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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의 투수-176화 (176/325)

[176]

# 만나다

생각보다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은 마크에게 제일 먼저 떠오른 고민은 이것이었다.

'나… 이제 뭐 하고 살아야 하지……?'

희망에 부푼 꿈이 풍선처럼 터졌다.

회복을 한 다음, 야구에 전념하여 주변과 약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길이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생활에 불편함은 없다는 것.

그래서 졸업을 하고 파트타임이라면 일을 할 수 있겠지만 가난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영원히 사라졌다.

찬란하던 빛이 사라지니 깊고 짙은 어둠만 남았다.

그런 가운데 모데스가 나타났다.

"이런… 안타깝게도 유. 일. 한. 희망이 사라졌어."

마크는 생각해 왔다.

돈만 있으면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한 다음에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고.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치료가 늦었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가망이 없었는지.

이유가 어느 쪽이든 알게 되었더라도 지금의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그러니 계약을 하는 게 어때? 너는 무릎이 낫고, 어쩌면 계약에서 풀려날 수 있는데… 안 그래?"

그러는 와중에 이어지는 모데스의 강렬한 유혹.

더 이상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의 노력이 다 사라진다는 두려움이 마크를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일구어 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진 절망을 어린 나이에 맛보게 되니 마크는 제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마크가 혼란스러워하며 크게 흔들리자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데스였다.

애초에 모데스가 이런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수술 날짜를 빨리 잡은 것이다.

그러던 중에 마크의 핸드폰이 울렸다.

마크는 정신은 멍했지만 몸이 기억하는 대로 전화를 받았다.

/-형. 나 로키야. 지금 상태 어때? 괜찮아?

"어… 응……."

―괜찮으면 다행이고. 그런데 그거 알아? 내 친구 지미 말이야. 지미네 옆집에 그 사람이 산대. 형이 좋아하는 강동팔 말이야.

로키는 정말 기뻐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야. 아직… 지… 해서…….

그런데 로키가 동팔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통화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처음에는 절반 정도는 들렸지만 감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지직.

―형… 려? 뭐…….

지지직.

도시 한복판이었기에 분명히 무선 장비도 확실히 잘 작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크의 핸드폰만 이상하게 신호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뚜~ 뚜~

결국 신호가 끊기고 말았다.

그러나 로키의 통화를 듣고 있으면서도 마크는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통화가 끊겼지만 여전히 마크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있었다.

마크의 반응에 모데스는 생각했다.

'아직 어려서 충격이 너무 컸나? 하지만 이 정도가 아니면 흔들 수 없어. 예상외의 방해가 있지만… 이 정도로는…….'

이미 동생 로키를 통해 마크와 동팔이 만날 가능성을 방금 전에 확인했다.

그러니 지금은 절대로 시간을 더 줄 수 없었다.

평상시라면 다음에 기회를 천천히 노렸을 것이다.

이미 익은 열매라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면 될 상황.

그런데 이 열매를 먼저 따려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열매를 얻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경쟁자를 제거하거나 견제해야 했다. 아니면 그 전에 자신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열매를 따야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두 가지 다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지금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면 그만.

그러니 모데스는 최대한 빨리 마크와 계약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을 선택했다.

'고작 일개 필멸자 주제에… 나를 이렇게 비굴하도록 만들다니… 내 힘이면 이것들을 전부…….'

악마와 인간이 힘의 격차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특히 악마 사이에서도 장로급에 해당하는 최고위 악마인 자신이라면 순수한 힘으로 나라 하나 지우는 데는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아니지… 원수의 제약으로 인해 그랬다간 시도하기도 전에 내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냐.'

이미 모데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모데스에게 착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었다.

"고통은 없어. 지금 겪는 고통보다 더 좋은 즐거움과 기쁨이 있지. 물론 몇 년의 시간제한을 있겠지만… 지금 죽는 것도 아니야. 운이 좋으면 월드시리즈에 진출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니, 너라면 충분히 가능해. 나의 힘을 받아 더 강해진 너라면!!"

하지만 모데스는 알고 있었다.

마크의 힘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은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그의 계약자였던 헤럴드 트럼프가 반드시 막을 것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악마와 계약한 자들이 풀려나는 것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모데스를 통해 악마들은 자신의 계약자가 어느 팀에 있는지 알려준다.

그렇게 헤럴드는 모데스가 알려준 팀을 상대하면 반드시 이겨 월드시리즈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더욱 좁게 만든다.

그리고 토너먼트가 시작되면 반드시 떨어트려 죽음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게 만든다.

당연히 마크가 어느 팀으로 가든지 악마와 헤럴드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악마들로선 혹시라도 계약에서 벗어날 영혼을 이렇게 해서까지 가능성을 말살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헤럴드는 악마들이 원하는 최고의 사냥개였다.

이것이 모데스를 비롯한 악마들이 대략적인 계획.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계약의 서를 이용한 영혼 계약이 필수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모데스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크르르…….

갑자기 하얀 늑대의 정령이 나타났다.

그 정령은 모데스를 보자 바로 반응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데스도, 하얀 늑대의 정령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마크는 모데스가 말을 하다가 어딘가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마크는 무언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인지하지 못했다.

