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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단과 경찰에 신고해. 그것들이 경찰 전부에 침투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어? 그것도 구두로 신고하면 더 모르지. 경찰에 신고할 수 없으면 나나 감독님께 말씀을 드려."
그러자 한 선수가 말했다.
"그럼 구단과 경찰에서 어떻게 해결합니까? 인질을 구출해 주는 겁니까?"
그 선수의 질문에 코치가 답했다.
"아니, 일단 사실인지 아닌지부터 파악해야지. 솔직히 생각해봐. 그것들이 굳이 위험하게 납치를 왜 하겠냐? 너희들이 동팔이급은 아니지?
엄청난 돈을 번다든가 아니면 볼넷을 너무 안 던져 배당이 높은 것도 아니잖아. 고작해야 몇 백에서 몇 천 벌자고 사람을 납치해서 협박을 해? 그건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물론 그 돈이라도 벌기 위해 위험한 짓을 하는 무식한 놈들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납치가 가능한 정도의 조직이라면 최소한의 머리는 돌아간다. 그리고 무식한 놈들이 납치하면 거의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해.
"
바꿔 말해 동팔은 특이한 경우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강동팔급의 선수라면 구단이 최우선으로 보호했다.
당연히 선수의 정신에 큰 영향을 주는 가족과 애인의 안전에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그리고 검찰을 통해서 언론에 알려진 건데 그놈들 전부 잡혀서 구속되었다고 하더라. 현행범으로 검거했고, 당시 증거까지 완벽하게 입수했다고 한다."
선수들이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언론에서 발견 당시의 처참한 상황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럼 동팔이는 어떻게 됩니까? 협박을 당했다고 하던데, 그래도 연루가 되었으니 협회에서도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습니까?"
선수의 질문대로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 도박은 준범죄로 취급된다.
하는 것 자체도 그렇지만 판돈이 커지거나, 불법이라면 당연히 범죄다.
선수의 경우 사회적인 영향력이 크기에 최소한의 도덕적 관념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
동팔이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도박에 연루가 되어버렸다.
도박에 예민한 사회정서상 협회에서도 가만히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자 코치가 알려주었다.
"그래서 동팔이의 경우는 고의는커녕 피해를 본 사람이라 협회에서도 징계할 수 없다고 하더라. 하긴 징계하면 그것대로 욕먹을 일이지. 보호는 못할망정. 그들이 요구한 것은 볼넷인데 되레 무결점에 노히트노런으로 경기를 끝냈어. 조금만 생각해 봐라. 볼넷이 쉽겠냐 아니면 무결점 이닝 추가에 노히트가 쉽겠냐?"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노히트노런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다.
동팔의 경우, 그의 공을 칠 수 있는 타자가 한국에 거의 없어 종종 노히트노런으로 경기를 끝내거나 중간에 내려온다.
경기의 결과를 보면 굳이 도박이 끼지 않더라도 상관없었을 경기였다.
무엇보다 조작의 제의를 받는 것만으로 징계를 할 수 없었다.
징계하려면 수락하여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야 했지만, 동팔은 오히려 그들의 요구를 반대로 실행했다.
"조금 시간이 걸린 이유가 있는데, 조작단들이 어디에 돈을 걸었냐면 무결점 이닝에 돈을 걸었단다. 그래도 징계는 못 내리지. 대가성으로 주고받은 금품이 없고 오히려 볼넷보다 더 어려운 게 무결점 이닝이잖냐."
코치의 말대로 무결점이닝은 달성이 힘들다.
로데와의 경기에선 심호흡을 역이용하여 무결점 이닝을 달성했지만, 그 이후로는 동팔이라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코치는 이 말을 하고 도박 제의 대처 교육을 마쳤다.
"좌우지간 이런 이유로 동팔이는 징계가 불가하다고 결정이 났어. 그러니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걱정하지 말고 도박 제의가 들어오면 뭐가 되든지 간에 먼저 신고해. 그 신고가 니들 인생길을 지켜줄 거다."
***
동팔에게 다가온 조작 제의는 잠시 회자되었지만, 해당 조직이 전부 잡히자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 팬들은 물론 선수들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후반기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성의 남궁지완은 라이온스 파크의 마운드에 올라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윽~ 휙~!!
빠르게 휘두른 공은 바람을 가르며 포수 미트에 정확히 들어왔다.
쉭~ 퍽!!
"공 좋다. 다시 한 번."
포수의 리드에 남궁지완은 다시 공을 던졌다.
쉭~ 퍽!!
포수 뒤에서 구속을 측정하는 사람이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를 적어나갔다.
"오… 이번에는 160이네."
남궁지완이 이전에 던졌던 최고 구속은 155킬로.
가끔 156킬로까지 간 적은 있지만 160킬로까지 던진 적은 없었다.
남궁지완이 마운드에서 내려오자 코치가 다가와서 말했다.
"지완아, 역시 남자는 결혼하면 달라진다더니 공이 더 좋아졌다."
남궁지완은 결혼했다. 자신의 아기를 가진 혜진과.
결혼식은 못 올리고, 혼인신고만 하고 같은 집에 살고 있었다.
