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91화 (191/325)

[191]

실제로 클리블랜드 프런트에서도 지역 스포츠 신문만 아니라 전국적인 광고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클리블랜드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광고와 중계료 수입으로 연결된다.

투수가 아니라 타자인 이상, 특급 투수보다 못한 포스팅 금액과 연봉을 받았다. 하지만 동욱으로 인해 얻게된 부가 수입은 경기의 승리보다 훨씬 더 많았다.

지완은 이제 곧 상대할 동욱을 어떻게 상대할지 떠올렸다. 특히 그가 5할 타율을 이룰 수 있었던 진짜 이유도.

'동욱이를 처음 상대하는 투수라면 다 방심해. 오히려 동욱이에게 속아 끌려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초반에 동욱을 상대한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은 동욱의 기록을 알면서도 무시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장타와 홈런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이 기가 죽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에 당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피칭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자신의 목을 조이는 것과 같다.

이렇게 정신없이 달려드니 그걸 이용하여 동욱의 타율은 초반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후에 동욱이의 실력을 파악하면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어. 하나는 새가슴처럼 연습삼아 휘둘러도 크게 압박을 받는 경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신중하게 다른 공략법을 찾는 것…….'

아직 리그가 중반도 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동욱의 이미지는 햇병아리에서 거대한 독수리가 되고 말았다.

그것도 단순히 큰 독수리가 아니라 괴수급인 독수리로.

하지만 그것도 동욱을 처음 겪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 한정했다. 그보다 이전부터 동욱을 겪어온 지완은 그 경지를 넘어선 상태.

지금 지완에게 있어 동욱은 이런 느낌이었다.

'상대하기 짜증나는 놈…….'

악동도 이런 악동이 없다. 칠 수 있는 것을 일부러 커트하며 투수 숫자를 늘린다. 전심전력으로 던진 공도 예외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공이 올 때까지 치지 않고 기다리다가, 상대가 실투하거나 도발에 넘어가면 제대로 쳐서 올린다.

혹시라도 동욱이 실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운이라는 요소는 무시할 수 없고, 때론 바람에 의해 공이 멀리 뻗지 못하거나, 타구가 예상치 못하게 수비 정면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아웃되는 경우가 사실 대부분. 극히 일부 삼진을 당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빈도는 지극히 낮아 손가락에 꼽을 수 있었다.

이제는 동욱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거는 투수는 거의 없다. 적어도 팀에서 에이스 급. 투수가 부족한 팀은 1선발 급의 투수가 아니면 승부를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에 동욱이 상대하는 투수는 남궁지완. 이미 팀에서 확고히 에이스로 분류가 된 상태였다.

지완은 당연히 동욱에 대한 분석을 마쳤다. 오히려 구단에서 말하는 분석보다 그의 경험이 더 뛰어났다.

'날아오는 공의 위치나 궤도 및 구종에 따른 약점은 없어. 오히려 전부 4할 이상의 타율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배트가 닿아서 장타를 칠 수 있다면 볼도 안심할 수 없지.'

약점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하지만 동욱이 삼진을 당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그리고 그 경우는 단 한가지 패턴에 의해서였다.

'다만 새로 경험하는 구종의 경우, 또는 상대가 처음으로 던지는 구종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리그 초반에 한해서 그렇지, 중반을 넘어가면 그마저도 약점이 안 돼.'

투수가 하나의 구종을 익히고, 실전에서 사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하루 이틀이나, 한두 달 사이에 불가능하다는 것은 같다.

그런데 동욱은 투수의 새로운 구종을 보더라도, 한 번 겪은 뒤에 다시 당하지 않는다.

새로운 구종을 익히는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 간파하고 대비하며 공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이러니 동욱에게 삼진을 뽑아내는 투수는 신인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익히며, 그 구종으로 결정구를 삼아 잡아야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도 투수의 능력이 뛰어났을 경우에 한했다. 어설픈 신인 투수는 오히려 동욱의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래도 아무리 경험이 많다 한들, 지완이 동욱을 상대하는 것은 버겁다. 반면 동욱은 자신을 많이 상대해 왔고, 이미 이번 시즌에 한 번 맞붙었고, 완벽하게 깨졌다.

지완도 마냥 당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통한의 투런 홈런을 허용한 것은 아직도 뼈가 아프다.

그 덕분에 지완은 메이저리그에 와서 처음으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이전에 있었지만, 알지 못했던 든든한 우군이 있었다.

'완벽해 보이는 동욱이지만, 의외로 빈틈이 있다고 했었지? 새로운 구종이 아닌 다른 빈틈이.'

그건 바로 자신의 아내인 혜진의 뛰어난 분석력이었다.

# 분석의 여신

혜진이 집에서 심심풀이로 상대 타자들의 분석을 해왔다. 그리고 혜진의 분석은 족집게보다 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러자 지완은 솔직한 마음으로 혜진에게 한 선수의 집중적인 분석을 요청했다. 바로 한동욱이었다.

"동욱이? 그 사람은 좀……."

단순히 기록만 봐도 결점이 없는, 현존하는 최강이자 최고의 타자가 한동욱이다. 만약 그가 메이저리그에 계속 있었다면 역대 최고의 연봉을 기록했을 선수였다.