모데스는 하얀 늑대를 경계하면서 마크에게 말했다.

"길게 고민해봤자……."

크앙!!

하지만 모데스가 입을 여는 순간, 하얀 늑대가 바로 달려들었다.

모데스는 가볍게 팔을 휘둘러 하얀 늑대를 쳐냈다.

퍽!

모데스의 휘두름을 피하지 못한 하얀 늑대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하찮은 영령 주제에… 감히 악마 장로인 나한테 달려들어?"

격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신은 태고 이전부터 존재했던 존재였다.

대악마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때 최고위 천사였다.

지금은 타락하여 악마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의 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고작 일개 영령이 달려드니 이건 완전 무장한 탱크에 이쑤시개로 찌르는 격이었다.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을 때, 모데스의 뒤에 한 명의 인디언이 나타났다.

"기억해라. 늑대는 무리 사냥이 기본이다."

크아앙~!!!

인디언의 말이 끝나자마자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여섯 늑대가 동시에 달려들어 그의 머리와 팔, 다리와 몸통을 향해 달려들어 물어뜯었다.

모데스는 이런 상황에도 인디언의 얼굴을 보고는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하얀 늑대의 벗? 어째서 여기에…? 설마… 원수의 농간인가?'

그만큼 그에게 여유가 있었다.

여섯 늑대는 무는 것만 성공했을 뿐이었다.

거대한 여섯 늑대에게 물려 뜯기고 있었지만 모데스의 몸은 일절 흔들림이 없었다.

"고작… 이 따위 힘으로… 사냥?"

중무장한 전차에 이쑤시개로 아무리 찔러 봤자 작음 흠 하나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거대한 하얀 늑대들이 모데스의 머리와 팔, 다리와 몸통을 물고 흔들고 있지만 허상과 같이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상황에 인디언이 말했다.

"목적은 이루어졌다."

"뭐?"

무슨 목적이 이루어졌다는 말인가?

그 의문이 모데스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마크의 뒤에서 동팔이 나타났다.

"안녕. 마크."

"어? 캉…동팔?"

충격에 멍한 마크라도 동팔의 얼굴을 보자 제일 먼저 그의 이름을 말했다.

"맞아. 동팔이야. 강동팔."

설마 이렇게 빨리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마크도, 모데스도.

빠득.

동팔의 등장에 모데스는 목적을 이루었다는 인디언의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려 동팔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의 목적은 확실하게 이루어졌다.

더 이상의 손실은 무의미였다.

인디언은 목적을 이루자 바로 거대한 늑대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자신을 물고 있던 늑대들을 부셔서라도 분풀이를 하려던 모데스는 그것도 하지 못하고 말았다.

하지만 모데스는 방금 전만 해도 바로 손아귀에 있던 마크의 영혼이 너무 아까워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마크와 동팔에게 손을 뻗어 분풀이를 하려는 찰나, 그의 뒤에 있던 인디언이 말했다.

"간섭하고자 하면 나 또한 간섭한다. 그에 따른 손해를 감수해라."

인디언의 말에 분노로 이성을 잃기 직전인 모데스가 고개를 돌려 인디언을 봤다.

그러자 그의 뒤에는 늑대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곰과 표범, 독수리와 매를 비롯한 동물의 형상을 한 영령들이 지키고 있었다.

'저것들이 전부 달려든다 한들, 하나도 남김없이 쳐부술 수 있어. 하지만… 그에 따른 힘의 손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였다. 그리고 분풀이를 한다고 해서 손아귀를 떠난 마크의 영혼이 다시 돌아오지도 않을 것이다.

이 일은 영혼 사냥임과 동시에 유흥에 불과했다.

그러니 고작 유흥 따위에 자신의 소중한 힘을 소비할 수 없었다.

"운이 좋은 줄 알아. 다음에 만나면 이것으로 끝나지 않아."

그 말을 끝으로 모데스는 사라졌다.

그동안 마크에게 보여준, 무엇이라도 줄 것만 같은 착하게 보이는 가면을 치워버리고.

모데스가 사라지자 마크는 점차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는, 모데스의 모습을 본 인디언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기……."

마크는 지금 상황에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

그런 와중에 동팔이 마크에게 말했다.

"혹시… 계약을 했니?"

"네? 아뇨… 아니, 그 전에 계약이라니……."

설마 동팔도 악마가 보이는 걸까?

마크의 질문에 동팔이 답했다.

"안 했으면 다행이고."

동팔이 휠체어 뒤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말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한적한 곳으로 갈까?"

"네……."

영문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대하던 동팔과의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마크는 여전히 큰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지 멍한 상태였다.

한편, 동팔은 마크의 휠체어를 밀면서 생각했다.

'그냥 단순히 악마와 계약을 하고, 힘을 받아 원하는 것을 이루고, 살아남는 것이 전부라 생각했는데…….'

***

얼마 전.

동팔은 이전에는 없었던, 계속해서 생기는 불운에 절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내비게이션 문제부터 시작해서… 갑자기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새가 날아와서 박치기를 하려 하지 않나… 방금 전에는 총격까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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