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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있는 고교 야구팀의 숫자는 약 15,000개.
한 팀을 구성하는 선수의 숫자도 많고, 제한을 하지 않아 약 400만 명에 달한다. 그 중에 선수를 목표로 하는 사람을 추리면 한 해 10만 여명이 졸업을 한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중고등학생 선수의 숫자는 고작해야 6,000명이 될까 말까다. 당연히 그 중에 일부인 고교 야구 선수는 더 줄어든다.
그 10만명 중에서 1,500~2,000명이 한 해 동안 프로의 선택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이 가는 리그는 제일 낮은 루키 리그.
루키 리그를 넘어서 싱글A-, 싱글A, 싱글A+를 거쳐 더블A(AA) 리그까지 가는 선수는 400명 안팎이다.
그 400명 중에 트피플A(AAA)에 진출하는 사람은 그 절반인 200명. 그중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는 선수는 또 절반 수준인 100여명이다.
지역에서 날고 기는 선수였더라도, 프로에 몸을 담는 순간 처절한 경쟁이 시작된다. 그리고 극히 일부만이 다음 단계의 리그로 갈 수 있다.
루키 리그에 들어가는 것은 고교 졸업생 중 상위 1%만이 가능하다. 그 중에 상위 30%가 싱글 A리그에 진출하고, 그 중에서 다시 상위 10~20%의 선수만이 트리플 A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그 중에 또 극히 일부만이 메이저리그의 문턱을 밟아라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이상의 실력을 보인다는 것은 결코 일반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실력을 지녀야 가능한 것.
한국의 경우 고교 야구팀이 고작해야 50개에 프로를 원하는 선수 중에서 졸업하는 선수는 약 500여 명. 그 중에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서 신인을 선발할 수 있는 숫자는 100명.
그렇다고 모든 프로팀이 고교생을 뽑는 것도 아니고, 극히 일부는 아마 리그에서, 또 대학팀에서 뽑는다. 그래도 상당수가 고교 선수를 뽑으니 60명 안팎이 고교 졸업생 중에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는다.
졸업생 중에 10%가 프로 2군에서 훈련을 받는 한국. 반대로 1%의 극한의 확률을 뚫고, 거기에 연속해서 상위 10~20%만이 싱글 A를 거쳐 더블 A와 트리플 A로 겨우 올라갈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미국에서 한국 리그를 가볍게 여긴 이유가 있었다. 프로 1군에 뛰기 위한 경쟁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메이저리거로 구성이 된 미국 대표팀을 침몰시켜 왔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한국 야구는 빈약한 저변에 비해 경이로운 성적을 국제무대에서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한국 리그의 정점에 있던 동팔이 새로운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선보일 때가 되었다.
'투구 숫자의 제한이 있으니 이것저것 실험할 여유는 없어. 스트라이크 존은 최대한 좁게 생각하자.'
이미 주최측에서 더 이상의 조작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걸 대놓고 떠들 수는 없다. 자신의 조작질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을 제외하곤 이번에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현실. 당연히 동팔은 최대한 안전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공을 던져야 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좁은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는 건 아니다.
스윽~ 휙!!
'스트라이크? 아냐, 볼.'
헨리 스미스의 예상대로 동팔이 던진 공은 빠르게 중앙을 향해 가는 것 같더니, 좌타자인 헨리 스미스의 몸쪽으로 빠졌다. 그의 배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심의 손도 올라가지 않았다.
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동팔은 생각했다.
'역시나 선구안이 좋아. 대부분은 속았을지도 모를 공이었는데.'
한국에서 많은 타자를 농락한 공이었다. 한동욱에게는 통하지도 않던 공이었지만, 다른 타자들은 직구라 생각하고 배트를 휘두르다 헛스윙을 하거나 제대로 맞지 않아 범타로 끝난다.
하지만 헨리 스미스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처음에 잠시 움찔한 것 같지만, 그게 전부였다.
동팔은 다음에 던질 공을 이미 생각해 뒀다.
