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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는 멀었다.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10년도 모자란다.>
당연히 그 말을 들은 한국에선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대표팀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제일 먼저 임인식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지. 전체적으로 본다면. 인프라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선수의 숫자와 실력을 보면. 한국보다 더 뛰어나. 이전부터 월등했어."
한국의 고교 야구팀은 50여개지만, 일본은 4,000개의 팀이 있다. 그리고 미국은 15,000개의 고교 야구팀이 있다.
일본의 인구가 한국보다 3배 많은 것을 감안해도 30배에 달하는 차이가 난다.
그리고 프로구단의 구장만이 아니라 야구장의 숫자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일본보다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면 그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을 보면, 한국이 일본을 이기는 것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역대 전적을 보면 한국이 일본을 이긴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첫 WBC와 베이징 올림픽에선 일본에 큰 충격을 주며 승리했다. 그래서 한국야구가 일본야구와 비슷하거나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그러니 전에 이치로라는 선수가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길 엄두도 못 내겠다고 큰소리쳤었지. 나중에 우리한테 지고 깨갱하며 목소리를 낮추긴 했지만. 그때랑 비교하면 지금 발언은 애교다, 애교."
임인식 감독은 오랜 시간동안 한국 야구에 몸담았다. 그러니 한국 야구의 현실을 모를 수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자산가인 것도 아니니 어떻게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당연히 현실과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 감독의 기본적인 의무이자 임무다. 그렇다고 일본과의 승부를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도 한국인이기에 한일전의 의미를 모를 수 없다.
"인프라가 뛰어난 국가가 좋은 성적을 내지. 당연한 거야. 하지만…그게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이기지 못했어야 했지만, 역대 전적을 보면 그렇지 않잖아."
감독은 그 말을 하고, 훈련 전의 선수들을 둘러본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설령 상대가 강하더라도 지기 위해 경기에 임하는 건 선수도, 프로도 아니다. 특히 상대가 일본이라면 더욱 그렇지. 그리고 이번에 일본에선 괴물 투수라 불리는 오타니가 나온다고? 확실히 대단한 투수인 건 맞아. 하지만… 일본에 괴물이 하나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괴물이 셋이나 버티고 있다."
그의 말에 선수들은 동팔과 지완, 그리고 동욱을 봤다. 졸지에 괴물 취급을 당한 세 사람이지만, 뭐라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나쁜 의미가 아닌, 좋은 의미로 말을 했으니 뭐라 따질 것도 없었다.
"일본을 크게 박살낼 몇 안 되는 기회다. 국민들도 단순한 승리가 아닌, 대승을 바라고 있어."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니 기대가 커지는 것이 당연했다. 덤으로 감독은 내일 있을 한일전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니 실수해서 국민들의 역적이 되지 마라. 이번엔 펑고로 안 끝나."
***
다음날.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한일전이 시작되었다.
역사적인 앙금과 아직도 정신을 안 차리고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우익 정치꾼에 의해 짜증과 분노를 느끼는 한국인.
그리고 식민지배를 당했던 나라에게 질 수 없거니와, 특히 국기라 할 수 있는 야구에서 질 수 없다 생각하는 일본인.
이웃나라였기에 경기는 당연히 두 나라의 국민들이 많이 볼 수 있는 황금시간대에 시작되었다.
한국시리즈보다 더 큰 관심을 끌어 모으는 경기였으니 중계진도 흥분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도 잊지 않았다.
"역시 뜨거운 한일전입니다. 이번에 일본 대표팀에 주목할 선수가 있죠? 바로 오타니 선수입니다. 투수로서의 능력도 좋지만, 타석에서도 뛰어난 선수죠?"
"맞습니다. 상대팀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이길 수 있는 법이죠. 지난 프리미언 12대회에서, 오타니 선수와 한국팀과 맞붙은 적이 있었죠. 그때 내노라하는 타자들이 오타니를 상대했지만, 그의 공을 친 선수가 없었습니다. 시속 160의 빠른 공. 150의 포크볼. 그리고 제구가 잘 되니 상대할 방법이 보이지 않죠."
"사실 거기에 대해서 어떤 타자가 말했지 않습니까? 오타니 급의 구위를 상대할 기회가 없어 당했지만, 계속 보면 못 칠 공은 아니라면서요. 이번에도 한국과 경기에서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공략이 가능하겠습니까?"
정해진 원고대로 묻는 캐스터에 해설위원도 이미 준비된 원고대로 답했다.
"가능합니다. 오타니와 비견되거나, 어쩌면 그보다 더 뛰어난 공을 던지는 선수가 한국에 나왔지 않습니까? 그것도 두 명이 나왔습니다. 이젠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될 강동팔 선수. 그리고 남궁지완 선수입니다."
"하긴 두 선수의 공을 보고 상대한 타자라면, 오타니 선수의 공을 보더라도 당황하진 않겠군요."
당황하진 않겠지만, 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그리고 지금 캐스터가 그 부분에 대해 말했다.
"그런데 우리 타자들이 오타니의 공을 못 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0대 0으로 끝낼 수 없지 않습니까?"