그러니 혜진은 지완의 부탁에 솔직한 감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알았어.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거니까, 어떻게든 파악해 볼게."

동팔과 달리 지완은 동욱과 같은 리그, 같은 중부 지역에 속해 있었다. 서로 투수였다면 일정에 따라 마주칠 일이 많지 않다.

그게 아니라 지완이 불펜 요원이었다면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지완은 선발 에이스였고, 동욱은 팀의 간판타자다.

당연히 마주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메이저리그가 다른 리그와 하는 인터리그. 다른 지역과 하는 일정을 다 합쳐 절반을 넘지 않았다면 두 배 더 마주쳤을 것이다.

승부를 피할 수 없지만, 승리를 생각하면 상대하는 선수가 너무 강해도 문제.

그러니 그 전에 미리 포기하기보다 어떻게든 준비해야 하는 것이 나았다. 비록 그 준비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혜진은 본격적으로 구단에서 파악한 정교하고 자세한 자료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비록 육아도 해야 하니 시간은 많이 나지 않았지만, 많은 정성을 들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동욱의 약점은 보이지 않았다.

"휴~ 정말 이런 타자가 실제로 있다니……."

지완이 투수로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강타자에 대한 정보를 모아 파악해 봤다. 그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역시나 동욱의 약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실제 스펙을 보면 던질 엄두가 나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아직 5할을 넘지 못한 이유는 있어. 그걸 찾아야 하는데……."

보통 타자가 4할 이상을 치면 투수는 더 이상 정면 승부를 보는 걸 피하려 한다. 분석은 계속 이루어지겠지만, 분석을 하면 할수록 좌절하게 만드는 선수가 한동욱이다.

그러나 혜진은 좌절하지 않고 동욱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그건 말은 간단하지만, 실행하기 어렵다는 시선의 전환이었다.

'삼진은 포기하는 것이 빨라. 한국에서도 동욱이에게 삼진을 잡은 선수는 동팔이가 사실상 전부였어. 지완이도 잡기는 했지만, 그건 지완이의 기량이 급성장했을 때라 그걸 상정하지 않고 상대했을 때의 이야기. 그 이후로 삼진을 잡은 사람은 여전히 동팔이 밖에 없었으니…….'

삼진을 포기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걸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아웃카운트를 잡는 방법에는 삼진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남은 것은 범타 유도일까? 그동안 이건 운이 좋아야 범타로 끝나고, 나머지 절반은 항상 안타랑 홈런이었으니……."

타격이 일어날 때는 서로의 기량도 결과를 판가름하지만, 아주 짧게 일어난 접촉과 충돌의 상태에 따라 결과는 더 크게 갈라진다.

그러니 그에 대한 분석은 깊게 되지 않았다. 이건 운에 의한 요소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혜진은 그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한 걸음 더 파고 들어갔다.

혜진은 동욱의 삼진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고, 범타로 끝난 타구에 대해 알아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패턴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음…설마 그건가? 하긴…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완벽한 추론도 아니고……."

다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분석 결과를 지완에게 말했다.

그러자 지완은 혜진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고마워. 덕분에 길이 보였어."

"하지만…가능하겠어? 아니 너라면 가능하겠지만……."

자신의 분석이 틀리면 그 결과는 지완이 져야 한다. 그러자 지완이 말했다.

"상관없어. 어차피 아무 것도 듣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

그리고 지금은 혜진의 분석이 맞는지 직접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혜진의 분석 덕분인지 지완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아이처럼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지완으로 하여금 들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반응이 나왔다.

클리블랜드의 팬은 이번에 동욱이 안타나 홈런을 칠 것인지 아닌지 즐거워한다. 반면 켄자스시티의 팬들은 제발 이번 위기가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

걸리면 넘어가는 차원이 아니라, 걸려도 너무 많이 걸리는 타자가 타석에 섰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앞선 세 타자와 뒤에 나올 5번 타자도 약하지 않다. 하지만 1번 타자에서 4번 타자가 된 한동욱의 무게에 비하면 가벼웠다.

팀에서도 처음에는 자신들에 비해 왜소한 동욱을 무시했다. 그러나 5할에 육박하는 타율을 보여주고 홈런과 타점 생산에서 압도적인 팀 내 1위인 그를 계속 무시할 수 없다.

약간의 차이라면 질투라도 하겠지만, 중심타선의 타점을 다 합쳐야 동욱과 비슷하게 되니 그럴 이유도 없었다.

"드디어 용사님 등장."

"동욱이랑 같은 팀이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이번에 포스트시즌은 그냥 가겠어."

"토너먼트에서도 기대할 수 있겠지. 중요한 순간에 더 강하잖아."

오히려 동욱과 함께 이번 시즌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니 다행을 넘어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은 동욱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 적어도 타석에 서면 볼넷, 그리고 타수로 따지면 거의 절반은 안타를 쳤다.

이번에도 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상대는 메이저리그의 투수들 중에서 동욱과 많은 경험을 한 투수였다.

동욱이 본격적으로 기량이 향상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경험이 있으니 이 부분에 있어서 동팔보다 지완의 경험이 더 많았다.

그래서 동욱을 상대할 때의 막막함을 더 잘 아는 지완이었고, 고의 볼넷이 제일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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