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85화 (185/325)

[185]

"인디언 아저씨는 오빠가 출근할 때엔 보통 같이 출근해. 하지만 항상 같이 있을 수 없으니 좀 떨어져서 주변에 있다고 하더라."

"네……."

다만 인디언, 하얀늑대의 벗과 생활하지 않으니 마크는 소소한 것에 놀랄 일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표를 구하려면 이미 늦었겠죠? 라이벌전이라 이미 매진되었다고 들었어요."

마크의 걱정에 민희가 말했다.

"당연히 내가 표를 구했지. 이번에는 원정이라 시즌권도 소용없었고, 사는 김에 아는 사람들이랑 만나서 같이 가려고 했거든. 그러던 중에 네 생각이 나서 샀어."

그것만으로 마크에게 충분히 큰 기쁨이 된다. 하지만 민희의 선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일하시는 부모님이야 못 오시겠지만, 동생들은 아니지? 학교 마치고 집에 와서 할 일이 없을 테니까 같이 가자. 참고로 옆집에 사는 지미네도 같이 만나서 가기로 했어. 너랑 아는 사이라며?"

"네. 알고 있어요. 동생이랑 친한 친구고 종종 만나서 같이 놀았거든요."

그러면서 마크는 뒷말을 삼켰다.

'대신 지미 부모님은 로키랑 만나는 걸 싫어하시는 것 같았지만…….'

아마도 서로의 집안 분위기와 경제적인 차이일 가능성이 높았다. 흑백차별보다 로키의 불우한 환경이 원인일 것이다.

"그래서 네 동생들 표까지 다 구했으니까 같이 보러 가자. 이런 건 역시 아는 사람과 같이 보는 것이 더 좋잖아?"

예상외의 선물에 마크는 깜짝 놀랐다.

"네? 정말요? 좋기는 한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입장권이 비싼 건 아니다. 안 좋은 좌석이라도 살 여력은 있다. 하지만 동생들과 같이 가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

야구를 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신이야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은 공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마크와 달리, 동생들이 야구장에 가는 것은 유흥이었다.

그러니 마크네 입장에서 야구장에 가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 표를 구해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밀려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 동생들과 같이 구장에 가서 함께 즐길 기회가 얼마나 될까?

마크가 졸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면 은퇴하기 전까지 이런 기회가 없다.

"그럼, 괜찮고말고.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미 뉴욕 팬들은 이번 경기에 많이 집중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지역감정과 라이벌은 해당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한일감정에 대해 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비슷한 입장에 있었던 중국은 단번에 이해하겠지만.

이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뉴욕에 연고지를 둔 사람이라면 이번 인터리그를 놓칠 수 없었다.

그리고 민희가 이걸 알게 된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그렇지 않아도 하와이에 계신 필립씨가 오고 싶어도 못 온다고 하는 말을 듣고 알게 된 거지만…….'

다시 SNS에 집중하면서 보게 된 그의 글을 본 것이다.

인터리그에 대한 일정을 알고 있었지만, 라이벌전이라는 특색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필립의 글을 읽었고, 주변에 양키즈와 메츠의 팬들의 반응으로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하긴 같은 구장을 사용하는 우산과 RG가 맞붙으면 그 자체로 잠실 더비가 되니까…….'

민희는 동팔이 RG에 있었으니 라이벌이라는 말의 의미를 빠르게 이해했다.

애초에 RG의 팬은 아니었으니 깊게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

한편, 오늘 양키즈와 경기를 하는 메츠 선수들은 당연히 승리하기 위한 모든 준비와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 오늘 선발인 제리스 리드가 저스틴 워커에게 말했다.

"운명인가? 설마 나랑 동팔이랑 겨루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일정이 꼬여서 그런 거지. 아니면 놈들의 수작이던가."

악마와 계약을 한 영혼들이 해방되지 않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서로가 겨루며 공멸하는 것이다. 그러면 각각 1승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한 쪽이 승리를 하면 다른 쪽은 패배하기 마련이다.

"1선발인 내가 3선발인 동팔과 같은 경기를 치른다라……. 경기 일정이 좀 꼬이긴 했지만 우연치곤 너무 잘 맞아."

"아무렴 어때? 이참에 밟아 버리면 경쟁자 하나 치우는 거지. 이왕이면 나 혼자 상대하는 것보다 네가 막아주고, 내가 치면 더 좋잖아?"

혼자 상대할 수 없으면 협공을 가한다.

승리를 위해선 지극히 당연한 전략이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공격을 피하는 것도 상책에 포함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한 조건을 만족하고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아무리 군사적인 식견이 뛰어나도 실제 군대와 병력을 통솔하는 것은 다르니 장교를 육성하는데 국가가 적극 나서는 것이다.

협공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것도 공수에서 협공이라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더 좋아하는 상황이 있었다.

"우리가 홈이니까 경기 규칙은 내셔널리그로 진행될 것이고, 당연히 지명타자가 없으니 동팔이 직접 타자로 나와야 해."

"그럼 사실상 타자 하나가 없는 것과 같이. 좋아, 좋아."

아무리 투수가 뛰어나도 타격까지 뛰어날 수는 없다. 설령 둘 다 능력이 되더라도 두 능력을 발전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은 배로 들기 마련.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설 수 없는 메이저리그에서 둘 다 성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니 두 사람은 이번 경기에서 자신의 낙승을 점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생각은 없다.

