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67화 (167/325)

[167]

***

동팔의 데뷔 완봉승 소식은 빠르게 미국과 한국으로 퍼졌다.

소식은 곧 있을 데뷔전을 준비하는 남궁지완의 눈에도 들어왔다.

"역시 너답다… 강동팔……."

지완의 말에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실려 있었다. 지완은 결심했다,

"그럼… 나도 질 수 없어……."

그리고 지완은 자신의 결심을 지켰다.

그 또한 데뷔전에서 완봉승으로 캔자스시티의 승리를 추가시켰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도 모르고…….

#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

인간은 인지할 수 없는, 설령 우주의 끝에 도달해도 알 수 없는 천상의 어딘가.

영원히 꺼지지 않는 광휘가 있는 그곳에는 구름 위에 있는 거대한 성이 있었다. 모양이 성과 같아서 그렇게 표현을 했을 뿐이다.

거대하다는 것만으로는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없었다.

지구보다 몇 백 배는 더 큰, 아니 태양이 수만 개는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함은 언어가 아닌 천문학적 수치로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중 가장 거대한 회의실에선 고위 천사들의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제일 먼저 한 천사가 지금 그들이 맡고 있는 영혼의 전장 현황을 알려주었다.

"지금 일부 최고위 악마들이 계약의 서를 이용한 영혼 수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역은 스포츠이구요. 찬란한 영광을 보며 달리다 부상을 입어 좌절한 영혼들이 대상입니다."

그 말을 할 때 과학의 홀로그램과 비슷하지만 더욱 선명한 영상이 천사의 힘으로 회의실 중앙에 나타났다.

그 영상은 지구를 기본으로 자리 잡았고, 일부 영역은 붉게 표시되어 있었다.

"관련된 스포츠는 상당량의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종목입니다. 축구, 야구, 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전 지구적으로 인기가 있거나, 그에 준하는 재화가 오가는 종목들입니다. 그리고 이건 현재 악마와 계약을 한 영혼들의 현황입니다."

천사의 말에 3차원 영상에 새로운 정보가 표시되었다. 붉게 표시된 영역에서 각 종목이 나왔다. 그리고 그 위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만약에 이게 단순히 과학적인 영상이거나 정보조직에서 만들었다면 인물사진으로 표시되었을 것이다.

천사들의 영상에 나온 모습은 지금 그를 옆에서 보고 지키는 수호천사의 관점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즉, 지금 하고 있는 모든 행동들 그대로가 나오는 것이다.

평범하게 사람들과 만나는 장면도 있지만, 일부 장면에선 낯 뜨거운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보고 있는 존재들은 천사였다.

인간과 다른 관점을 가진, 전혀 다른 존재라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행위이니 그저 보기만 할 뿐,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천사들이 지금 신경 쓰이는 것은 인물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아니라 영상의 사각 테두리가 붉어진 것이다. 그 아래에는 다섯 개의 칸이 있는데 채워진 칸은 각자 달랐다.

아직까지 다섯 칸 전부 채워진 사람은 없다는 것만 확실했다.

"지금 보이는 영혼들은 최고위 악마들과 직접 계약한 영혼들입니다. 하늘의 아버지께서 인정하신 계약의 서로 계약하였으니 우리도 각자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그 안에는 동팔과 동욱의 모습도 있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나오는 테두리 밑에는 다섯 칸 중에 두 칸이 채워져 있었다.

"이어서 보실 것은 지금 악마들과 접선하고 있는 영혼들입니다."

그 말을 하자 이번에는 새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전 붉은 테두리보다 몇 십 배 더 많은 노란 테두리가 나왔다.

지금은 악마가 접선하고 있는 사람들일뿐, 계약한 당사자가 아니니 당연한 수치였다. 이중 일부가 악마와 계약하여 노란 테두리가 붉은 테두리로 바뀔 것이다.

그중에는 마크의 모습도 보였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이들과 계약을 한 악마는 극소수입니다. 하위 악마라도 계약의 서를 사용하여 계약할 수 있지만, 그들은 하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계약의 서는 상대방의 의지를 이용하여 조건을 만족되면 영혼 강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패하면 자신이 심어 놓은 힘을 고스란히 잃게 되니까요.

하늘의 아버지께서 처음에는 이걸 왜 허락하셨는가 싶었지만, 계약의 서로 인해 많은 악마들이 힘을 잃고 다른 악마들에게 잡아먹혔습니다. 악마들의 힘은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하니 상당한 타격이 되었습니다.

"

그 천사의 말에 다른 천사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고위 악마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고위 악마 이하는 실수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계약을 더 이상 하지 않으니 악마 측의 전력 손실은 사실상 없는 상태야. 이런 상황에 그분께선 언제까지 계약의 서를 인정하실지 모르겠군."

계약이 서는 그들이 따르고 섬기는 하늘의 아버지가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계약의 서와 연관된 일에선 직접적인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자 다른 천사가 말했다.

"이번에도 그분의 깊으신 뜻이 있을 것이다. 감히 그분께 실수가 있다고 말하는가?"

"알고는 있어. 하지만 답답해서 그래. 우리의 상상과 예상, 이성을 뛰어넘는 분임은 알지만 지금의 감정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 말에 상당수의 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천상의 아버지께 반론을 하는 것은 이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순종뿐이다. 비록 지금은 이해할 수 없고, 속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결국 그것이 승리를 가져올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천사들은 답답해도 감히 하늘의 아버지의 결정에 반대하지 않고 오직 순종의 행동만을 할뿐이었다.

