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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의 투수-168화 (168/325)

[168]

"만나라? 그리고 웜우드? 웜우드라면 분명히 스크레이치의 조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 천사의 말에 다른 천사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웜우드도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어. 스크레이치의 계략을 부술 생각이라고 했지. 그리고 한 영혼의 심장에 둘러싸인 계약의 서에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어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기도 했고."

"그럼 그 규정은 뭔데?"

"그건……."

천사들은 동팔의 모습을 더 확대시켜 다시 조종하며 동팔의 심장에 있는 계약의 서의 내용을 확인했다.

"계약자 강동팔 그리고 스크레이치. 계약기간은 5년. 얻는 능력은 뛰어난 회복력… 그리고 해방 조건은 계약기간 이내에 월드시리즈 우승. 경쟁 조건은 없음… 이건 이전과 비슷한 통상적인 조항들인데… 응? 이런 것이 있었나?"

천사들은 동팔이 웜우드의 힘을 통해 새로 얻은 능력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의 부상을 낫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본인과 동팔은 회복의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고통의 정도는 기존의 것의 두 배라고?"

"이거 정말 새로 추가된 것 맞아?"

계약의 서에는 새로 추가된 것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천사는 확신했다.

"추가된 것이 맞아. 이런 조항을 스크레이치가 넣을 리 없잖아?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는 힘은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니까."

그 천사의 말에 다른 천사가 말했다.

"그건 스크레이치만 아니라 모든 악마들이 싫어하는 것이지. 이 조항은 웜우드가 넣은 것이 확실하군. 그런데 스크레이치는 이 조항을 왜 삭제시키지 않은 거지?"

그의 물음에 다른 천사가 말했다.

"이렇게 새로 추가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 번 수정한 계약의 서를 다시 수정하는 건 생각보다 많은 힘이 소모되지. 그 힘은 다시 회복할 수 없는 힘이다. 손해 보기 싫어하는 놈이니 굳이 삭제하기보다 그럴 필요가 없게 만들려고 하겠지. 그게 녀석의 장기다."

그의 말에 다른 천사들이 수긍했다. 그들이 한 것은 이후의 대처였다.

"여기서 보니 마크의 경우에는 아직 계약을 하지 않았어. 노리고 있는 악마는 모데스군. 계약 자체보다 그 이후 큰 성공을 줌으로써 영혼을 타락시키는 방법을 쓰는 악마다.

스크레이치가 철두철미하고, 빠르고 정확하게 영혼을 노린다면 이 녀석은 느긋하면서 빠져나갈 수 없는 늪으로 영혼을 노리지. 어느 쪽이든 좋지는 않아. 가능한 빨리 움직인다. 지상에 내려갈 천사 있나?

"

그의 말에 바로 한 천사가 나왔다.

"내가 가도록 하지. 그와 안면이 있으니 이야기하는 것도 빠를 거야."

그의 말에 천사들은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이어서 다른 천사가 말했다.

"그럼 나는 마크에게 필요한 작업을 하도록 하지. 많은 것을 할 수 없겠지만……."

천사는 그 말을 하고 나서 손을 내밀어 영상에 나오는 동팔의 모습을 만지더니 신성이 어린 황금빛의 작은 조각으로 만들었다.

방향이 정해지자 이후의 일은 각자가 맡은 대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지금 천사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이후의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동팔과 마크를 만나게 하는 것.

그들이 잘 아는 한 명의 중재자를 통해서.

***

한편, 스크레이치는 모데스와 만나고 있었다.

이들이 만나고 있는 곳은 뉴욕 시내 한복판이었다.

사람들의 눈으론 그들을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악마는 어두운 슬럼가에서 만나고 있었다.

"사냥은 잘 되고 있나?"

"나쁘진 않아. 슬슬 입질이 올 때가 됐어. 졸업이 다가오고, 집안 상황이 더 어렵게 되면 마음이 바뀔 거야. 다른 놈들과 마찬가지로."

모데스의 말에도 스크레이치의 표정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전과 달라. 지금 뉴욕에는 강동팔이 있다. 주의해라."

스크레이치의 말에 모데스는 의아했다.

"응? 그 녀석이 왜? 고작 인간에 불과한 놈이야. 설마 눈에 띄지 말라는 건가? 혹시 나의 모습을 목격할까 봐? 우리 모습을 숨기면 인간의 힘으로는 절대 볼 수 없어."

이것은 절대적인 사실이다.

인간은 어떻게 해도 악마를 이길 수 없다. 처음부터 인간과 악마는 힘의 격이 다르다. 유약한 육체를 지닌 인간과 한때 천상의 천사였던 존재의 차이.

그 차이에는 메우려 해도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다.

그나마 인간이 악마를 상대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악마 이상의 지혜와 간교함으로 속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힘을 전부 잃게 만드는 것이 있지만 그것도 하위 악마에게나 통하지, 그 이상의 악마는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간사함과 치밀함을 가지고 있었다.

모데스의 말에 스크레이치가 말했다.

"겨우 그것 가지고 충고하는 것이 아니야. 지금 웜우드의 장난으로 동팔에겐 특별한 힘이 추가되었다. 우리라면 절대로 주지 않을 능력이지."

스크레이치의 말에 모데스의 풀어진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뭐? 웜우드? 설마 우리를 배신한 그 녀석? 어떤 능력을 준 건데? 걔한테 계약의 서를 한 번 수정할 능력이 아직 남아 있었어?"

