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82화 (182/325)

[182]

동팔의 청천벽력과 같은 말에 기절하고 싶었다. 그런데 동팔의 말을 듣자 결코 헛소리를 들은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제 겨우 1% 회복되었어. 적어도 오늘 10% 정도는 회복해야 하는 거 알고 있지?"

동팔의 말에 마크는 더 확실하게 알았다.

'뭐? 1%? 그럼 이런 고통을 앞으로 99번 더 겪어야 한다는 거야?'

솔직히 말해 싫었다. 하지만 도망칠 수가 없었다. 지금 묶여 있지 않더라도 마크에게 도망갈 곳은 없었다.

'포기할 수 없어. 나아가야 해. 내가 포기하면 나는 그렇다쳐도 가족들은?'

분명히 수술이 잘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 가족들은 자신에게 희망을 가진다. 미국에서 흑인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길 중에 하나가 바로 운동선수로 성공하는 것.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길이 열려 있었다. 비록 가시밭을 맨발로 걷는 것보다 고통스럽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네."

비록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어 발음이 잘 안 되지만, 마크는 각오를 담아 말했다. 그리고 방금 전에 겪은 고통을 떠올리기보다, 앞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 그리고 책임지고 싶은 사람을 떠올렸다.

그러자 방금 전에 느껴진 고통이 다시 무릎에 나타났다.

"으읍~!!"

하지만 이번에 마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쇼크로 죽을 것 같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버텼다.

그러나 마크가 버틴 것은 10분. 그 이상은 버티지 못해 기절하고 말았다.

***

마크가 기절한 다음 다시 깨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마침 인디언이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다시 풀려난 마크는 오른쪽 무릎이 정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히 이젠 고통이 없지만, 남아있는 고통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깨어난 마크는 동팔과 같이 따듯한 우유와 함께, 약간의 먹을거리로 기력을 회복했다.

마크가 집에 왔을 때부터 이미 늦은 시간이라 서둘러 다시 집에 가야 하는 마크.

버스와 지하철이 끊어졌으니, 데려다 주는 사람은 그나마 기력이 남아있는 민희였다.

마크는 가기 전, 동팔과 인사를 했다.

"고생했어."

동팔의 말에 마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니요, 형이 고생 많으셨어요."

시간이 늦어 길게 인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 민희의 차를 타고 간 마크. 원래라면 동팔이 운전하는 쪽이 더 나을지 모른다.

늦은 밤에 여자가 혼자 운전하는 것보다 남자가 운전하는 것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낮다.

물론 총 앞에 남녀와 나이가 평등하니 큰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가면서 민희는 마크에게 물었다.

"많이 아팠어?"

"네. 아프다고 말씀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아플 줄은 몰랐어요."

직접 겪지 않고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마크의 말에 민희가 말했다.

"그래도 넌 다행인 줄 알아. 넌 아픈 만큼 치료되지만, 오빠는 그렇지 않으니까."

민희의 말은 마크에 가슴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왔다.

'그렇지… 누나 말대로 나는 아픈 만큼 낫지만, 동팔이 형은…….'

자신은 얻는 것이 있다. 하지만 동팔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같이 겪어도 얻는 것이 없다. 남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얻는게 없는 것이다.

"오빠는 오늘 해야 할 훈련까지 미루고 널 도와주고 있어. 오빠야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신경 안 쓰일 수가 없어. 이해할 수 있니?"

"네… 당연히 그러실 수밖에 없을 거예요."

다른 누구도 아니고 동팔의 반려자가 민희다. 어떻게 보면 동팔보다, 그의 혈육보다 더 동팔의 상태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솔직히 말해 이런 건 싫어. 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알아. 그래서 안 막은 거야."

"네……."

민희의 말에 마크는 이제 이걸로 만족해야 하는가 싶었다. 적어도 이전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면, 어떻게든 희망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민희의 말은 반대였다.

"그러니까 절대로 포기하지 마. 여기까지 온 이상, 오늘 한 것이 허무하게 사라지게 할 생각은 절대로 없어."

투자한 것이 있는 이상,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어야 한다. 비록 오늘 하루뿐이라지만, 이 하루의 차이로 인해 승리가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

그리고 뛰어난 투자자인 민희는 동팔이 투자한 것을 결코 헛되게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니까 한달. 그 안에 회복될 생각으로 자주 와.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할 수 있겠니?"

분명히 마크가 동팔의 집에 가면 회복으로 인해 고통스럽다. 자신은 물론 동팔과 이를 보는 민희도 아프다.

실제로 얻을 것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마크는 얻는 것이 있었다.

바로 몸의 완전한 회복. 의학으로 더 이상 손 쓸 수 없는 무릎이 원대대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면 꺼졌던 메이저리그 진출의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니 동팔과 민희에게 더욱 미안했다.

그런데 민희는 마크의 마음을 알았는지 오히려 오라고 말했다. 이러니 마크도 더 이상 아픔의 고통과 두려움을 핑계로 안 갈 수 없게 되었다.

"네… 하겠습니다. 반드시……."

그리고 어느새 마크의 집 주변에 도착했다. 마크가 문을 열고 나가기 전, 민희가 그에게 말했다.

"마크. 이거 받아."

"네? 이건 뭔가요?"

"좋은 거."

"네?"

"읽어 봐."

"네……."