스윽~ 휙!!
이번에는 방금 전보다 더 빠르게 날아오는 포심패스트볼. 향하는 곳은 몸쪽 아래였다.
"……!!"
휭~!! 퍽!!
빠른 공에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이라 헨리 스미스는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낮게 온 공은 포수 미트로 빨려 들어갔다.
"스트~ 롸잌!!"
존을 통과하고, 헛스윙을 했으니 당연한 판정. 그리고 공을 다시 받은 동팔은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으며 다음에 던질 공의 그립대로 쥐었다.
준비를 끝낸 동팔이 던진 공은 방금 전과 같이 빠르게 팔을 휘둘렀다.
'빠른 직구? 체인지업?'
빠른 공이 온 이후에 속도가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은 단순하고 널리 알려진 볼 배합이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으니 사용되는 방식이다.
다음에 투수가 던질 공은 오직 투수와 포수만이 알고 있으니, 타자의 입장에선 두 개의 경우 모두 상정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하나만 가능한 법. 그건 빠른공이라 생각하던가. 아니면 더 느린공이라 생각하고 아주 잠시 기다렸다가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다.
그런데 동팔이 한 동작이 방금 전과 완전히 같아서 쉽게 판단을 내리지 못한 헨리 스미스. 하지만 공의 궤적을 보자 바로 판단을 내렸다.
'포심을 한 가운데에 던질 리가 없잖아? 기다려서…….'
하지만 이것은 그의 오판. 체인지업이라 생각해 기다리려 했지만, 공은 생각과 달리 훨씬 빨랐다.
쉭~ 퍽!!
결국 빠른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 동팔의 공이 스트라이크 존의 한 가운데를 통과했다.
"스트~ 롸잌!!"
이것을 볼로 판정하면 앞으로 주심으로서 경기에 설 기회가 사라진다. 그러니 스트라이크 선언을 안 할 수 없었다.
"하…완전히 속았네……."
오히려 대담하게 한 가운데를 향해 던질 줄은 몰랐다. 아무리 장타력이 떨어지는 리드오프라지만, 메이저리그에 있으면서 홈런이 없는 게 아니다.
이런 공이라면 헨리 스미스도 정타를 때려, 홈런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아도 동팔은 과감하게 한 가운데로 꽂아 넣었다.
한 가운데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받은 것은 타자로서의 수치와 같다.
동팔의 도발에 헨리 스미스는 다시 각오를 다지고, 집중하기 위해 타석에서 잠시 나와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헬멧을 고쳐 쓴 다음, 배트를 단단히 고쳐 쥐었다.
타자의 준비가 끝나자 동팔은 다음에 던질 공의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던진 공과 같이, 빠르고 강하게 팔을 휘둘렀다.
'이번엔 직구!!'
한 가운데로 향하는 공에 다시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헨리. 당연히 날아올 궤적을 생각하고 배트를 휘둘렀다. 그러나 공은 그의 예상과 달리 더 느렸다. 그리고 공의 회전에 의해 한 가운데로 향하는 것 같더니 방향을 틀어 몸쪽으로 빠졌다.
휭~ 퍽!!
이미 헨리는 배트가 완전히 돌기 전, 그리고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오기 전에 동팔이 던진 구종을 알았다.
'체인지업… 젠장… 또 속았어.'
과감하게 연속으로 직구를 던지는 모습을 보고, 승부를 즐기는 선수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던진 공을 보자 헨리는 동팔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바꿔야 했다.
"사자인 줄 알았는데 여우였잖아. 그것도 사자같이 강한 여우……."
마땅한 동물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타석에서 물러난 헨리가 떠올릴 수 있는 건 거기가 한계였다.
동팔이 강하고 뛰어난 투수인 건 알고 있었지만, 교활하기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자신의 뒤를 이어 타석에 오르는 2번 타자, 케인 스위튼을 보며 말했다.
"봤지? 보통이 아냐. 영악하다."
"알고 있어. 그렇다고 쉽게 당할 생각은 없다."
