대로 가도 될까 모르겠군."

분명히 말하지만 안 된다.

급한 용건이 아닌 이상, 갑자기 집을 방문하는 것은 실례. 그리고 이들이 찾아온 목적을 생각하면 급한 용건 같으면서도, 이미 끝난 일이라 다급하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이미 여기에 온 이상 시간을 더 끌 수는 없다. 바로 간다. 안 된다고 한다면 약속을 잡고 다시 오면 된다."

하얀 늑대의 벗은 그 말을 하고, 목사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전에 잠시 신세를 졌던 인디언이다."

"아, 하얀 늑대의 벗? 이라고 하셨었죠?"

다행히 혜진이 집에 있었고, 아는 사람이라 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처음 보는 중년의 한국인에 잠시 의아했다.

"오랜만이다."

"네, 안녕하세요. 간만이에요. 그런데 여기 이 분은."

"움직이는 성스러운 땅… 아니다. 본인이 직접 말하는 것이 낫겠다. 같은 한국인 아닌가?"

인디언의 말에 목사는 한국어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최 목사라고 합니다. 민희 자매가 다니는 교회에서 섬기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혜진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인사를 한 다음, 혜진이 물어볼 것은 뻔했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오셨나요?"

전에 왔을 때와 달리 무언가 피곤해 보이고, 시큼한 땀 냄새가 났다. 하긴 쉬지도 못하고 앉아서 운전을 하느라 씻을 여유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그걸 알아도 어디에 묵을 돈도 없으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중간에 인디언이 계곡에 들려 씻자고 했지만, 기름 문제로 그럴 수 없었다.

"남편분과 만나려고 왔습니다. 중요한 문제를 확인하고자."

"확인이요?"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완이 빚을 졌나 싶은 혜진.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다.

"네, 물어보고 올게요. 잠시만요."

그리고 2층에서 예은이를 돌보고 있던 지완에게 가서 말했다.

"혹시 최 목사님이라고 알아? 무언가 확인하러 왔다던데?"

"응? 그런 사람 모르는데."

"그래……?"

만약 인디언과 같이 오지 않았다면 사기꾼으로 생각해 경찰을 부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내가 직접 만나볼게. 그럼 알겠지. 사기꾼인지 아닌지."

그래서 겨우 재운 예은이를 두고 두 사람이 내려갔다. 익숙한 하얀 늑대의 벗과 인사를 하고, 목사를 보는 순간, 지완의 눈에는 그의 위에 떠 있는 웜우드의 모습을 보았다.

'뭐지? 설마… 악마? 악마가 왜 목사 위에?'

그리고 웜우드는 지완이 자신을 봤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바로 입에 손가락을 가져가 말하지 않게 했다.

지금 여기에는 그동안 아무런 관련이 없던 혜진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뭔가 확인을 하러 오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확인인가요?"

적어도 금전적인 문제는 아님을 확신했다. 하지만 들리는 말은 그렇지 않았다.

"계약이 정말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계약을 했는지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보통 계약이라고 하면 금전 거래에 대한 확인이다. 그리고 이건 뒤에서 듣고 있던 혜진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악마 스크레이치와 계약을 한 지완은 목사가 말한 계약이 어떤 계약인지 바로 알았다. 모를 수가 없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곳에선 혜진에게만 보이지 않는 웜우드가 있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런데…이 부분은 부인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목사가 지완의 의중을 물어보려할 때, 위에서 보고 있던 웜우드가 지완에게 말했다.

"같이 듣는 것이 좋을 걸. 여기까지 들은 이상, 괜히 숨기면 의심만 늘어나. 머리가 좋은 사람일수록 의심이 자라기 좋은 토양이란 걸 명심하라고."

웜우드의 말에 갈등을 하던 지완의 선택은 빨리 정해질 수 있었다.

"같이… 듣겠습니다……. 그건 저도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그들은 거실로 갔다. 아무 것도 모르는 혜진은 무거운 분위기에 휩쓸려 지완의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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