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86화 (186/325)

[186]

그래도 제일 껄끄러운 것은 편하게 오갔던 동팔의 앞을 이젠 마음대로 오갈 수 없게 되었다. 왔다고 한들, 그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뻔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들의 진짜 마음과 진솔한 대화를 엿들을 수 없게 된다.

마음속을 직접 보지 못하고, 그들의 반응과 말을 파악하는 것이 한계인 악마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이건 많은 의미로 곤란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면 제안을 하거나 협상을 할 때 많이 불리한 법. 그런데 중요한 정보를 바로 알아낼 길이 막혔다. 적어도 동팔에 한해서.

이른바 정보전에서 상대의 대항책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제 질 좋은 정보를 얻을 길이 막혔으니 전략을 수립하고, 대응을 하는 것이 느려지게 된다. 그렇다고 한들, 그들은 걱정하지 않는다.

"어차피 그것도 안전한 길을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할 뿐. 어차피 그 녀석은 통과할 수 없어."

"그것 맞지만, 그 녀석이 있는 동안에 다른 포섭자와 만나게 되면 곤란해. 동팔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의 유흥은 언제 암초를 만날지 알 수 없어. 지금은 우리 둘 사이로 끝나지만, 다른 녀석들이 노리고 있는 환자와 만나게 되면 일이 커진다고. 그럼 그땐, 단순히 사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다. 그들도 우리만큼 집요하니까."

부상으로 낙마하여 절망에 빠진 선수가 가장 바라는 것은 회복이다. 이전에는 동팔만 회복되던 능력이 웜우드의 농간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되면 동팔과 만나는 모든 포섭 대상자들은 악마와 계약을 하느니 동팔의 힘이 기대려고 할 것이다.

이러면 악마들은 계약을 할 수 없게 된다. 졸지에 즐기던 유흥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악마들. 특히 계약의 서를 사용하는 최고위급 악마들에게 있어선 최악의 상황 중 하나.

그나마 대처할 제일 좋은 방법이 하나 있었다.

"이제부터 동팔의 힘에 대해서 멀리 퍼지지 않도록 해야겠어."

"그 녀석도 바라지 않겠지만, 이런 우리도 바라지 않아. 공작이 필요하다. 앞서서 움직여야 당하지 않아. 동팔이 마음을 바꿔먹고, 우리에게 원한을 가지면서 작정하고 움직이면 그로 인해 받을 피해는 생각보다 커."

그것은 동팔의 능력을 다른 사람들이 가능한 모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동팔에게 찾아갈 사람은 확연히 줄어들게 된다.

그들의 말대로 아직 동팔이 본격적으로 그렇게 행동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사람이 회복되면서 자신 역시 두 배의 고통을 겪는다.

이걸 자청해서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그들은 나중에 혹시라도 모를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했다.

"일부 알게 되는 사람이 있기는 하겠지. 하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인 2년 반 안으로 최대한 봉쇄한다. 동팔의 능력을 암중에 듣고 알게 되더라도 의구심만 들게 하거나, 헛소문으로 넘어가도록 만들면 그만."

이것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전부 그가 말한대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듯이, 혹시라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가갈 수 있었다. 이들은 그걸 막으려는 것이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남은 것은 행동뿐.

예상외의 사태와 이로 인해 생긴 피해는 한 번으로 족하다.

그리고 이들은 지극히 뛰어난 악마답게, 세부적인 계획은 시작과 동시에 세워졌다.

"최대한 걸리지 않는 방향으로 주변을 맴돌도록 하지."

"나도 마찬가지. 다른 녀석들에게 연락을 할 테니 그건 신경쓰지 마."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두 악마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생사를 건 그들만의 경기

뉴욕을 연고지로 하는 야구 구단인 양키즈와 메츠.

비록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며 맹위를 떨치던 과거와 달리 많이 약해진 양키즈였지만, 그렇다고 기본이 사라진 건 아니다.

시작은 1901년 볼티모어에서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연고지를 뉴욕으로 옮기게 된다. 당시 이름은 뉴욕 하이랜더스. 그러다 1913년에 지금의 이름인 양키즈로 바꾸었다.

양키즈의 역사는 화려하다.

월드시리즈 27회 우승, 리그 40회 우승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모든 구단 중에서 압도적인 1위다.

또한 위대한 우승을 많이 한 만큼, 다른 구단에 비해 많은 영구결번을 가진 팀이었다.

그 중에 유명한 선수는 베이브 루스, 루 게릭이 포함되어 있으며, 루 게릭의 경우 메이저리그 최초의 영구결번이었다.

공식적인 영구결번은 지금까지 22개. 그리고 비공식적인 영구결번을 포함하면 24개의 영구결번을 지닌 팀이다.

또한 1번부터 9번 전부 영구결번이라 한 자리 숫자의 번호는 전부 전멸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어서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구단.

그래서 붙은 또 다른 이름이 폭격기였다. 상대 투수를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며 초토화시켰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모든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서 제일 많은 팬을 보유한 구단이며, 구단 가치 평가 또한 32억 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뉴욕 메츠는 초창기부터 있어왔던 양키즈와 달리 1962년에 정식으로 출범했다. 그 이전인 1959년에 콘티넨탈 리그의 창립 멤버였으나, 그 리그는 다음해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의 팀이 정해지면서 폐지되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2회, 리그 우승 5회를 했다. 모든 우승이 소중하지만, 양키즈의 대기록을 넘볼 엄두가 나는 건 아니다.

