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51화 (151/325)

[151]

#신혼여행

WBC를 마치고 바로 결혼식을 한 동팔과 민희는 예정된 대로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다. 그리고 호놀룰루 공항에 있는 입국심사대에서 심사를 하는 공무원은 두 사람의 비자를 확인하자 놀랐다.

"오, P?"

일반적으로 신혼여행의 경우 발급되는 비자는 B-1/2이다. 하지만 동팔의 비자는 P-1. 그리고 민희는 P-4였다.

이것은 외국인이 미국으로 진출하거나, 대회에 나오는 선수에게 발급되는 비자였다. 본인은 P-1이 나오고, 배우자나 자녀의 경우는 P-4가 나온다.

그러니 심사원은 바로 동팔이 어떤 스포츠인지 알 수 없지만,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혼여행인데 비자는 P비자군요. 혹시 어느 종목인가요?"

"야구입니다."

"오, 야구? 제가 풋볼 매니아라 그쪽은 잘 모르지만… 혹시 어느 팀에 입단하셨습니까?"

"뉴욕 양키즈입니다."

동팔의 대답에 그는 크게 놀랐다.

"양키즈라고요?"

아무리 야구에 관심이 없는 그라도 양키즈라는 팀은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바로 자신의 뒤에 있는 동료를 불렀다.

"헤이, 필립. 양키즈에 입단한 선수라고 하는데. 네가 좋아하는 팀이잖아. 혹시 알아?"

"응? 새로 들어온 선수? 외국인? 그런 선수는 많지 않은데……."

필립은 고개를 돌려 동팔과 민희를 보았다. 그러자 양키즈의 팬답게, 바로 동팔을 알아보았다.

"오~ 맙소사. 정말로 캉? 캉통팔?"

양키즈의 팬이고, LA가 상대적으로 가깝지만 하와이에서 일하기에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녹화방송으로 WBC를 보았다. 그 이유는 바로 양키즈가 거금을 써서 들여온 강동팔이라는 투수에 대해 직접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필립은 강동팔에게 완전히 반했다.

"결승에서 5이닝까지 무실점으로 막은 거 봤어요. 와우~ 공이 장난 아니었던데… 그런데 하와이에는 어쩐 일로 오셨죠?"

필립의 물음에 동팔이 답하기 전에 동료가 먼저 말했다.

"신혼여행이래."

"아~ 그래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갔다고 했구나. 하긴 결혼이면 어쩔 수 없죠. 나 오해 완전히 풀렸어. 하하하."

필립이 한 오해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가 바라는 것은 WBC가 끝나면 동팔이 바로 캠프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 갔다가 며칠도 아니고 보름 이후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그는 동팔에 대해 이렇게 생각했다.

대박을 터트리니 마음이 벌써 콩밭에 가 있어서 늘어졌다고. 그런데 그 개인적인 사정이 결혼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저절로 오해가 풀렸다.

특히 다른 곳도 아니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왔다는 건, 끝나자마자 뉴욕으로 가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그걸 바로 알아차린 필립은 좋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어느 호텔로 갑니까? 여행이라면 제가 좋은 곳을 많이 알고 있어요. 혹시 가이드 여행인가요?"

필립은 이왕 이렇게 만난 것 그에게 좋은 여행을 선물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저기 필립. 들뜬 건 이해하지만, 지금은 업무시간이야. 네 쪽에 기다리는 분들도 생각해야지."

"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동팔이 말했다.

"자유여행입니다. 저와 아내가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니 굳이 가이드가 필요 없거든요."

거기에 일반적으로 받는 B계열의 비자가 아닌 P타입의 비자다. 그게 아니라도 여행사를 통한 가이드 여행이 가능하지만, 어차피 미국에서 계속 지내야 하니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연락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일 끝나면 연락주세요."

"오, 정말이요? 감사합니다. 일 끝나면 꼭 연락하겠습니다."

메모를 통해 전화번호를 받은 필립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러는 사이, 예기치 않게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대체 누군데 저래?"

"유명한 사람인가?"

"여자는 예뻐 보인다. 혹시 연예인인가? 혹시 심사하는 사람이 한류 팬?"

신혼여행지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여행하기 좋은 순위는 둘째 치고) 하와이이고, 많은 신혼부부가 오는 곳이다. 그리고 그 중에 상당수가 한국과 일본에서 오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입국심사대로 자국인이 오가는 곳은 다르다.

그러니 필립의 반응을 보고 동팔을 보자 단번에 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어? 설마 강동팔?"

"정말 강동팔 같은데? WBC에서 우승하게 만든 일등공신 아냐?"

숙적과 같은 일본을 상대로 하여 대승을 거두고, 미국의 추잡한 조작에도 불구하고 전승으로 우승했다.

덕분에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계속해서 나오는 동팔과 지완, 동욱의 모습을 뉴스로 계속 보게 되었다.

"결혼했다고 하더니 여기로 신혼여행 왔나봐."

"하긴 캠프에 빠르게 합류하려면 여기만한 곳이 없지."

"그럼 저 사람들은 양키즈 팬이겠다. 안 그러면 못 알아 볼 텐데."

사람들이 계속 알아보는 것 같자, 동팔은 서둘렀다.

