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44화 (144/325)

[144]

지예는 내일 있을 WBC 결승전 티켓을 꺼내서 봤다.

"일단 경기가 내일 있지만… 취재는 오늘 잡아놨으니까 거기 먼저 가야 할까. 아니, 그 전에 잠시 묵을 호텔에 먼저 가자. 11시간 동안 앉아 있었더니 땀 찼어."

아무리 미인 기자가 와서 취재를 하더라도 땀 냄새 풀풀 풍기면서 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이미 예약을 한 호텔로 가서 간단하게 샤워라도 한 다음, 취재하러 가는 것이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필수.

다행히 취재하기로 한 시간이 되기까지 여유가 있어 그녀의 선택은 당연했다. 하지만 최악의 변수를 생각하지 못했다.

빵, 빵~!!

차의 크락션이 울리며 앞에 가는 차를 재촉한다. 그리고 택시에 탄 지예는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설마 도로가 이렇게 막힐 줄이야……. 서울이랑 같이 생각했더니 전혀 아니잖아?'

한낮이라 차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였으니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차는 항상 막혔다.

당연히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예의 운신의 폭은 줄어든다.

'으아~! 느긋하게 호텔에서 샤워하고 가려 했는데……. 이렇게 되면 씻는 시간이 20분도 안 돼. 아니, 도착하고 샤워를 해도 이미 잡은 시간 안에 선수단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는 보장이 없어.'

지예는 머리를 맹렬히 돌리고 또 돌렸다.

그녀가 바라는 결과는 시원하게 땀을 씻고, 상쾌한 기분으로 정해진 시간 안에 취재하러 가는 것.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현실은 그녀로 하여금 하나만 하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시간이 다가오자, 결국 선택을 했다.

"저기…미스터."

"……?"

"호텔이 아니라 여기로 가 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선수단이 훈련하는 구장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택시 기사로선 더 멀리 가니 나쁠 것이 없었다.

결국 방향을 돌려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빨리 구장에 도착한 신지예.

그곳에 도착하자 지예는 다른 사람이 아닌 동팔을 찾았다.

"여기 동팔이 있나요?"

"네? 동팔이요? 누구신가요?"

"오늘 취…, 아니 그냥 아는 누나에요. 신지예라고 하면 알 거예요."

"아~ 오늘 취재하러 오신……."

"됐고, 동팔이 어디 있어요?"

무언가 다급한 그녀의 말에 그는 바로 동팔을 불렀다. 그리고 동팔을 보자 지예는 바로 중요한 것을 물었다.

"동팔아, 여기 샤워실 어디 있어?"

"네?"

"훈련하고 땀에 젖은 상태로 안 갈 거잖아. 그렇지? 나 지금 비행기 타고 바로 와서 찜찜하니까 씻고 싶거든."

그녀의 말에 동팔도 그 기분을 잘 알고 있다. 그도 스프링캠프와 대회로 인해 오가면서 느낀 것이기 때문이다.

"네, 그렇긴 한데, 거긴 보통 남녀 구분이 없어요. 괜찮겠어요?"

"당연히 괜찮지. 네가 문 앞에서 막아. 무조건."

"네?"

"막으라고. 안 들려?"

"아, 네……."

장기 출장이라 이미 입을 옷도 챙겨 왔다. 호텔을 들려 짐을 놓지 못했으니 지금도 캐리어에 있었다.

그녀는 절대로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지 않았다. 지예는 생각했다.

'꼭 호텔에서만 샤워할 필요는 없잖아?'

다만 동팔이 말한 것처럼 샤워실에 남녀 구분이 없을 가능성이 있었다. 보통 팀 단위로 오면, 전부 남자이거나, 여자였으니 편의와 공간 효율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국 대표팀이 훈련하는 곳은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문 앞에 파수꾼으로 말 잘 듣는 동팔이를 내세우면 그만.

이제 곧 메이저리그의 특급 투수를 고작 문지기로 세우는 신지예였지만, 어차피 아는 동생이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 동팔도 쉬는 중이라 몸을 뺄 수 있었다. 동팔의 안내로 샤워실에 도착한 지예는 바로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미국이라 좋네. 바로 따듯한 물도 나오고."

깨끗한 물로 몸에 묻은 땀과 정신적인 피로를 씻는 지예. 하지만 동팔은 그녀의 샤워가 끝날 때까지 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지예는 오랜 시간 샤워를 하지 않고, 간단히 마무리했다. 그리고 땀에 절은 옷을 따로 봉지에 담고,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화장실에서 화장을 했다.

모든 것을 마친 지예는 문을 지켜준 동팔에게 말했다.

"고마워, 덕분에 샤워도 하고, 늦지 않게 취재할 수 있게 됐네."

"뭘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하지만 이미 대표팀에선 지예에 대한 무섭고 귀여운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신지예 기자님 오셨네. 동팔이를 문지기로 세울 수 있는 기자는 신 기자님 밖에 없을 겁니다."

"하긴 누가 동팔이를 그렇게 대할 수 있겠어요. 우리도 몸 좀 사려야겠네. 기자님께 잘 못 보이면 어떻게 되려나. 하하하."

그들도 동팔과 지예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할 수 있는 가벼운 농담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농담에 지예도 지지 않고 받아주었다.

"그래도 땀 냄새 나는 사람과 취재하는 것보다 낫죠. 안 그래요? 그게 싫으시면 앞으로 일부러 안 씻고 올게요. 호호호."