그렇다고 답답한 것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악마들의 궤계에 속아 지옥으로 향하는 영혼들을 구하는 것. 그중에 특히 주의해야 할 악마가 있다. 바로 악마 장관 스크레이치다. 지니고 있는 힘도 힘이지만, 교활한 머리와 혀가 제일 위협적인 존재지. 그리고 지금 악마들의 계략의 기반을 만들어낸 역겨운 녀석이야."

그 천사의 말에 화면에 그와 계약한 동팔과 동욱의 모습이 더 커지며 부각되었다.

"그런 녀석이 일 년에 두 번이나 계약을 했다.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약한 영혼은 바로 이 두 사람이야. 하늘의 아버지께서 각별히 사랑하시고 신경을 쓰는 영혼임을 알아차린 거지."

그 말에 다른 천사가 놀랐다.

"페널티를 감수했다고? 이후 5년 간 계약의 서를 사용할 수 없는 그것을? 그럼 손해가 아닌가?"

1년에 한 영혼을 강탈하면 5년이면 다섯 영혼을 취할 수 있다. 지금 스크레이치는 그것을 포기하고 5년에 두 영혼을 강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효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었다.

다른 천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손해를 감수할 만큼 탐나는 영혼이라는 의미다. 우리에게 결코 좋지 않아. 상대는 스크레이치야."

교활하기로 천상과 지옥에서 이름이 높은 악마가 페널티를 감수했다. 그 자체만으로 경계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 그가 욕심을 낼 정도로 몸이 달아올랐다면 실수할 확률도 높으니 그의 힘을 줄일 절호의 찬스입니다."

천사들도 계약의 서를 이용한 계약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상대가 원하는 능력을 준다는 것은 악마가 본인의 힘을 사용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능력을 유지시키기 위해선 항상 계약 당사자의 몸에 악마의 힘이 머물러야 했다.

그 기간은 보통 5년이다. 인간의 입장에선 상당히 긴, 희망을 볼 수 있는 시간이지만 악마에겐 한순간과 같이 짧은 시간이다.

그러다 기간이 끝나면 영혼을 회수함과 동시에 자신의 힘도 다시 가져갔다. 반대로 말하면 계약 대상자가 조건을 완수하면 회수할 길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타락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힘을 회수할 길은 완전히 사라진다.

당연히 계약의 서를 이용할 때엔 무엇보다 신중해야 하며, 동시에 뱀보다 더 교활해야 했다.

덕분에 현 상황은 계약의 서로 영혼을 계약하는 건 영혼전문 사냥꾼인 최고위 악마들만의 유흥과 같았다.

"좋은 기회인 것도 맞다. 하지만 스크레이치는 가지고 있는 힘보다 그 간교한 머리와 속이는 혀가 제일 위험한 존재다. 그래도 힘이 떨어지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방법은? 이미 둘은 계약을 한 상태야. 나머지는 접속대상이지만, 계약의 서를 통한 계약은 불가능해. 이대로 3년 동안은 안전해. 적어도 그 녀석한테는."

"이번에도 영혼을 잃을 수는 없어. 특히 아버지께서 각별히 여기는 영혼이라면 더욱더."

"두 영혼도 중요하지만 다른 악마들이 노리고 있는 영혼들의 보호도 시급하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적인 힘을 쓸 수는 없어. 너희들도 알잖아.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걸. 그들은 경외해야 할 하늘의 아버지를 경외하지 않고, 아침이슬과 같은 우리를 경외하겠지. 이건 철저히 피해야 하는 일이다."

보호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에 회의실이 문이 열렸다. 처음에는 누구인가 싶었던 천사들은 누군지 알고 깜짝 놀랐다.

"아버지의 전령?"

"설마 그분께서 직접?"

그들은 놀라면서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전령천사가 자신의 손에 들린 두루마리를 폈다.

두루마리에서는 금빛의 휘광이 흘러나왔다. 지극히 깨끗하고 구별된 기운이 주변의 다른 기운을 정화하고 있었다.

전령천사는 두루마리를 펼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천사들에게 말했다.

"천상이 주인, 땅 위 모든 왕들의 왕, 땅 아래 모든 것의 주인이신 분의 전언이다."

그 말을 할 때엔 단순히 천사의 말과 같았다. 천사의 목소리는 그 어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보다 아름다웠다.

이어서 자신을 보낸 존재의 의지와 뜻이 서린 글이 읽히자 전혀 다른 위압이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천사들의 어깨를 눌렀다.

"마크와 동팔, 두 사람을 천사를 경외하지 않는 그와 만나게 하라. 웜우드와 함께. 이미 모든 것은 예비되었다."

그 목소리는 모든 왕의 무게보다 무거웠으며, 말 그 자체로 법이 되어 천사들의 머리와 가슴, 배와 다리를 비롯한 모든 부분에 각인되었다. 설령 머리가 잊더라도 몸이 절대로 잊지 않도록, 그들은 지금 들은 절대자의 명령이 새겨지는 것을 느꼈다.

"아버지의 뜻에 따르옵니다."

천사들의 화답이 끝나자 전령천사가 두루마리를 다시 둘러 봉인했다.

"무슨 회의를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분께서 직접 보내셨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겁니다. 그럼 저는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전령천사의 역할은 절대자의 말을 전하는 것, 오직 그것뿐이라 당연한 행동이었다.

전령천사가 나가자 회의실의 문이 다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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