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88화 (188/325)

[188]

휙~ 퍽!!

덕분인지 저스틴은 두 번째로 배트를 휘두를 때, 헛스윙을 하고 말았다. 날아오는 공보다 조금 빠른 타이밍으로 배트가 지나갔다.

그로인해 동팔은 생각했다.

'됐어. 체인지업에 완전히 속았어.'

생각보다 쉽게 강자타를 넘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주의해야 할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다.

'흠… 생각보다 제구가 좋아. 알고는 있지만, 직접 상대하니 느낌이 다르잖아.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가 악마와 계약을 하며 받은 능력은 다른 것이 아니다.

끄드득.

저스틴은 쥐고 있는 배트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그러자 배트 그립 부분이 찌그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강한 악력. 그리고 탄탄한 어깨와 팔에 힘이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했다.

그가 받은 것은 강한 힘. 일반적인 근력보다 더 강한 힘을 내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민호준이 스크레이치와 계약을 하면서 받은 능력과 같았다. 하지만 힘만 믿고 방만하던 그와 달리, 저스틴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전혀 다른 위력을 내는 타자가 되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높은 타율. 그리고 강한 힘으로 인해 높아진 장타율이었다.

그게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은 단 하나.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배트 스피드였다.

휙~.

포수 미트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강속구는 서 있는 타자가 배트를 휘두를 틈도 없이 지나가려 한다.

시속 160키로를 넘는 강속구는 미리 예상하지 않으면 휘두를 틈도 주지 않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저스틴은 공이 날아오고, 그 공이 아주 빠르다는 것을 알아도 여유가 있었다.

훙~.

빠르게 날아오는 경로는 단순. 그러니 예상은 쉽다. 저스틴은 공이 지나갈 곳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미 늦어버린 상황. 공이 절반을 통과한 다음에는 동욱이라 하더라도 포기해야 했다.

물론 그라면 그 전에 이미 배트가 움직였겠지만.

포기하는 것이 편할 그 순간이지만, 저스틴의 배트는 움직였다. 그리고 그의 강한 힘에 의해 배트는 대기를 찢듯이 공을 향해 날아갔다.

따악~!!

강한 힘으로 정타를 맞으면 강속구라도 예외가 없다. 거기에 저스틴은 밀리지 않고 치는 순간에 당기며 힘을 더 실었다.

슈웅~.

저스틴의 타구는 경기장 펜스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외야수가 열심히 달렸지만, 그의 타구가 펜스 높이를 훌쩍 넘어 관중석에 떨어지자 더 이상 가는 것을 포기했다.

"와아~!!!"

예상외의 일격에 메이저리그 입성 처음으로 피홈런을 당했다.

분명히 충분하게 상대할 수 있는 타자라 생각했지만, 의외의 결과에 동팔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거…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속였고, 2스트라이크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방금 전의 타격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바뀌었다.

피안타는 허용해도 피홈런까지 허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적어도 한동욱 정도의 타자가 아닌 이상 허용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예상을 벗어나 의외의 순간에 홈런을 허락하고 만 동팔.

'분명히… 배트 나가는 타이밍이 조금 늦은 것 같았는데, 어떻게 친 거야?'

그러다 동팔은 저스틴의 기록 중 한 가지가 떠올랐다.

"맞다… 배트 스피드가 장난 아니었지……. 작년 타율이 낮아 그냥 넘어갔었는데……."

아무리 빨리 휘두르는 배트라도 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이번 시즌에 다시 타격력이 회복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실수, 패착이었다.

"후우……."

비록 홈런을 맞았지만, 동팔은 가능한 빨리 안 좋은 기분을 털어내려고 했다.

'내 실수니 누굴 탓하겠어. 처음부터 방심한 내 잘못인걸.'

이제부터 상대의 능력을 감안하여 더 조심해서 던지면 그만이다. 후회한다고 한들, 넘어간 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홈런이 취소되는 일도 없으니까.

그리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단단히 먹은 동팔은 이후의 모든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마무리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

예상치 못한 일격의 허용으로 점수는 1대 0으로 뒤쳐진 상황. 그리고 제리스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인해 양키즈는 여전히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이번 이닝에선 9번 타자로 타석에 오르게 되는 동팔. 그는 지금도 제리스를 살펴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능력을 짐작할 수 없었다.

'분명히 뭔가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점수가 밀리는 상황. 이대로 경기가 진행되면 연장전을 하지도 못하고 자신이 패전투수로 기록된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동팔이지만, 일단 지역 우승을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니 한 경기라도 잡아야 했다.

타석에 오르기 전, 동팔은 중요한 전제를 확인해 나갔다.

'설마 염동력과 같이 날아가는 야구공에 힘을 주는 건가? 아냐,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어. 계약을 하더라도 부여할 수 있는 힘은 신체의 강화가 전부. 만약 날아가는 야구공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사기야.'

이것은 스크레이치와 계약을 할 때 들은 것임과 동시에, 웜우드도 인정을 한 부분이었다. 그러니 외부에 힘을 가하는 능력은 자동적으로 제외.

그리고 오직 신체를 강화하는 것으로 국한할 수 있었다.