"죄송합니다만,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도 될까요?"

그들이 하는 일은 위조여권으로 가짜 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사람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합법적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행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

동팔이 누구인지 아는 이상, 굳이 범법자와 일반사람을 구별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거나, 그 외 방문목적 확인을 필요로 하는 질문이 무의미했다.

"가시면 됩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 그리고 저녁에 뵙겠습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연락 기다릴게요."

동팔은 다행히 양키즈 팬을 만남으로 인해 수월하게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 나오면서 두 사람은 대화했다.

"확실히 미국이 미식축구랑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가 인기가 많다고 하더니 사실인가 봐요. 설마 벌써 오빠 얼굴 아는 팬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나도 놀랐어. 설마 양키즈팬이랑 이렇게 빨리 마주칠 줄 알았나."

동팔이 그 말을 할 때, 민희는 조금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금 반응이 시작에 불과하면 어떻게 하지? 한국에서야 따로 움직였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도 아무 말 없으면 알아보는 사람이 의외로 없어서 여긴 더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그렇게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신혼여행이니 둘이서 오붓하게 여행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런데 벌써부터 다른 사람도 아닌 외국인이 알아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곳에 오자 민희는 또 다른 암초를 발견했다.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할까요? 한국 사람이 꽤 많아 보이던데."

한국에서도 많이 가는 신혼여행지라 민희의 말대로 한국 사람이 많았다. 여행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사는 사람도 있고, 동양인이라고 전부 한국인인 것도 아니다.

그래도 같은 동양권의 사람이라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니 꽤 많은 사람이 한국인이란 건 알 수 있었다.

민희의 걱정에 동팔이 말했다.

"알아보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방금 전엔 우리 비자가 특별해서 관심을 받다보니 생긴 거고, 그게 아니었으면 그냥 넘어갔을걸."

애초에 같은 동양인이라도 모르는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알아보는 건 쉽지 않다. 연예인이라도 주변에 팬들이 없고, 촬영 스텝이 없다면 지하철을 타더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말로 열혈팬이 아닌 이상, 처음 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기란 어렵다. 그런 상황에 서양인이 처음 보는 동양인의 얼굴을 알아보는 건 더욱 어렵기 마련.

그러니 사람이 많은 곳에 가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광객이라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오히려 사람이 없으면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으니까 더 빨이 알아볼 지도 몰라."

편지를 숨기려면 편지함에. 사람을 숨기려면 도시에 숨기라는 말이 그냥 나온 건 아니다.

어찌되었건, 자신을 알아본 입국심사원 덕분에 조금 더 빨리 공항을 나온 두 사람. 그리고 공항을 나오자 비행기가 착륙할 때 보였던 하와이가 바로 앞에 다가올 줄 알았다.

"……아직은 특별한 게 없네요. 그냥 나무랑 사람이……."

"공항인데 어쩔 수 없지. 시내에 가면 확실히 하와이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공항을 나오자 보이는 건 다른 공항과 마찬가지로 관광객을 기다리는 많은 택시와 밴, 그리고 버스였다.

여차 저차하여 한 셔틀 버스에 몸과 짐을 실은 두 사람. 그리고 남은 자리에 다른 손님이 타고 어느 정도 채워지자 와이키키로 향했다.

시내로 가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리고 가는 중간에 보이는 해변을 보며 민희는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보는 동팔.

이윽고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와이키키에 예약한 호텔이었다. 호텔방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은 짐 놓기. 그리고 베란다로 가서 하와이의 모습을 눈에 새기는 것이었다.

"와~ 정말 하와이다."

처음으로 나온 외국에 민희는 천진난만하게 좋아했다. 그리고 그 뒤로 동팔이 다가오더니 슬며시, 그리고 부드럽게 안았다.

"좋아?"

동팔의 물음에 민희는 자신을 안아주는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응, 좋아."

그리고 민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갑자기, 그리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입술이 만났다. 한 번 만난 입술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단단히 이어진 두 사람의 인연처럼 두 사람의 깊은 입맞춤은 강하고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입술만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서로의 일부가 보이지 않게 오가고 있었다.

항상 입술이 붙어 있을 수 없어서, 숨을 쉬기 위해 두 사람은 잠시 떨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숨을 참으며 입맞춤을 한 대가로 두 사람의 숨은 거칠었다. 비록 오랜 비행으로 양치를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의 애정이 사그라지는 건 아니었다.

동팔이 더 강하게 끌어안자 민희가 그를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저… 아직 안 씻었는데……."

서울에서 하지 못한 첫날밤의 행사가 곧 시작된다. 하지만 그 전에 더 깨끗한 상태에서 처음의 순간을 맞이하려고 했다.

그러나 동팔은 민희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같이 씻으면 되지."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 남자와 같이 목욕한 적이 없는 민희. 이제 그 금기가 깨질 상황이 되자 격렬하게 걱정이 밀고 들어왔다.

'같이 씻어? 여기저기 때 미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야?'

에로틱한 상황일 수 있지만, 정말로 각자가 목욕하는 것을 보면 서로의 환상이 깨질 수 있다. 아직 신혼인데 벌써부터 환상이 깨져야 할까 싶지만, 그래도 동팔과 같이 민희도 지금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으응… 오빠, 너무 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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