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70화 (1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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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 말을 들으니 궁금하긴 했다. 하지만 의문을 가져도 성경을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민희가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성경을 많이 읽은 사람이더라도 바로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는 질문이었다.

다행히 이후에는 간략한 역사와 함께, 논리를 이어갔다. 그래서 나온, 목사가 설교 초반에 던진 질문의 해답을 말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의 진짜 의도는 돈보다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설교가 끝날 것이라 생각된다. 아니면 토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이 안식일인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할까?

하지만 이어지는 내용에 민희는 약간이지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럼 안식일은 언제입니까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유대교 시절처럼 토요일인지. 아니면 로마와 초대교회의 전통에 의해 일요일인가?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이 오신 이상,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전부 거룩한 안식일이 되었습니다. 즉, 우리는 매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

그때 그 설교로 인해 민희는 확실히 알았다. 여기는 정말로 몇 안 되는, 제대로 하는 교회라는 것.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겠지만, 이 정도라면 다른 교회를 찾아갈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설교만 듣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 겉으로는 경건한 척 하며 뒤로는 온갖 정치적인 술수를 부리는 경우도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그래서인지 교회 다니는 친구는 분별을 위해 리트머스 종이와 같은 질문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처음 교회에 온 민희가 목사와 처음으로 독대하는 자리였다.

독대라고 했지만, 옆에 도움을 많이 준 아주머니도 있었다. 덕분에 방 안에 남자와 여자가 단 둘이 있는 상황은 피하게 되었다.

형식적인 인사와 안부, 어디에 사는지와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중 목사가 물었다.

"혹시 기독교나 교회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나요?"

그러자 민희는 좋은 기회를 잡았음을 알고 바로 질문을 했다.

"네, 다른 게 아니라 십일조 말인데요. 그건 소득의 10%를 헌금하는 거잖아요."

"그렇긴 합니다."

"그럼 꼭 이 교회에 내야 할 필요 있나요? 상황이 안 되면 다른 교회에 내도 되나요?"

돈 문제는 아주 민감하다. 종교단체라 할지라도 돈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돈의 크기를 떠나서.

그러니 보통 이런 질문을 하면 대체적인 반응은 이렇다고 들었다.

'그렇긴 합니다만, 꼭 그때 내야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방법도 많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며 헌금을 낼 수 있는 수많은 통로를 알려준다. 더불어 교회 계좌번호까지 알려주기도 한다.

멀리 있더라도 자신이 일하는 이 교회에 돈을 가져다 바쳐라. 그런 의미가 된다.

만약 이 목사도 그런 방식으로, 어찌되던지 이 교회에만 십일조를 내야 한다고 말하면 과감하게 더 이상 안 나오려고 했다.

민감한 질문에 같이 있던 아주머니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이후에 이어질 목사의 대답을 알고 있는지 태연했다.

그런데 정말로 이 목사의 대답은 민희의 예상과 달랐다.

"그럼요. 다른 교회에 내시면 됩니다."

목사는 십일조라는, 헌금 중에서 상당한 금액을 차지할 명목의 금품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주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것.

거기에 동팔의 연봉을 생각하면 그 금액은 여기 교회에서 감당하기 버거울 돈이다. 아마 여기 있는 교인들의 모든 십일조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는 굳이 자신이 사역하고 있는 이 교회에 십일조를 내라고 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선 헌금의 돈보다,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정성을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교회에 처음 나오셨는데 벌써부터 십일조를 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가면 내시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안 내셔도 됩니다."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게 할 말이었지만, 목사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러자 민희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전에 친구 말이나 뉴스로 보면 대형 교회에선 현금인출기가 안에 있잖아요. 보통 빠르고 편리하게 뽑을 수 있게.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것이 두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

십일조 문제도 민감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교회가 성장할 때,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지금은 작은 교회지만, 나중에 대형교회가 된다면, 원칙과 효율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는지를 알 수 있는 질문.

이번 질문에 목사는 바로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민희 자매님. 혹시 나사렛 몽키스페너라는 말을 아십니까?"

"네?"

알리가 없다. 그러자 목사님이 설명해 나갔다.

"예수님의 사역 중, 성전에서 환전상들과 동물상인들을 내쫓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 황당하겠지요. 평화를 사랑하는 예수님이 폭력을. 그것도 성전에서 하다니. 그래서 일부 사람은 조폭같이 행동한 예수님의 그 행동을 비꼬기 위해 나사렛 몽키스페너라는 말을 했죠."

목사님의 말에 민희는 인자하고 사랑이 넘치는 예수. 십자가에 달려 인류를 위해 죽었다는 그 이미지와 맞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 나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 사이에 목사의 말은 이어졌다.