거기에 평균 승률도 5할을 넘지 못하는 팀이다.

그러니 뉴욕 메츠의 첫 월드시리즈 우승 년도인 1969년의 우승은 기적이라 불릴 만 했다. 그것도 첫 경기만 내주고 그 이후의 경기를 승리하며 따낸 우승이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은 어메이징 메츠. 그 이후로 한 번 더 우승을 하는데 그때는 1986년이었다.

기록이나 자금력을 보면 같은 연고지라도 압도적으로 양키즈의 우세.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 메츠의 팬들은 결코 미리 좌절하지 않았다.

기록은 기록일 뿐.

야구가 항상 그렇듯이 강팀이 항상 약팀을 이기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양키즈의 영광은 과거에 머물렀다 무너졌고, 다시 일어나 왕조를 건설하는가 싶었지만 다시 침체된 상태.

또한 메츠도 양키즈를 상태로 대승을 거둔 적이 많으니 기록에 기가 죽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올라오는 선발 투수와 항상 강력한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타자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했다.

"이번에 양키즈 선발이 강동팔이면 어때서? 우리에겐 제리스 리드가 있어."

"제리스만 있나? 저스틴도 있잖아."

"간만에 양키즈 울고 가는 꼴 좀 보겠어. 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투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두 사람으로 인해 메츠는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항상 5할의 승률을 밑돌던 메츠였지만, 제리스의 영입으로 승률 5할이 되었고, 지금은 그 이상의 기록으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그래도 만만치 않아. 연장전 하면 오히려 피 보겠는데."

"다른 건 몰라도 연장전만큼은 제발……."

한국은 12이닝을 끝으로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승부가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그렇지 않다.

연장전에 대한 규정은 가끔 바뀌지만 기본은 같다.

무승부를 인정하지 않는다.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 이어서 한다. 그래서 1박 2일로 경기를 할 때가 있고, 정 안 된다 싶으면 멈추었다가 다음날 이어서 재경기를 가진다.

아메리칸 리그가 그렇고, 내셔널 리그는 조금 다르다. 새벽 2시를 기준으로 승부를 가른다.

이전에는 오히려 내셔널리그가 끝장 승부를 보는 쪽이라 연장전과 관련된 기록에서 진귀한 기록을 많이 만들었다.

그렇다고 무승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우, 콜드나 날씨 및 기타 상황에 의한 무승부가 있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더라도 기상예보를 살펴보고 6시간을 기다려서라도 경기를 진행하는 끈기와 인내가 있다.

그리고 팬들도 다른 경기보다 연장전의 경기를 명경기로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한다.

물론 그 이후에 오는 후유증은 선수나 팬들 모두 피할 수 없겠지만.

하지만 팬들 중 상당수는 연장전을 각오하고 있었다.

"적어도 초반에는 투수전으로 가겠지."

"초반이 아니라 9이닝 끝날 때까지 갈 수도 있어. 그리고 그 이후에 올라오는 불펜과 타자들이 싸움이 진짜가 될지 몰라."

뛰어난 구위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를 더그아웃으로 보내는데 탁월한 두 투수가 선발로 나온다.

리그 극 초반이라면 강동팔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지 못할 때라 판단하여 메츠의 우세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반을 향해가는 5월말 즈음에 와서 동팔의 구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공이 한국에서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이젠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리그를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나자 확실히 인정을 받은 동팔은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지 않았다. 그는 지금 더그아웃에서 다른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편하게 있었다.

"캉, 간만에 타격 연습했는데 어때? 한국에서 홈런도 쳤었다면서?"

"한국에서야 쳤지만, 여기선 쉽겠어?"

지명타자제가 아닌 내셔널리그를 기준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그러니 동팔도 9번 타순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래서 일정 중 투구 훈련을 줄이고 그만큼 타격 훈련이 추가 되었다.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선발 투수, 제리스 리드에 대한 분석도 추가되었다.

'제리스 리드… 뉴욕 메츠의 1선발. 구속은 빠르지 않아. 최고 구속은 잘 해야 90마일(약 144 km/h). 하지만 그가 던지는 공에 정타로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어. 범타성 타구가 수비 에러로 빠져나가던가, 뛰어난 일부 타자가 치는 경우를 제외하면…거의 운이지.'

느린 공인데 빠른 공을 잘 치는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들이 맥을 못 춘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결정구는 너클볼. 무리가 가지 않는 공이고, 느리기 때문에 몸에 가해지는 부담도 없으니 오래 던질 수 있는 구종이야. 그리고 너클볼을 쓰니 자연스럽게 강속구의 비중은 줄어들어. 확실히 너클볼에 있어서 세계 최고라고 볼 수 있겠지. 지완이보다 더 뛰어날 수 있어.'

동팔은 적어도 너클볼에 한해서 지완이 자신보다 한수 위라는 건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제리스 리그의 경우, 직접 보지 않았어도 녹화된 중계방송을 보면 보통이 아님을 알았다.

'너클볼은 바람의 영향을 받아. 그러니 투수의 손을 떠나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몰라. 그런데 제리스는 이런 너클볼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어.'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기록이었다.

그가 던진 너클볼의 궤적은 분명히 불규칙적이지만, 9할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6할 이상을 통과해도 대단한데, 제리스는 그 이상을 넘어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러니 동팔은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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