이것도 예정된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해설위원이 그에 대한 답을 했다.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투구수의 제한이 걸려 있죠. 오타니 선수 한 명이 한 경기에 나올 수 있지만, 우리는 두 선수가 나와서 더 많은 이닝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한동욱이라는 엄청난 타자가 있습니다. 한동욱 선수라면 오타니 선수의 투구수를 늘리거나, 어쩌면 크게 한 방 때릴 수 있는 선수죠."
"그렇죠. 천하의 강동팔. 그리고 남궁지완 선수를 상대로 홈런을 친 유일한 타자 아닙니까? 강속구도, 절묘하게 떨어지는 변화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절로 흥미와 관심, 그리고 고양감을 끌어올릴 이야기를 해나갔다.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모든 것이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지 않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
전문성은 이런 디테일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도 포함된다.
민주주의이자 자본주의 시장에서 방송도 예외는 없다. 시청률이 높을수록 광고효과는 높아지고, 동시에 광고료도 높아지기 마련.
한일전. 거기에 야구가 겹쳐진 이상, 높은 시청률은 당연히 예상된다. 그리고 기업들. 특히 대기업이 이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쟁이 심화되면 될수록 해당 방송의 몸값이 올라가며, 이는 곧 방송국의 재정이 된다.
"이번 경기에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을 겁니다. 적어도 지난 번 5대 0의 패배를 잊을 대승을 기대하실 텐데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공격도, 수비도. 전부 최고입니다.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전력이에요. 전에 도미니카 공화국처럼 전승 우승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좋죠. 저 또한 그럴 거라 예상하고 또 바랍니다. 그럼 오늘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이번 경기는 예상하는 것이 쉽습니다. 초반에는 투수전으로 가겠죠. 그리고 오타니 선수가 정해진 투구숫자를 다 채우고 다른 투수로 교체되었을 때 진짜 승부가 시작될 겁니다."
해설위원의 말에 캐스터가 물었다.
"그런 우리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결국 본선에 진출하려면 강동팔과 남궁지완, 두 선수를 한 경기에 넣을 수 없거든요. 우리의 목적은 WBC 우승이지 일본에게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일본과 같이 우리도 강동팔 선수가 정해진 투구를 다 하고, 몇 이닝만에 내려올지도 관건이겠습니다."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라요. 누가 크게 사고칠지. 그리고 그 사고가 승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나가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예측은 예측일 뿐이란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죠."
하지만 그 정도는 야구에 대해 조금만 알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한 나라의 선수들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외국의 선수를 단기간에 전부 파악하는 건 쉽지 않다.
설령 대표팀에 차출된 일부 선수라 해도 단순히 기록만으로 그 선수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다. 선수들이 직접 뛴 경기를 봐야 더욱 정확한 판단과 예상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간이 지나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 2라운드(2)
1이닝은 모든 사람이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한국과 일본의 0대 0. 그리고 양팀의 선발인 동팔과 오타니의 압도적인 구위로 인해 세 타자가 전부 삼진, 또는 범타로 물러나게 되었다.
단지 1이닝이었지만, 중계진들은 직접 보는 것으로 인해 생생한 정보를 바로 앞에서 얻었다.
"강동팔 선수도 그렇지만, 오타니 선수도 삼진보다 범타를 유도하려고 합니다. 최소의 투구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더 많은 이닝을 막을수록 유리한 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이닝에선 다를 겁니다. 한동욱 선수가 타석에 섰을 때, 큰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그래도 첫 상대하는 것이라면 투수가 더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야구의 일반적인 상식. 물론 유리하다는 거지 결과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것은 실력, 그리고 운이었다.
하지만 해설위원은 캐스터의 생각과 달랐다.
"아니요. 이번에는 한동욱 선수가 유리합니다. 오타니 선수의 구위가 분명히 뛰어납니다. 경기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160이 넘는 공을 던지고, 포크볼의 속도가 150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공은 한동욱 선수가 많이 상대했고, 또 많이 쳐서 넘겼습니다."
"그래도 강동팔 선수와 남궁지완 선수의 공과는 다르지 않겠습니까?"
"다르죠. 하지만 그래도 한동욱 선수가 유리합니다. 중간에 타격패턴을 바꿔서 그렇지 지난 리그 초반엔 리드오프로서 최고의 능력 중 하나인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선수입니다. 만약 오타니 선수나 일본 코치진이 최근의 기록만 보면 잘못 계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설위원의 말에 캐스터가 말했다.
"그럼 140. 종종 150의 포크볼이 한동욱 선수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변화구. 특히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볼은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걸로 풀카운트까지 가거나 볼넷을 먼저 얻으면 유리한 쪽은 우리 한국입니다."
한편, 한동욱은 타석에 서며 생각했다.
'악마와 계약을 한 것도 아닌데 저런 구위라……. 확실히 노력하는 천재는 다른가?'
사람이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오타니라는 투수는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어떤 선수가 나올지 알 수 있는 한 사람이었다.
지금 현재도 성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투수.
그러니 한동욱이 오타니를 보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타니를 본 이후, 동욱은 동팔의 공을 떠올렸다.
'확실히 포크볼 자체는 동팔이 보다 뛰어나. 하지만…주력구의 구종은 동팔이 압도적으로 많지.'
그걸 생각하면 동욱이 동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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