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05화 (105/325)

[105]

[홈런~!!! 홈런입니다!!]

[첫 타석, 첫 지명 타자로 나서 홈런을 쳤습니다!!! 경기 끝!!! 끝내기, 끝내기입니다!!]

동팔은 첫 타석에서 첫 홈런을 기록했다.

동팔이 첫 홈런에 기뻐하며 루상을 돌자 선수들도 뛰쳐나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팔이 홈에 돌아오자 그들은 같이 기뻐하며 끝내기 승리를 즐겼다.

임상훈 감독은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걸로 동팔이에게 타격 능력이 있다는 건 증명되었어.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강속구를 받아쳐 넘길 힘이 있는 건 확실히 알게 되겠지.'

냉정하다 할 수 있는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그는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도 준비해야 했다.

이미 그는 동팔이 내년 전력에 없을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솔직히 내년에도 데리고 있고 싶지만, 그러기엔 구단이 그의 인센티브를 감당하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이미 구단에선 동팔의 연봉을 어떻게 해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기본 연봉은 적지만 시즌이 끝날 때 옵션으로 계약한 조건을 모두 완수할 거라 예상됐다.

'젠장… 저 녀석들이 분발하면 동팔이를 좀 적게 투입해서 지급할 연봉을 깎을 수 있는데…….'

나가면 승리 혹은 무승부 확정인 투수를 안 쓰고 싶은 감독이 있을까.

그런데 생각보다 다른 선수들은, 특히 타격에 있어서 운이 없는지 점수를 잘 못 내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더 좋은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선 높은 순위를 유지해야 했다.

이왕이면 우승, 아니면 준우승까지 가야 응원하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다.

지금 3강의 경기 차이가 고작 한 게임이니 뒤쳐지지 않게 전력을 다 해야 했다.

승리를 얻기 위해서 동팔을 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상태로 진행되면 30번 투입해서 25승 무패가 가능할 거야. 평균 자책점은 여전히 0점대이고 피안타율도 낮아. 한동욱을 빼면 거의 안타를 안 맞고 있고… 그나마 평균 자책점이 높아지는 때는 동욱이를 상대할 때밖에 없으니…….'

분명히 좋은 성적이었다.

동시에 높은 연봉의 지표이기도 했다.

'왜 하필 프런트에선 20승 이상 시 1승마다 승리 수당을 주겠다는 조건을 적어선… 거기에 평균 자책점이 낮으면 낮을수록 연봉 액이 배수로 늘게 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이 계약을 한 프런트에서도 할 말은 있었다.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였다.

그들이 예상한 동팔의 최고 성적은 잘 해야 20승, 평균 자책점 3점대였다.

당연히 그보다 더 높은 성적을 냈을 때의 옵션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 가볍게 계약을 했다.

한 시즌에서 한 명의 투수가 0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는 건 리그 초창기 때뿐.

뛰어난 마무리 투수 정도나 가능한 기록이었다.

프런트는 선발로 나설 동팔이 0점대 방어율을 할 거란 생각을 애초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약 당시 민희가 슬쩍 집어넣은 조항을 읽기만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줄이야…….

내년에 구단의 욕심으로 동팔을 놓지 않으면 계약의 조건이 그대로 유지된다.

거기다 내년에 한동욱이 메이저리그로 가면 동팔을 견제할 수 있는 타자가 없다.

그럼 성적이 더 좋을 테니 올해보다 더 높은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불상사 아닌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른다.

프런트에선 이미 동팔을 메이저리그로 넘기기로 정한 상태였다.

이왕 넘길 거 더 높은 포스팅을 얻으려 했다.

그 작업에 감독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동팔이 없는 팀을 꾸리려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자금이라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첫 단추는 잘 꿰어졌다.

포스트시즌 전(前)

프로야구의 리그는 하나의 경기로 모든 것이 끝나는 토너먼트가 아니다.

144경기를 치르며 모든 경기의 결과를 켜켜이 쌓았다.

마지막 경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가을야구라 불리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팀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끝까지 가기 전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러면 팬들은 마음을 졸이며 자신의 팀을 더욱 응원한다.

이번 시즌도 예외는 아니었다.

RG의 이번 시즌 144번째 경기가 있는 날.

상대하는 팀은 작년 우승팀이었던 우산이었다.

[끝까지 가도 알 수 없는 이번 시즌입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도 그렇지만 한국 시리즈에 직행할지 아니면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갈지도 중요하죠.]

[그렇습니다. 오늘 경기는 대부분 놓칠 수 없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있는 RG와 우산의 경기는 1위에서 3위 사이를 결정지을 중요한 경기입니다. 지금 광주에 있을 지아와 CK의 경기로 포스트시즌에 어느 팀이 올라갈지 결정됩니다. 그것도 승리한 팀만이 올라갈 수 있으니 더욱 치열할 거라 예상합니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흥미진진하겠지만, 경기를 직접 뛰는 선수들은 피가 말린다.

하지만 프로에 몸을 담은 이상, 감당해야 할 부담감이었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하는 투수는 강동팔 선수입니다. RG를 이겨야 한국 시리즈에 직행할 수 있는 우산의 입장에선 최악이죠. 지금까지 올 시즌 강동팔 선수는 총 30번 선발 등판하였고, 25승을 거두었습니다. 패전은 없었습니다.]

