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03화 (203/325)

[203]

이제 더 이상 투수로서 존재할 수 없는 자신을 의지하며 기대는 아주 작고 작은 생명 하나. 하지만 이 작은 생명이 지완으로 하여금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기게 만들었다.

예은이가 새근거리며 완전히 잠들자 혜진이 말했다.

"나도 들었는데 회복이 불가능하다면서?"

"응. 이제 더 이상 투수로서 공을 던질 수 없어."

"그래… 하지만 그래도…다시 일어난 사람이 있잖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안다. 바로 강동팔이다. 의학적으로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판정받았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나 메이저리그에서 특급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팔이 어떻게 기적적으로 재기했는지 알고 있는 지완,

"알아… 하지만 그건…불가능해."

애초에 악마와 계약을 함으로써 재기했다. 이제 더 이상 악마와 계약을 할 수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자 혜진이 말한다.

"전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민희가 말하길 동팔이 주변에 회복의 기운이 흘러나온다나봐. 이상하게 부상을 입은 주변 사람이 빠르고 완전하게 회복한다더라."

"응?"

"그냥 그 생각이 나서 말했어. 솔직히 그럴 일이 있겠어.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하긴 했지만……."

이것이 보통 사람의 생각하는 범주. 하지만 그 범주에서 벗어난 지완은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모를 수 없었다.

'회복의 기운이 흘러나온다고? 그게 가능했던가? 아니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동팔이 받은 능력은 회복. 어떤 부상을 입더라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체력의 회복도 포함되었다.

동팔은 정규시즌이 끝난 지금까지 슬럼프가 없었다. 덕분에 0점대 방어율을 유지하여 사이영상의 강력한 후보 중 한 사람이 되었다.

그걸 아는 지완은 어쩌면 그게 가능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이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지완의 핸드폰이 울렸다.

"내가 받을게. 예은이 안고 있어."

혜진은 겨우 잠든 예은이가 다시 깰까봐 서둘러 핸드폰을 받았다.

"응, 동팔아. 지금 지완이가 예은이 안고 재워주고 있어서 내가 받았어."

아무리 시차가 조금 있다지만 밤중에 전화를 하는 것은 실례다. 하지만 실례가 되지 않도록 만드는 사유가 있다면 예외가 된다.

- 미안, 그럼 지완이 지금 깨어 있다는 거지?

"응."

- 그럼 바꿔줄 수 있어?

"알았어. 잠깐만."

아기를 안고 있는 지완이 편하게 통화할 수 있도록 블루투스를 연결했다. 잠깐의 뒤척임이 있었지만, 다행이 예은이는 깨지 않았다.

"나야, 동팔아. 웬일로 전화했어?"

- 다른 게 아니야. 몸이 아주 안 좋다고 하니 걱정되어서.

"그래… 네가 걱정까지 할 정도였었나……."

어떻게 보면 서로 경쟁하는 사이다. 그리고 지금은 경쟁에서 나가떨어진 상태. 이제 더 이상 투수로 있을 수 없는 자신이 동팔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그리고 혜진이 말한 것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뿐이지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었다. 그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동팔은 바로 그 부분을 치고 들어왔다.

- 가능한 빨리 만나자. 아직 포기하기엔 일러.

"네가 할 수 있다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닌 걸 알면서 그 말이 나오냐?"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지. 내가 아주 잘 하는 재활 프로그램이 있는데를 알려주려고.

지완은 동팔이 말하는 재활 프로그램이 뭔지 직감했다. 그건 방금 전에 혜진이 말한, 동팔의 주변에 있으면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그 프로그램은 너만 알거나 진행할 수 있는 거겠지?"

지완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려 했다. 그의 말에 동팔이 답했다.

- 응. 할래?

이미 끝난 선수의 생명에 다시 부활할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하지만 따라잡으려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자존심을 뛰어 넘어, 동팔의 말 한 마디가 마음에 들어왔다.

- 난 네가 필요해. 함께 해줄 수 있겠어?

# 첫 디비전 시리즈

지완의 일을 알게 되자 가능한 빨리 마무리를 한 동팔은 겨우 한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휴~ 그럼 이걸로 겨우 살았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하얀 늑대의 벗에게 말했다.

"빨리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저도 지완이 부상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단순할 거라 생각했지 심각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동팔의 잘못된 판단에 인디언이 답했다.

"비지니스 때문에 구단은 숨기려 한다. 그래서 구단 내부의 사람들 중,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그의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의 말대로 캔자스시티 구단은 남궁지완의 부상을 최대한 숨겼다. 그냥 숨기면 오히려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수술 일정과 재활 계획까지 발표했다.

그냥 들으면 부상을 입기는 해도, 재활하면 충분히 재기할 수 있는 정도로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얀 늑대의 벗은 이전부터 동물들이 지완의 주변에 맴돌도록 했다. 그리고 동물들의 도움을 통해 사실을 알게 된 하얀 늑대의 벗이 동팔에게 제일 빨리 알려주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민희가 말했다.

"아마 부상을 숨기고, 최대한 많은 돈을 받으면서 다른 팀에 팔려고 할 거예요. 물론 그 전에 부상 정도가 알려지면 말짱 꽝이지만, 그래도 그동안 쏟아 부은 것이 있으니 손실을 최소화 하겠다는 거죠. 뻔해요."