높은 자존심을 가진, 그리고 삼진을 당한 자신을 무시하는 그의 말에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헨리가 속으로 답했다.
'누군 쉽게 당하고 싶어 당한 줄 아냐? 직접 상대해 봐. 내가 왜 이 말을 했는지 이해할 테니까.'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케인 스위튼은 동팔을 상대로 해서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그리고 3번 타자도 힘을 쓰지 못하고 삼진으로 아웃되어 1회말 미국의 공격은 간단하게 마무리되었다.
***
2회초가 되자 한국의 팬들은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집중했다. 그리고 미국의 팬들은 긴장했다. 그 이유는 이번에 첫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때문이었다.
"드디어 4번 타자 한동욱이다……."
"1회엔 무력하게 당했지만, 이번에는 과연……."
한 선수에게 많은 기대가 걸려있는 것 같지만, 그만한 실력과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가히 넘볼 수 없는 타율과 타점을 기록하고, 이번 대회에서 9할이라는 믿을 수 없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전에는 메이저리거가 아닌 다른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탑클래스에 들어갈 오타니를 상대로 볼넷과 안타를 뽑아냈고, 그 외의 다른 메이저리거를 상대로 홈런을 친 타자.
수비에 있어선 동팔과 지완이 철통같은 방어를 하겠지만, 결국 점수를 내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어떻게든 한동욱이 한 건 해 줘야 해. 연장전으로 가면 우리가 완전히 불리하다고."
"쓸 수 있는 투수가 두 명 밖에 없지? 투구수 제한만 없었더라도 우리가 더 유리했을 경기였는데."
"적어도 갑자기 바뀌기 전처럼 95개를 던질 수만 있었어도……."
투수 보호를 위한 투구수 제한이었지만, 적어도 너무 적었다. 두 사람을 제외하고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없는 건 아니다.
이전에도 미국을 상대로 뛰어난 구위를 보여준 한국 투수들이 있었음을 생각하면 더욱더. 하지만 준결승에서 나머지 투수들이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력투구를 하는 바람에 체력을 온전히 보전한 투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 연장전이 한국에 의미하는 것은 패배로 가는 코스.
연장전으로 가지 않기 위해선 9이닝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점수를 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한동욱이 타석에 오르자 게리 존슨은 생각했다.
'결국 올 것이 왔지. 그럼 어떻게 상대한다……?'
기록상으로 완벽한 타자라고 해도 틈이 없을 수는 없다. 그것이 게리 존슨이 생각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내내, 한동욱과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인 동팔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동팔아, 이제 어떻게 될 거 같냐? 동욱이랑 많이 붙어봐서 짐작이 되잖아."
지완의 물음에 다른 선수들도 동팔을 보았다. 그러자 동팔이 말했다.
"너도 많이 상대해 봤으면서 무슨."
"그래도 너만큼 치열하게 싸운 적은 많지 않아."
사실상 서로가 호적수의 관계처럼 각자의 기록 갱신을 깼다. 동팔의 무피홈런을 깬 타자는 동욱이었고, 동욱의 무삼진을 깬 투수가 동팔이었으니까.
"일단 동욱이를 처음 상대하는 투수들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어. 그건 어디라도 틈이 있을 거란 생각이지.
그런데 문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야. 동욱이는 타자로서 틈이 없어. 변화구를 보는 선구안은 완벽. 그리고 강속구라도 보고 칠 수 있는 뛰어난 반사신경. 거기에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훈련해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데다, 강속구를 받아쳐 넘길 힘까지 있지. 그렇다고 특별히 약한 코스가 있냐면 그렇지도 않더라. 걸린다 싶으면 거의 다 맞출 수 있으니 볼넷도 쉽지 않아.
"
기록이 증명한다는 말이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지는 선수가 있을까. 기록만이 아니라 실제로 상대해도 어떻게 할 방법이 보이지 않은 최강의 타자가 한동욱이었다.
하지만 그런 한동욱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낸 투수가 바로 강동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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