"하지만 이유가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성전의 관리인들. 즉 제사장을 비롯한 특권층들은 환전상과 동물상인을 이용하여 자릿세를 받는 등, 합당하지 않은 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비리죠. 그렇게 따지면 예수님이 하신 행동은 비리척결을 직접 실행하신 겁니다. 그리고 이걸 현대에 적용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네? 그건 잘……."

"좀 어려운 질문이었군요. 그럼 만약 예수님이 성전과 같이 웅장한 대형교회에 오신다면 제일 먼저 뭘 하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목사의 질문에 민희는 단편적인 생각을 말했다.

"그야… 환호를 받고, 사람들에게 축복해주고, 설교… 를 하실까요?"

그러자 목사가 답했다.

"아니요. 제가 확신하건데 제일 먼저 교회 안에 있는 현금인출기를 뜯어서 밖으로 던지실 겁니다. 그리고 신고를 받고 온 경찰에 체포되고 교회에서 쫓겨나겠죠. 그 다음에는 철창에 갇힌 죄수들과 함께 계실 겁니다."

"네? 그건…편의를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교회 안에 현금인출기가 있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거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교회의 이미지와 달리 돈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민희에게도 심히 꺼리끼는 건 사실.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다는 말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목사의 말은 그 이상이었다.

민희는 목사의 대답을 쉽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목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편의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성전 안에 있던 상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외국에서 오는 유대인들이 제물을 쉽게 얻을 수 있게 하는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니까요."

제물은 흠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외국에서 제물을 가져오다가 예상치 못한 문제라도 닥치게 되면 쓰지 못한다.

그럴 바엔 차라리 현지에서 흠 없는 제물을 구하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그걸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는 내용을 목사는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물론 그들이 제가 하는 내용을 보면 과하다,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하나님은 돈을 기뻐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현금인출기가 없다면, 더 좋습니다. 성도들은 그 전에 고민을 하겠죠. 갔는데 헌금할 돈을 뽑을 곳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그럼 간단합니다. 그 전에 집 근처의 은행에서 뽑으면 됩니다. 그렇게 준비하는 마음과 행동 자체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제사이자, 예배입니다.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합니다.

"

결론은 효율이 아닌, 기본을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었다. 즉, 돈의 액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마음이 근본적이자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희는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그렇군요… 그럼 목사님. 혹시 정말로 악마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민희의 말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아유~ 설마 악마가 있겠어? 그런 건 소설이나 영화에나 있는 거야."

하지만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목사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집사님. 사실 그 반대입니다. 그동안 제가 영적인 부분에 대해 설교하거니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악마는 실존합니다. 성경적으로 봐도 그렇습니다. 악마가 없다는 것은 천사가 없다는 것이 되고, 결국 성경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이 집사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건 이해합니다."

단호한 목사의 말에 아주머니는 조금 민망해하면서도, 바로 밝게 웃었다.

"정말요? 민희 아니었으면 계속 잘못 알고 있을 뻔 했어요. 다음에 언젠가 이런 내용으로 설교해주시겠어요?"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멀지 않은 시간에 그래야겠군요. 그런데 민희 자매님은 왜 그런 질문이 떠오르셨나요?"

"아뇨… 그냥…궁금해서요."

방금 전만 해도 돈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천사와 악마에 대한 질문을 했다.

사실 민희는 과연 이 목사가 영적인 일도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다.

다행히 목사는 악마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

민희는 그 이후 동팔의 일에 대한 상담을 받을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이 밀려왔다.

'애초에 악마와 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까?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목사라면 영혼의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실 테니 믿어도 그 다음이 문제인데. 이단이나 악마추종자라면서 갑자기 배격하시는 것 아냐?'

그러니 일단 그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선 목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야 했다. 덤으로 친분도 적당히 쌓아 놓아야 결정적일 때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첫 상담을 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민희는 의외의 존재를 보게 되었다.

분명히 문은 닫혀 있었다. 나오기 위해선 문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그 존재는 문을 열지 않고, 허상처럼 통과했다.

처음에는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자 상당히 익숙했다.

그 존재는 자신을 보자 단번에 이름을 말했다. 처음에는 잘못 생각했나 싶은 민희. 하지만 아니었다.

"어? 설마…민희?"

자신을 아는, 인간이 아닌 존재. 그리고 동팔의 회복능력을 직접 보고나서 심란한 자신에게 나타난 악마.

민희는 바로 앞에 목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보며 이름을 말했다.

"웜…우드?"

교회에서 악마를 보게 될 줄이야. 설마 좋은 교회라 생각했던 이곳이 사실은 악마의 소굴이었나?

그나마 웜우드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민희는 바로 도망을 치진 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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