[이닝으로 보면 247이닝을 던졌습니다. 200이닝만 넘어도 뛰어난 이닝 이터인데, 그걸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그리고 피안타율은 사실상 0점이라 봐도 무방하죠?]

[피안타율뿐이겠습니까. 평균 자책점도 사실 0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괴물 투수를 상대할 수 있는 타자는 역시 같은 괴물인 한동욱 선수뿐이거든요. 간간히 다른 타자들이 안타를 치긴 했지만, 타점을 뽑은 선수는 한동욱 선수 이외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한국 리그에서 두 번째 60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지금도 그 기록이 갱신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 엄청난 선수들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투수로만 따지면 시즌 중반에 각성하다시피 성장한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오성의 남궁지완 선수입니다.]

중계진에서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라, 그동안 있었던 기록을 정리하며 시청자들에게 열심히 알려주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결혼 발표가 있었지만, 그 이후로 폭주하다시피 빼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젠 그와 견줄 수 있는 투수는 강동팔 선수 이외에 없습니다.]

[최고 구속은 강동팔 선수와 같은 161킬로구요. 구종은 다르지만 변화구의 제구력도 절묘합니다. 그리고 삼진 비율도 높죠. 단 하나 낮은 부분이 있다면 볼넷의 비율입니다. 이번 시즌 강동팔 선수의 볼넷이 한동욱 선수를 상대로 단 하나에 불과했다면, 남궁지완의 볼넷 개수는 다섯 개입니다. 물론 중반 이후의 기록만 봤을 때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굉장한 것 아닌가요? 사실 독보적인 것 아닙니까?]

[그렇죠. 적어도 작년 강동팔 선수가 없을 때의 기록이라면 사실 골든 글러브와 시즌 MVP를 확정했을 기록입니다.]

[가만히 보면 두 선수의 인연도 굉장히 질겨요. 고교 때부터 이런 관계가 이어졌거든요. 다만 강동팔 선수가 방출되고 복기하는 사이는 제외하고.]

[그런데 오성은 오늘 어느 팀과 경기를 하죠? 아, 화나와 하는군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가 싶었지만, 후반기에 밀려 결국 이번 시즌에도 올라가지 못한 화나입니다. 하지만 고춧가루 역할은 톡톡히 했죠. 덕분에 상위권 싸움이 치열해지는 결과를 만들었으니.]

[많이 재미있어졌습니다. 작년 시즌처럼 한 팀이 너무 독보적으로 잘하면 몰입도가 너무 떨어지죠. 지금 리그 우승에 제일 유리한 팀은 오성입니다.

RG가 무승부가 여섯 개로 조금 더 유리하지만, 그래도 오성이 반 게임 차이로 우위에 있죠. 오성은 자력으로 리그 우승을 결정할 수 있지만, RG와 우산은 이번 경기를 마무리하고 오성과 화나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입장입니다.]

중계진은 이번 시즌의 또 하나의 화제를 떠올렸다.

[아, 그리고 다행히 이승협 선수의 은퇴가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오성이 작년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오늘 경기로 은퇴하지만, 다행히 일찌감치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적어도 플레이오프, 어쩌면 한국 시리즈에서 이승협 선수의 은퇴식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승협 선수 정도면 한국 시리즈에서 은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전히 뛰어난 타격 감각으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미련을 두지 않고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것이죠. 솔직히 한국 야구에서 명예롭게 은퇴한 스타가 많진 않잖아요. 개인적인 바람이 따로 있긴 하지만, 중계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무언지 저도 알 것 같습니다. 말씀드릴 수 없는 이유도요. 오성의 팬들 그리고 한국 야구를 사랑하시는 팬들이 바라는 건 같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상대하는 팀에선 양보할 수 없는 한국 시리즈 우승이겠지만 말이죠.]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죠. 바로 리그 우승 확정입니다. 오늘 오성 선발 투수가 누구였나요?]

[잠시만요…….]

캐스터는 바로 선발투수의 이름을 말했다.

[어떻게 보면 공교롭군요. 오늘 오성의 선발 투수는 남궁지완 선수입니다.]

시즌 마지막 경기는 처음과 같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나 우승의 향방이 걸린 경기라면 더욱 중요해진다.

그들에겐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마, 승협이 형님의 시즌 마지막 경기다. 은퇴식이야 한국 시리즈에서 하겠지만 이왕이면 이기는 것이 더 뽀대나지 않겠나?"

한 선수의 말에 다른 선수들이 크게 웃었다.

오늘 경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선수는 없었다.

"이건 알고 있지? 2, 3위인 RG와 우산과 반 게임밖에 차이가 안 나.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 두 팀이 붙는다. 둘 중 하나가 이긴다는 거지. 우리가 오늘 지면 우승은 없다. 끝가지 방심하지 말고 가자. 오늘 선발은 지완이잖아. 타격에서 어떻게든 점수를 내면 거의 확정이다. 알았지? 그럼 화이팅!!"

"화이팅!!"

오성의 선수들은 오늘 걸린 리그 우승과 이승협의 화려한 은퇴 준비를 위해 결의를 다졌다.

이승협을 통해 많은 위로와 기쁨을 얻은 야구팬들도 이번만큼은 같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상황을 알아도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오성을 상대하는 화나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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