"저스틴, 끝까지 괴롭혀. 그리고 가능한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오게 만들면 우리의 승리야."

"알고 있어. 순서야 3선발이지만, 불펜이나 선발 투수 중에 그보다 더 뛰어난 투수는 없어. 동팔이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그 다음은 뻔하지."

동팔을 순수하게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뉴욕 양키즈라는 팀을 이길 수 있다.

적어도 이들이 생각한대로 흘러간다면 거의 확실했다.

지금 이 두 사람과 동팔이 월드시리즈의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할 첫 관문은 포스트시즌 진출. 그것도 확실히 진출하기 위해선 지역 우승을 먼저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하나 하나 승리를 쌓아가야 하는 법.

"가자. 우리의 승리를 위해."

"응, 우리의 해방을 위해."

***

한편, 뉴욕 지하에 있는 깊은 하수도 통로에서 두 악마가 만나고 있었다.

"대체 왜 마크가 동팔을 만나게 만든 거야. 그 쪽은 네가 확실히 관리했어야 할 일이었다!!!"

모데스의 외침에 스크레이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미 그에 대한 대비는 했다!! 분명히 전령이 갔을 텐데!!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한 너의 실수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건가?"

"그건 아니야. 하지만 왜 갑자기 자리를 비운 거지? 그 공백을 이용해 하얀늑대의 벗이 파고 들어왔어!! 아주 조금만 더 있었으면 계약을 할 수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를 떠올리면 분통이 치밀어 올랐다. 정말로 한 호흡만 늦었으면 마크가 계약을 하겠다고 할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그 전에 하얀늑대의 벗이 와서 방해했고, 이어서 동팔이 도착했다. 그것으로 그동안 노력하고 공작을 해온 수고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좋은 영혼을 거둘 수 없다는 생각에 모데스는 너무 아까워 미칠 것만 같았다.

"계약의 유지를 위해서다. 이걸 하지 않으면 그 녀석이 해방 돼."

"계약의 유지? 젠장……."

모데스도 스크레이치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계약의 서를 이용한 계약은 당사자 사이에 제약을 가한다.

대표적으로 기한 안으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영혼을 빼앗긴다. 동시에 악마는 그가 원하는 능력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모든 계약이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자와 한 계약의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덕분에 이렇게 종종 자리를 비워야 할 때가 있지."

"하지만 그만큼 욕심이 나는 영혼이라는 의미겠지?"

"당연한 말이다. 그분께서 보시면 기뻐하실 영혼이지. 장관의 업무로 바쁜 와중에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다. 그것도 둘 다."

"하긴 이전부터 네가 노리는 영혼은 항상 급수가 높았어. 눈이 높아서 계약을 잘 안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눈이라는 말보다 안목이라고 말해주면 고맙겠군. 그것도 있지만, 내가 보통 바빠야 말이지. 그자와 계약하는 것도 많이 고민하고 고심한 끝에 한 거야."

동팔처럼 만나자 마자 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동욱의 경우 스크레이치가 꽤나 공을 들여 계약을 한 영혼이다.

이는 동욱이 안정적이며 철두철미한 성격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제시한 조건을 스크레이치가 들어주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욱은 자신이 더 유리한 위치임을 알아차리고 버텼고, 결국 협상에서 진 쪽은 다급한 스크레이치였다.

동욱이 제시한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그가 주기적으로 가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도저히 빼앗을 엄두가 나지 않는 그의 영혼을 취하기 위해서.

"계약의 유지… 그건 어쩔 수 없지. 계약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받아야 하니까……."

만약 악마가 능력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며 힘을 뺀다던가, 그 외 다른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계약이 파기된다.

그러면 계약이 파기된 당사자는 영혼을 빼앗기지 않는 것은 물론, 악마가 줘야 할 능력까지 유지하게 된다.

바꿔 말해 악마 입장에서 영혼을 잃는 것은 물론, 힘까지 잃어버린다. 이만 저만한 손해가 아닌 것이다.

그걸 알고 있으니 모데스도 스크레이치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생긴 불상사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이전에는 철저히 관리해서 끝까지 모르게 하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쪽에 신경을 덜 쓰이게 만들어야지."

또한 스크레이치도 자신의 전략에 일부 수정을 했다.

"그리고 자네도 알겠지만, 동팔은 우리들의 유흥에 제일 큰 방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계약을 한 이상 죽일 수도 없어. 그렇게 놔줄 원수도 아니지만."

"안타깝지만 생사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의 허락이 없으면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이젠 감시도 쉽지 않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하얀늑대의 벗은 여러 모로 곤란해. 특히 그 녀석과 함께하는 영령들의 감각은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다."

"전에는 마음대로 왔다 갔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 거기에 인간이라면 반드시 쉬거나 자는 순간이 있는데, 그 녀석은 그것도 없지. 몸은 쉬어도 그와 함께하는 영령들이 쉬는 것은 아니니까."

본래 지니고 있는 힘도 쓸만하다. 하지만 그 정도 능력으로 자신들을 어찌하진 못한다. 아무리 달려들어도 작은 흠집 하나 나는 것이 전부.

하지만 그 흠집조차 나게 하는 것이 싫다. 이런 시시한 일로 자신들의 힘을 소모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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