그리고 그녀의 농담에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바로 손사래로 답했다. 이후엔 시작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취재를 할 수 있었다.

# WBC 파이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준결승전을 끝내고, 하루의 휴식 기간을 거친 후에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특급은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 출신의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팀. 그리고 미국인이 보기에 올라온 것이 신기할 한국팀의 경기였다.

하지만 그것도 결승전만 보러 온 미국 야구팬에 한했다. 이미 이전부터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중계를 해야 하는 미국의 중계진들은 한국의 기록은 물론 모든 경기를 지켜봤었다.

"미국 전역에서 지켜보실 야구 팬들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이번 결승전을 중계할 데이비드."

"그리고 앤드류 입니다."

"앤드류, 이번에 미국이 상대할 한국팀이 돌풍을 일으키고 올라왔습니다. 그것도 전승으로 올라왔는데요. 기록과 경기를 보셨을 텐데 어떤 팀인가요?"

"간단히 말해 강한 팀입니다. 모르는 분들이 많겠지만, 한국도 생각보다 많은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지난 리그에서도 활동을 한 선수가 5명이고, 재활에 집중하는 선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팀에선 이번에 들어온 루키가 세 명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앤드류가 그 말을 하자 화면에 세 사람의 사진이 나왔다. 그들은 동팔과 동욱, 지완이었다.

"먼저 타자인 한동욱 선수를 보겠습니다. 지난 한국 리그에서 돌풍의 핵 중 하나였습니다. 기록을 한 번 볼까요? 보세요. 리그 타율이 6할을 한참 넘었습니다. 잘 하면 7할까지 가능했을 미친 타율이죠. OPS도 높고, 타점도 압도적인 1위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한국 리그에서의 기록이니 메이저리그와 비교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간접적인 비교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동안 한국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간 경우, 그 반대로 메이저리그에 있다가 한국 리그로 간 선수를 비교하면 얼추 파악이 가능합니다. 보통 한국 리그는 트리플 A와 메이저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타율은 1할 정도 차이가 나는 거라 보시면 얼추 맞을 겁니다."

"단순 비교는 힘들겠지만, 한동욱 선수의 메이저리그 예상 타율은 최소 4할에서 5할도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군요."

"단순히 생각하면 그렇죠. 하지만 저는 5할도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데이비드의 물음에 앤드류는 능숙하게 답했다.

"기록을 보면 강속구에도 강합니다. 변화구와 강속구에 전부 대처가 가능하고, 좌우를 가리지 않습니다. 스위치히터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좌우 타석을 가리지 않고, 좌우 투수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도저히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방법이 보이지 않는 선수입니다. 적어도 100마일을 넘는 강속구를 상대하지 않았으니 그에 대한 기록은 없습니다."

이미 사전 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는 이상, 바로 나올 수 없는 정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볼 선수는 남궁지완 선수입니다. 작년 리그 초반에는 오성의 에이스 중 하나이며, 메이저리그의 구단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기량이 급성장하여 100마일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입니다. 거기에 변화구 또한 던질 수 있는 구종이 포크, 슬라이더, 커브, 너클볼. 총 4가지입니다.

제구력도 뛰어나고 평균자책점도 1.73으로 아주 준수합니다. 또한 삼진 숫자도 9이닝 당 13.5개이며, 볼넷도 9이닝 당 2개를 넘지 않죠. 거기에 후반기 기록만 보면 더 압도적입니다.

"

"방금 전에 확인한 한동욱 선수도 엄청난 선수인데, 남궁지완 선수도 대단하군요. 역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한국에서 던지던 만큼 던져도 팀의 선발 자리 하나는 꿰차겠습니다."

"저는 그 이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선수, 바로 강동팔 선수입니다. 한 번 보시죠."

앤드류가 그 말을 할 때, 이번에는 강동팔의 사진이 확대되면서 한국 리그에서의 기록이 나왔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투수들과 비교할 수 없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거의 0점에 가까운 평균자책점. 그리고 볼넷은 거의 없었죠. 피안타율도 0에 근접합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그의 능력을 보면 방금 전에 보여드린 남궁지완 선수보다 조금 더 뛰어납니다. 100마일의 강속구를 장착하였고, 던질 수 있는 변화구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싱커, 스플리터는 물론 너클볼과 자이로볼까지 던지는 투수죠.

"

"잠깐만요. 제가 지금 제대로 듣고 본 것이 맞습니까? 보통 주력구라고 하면 3개 이상 넘어가는 투수를 찾기 어렵잖아요?"

메이저리그에서도 날고 기는 투수들이 많지만, 동팔처럼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는 없다. 보통 빠른 직구를 바탕으로 자신 있는 변화구를 2개에서 3개로 하여 결정구로 사용한다.

그런데 지금 동팔이 던질 수 있는 변화구의 구종은 7가지였다.

"그렇습니다. 찾기 어렵죠. 하지만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 있는데, 강동팔 선수는 포심과 투심 둘 다 던질 수 있는 투수입니다. 단순히 던질 수 있는 구종만 보면 9개에 달하는 선수죠. 그렇다고 제구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영상을 한 번 보시죠."

앤드류가 그 말을 하자, 동팔이 재기를 준비할 때 훈련하는 영상이 나왔다. 그건 동그란 세 개의 고리를 향해 빠른 속도로 공을 던져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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