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 악마들의 수업
알 수 없는 과거의 어느 한 때.
인간은 도저히 알 수 없는 깊고 깊은 어딘가에서 악마들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새끼 악마들은 이번에 오는 특별 강사로 인해 기대에 부풀었다.
"스크레이치 장관 각하께서 직접 가르쳐주신다고 했지?"
"지금 하고 있는 우리들의 전략의 기초와 응용을 완성시킨 분께서 오실 줄이야."
"본인이 하고 있는 일도 많으실 텐데 직접 오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를 신경쓰고 계시다는 걸까?"
새끼 악마들은 각자의 기대와 유명악마를 본다는 생각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악마는 아니었다.
'아니, 그냥 꼰대야. 자신의 전략이 최고라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
그 악마는 웜우드였다.
이름이 의미하는 직접적인 의미는 쓴 쑥. 다른 비유적인 의미는 고통이다.
인간에게 고통을 주어 많은 영혼을 노획하라는 부모의 기원이 담긴 이름이다. 하지만 정작 삼촌 스크레이치는 이 이름을 싫어했다.
'고통이 환자(인간)들을 나락에 빠트리는 좋은 수단인 것은 맞다. 하지만 어둠 속에 있으면 밝은 빛이 더 잘 보이는 법. 오히려 고통과 절망 속에 있기 때문에 희망과 영원의 빛을 더 잘 보게 되어 원수(신)를 향해 달려가는 환자들 또한 많다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삼촌 스크레이치의 인간들을 향한 미혹 전략은 기존의 악마들과 다르다. 목적은 같지만 방법은 전혀 달랐다.
고통과 절망, 좌절을 이용하여 신을 원망하게 만드는 것은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삼촌이 말한 것처럼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효과적인 방법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삼촌의 방법은 정 반대였다.
'가짜 빛에 둘러 싸여 있으면 오히려 진짜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필요 이상의 풍족한 삶, 격에 맞지 않은 권력, 감당할 수 없는 이상의 쾌락이 더 많은 환자들을 지하에 계신 아버지께 인도할 수 있다!!'
삼촌이 그런 주장을 했을 때, 많은 악마들이 비웃었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다른 악마들이 하지 못한 수확을 거두니 더 이상 비웃는 악마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공적으로 조직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실세인 장관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지금 삼촌이 있는 자리는 정확히 교육장관.
경험이 없는 악마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전략을 알려주어 인간의 영혼을 많이 수확시키는 것이 목적인 부서였다.
"일동, 기립. 장관님께 경례!"
삼촌이 오자 인솔자는 간단히, 그리고 형식적인 인사를 시켰다. 하지만 이전의 강사들을 상대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심을 담아 경례를 했다.
그러나 스크레이치는 이들의 기대와 흥분을 단번에 짓밟았다.
"경례할 시간 없다. 당장 쳐 앉아."
그의 서늘한 말에 새끼악마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듯이 앉았다. 그들이 앉자 삼촌의 강의가 바로 이어졌다.
"환자의 영혼을 취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의외로 어렵다. 우리가 노리는 것 이상으로 원수도 노리고 있기 때문이지. 우리의 전력이 극히 열세이지만, 원수도 스스로 사랑이라는 제약을 걸고 있다. 당연히 우리는 그 틈을 노려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환자의 영혼을 취하는 것에도 마찬가지다. 간단해 보인다고 방심하지 말고, 어려워 보인다고 절망할 필요 없다."
스크레이치는 그 말을 하고 칠판을 툭 쳤다. 그러자 그의 힘으로 오늘 강의할 내용이 단번에 적혔다.
"안 지우니 필기는 나중에. 지금 환자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바뀐 만큼 전략의 수정은 필수다. 그런데 어떤 미련한 놈들은 구닥다리 방법으로 달려들다가 오히려 당하고 말았다.
지금은 이전처럼 신비주의나 환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힘으로 속이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소위 기적이나 이적을 보여주어도 속임수라느니, 눈속임이니, 어떤 트릭을 썼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이전처럼 우러러 보거나 경외를 보이지 않는 다는 거지. 다행히 이것은 원수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보다 더 강대하고 거대한 힘으로 기적을 보여주어도 환자들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
스크레이치의 말에 한 새끼 악마가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럼 이제 어떤 방법으로 영혼을 가져가야 합니까?"
만약 단순히 선생과 학생의 입장이라면 그 새끼 악마는 훌륭한 학생일 것이다. 동시에 같은 학생의 입장에선 괜히 나내고 재수없는 녀석이 되겠지만.
그런데 문제는 삼촌이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다.
"멍청한 녀석!! 그동안 배운 교육은 죄다 어디로 간 거야!! 여기에 대한 교과 과정을 다 수료한 녀석만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데, 그동안 뭘 배우고 기억하고 있다는 거냐!!!"
삼촌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내가 아주 자비롭다는 것에 감사해라. 아니었다면 넌 당장 재적당하고 사냥감으로 낙인 찍어 내보냈을 테니까!!"
삼촌의 말에 질문을 한 새끼 악마는 절로 안색이 창백해졌다. 물론 악마라 창백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너를 비롯한, 질문조차 하지 않는 무능한 놈들을 위해 특별히 설명해 주마. 그 전에 웜우드!! 네가 대략적인 전략의 개념을 말해라!!"
갑자기 지적하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선 삼촌에게 개인적인 과외를 받아왔으니 잘 알고 있었다.