'내가 본 경우는 힘을 강하게 한다. 또는 민첩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잠재력을 바로 끌어올리는 것. 마지막으로 기묘한 방법이지만, 신경전달 속도를 극한으로 높이는 것이 있었지.'

마지막은 한동욱이 얻고자 하는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능력을 바탕으로 한국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었다.

'미쳤지. 한국에서 6할 직전의 타율도 엄청난 것인데 여기에서도 5할에 가까운 타율이라니…….'

앞에 5라는 숫자가 안 찍혀서 그렇지, 타율이 4할을 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이라 볼 수 있었다.

날고 기는 야구천재가 모이는 메이저리그의 모든 역사에서도 4할 타율을 기록한 타자는 세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시즌 최고 타율은 0.440이다. 그것도 1894년에 세운 기록이다. 그 이후 두 번 4할 타자가 나왔다.

그것은 1924년에 세운 0.424였고, 마지막에 세운 기록은 1941년에 테드 윌리엄스가 세운 0.406이었다.

단순히 타율로 따지면 0.440이 더 높지만, 인정을 더 받는 쪽은 제일 최근에 세워진 기록이었다.

이것은 투수의 분업화가 이루어지고, 선수들이 실력이 상향평준화된 이후에 세워진 기록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프로리그가 처음 출범한 1982년에 세워진 4할 타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4할의 타율은 꿈의 타율이라 불리고 있던 와중에 한동욱이라는 괴물 타자가 6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 리그의 기록이라 큰 무게를 두지 않으려 해도, 6할을 넘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와 기자는 한동욱이 잘하면 마의 4할을 넘어 5할까지도 넘볼 수 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들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동욱은 실력으로 소수의 의견이 맞았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었다.

이미 얻은 능력이 다르니 같은 방법으로 타석에 임할 수 없는 법.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신경전달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뇌의 처리 속도도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지 않아도 원래 머리가 좋던 동욱의 머리 회전이 더 빨라졌다.

당연히 반사신경만 아니라, 판단력도 높아졌으니 전체적인 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진 것.

만약 동팔이 다시 계약을 한다면 동욱과 같은 능력을 고를 지도 몰랐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동팔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때.

'능력… 너클볼도 제어할 수 있는 신체적인 능력이라…….'

단서는 있지만, 해답을 얻기에 너무 부족했다. 동팔이 동욱이만큼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라 빠르게 해답을 얻는 것은 요원해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앞선 두 타자가 삼진과 범타로 물러나는 바람에 동팔이 타석으로 가게 되었다.

가면서도 동팔은 제리스의 능력이 뭔지 파악하려 했다.

그러던 중, 동팔은 제리스가 갑자기 손을 들어 무언가를 막으려는 것을 보았다.

'……?'

분명히 날아오는 것은 없었다.

휘잉~!

"윽!"

그러던 중에 동팔은 강한 바람이 자신을 때리자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타석에 서기 전 마운드를 보자 의아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마운드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제리스도 바람에 맞았다. 하지만 눈을 감았다 뜨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지우듯이 머리를 작게 흔들었다.

헛것을 보자 시각을 정리하기 위해 흔드는 것처럼.

바람이 부는 것치고는 부자연스러운 그의 행동이 동팔의 눈에 걸렸다.

'바람에 너무 민감한 것 같은데…….'

그리고 분명히 바람이 불기 전, 제리스가 손을 들어 무언가 막으려는 행동이 떠올랐다. 그 순간 동팔은 한 가지 추측을 했다.

"잠깐… 그럼 설마……."

자신의 추측은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다. 공에 힘을 가하지 않으면서 너클볼을 확실히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을.

그리고 동팔은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앞에 있었다.

꽈드득.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내 추측이 맞으면 나랑 브라이언(포수)이 칠 확률이 높아져. 내 생각이 맞다는 전제 아래에서…….'

덤으로 이전에 동욱에게 받은 과외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 더비

1대 0으로 앞서 나가는 메츠의 선수들은 분위기가 밝았다.

투수전으로 갈 것을 예상했고, 분명히 어느 정도는 맞았다. 하지만 연장전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이후 경기를 치르는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슬슬 리그 중반으로 향하는 가운데 아직 한 경기에 모든 것이 걸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상시에 승리를 쌓아 놓아야 이후에 일정이 편해진다.

단순히 개미와 베짱이 우화의 교훈을 떠나서 빚이 아닌 이상, 비축이라는 것은 마음을 든든히 해주는 법이다.

적어도 이 상태만 유지하면 승리는 확신. 그리고 지금 마운드에 선 제리스의 구위를 보면서 같은 팀의 선수들과 팬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 중에 제리스의 능력을 아는 저스틴은 더욱 확신했다.

'수비가 에러를 내지 않는 이상, 반드시 이길 수 있어. 제리스의 능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으니까!!'

강한 선수는 적이 아닌 이상 든든한 우군이 된다. 지난 시즌에서 상대할 때엔 어떻게 상대할지 막연했지만, 이제는 서로 돕는 관계가 되니 이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지금 상대하는 팀의 선발이 동팔이라 하더라도.

이것은 제리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스틴이 다른 계약자들에 비하면 뛰어난 능력을 가진 건 아니야. 하지만 함께 하면 승리를 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사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 팀은 1위를 수성하는 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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