이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 그러나 민희가 짜증을 내는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이미 지완 오빠는 연봉 받은 것의 배 이상으로 잘 했거든요. 그런데도 이런 수작이라니… 정말 사기꾼이라니까."

처음부터 다른 누군가를 속이려 하는 순간 사기꾼 확정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내부에선 어떻게 포장해야 최대한 비싸게 다른 팀으로 넘길지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 갑자기 내놓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뻔하니 시간을 들이겠지. 한계는 있을 거고,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 다른 구단도 쉽게 손을 내밀지 못하니… 결국 눈치싸움인가?"

"거의 그렇게 되겠죠. 사람이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법, 아니겠어요."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해 온 민희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전에는 지완 오빠가 가입하는 것에 주저하셨지만, 이젠 아닐 거예요. 어차피 혼자서 다른 구단과 계약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고, 혜진 언니도 분명히 뛰어난 분석가지만, 계약은 분석만으로 성공할 수 없거든요."

확실히 혜진의 분석력은 뛰어나다. 그로인해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역의 승률에 변동이 생겼으니까.

그러다 민희에게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었다.

"아, 잠깐. 그럼 잘하면 혜진 언니의 조력도 얻을 수 있겠네요. 구단에서 지완 오빠를 방출하면 굳이 거기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비자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돼서 정식으로 취직한 것도 아니고 지완 오빠의 연봉에 합산이 된 상태라 들었으니……."

노동과 세금의 문제는 미국에서 정확하게 처리한다.

이는 노동자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 적어도 능력과 실적만큼 얻는 것이 있다. 반면 능력이 없고 실적마저 없다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것도 현실.

취업과 해고가 쉬우니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건 아니었다. 유리한 쪽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고, 무능하면 어느 자리에 있더라도 철저히 불리하다.

원래 세상이 그렇긴 하지만, 그걸 법적으로. 동시에 노골적으로 정해진 나라가 미국이다.

혜진의 경우는 구단에서 정식으로 요청하여 일을 하고 있었다. 다만 비자 처리하는 것에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올해는 민희가 말한 방식대로 처리하기로 합의가 된 상황.

그런데 이제 지완이 방출될 예정이면 혜진도 더 이상 캔자스시티에 있을 이유가 사라진다.

"정식으로 분석관에 취직했다면 제약이 있겠지만, 명문화된 문서가 없으니 아무런 소용없고 좋네요."

사실상 지완의 일은 거의 끝이 난 상황. 그래도 걱정인 부분이 있었다.

"같은 팀에 있으면 목적이 같아지니 협력은 필수다. 하지만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하얀 늑대의 벗의 말에 동팔과 민희는 의아했다.

"네? 뭐가요?"

"간단하다. 바로 계약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계약의 서가 존재하는 것은 영혼을 강제로 강탈하기 위한 수단. 바꿔 말해 그것으로 계약하지 않았다는 것은 영혼 강탈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대해선 민희가 대략적으로 파악한 것 같지만,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직접 확인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 관계로 나는 움직이는 성스러운 땅과 같이 그에게 가보려 한다.

"

그의 말에 동팔이 민희에게 물었다.

"대략적인 파악? 그게 뭔데?"

"그거요? 간단한 거예요. 악마를 수식하는 말 중에 이런 것이 있잖아요. 사탄은 거짓의 아버지다. 바꿔 말해서 지완 오빠는 계약을 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게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악마가 거짓말로 속였다는 거죠."

민희의 말에 동팔은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잠깐, 그럼 갑자기 지완이 구위와 구속이 상승한 건?"

"그건 이전에도 그렇게 던질 수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제한했던 거로 추측하고 있어요. 악마는 솔깃한 거짓말로 그 제한을 무력화시킨 것이고."

"그럼… 지금까지 지완이가 던진 구위는 그동안 무리해서 던진 결과였어?"

"네. 맞아요. 항상 무리하게 연습하고 던지니 구위가 좋아지겠죠. 대신 몸을 혹사시키니 이렇게 심각한 부상을 입는 것이고."

민희의 말에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동팔. 그래도 완전히 믿기는 내용은 아니었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가능한 걸까?"

"악마잖아요. 다른 사람은 불가능하겠지만, 지완 오빠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가능한 범위를 알고 있으니 교묘한 거짓말로 속인 거죠. 대신…영혼을 강탈할 수 없게 되니 좌절하는 순간에 나타나 마음을 흔들어 죽게 만들면 이야기는 달라지니까요."

민희의 말에 하얀 늑대의 벗이 보조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자살하는 영혼. 그 중에 악마와 연관된 영혼은 스스로의 시간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한다. 악마가 그 영혼을 영원히 속박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동안 감금하고 끔찍한 고통을 주며 절규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아마도 그자는 그걸 노렸겠지. 일종의 보너스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노린 것이다. 이왕이면 너를 견제해주면 더 좋고."

"그럼 일부러 좌절되는 상황을 만들고, 자살하게 만들려고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이런 악마같은… 아니 악마니까 당연한 건가……?"

"악마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들에게 있어 우리는 단순히 먹잇감에 불과하다."

그러던 중, 이들의 대화를 듣던 민희가 끼어들었다.

"상황을 보면, 지금 지완 오빠의 구위는 결국 본인의 능력이었다는 것으로 증명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악마도 완전히 거짓만을 말한 건 아니죠. 잠재력은 확실히 발휘하도록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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