"아마도 본인의 마지막 힘을 쥐어짰을 테지. 덕분에 힘이 더 약해져서 찾는 게 힘들어졌지만…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약해졌으니 그건 다행이야. 하지만… 동팔에게 있는 능력으로 인해 골치가 아파졌다."

"무슨 능력인데?"

"희생의 능력이다."

"뭐?"

"그것도 회복의 능력을 기반으로 하는 희생의 능력이야. 타인의 부상을 자신이 감당하여 치료하는 능력이지."

쾅!!

스크레이치의 말에 항상 평온하고 느긋하던 모데스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 자식… 우리들의 계획에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그가 자신의 옆에 있는 벽을 치는 바람에 큰소리가 났다. 충격에 의한 돌풍까지 생겼다.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인간이 없으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잠시 놀랐다.

"윽!!"

"뭐야? 왜 갑자기!!"

그러나 아무것도 없자 그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다.

"바람이 좀 심하게 불었나?"

"안에서 누가 쳤나 보지 뭐……."

이건 밖에서 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안에서는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미친놈이 벽을 치고 지랄이야?"

서로의 사정을 모르니 이들은 이 현상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들은 분노한 악마가 벽을 쳤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들이니 당연했다.

그들이 생각을 하든 말든 두 악마는 이번 일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고심했다.

"확실한 건 그 둘을 절대 만나게 해선 안 된다는 거야. 무슨 수를 쓰더라도."

"수단은 그게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수단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 필요해. 우리는 정말로 무슨 짓이든 하고 싶지만, 우리의 원수는 그걸 원하지 않으니까."

천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어딘가에 나타나거나 힘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제약을 받는다. 동시에 이것은 악마들에게도 적용됐다. 그들에게도 허용하거나 허가되지 않은 제약들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가 자신들의 힘이 사람들의 몸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해 죽게 하거나 상해를 입히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나? 인간의 마음은 의외로 강하지만, 동시에 아주 약하다는 것을 이용하면 되니까."

이들은 계약의 서를 사용하여 영혼 계약을 하는 최고위 악마들이다. 지니고 있는 힘도 힘이지만, 이들의 제일 큰 무기는 교활한 머리였다.

이들은 세상이 만들어졌던 때부터 지금까지 존재해 왔기에 경험도 풍부했다. 인간의 마음을 깨부수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 중에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의 목적은 천사와 전혀 반대였다.

"절대로 마크가 동팔을 찾아가게 만들면 안 돼. 그리고 동팔이 마크를 찾아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마크는 그쪽이 처리해. 동팔은 내가 맡도록 하지."

각자의 궁극적인 목적과 구체적인 목적이 같다. 그리고 협업의 조종이 끝난 이상,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

누구보다 재빠른 행동이었다.

휘릭, 휘릭.

찰나의 순간조차 놓치지 않도록 두 악마는 각자 가야 할 곳으로 사라졌다.

***

한편, 모데스와 스크레이치가 만나고 있을 때.

마크는 모데스의 제안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느껴지지 않는 신에게 기도하고 있었다.

'오… 하나님… 제발 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해 주세요… 제발 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만나게 해 주세요… 제발… 저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모데스의 농간에 동생인 로키가 자신을 더 무서워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마크는 모르는 일이 일어났다.

스륵.

모데스의 감시가 없는 사이 동팔의 정보를 가지고 온 천사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자 마크의 옆에서 그를 지켜주던 두 수호천사가 머리를 숙였다. 마크의 옆에 온 천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천사는 황금빛의 기운으로 뭉쳐진 동팔에 대한 생각을 마크의 머릿속에 넣었다.

그러자 마크의 머릿속에 동팔의 모습이 떠올랐다. 벽에 걸린 사진과 66번의 유니폼이 강하고 선명하게.

마크는 그 생각을 바로 지웠다.

'젠장. 그걸 자꾸 봐서 그런가? 왜 자꾸 동팔의 사진과 유니폼이 떠오르는 거야?

천사의 일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천사는 다음으로 마크의 수호천사에게 말했다.

"가능한 동팔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넣도록."

"네."

그때 마크의 이상한 행동에 무서워하던 로키의 수호천사 중 하나가 다가왔다. 그가 무언가를 말하자 동팔의 생각을 넣은 천사가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런 인연이… 하나만 건너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대로 이미 모든 것이 준비가 된 상황이야……."

천사는 로키의 수호천사에게 말했다.

"동팔과 마크가 만날 수 있도록 전력을 다 하도록. 동시에 지미의 수호천사에게 말해서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해."

본래 수호천사는 각자 담당하는 영혼을 보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임무다. 하지만 이렇게 최고위 악마의 덫과 계략이 있다면 수호천사만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항상 만날 수는 없고, 보호해야 할 사람과 멀리 떨어질 수 없는 특수성으로 인해 협력이 어려웠다.

이럴 때 하나의 목표가 있으면 각자가 해야 할 일이 정해지기 때문에 바로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어떤 준비가 진행되었다.

또 하나의 준비가 민희가 다니기 시작한 교회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

"오랜만이군."

"저도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요."

어떤 사람, 즉 천사를 경외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간 천사는 자신이 온 목적을 이행하고 있었다.

지금 천사가 만나고 있는 사람은 전형적인 한국인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특별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가 천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대하듯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정말로 '천사를 경외하지 않는 자'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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