민희의 말에 그녀가 준 종이를 읽었다. 그것은 간단한 계약서였다. 내용도 간단했다. MH 에이전트라는 회사에 선수로 등록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회사를 만들었어. 비자 문제로 내가 직접 경영할 수 없으니 영주권을 가진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다 관리할 거야."

"네에… 그런데 왜 저를 영입하시려는 건가요?"

"왜긴 왜겠어? 네가 다른 구단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거지."

악마가 계약을 제안하는 사람의 공통된 특징은 뛰어난 잠재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본인도 그걸 잘 알고 있으니 가능성이 말살된 상황에 나타나 계약을 제안하여 마음이 흔들리게 만드는 것이 악마들의 기본적인 전략.

기본적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니 마크의 잠재력은 악마에 의해 공인된 것이나 마찬가지. 남은 것은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오해하지 마. 너 만이 아니야. 이미 오빠 계약도 내가 다 해왔고, 이외에 다른 선수들도 알아보는 중이니까. 그 중에 네가 처음으로 눈에 띄었고,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니까 제안하는 거지. 그리고 지금은 네가 미성년자라 부모님의 동의가 필요해. 그러니까 그거 가지고 가서 사인 받아 와. 네가 하지 말고 제대로. 내가 나중에 다 확인할 거다."

민희의 말에 마크는 호언장담했다.

"당연히 부모님께서 좋아하실 거예요. 왜 싫어하겠어요? 에이전트에 등록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물론 메이저급의 에이전트에 등록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아직 유망주 중에 한 사람에 불과한 고교생에게는 어림없는 이야기니까.

***

한편, 민희와 마크를 배웅한 동팔은 하얀늑대의 벗과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마크가 너무 아파하는데. 역시 처음이라 힘들어서 그런가."

"관절이 쪼개지는 고통은 익숙해지려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통이다. 그럴리가."

"그건 그렇지……."

"생소한 고통인 건 사실이니 이후에 정신적으로 회복하는 것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의 말에 동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마크를 기절시키고, 단번에 치료할 수는 없는 건가요?"

나중에 스크레이치가 말해줘서 안 사실이지만, 계약을 한 첫날에 동팔은 모든 부상이 회복되었다.

술과 그의 힘으로 기절한 사이에 완전히 회복한 것. 그러면 이것도 마크에게 적용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인디언은 단호히 안 된다고 말했다.

"불가능하다. 그대의 힘은 본래 자신의 부상에만 적용되는 것. 그것을 다른 수단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조건은 상대의 허락. 그러니 기절하면 허락의 의지를 유지할 수 없으니 불가능하다."

인디언의 말에 동팔은 아쉬워하며 말했다.

"거참…이 고통만 아니었어도……."

여러 모로 아쉬운 부작용이었다. 만약 회복하는데 고통이 없었다면 자신이 회복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회복시키는 것도 쉽게 했을 텐데.

그러자 인디언이 말했다.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것을 내어놓지 않고서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지? 이건 법칙이다. 손해를 보지만, 이상하게 손해 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얻게 하는 신기한 법칙이다."

"그건 투자와 비슷할까요? 투자를 하는 만큼 얻는 것이 있으니까?"

"투자와 선행은 다르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이득이다. 하지만 선행은 전혀 반대다. 손해 보는 것을 알아도 하는 것. 그리고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얻거나 명예를 얻는 것이 목적인 것도 아니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한 행동이라면, 선행이라는 전제조건이 사라진다.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하는 선행은 선행이 아니다. 더 합당한 단어가 있다. 바로 위선이다."

차라리 투자라면 이득을 얻겠다는 목적을 드러내고 한다. 그러니 선행으로 위장한다는 의미인 위선과는 또 다른 것.

"단어 뜻은 그렇다 치고… 정말 주변에 없습니까?"

목적어를 말하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는 이유는 인디언도 알고 있다. 악마의 이름은 그 자체로 마력을 가지기 때문에 이름을 말하면 악마가 알아차린다.

그러니 대명사를 이용하거나, 서로가 잘 아는 사이라면 적당한 문맥만으로 뜻을 전할 수 있다.

"없다. 영령들이 이미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몇몇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늑대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다. 대악마가 아닌 이상."

최상위급 악마를 상대로 이길 수는 없어도,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파악은 가능하다는 의미.

스크레이치의 등급은 악마 장관. 이전에는 악마의 교육을 관리하는 교육 장관이었지만, 지금은 내무부 쪽의 일을 하고 있다.

"원로와 달리 할 일이 많으니 항상 붙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계약의 [유지]를 위해 종종 자리를 비운다고 들었다."

"그건 누구한테 들은 겁니까?"

"누구겠나. 웜우드다."

지금 악마의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악마인 웜우드밖에 없다. 이전처럼 운신의 폭이 있을 때라면 몰라도 힘의 대부분을 잃은 지금 목사의 주변에서 떨어질 수 없는 상태.

그러니 지금은 무언가 물어보려 해도, 목사가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와 계약을 한 사람이라면 누구죠? 동욱이랑 지완이 계약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또 있습니까?"

물론 이상한 점이 있기는 하다.

며칠 사이를 두고, 동팔과 동욱이가 스크레이치와 계약을 했다. 보통 1년에 한 번 계약의 서로 계약을 할 수 있다. 반면 이렇게 짧은 기간을 두고 계약을 하면 그에 따른 패널티를 받는다.

그래서 이제 5년 동안 계약의 서를 이용한 계약을 하지 못하게 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레이치는 그 다음해에 계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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