지완은 자신의 구위가 좋아진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코치가 말한 것처럼 결혼 때문이 아니라 악마와의 계약으로 인해 얻은 능력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마음이 안정되니 그런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야구가 심리적인 측면이 크긴 크지. 그래서 이번에 너클볼 연습 해볼까? 잘 하면 위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거야."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요. 당분간은 포심의 속도를 올리고 제구를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겠습니다."
지완은 코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인 후 햇빛을 피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훈련을 거부한 것과 같지만 코치는 짜증내지 않았다.
"그래라. 본인의 몸은 본인이 잘 아는 거니까."
그리고 다른 투수에게 다가가서 하나하나 살피며 코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크게 성장한 지완에게 뭐라고 할 이유도, 배짱도 없었다.
'갑자기 실력이 늘었다고 해도 마음대로 훈련을 정하다니…….'
선수는 선수고, 코치는 코치다.
적어도 훈련하는 것에 있어서는 코치와 감독의 명령이 우선이다.
그들의 역할은 선수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선수가 힘들더라도 다치지 않게 하며,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다.
당연히 힘든 훈련은 누구도 받기 싫어하니, 종종 강요할 때가 많았다.
강도 높은 훈련을 받게 하는 것은 코치의 권위가 강해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지완이 한 행동은 코치의 권위에 금이 가게 했다.
'처음에는 싹싹하고 겸손하더니 요즘 들어 좀 사람이 바뀐 것 같아… 그래도 실력이 일취월장하니 따질 순 없지만…….'
만약 다른 선수나 신입이 이렇게 했다면 단단히 야단을 쳐서 버릇을 고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언젠가 한 번 된통 당해봐야 알겠지. 지금 말해 봤자 듣지도 않을 거고, 괜히 사이가 나빠지면 내 입지만 안 좋아지니까.'
그동안 많은 선수들을 상대한 코치라 경험이 쌓여 있었다. 코치는 지금 지완에게 자세에 대한 조언을 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거기다 지완의 구위는 확실히 좋아졌다. 잘만 하면 동팔과 비등할 정도였다.
그러니 실력이 떨어지니 뭐니 할 핑계도 없었다.
지완은 쉬기 위해 더그아웃으로 들어왔지만, 더 안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훈련 중인 선수가 대부분이라 그의 옆에 다른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남궁지완의 옆에 가려는 선수가 없었다.
다만 훈련 중에도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이승협만 남궁지완을 살펴보더니 다시 훈련에 집중했다.
***
같은 시각.
광주에서 지아의 훈련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돋보이는 사람은 당연히 한동욱이었다.
수비 훈련부터 시작해 타격 훈련까지 전부 소화한 한동욱.
경기할 때도 그렇지만, 훈련 중에도 그의 수비와 타격은 결점이 없었다.
여기에 있는 선수들은 전부 1군 프로선수들이다.
아무리 지아가 한동욱을 제외하면 볼 선수가 없다 하더라도 1군에 있는 건 최소한의 실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프로선수들도 한동욱의 훈련과 플레이를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수비가 가능하지?'
'이번 건 도저히 못 잡을 것 같은 타구였는데…….'
'잡는 것도 모자라 완벽하게 토스!'
훈련이 끝나도 한동욱에게 다가가는 선수는 없었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한정되어 있고, 뻔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도 꼭 이기자."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분명히 한동욱은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너무 뛰어났는지 그에게 다가가는 선수가 없었다.
'강동팔에게 홈런을 때린 유일한 타자인데 내가 다가가 봐야 신경이나 쓰겠어?'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할 거야.'
그래서인지 꽉 차는 선수단 버스에서도 그는 항상 혼자 앉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있었다.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가 이동 중에 편히 가도록 하는 것.
하지만 실상은 가까이 다가가기엔 그가 불편해서였다.
그렇다고 동욱이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않는다.
'어차피 내년이면 메이저로 가게 되니 굳이 친해질 이유는 없어. 내 계획을 진행하는 것도 빠듯한 상태에 굳이 친해져서 시간을 소모할 수 없으니까.'
서로가 바라는 것이 없으니 친해질 일도 없었다.
1군에 올라와서도 줄곧 혼자였지만, 한동욱은 그것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신경 쓸 생각이 없었다.
계속 혼자 있는다고 할지라도.
***
한편, 다른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하고 있는 동팔.
동팔은 선배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고, 이어서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다.
동팔이 알려준 것은 자신의 몸의 상태를 빨리 알아차리는 법이다.
동팔은 잠시 쉬며 자신의 옆에서 같이 쉬고 있던 후배 투수 진혁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즘 손가락 어때?"
"손가락이요? 전에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고 있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런데 생각보다 악력이 안 늘어서 걱정입니다."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으로 바닥을 짚어 푸시업하는 훈련.
진혁은 충실하게 이 훈련을 해왔지만 아직도 5회 이상 하는 것이 버거웠다.
동팔처럼 10회 이상을 가볍게 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다.
동팔은 진혁의 등을 툭툭 다독이며 말했다.
"그래도 조급해지면 안 돼. 천천히, 조금씩 쌓아간다 생각하고 해라. 적어도 3년 이상으로 생각하고 해. 안 그러면 큰일 나. 항상 손가락에 힘이 균등하게 가해지도록 하고, 혹시 한 손가락으로 무게가 집중되면 바로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어. 던질 때 팔이랑 등은 어떤 느낌이 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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