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95화 (95/325)

[95]

'그 사람이 다시 오면 때릴까? 설마 고문하는 건 아니겠지? 고문할 때 내가 소리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죽으면… 오빠는 어떻게 할까? 버리진 않겠지만… 많이 슬퍼하겠지? 오빠가 슬퍼하는 건 싫은데…….'

두려움과 함께 수많은 걱정이 머릿속을 채워 나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하나의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자. 언젠가 우뚝 솟을 동팔의 모습을 생각해 봐. 그리고 그 옆에 있을 너의 모습을…….'

자신의 생각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생각을 하자 절로 그 장면이 연상되었다.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반짝이는 동팔의 옆에서 같이 있는 모습이.

또한 혼자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 이대로 당할 수 없어. 이대로 놈들의 의도대로 흘러가면 안 돼. 절대로… 그렇게 내버려둘 수 없어. 그러니 막을 거야. 죽는다 해도! 절대로……!!'

그렇게 다짐하던 민희였지만 그녀의 몸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려는지 배에선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민희는 이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굶자. 어차피 어떻게 뭐가 되든 오늘은 못 넘겨. 내가 뭔가 먹으면 살려는 것으로 생각하고 놈들의 의도대로 넘어갈 수 있어…….'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고 싶은 것이 사실이었지만 자신이 바라는 현실을 위해서 민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가고 있었다.

한편, 민희의 바로 옆에 있는 웜우드는 결의를 세우는 민희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그 각오… 끝까지 유지해.'

그는 주변을 살피며 스크레이치가 없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나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었다.

웜우드는 민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와 함께 조폭의 영혼을 최대한 지켜주려는 수호천사들을 보았다.

'천사들의 말을 들으면 이 일이 일어나는데 삼촌이 관여했다고 했다. 아마 삼촌과 연계된 악마들과 한 일이겠지. 동팔을 흔들고, 나락에 빠지게 하기 위해선 지금은 이 방법이 제일 좋으니까… 하지만 당신 뜻대로 되게 할 생각은 없어. 동팔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내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되거든.'

생각을 마친 웜우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은 날개를 활짝 펼치더니 민희로부터 멀어지면서 말했다.

"열심히 버텨 보라고. 아가씨. 아쉽게도 전부 잘된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만……."

같은 시각.

"그런가? 알았네. 앞으로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동팔에게 연락을 받은 민희의 아버지는 간만에 옷장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가 찾은 것은 새 옷 같은 군복이었고, 새로 나온 것인지 디지털 위장 무늬로 되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은 민희의 아버지는 군복에 맞는 군화를 꺼내서 신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와서 물었다.

"갑자기 웬 군복이에요? 북한이랑 전쟁 났어요?"

"북한은 무슨……."

민희의 아빠는 북한에 대해선 부정했지만 전쟁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그도 아내가 딸이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크게 당황하고 두려워할 것을 알기에 말하지 않았다.

마침 오늘 아내가 늦잠을 자게 되어 민희가 빨리 출근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냥 전역한 동기들이랑 부대 애들 좀 만나려고. 서울에 왔다기에 기분 좀 낼까 해서 입었어."

대충 변명한 그는 군화 끈을 바짝 조여 묶었다.

"어쩌면 오늘 못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그럼 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평범한 외출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넘어가는 민희의 엄마였다.

하지만 나가는 민희 아빠의 두 눈은 타오르고 있었다.

'이 시벌 것들이 감히 내 딸을 건드려?'

그의 어깨에선 중령을 의미하는 두 개의 대나무 꽃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는 집을 나올 때 쓰지 않은 특전사의 상징인 검은 베레모를 썼다.

그는 민희를 구출하지 못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가 고민하는 것은 단 하나.

"이놈들을 어떻게 조져야 제대로 조지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동팔은 초조했다.

특히나 경찰에 말했다간 민희가 다칠 것 같아 더 말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의 초조해하는 모습은 같은 팀의 선수와 코치, 감독도 모를 수가 없었다.

"동팔아. 무슨 일 있어? 오늘 왠지 굳어 보인다."

"아뇨… 괜찮습니다……."

하지만 동팔은 그들의 물음에 고개만 숙이며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걱정이 되서 민희의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베터리를 빼놨는지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는다는 말만 나올 뿐이었다.

"……."

그래서 동팔은 경기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더 초조해져 갔다.

그런데 지금 그와 같이 초조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민희를 납치한 조폭들이었다.

그들은 아침만 해도 반항하는 민희 때문에 짜증이 났지만 아침을 먹을 때만 해도 이렇게 초조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민희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안 먹어? 아침 안 먹나? 배가 불렀네. 이런 상황에도 다이어트 하냐?"