"생각의 전쟁입니다. 이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외부적인 현상으로 환자들의 영혼을 미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부릴 수 없는 신기한 사건을 보여주어도 경외하기 전에 분석을 먼저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하는 환자가 일부 있으니 그런 환자에게 써먹을 수 있겠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전략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들의 저항 전략은 환자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가 원수와 멀어지도록 하는 생각을 넣는 것입니다.
"
여기까지는 이론적인 부분이라 막힐 것이 없다. 완벽에 가까운 대답을 했지만, 삼촌은 기뻐하지 않았다.
"그걸 알고 있는 녀석이 실전에선 왜 그 모양이었는지 모르겠군. 들었나, 제군들? 이것이 지금 우리들이 수행하고 있는 전쟁의 처음이자 끝이다. 설마 무언가 와장창 하고 화려한 것을 기대했나? 아쉽겠지만, 그런 미련한 생각은 버려라. 전혀 쓸데없는 방법에 효용성도 떨어지는 방법이다."
그 말을 하고 다시금 평소처럼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다고 무작정 안 좋은 생각만 집어넣는다고 끝이 아니다. 이에 대한 각종 응용 방법에 대해선 너희들이 받았던 교육 내용에 전부 들어가 있다. 그래도 기본적인 원칙은 확실히 알려주는 것이 기억에 남고 좋겠지. 간단하다! 너희들의 존재를 환자가 인식하게 만들지 마라."
환자를 미혹하기 위해선 항상 그에게 간섭해야 한다. 그리고 악마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인간들이 악마를 믿게 하고 지하로 끌고 갈 수 있을까?
"네?"
"그럼 어떻게……."
새끼 악마들은 나와 같이 실제적인 경험이 없다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러자 삼촌이 크게 호통을 쳤다.
"이제는 천사가 직접 나타나도 종교 하나가 만들어질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설령 원수의 전령인 가브리엘이 다시 인간들에게 나타나도 집단 환각 취급을 받을 뿐이야.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전략의 수정은 필수!! 절대로 우리가 드러나지 않고, 상대를 미혹하면 그만. 그러기 위해 그동안 교육을 받은 것 아니냐!!"
삼촌은 분에 이기지 못해 숨을 씩씩 거렸다. 그리고 다시 애써 분노를 삼키더니 괜찮은 것처럼 말을 했다. 하지만 이미 삼촌의 눈빛은 분노의 광기가 이글거리며 붉은 광망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숨겨라!! 이젠 천사든, 악마든 나와서 먼저 말을 걸면 의심부터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신뢰관계를 구축해가며 나락으로 빠트리는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방법에 투자하면 훨씬 더 많은 환자의 영혼을 수확할 수 있지.
그건 실전에서 직접 경험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없는 지금, 혹시라도 환자가 악마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면 해야 할 두 가지 대처방법을 말해주마.
"
그리고 삼촌은 전형적인 선생님과 같이,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날 지목했다.
"웜우드, 첫 번째 방법을 말해라. 환자가 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을 때 해야 할, 집어넣어야 할 생각은?"
삼촌의 지적에 바로 떠오르는 것을 말했다.
"광대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악마는 소설이나 영화, 만화에만 존재한다. 인간이 만든 종교적, 정치적 창작물에 불과하다.' 라는 생각을 넣는 것입니다."
삼촌은 간만에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맞다. 보잘 것 없는,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존재로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생각을 넣을 때, 의심없이 받아들이지.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괴물의 모습으로 생각하게 만들어 저항할 생각이나 인식하려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좋은 수단으로 공포영화가 있다. 환자들의 문명의 이기를 적당히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러면서 삼촌은 마지막 경고를 잊지 않았다.
"절대로 환자들이 우리를 인식하고, 경멸하지 않게 해라. 환자가 우리를 경멸하면 우리가 아무리 생각을 집어넣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테니까."
삼촌의 강의는 길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 장관의 직위에 있는 그가 직접 강의를 함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키고 긴장하게 만들려는 의도였으니 긴 시간은 필요 없었다.
다만 나 웜우드는 삼촌의 강의를 듣고, 어떤 전략과 수단으로 인간의 영혼을 미혹시킬지 이야기하는 새끼 악마들과 함께 하지 않았다.
'죄다 쓸모없는 이야기…….'
새끼 악마들 중, 유일하게 실전 경험이 있는 나는 알게 되었다.
악마에게 희망은 없다.
지금은 악마들에게 원수라 불리는 신에게 저항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지금 신은 악마의 존재를 봐 주고 있는 것이다.
'악마를 무저갱으로 던져버리는 순간, 자신이 사랑하는 인간들까지 쓸어버려야 하니 안 하는 것일 뿐. 결국 시간을 잠시 얻고 있는 것에 불과해. 언제 마지막 때가 오는지 누구도 알 지 못하고 있어…….'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때는 반드시 온다는 것.
종말의 때는 인간만이 아니라 악마에게도 끝을 선고한다.
인간들은 신의 기준에 의해 판가름이라도 난다. 하지만 악마를 향한 신의 판결은 명확하다.
하나도 남김없이 지옥 밑바닥에 몰아넣어져 다시는 영광의 빛을 볼 수 없게 된다.
'그딴 미래가 무슨 소용이야. 결국 그렇게 될 운명이라면… 이런 것도 전부 다 소용없는데…….'
나를 포함해 어떤 악마도 발버둥친들 정해진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삼촌과 부모님을 포함해 모든 악마들은 라그나뢰크와 같이 신에게 최후의 저항을 하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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