그때의 조폭들은 그저 가볍게 생각했다.

그들은 아침을 안 먹는 여자들을 많이 봤기에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점심이 넘어가자 그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점심도 안 먹어? 왜?"

하지만 그들의 물음에 민희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안 먹겠다는 의지를 전하기 위해 입을 꾹 닫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다이어트나 습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히 배가 고파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남에도 민희는 어떤 음식물도 먹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에 불안해진 보스는 명령했다.

"먹여! 어떻게 해서든지 먹여! 당장!!!"

보스의 불호령에 부하들은 민희의 입을 벌려 먹을 것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민희는 입을 벌리려는 사람의 손가락을 강하게 물었다.

"아!!!"

아픔을 참지 못한 부하는 짜증이 나 민희를 주먹으로 때렸다.

그러자 보스가 짜증을 내며 때린 부하의 뒤통수를 쳤다.

"이 새끼가… 먹이라고 했지! 치라고 했냐? 앙?!!"

"죄, 죄송합니다……."

그 말을 하는 부하의 손가락에는 피가 흘러나왔다.

잘리진 않았지만 뼈가 드러나 있었다.

민희는 입을 벌리려 하면 이렇게 만들겠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

그러자 보스가 말했다.

"코 막아. 그리고 쑤셔 넣어."

"네."

코를 막으면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입을 벌리게 됐다.

그 틈을 이용할 생각인 그들 그리고 처음에는 순순히 진행되는 것 같았다.

몸을 고정시키고 코를 막으니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숨을 참으려 해도 생존본능으로 인해 입이 절로 벌어졌다.

그 틈에 음식물을 넣은 후,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으읍!!"

민희는 뱉어내려 했지만 강하게 막혀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삼키는 것도 아니었다.

민희의 코가 막히고 입이 막힌 이상, 당연히 숨도 막히는 법.

"끄으……."

민희의 얼굴색이 급격하게 붉어졌고,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며 부들부들 떨었다.

처음에는 먹는 것에 저항하기 위해 그런다 생각했지만 민희가 의식을 잃어버리고 늘어지자 다급해졌다.

"이 무식한 놈들아! 그렇게 하면 숨이 막히지!! 어서 살려!! 어서!!!"

인질이 죽으면 협박을 못 하게 된다.

그들 중에 그나마 심폐소생술을 익힌 부하가 서둘러 민희의 입을 열어 음식물을 제거했다.

"그건 왜 빼?"

"이게 있으면 기도가 막혀 정말로 죽습니다."

"알았으니까 어서 살려! 어서!!"

음식물을 제거하고, 심폐소생술을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민희의 의식이 돌아왔다.

"하아… 하아……."

민희의 의식이 돌아오자 보스는 다시 음식을 그녀의 입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민희는 생존본능을 거부하고 음식물을 뱉었다.

"와… 씨바… 진짜……."

순간 보스는 쓰러진 민희의 머리를 발로 차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살아나다시피 한 민희에게 그렇게 했다간 정말로 죽을 수도 있었다.

그는 짜증과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말했다.

"너 진짜 죽고 싶어? 엉?"

그의 협박에 민희는 말로 답하지 않았다.

"우욱!!"

그나마 들어간 작은 음식물도 허용할 수 없다는 듯이 억지로 구역질을 하여 토해낸 민희가 보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죽여 봐… 십 새꺄……."

빠드득.

아무리 해도 꺾이지 않는 민희의 행동에 그는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야! 이년 입에 다시 먹을 거 쳐 넣어! 어서!!!"

그의 명령에 다시 하려는 부하들.

그러자 심폐소생술을 한 부하가 서둘러서 말했다.

"사장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야. 너희들. 잠시 멈추고 가만히 있어."

보스의 명령을 멈추게 하는 하극상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 다급함이 어려 있자 보스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얘기할 것이 뭐가 있어?"

"그게… 지금 저 여자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거라… 가벼운 충격에도 죽을 수 있습니다. 다음에 다시 살린다는 보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의 말에 보스도, 다른 부하들도 행동을 멈추었다.

"아… 씨바… 진짜……."

보스가 생각했다.

'그렇다고 죽여버리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데… 죽여서 얻을 것도 없고… 손해만 있어… 그렇다고 시신을 깔끔하게 처리할 준비가 된 것도 아닌데…….'

여러 가지 계산을 하다가 그는 한 동화가 떠올랐다.

'그게 뭐더라? 분명히 여행자의 옷을 벗기는 내용이었는데… 바람이랑 태양이 싸워서 해가 이겼지?'

아무리 몰아쳐도 되지 않는다면 방법을 바꿔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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