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76화 (76/325)

[76]

악마 장관 스크레이치

악마 장관 스크레이치라는 이름은 자리에 비해서 사람들에게 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악마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악마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지하에 계신 아버지 다음으로 교활한 악마.

계략의 시조.

냉철한 사냥꾼.

그리고 뛰어난 선생.

그가 가르친 작은 악마들은 대부분 크게 성장하여 인간의 영혼을 능숙하게 노략하며 인정받았다.

또한 그 자신도 그에게 붙은 이름처럼 뛰어난 인간 영혼 사냥꾼이었다.

그가 노린 인간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떤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수법은 날카로운 넝쿨과 같다. 처음에는 작게 스며들지만 어느새 뿌리가 박혀 기생하고, 점점 강해지는 줄기는 대상의 영혼을 옭아맨다. 그리고 꼼짝달싹 못하는 인간의 영혼과 마음을 그대로 지옥으로 끌고 간다.

그런데 단순히 그것만이었다면 그의 이름이 악마들 사이에서 유명하지 않을 것이다.

더 놀라운 건 끌려가는 영혼은 자신이 지옥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끌러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스스로 걸어 들어오게 만든다.

또한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걸어 들어온 인간의 영혼을 미끼로 더 많은 영혼을 지옥으로 이끌어 간다.

그는 인간들에게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은밀하게 사냥감을 노리고 잡는다.

그리고 사냥감은 자신이 사냥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스스로 먹이가 되기 위해 찾아오고, 주변의 다른 사냥감들도 같이 끌고 오게 만든다.

지극히 효율적이며, 냉철하며, 교활하면서 악랄하고, 원수의 법을 지키는 제한 속에서도 그는 대상의 영혼을 취한다.

바로 지금처럼.

스크레이치는 한 여인의 앞에 있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에 여인은 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 옆에 항상 붙어 있는 두 수호천사는 스크레이치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악마 장관 스크레이치…….'

'이 녀석이 또!!'

스크레이치는 자신을 노려보는 수호천사가 오히려 귀엽게 보였다.

한때 그가 가지고 있었던 순수한 날개를 자신과 같이 손수 더럽히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 그가 노리는 먹이는 다른 것이 아닌 인간의 영혼.

천사의 타락은 아니었다.

여인의 앞에는 많은 트로피가 있었다.

트로피는 전부 야구와 관련이 된 것이다.

시즌 최다 도루, 골든 글러브, 시즌 MVP 등 프로선수가 되어 하나라도 받기 어려운 트로피와 상장 그리고 상패였다.

그러나 그 모든 상패의 주인은 여인이 아닌 옆에 있는 영정 사진의 주인공이었다.

영정사진은 젊은 남자가 프로야구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찍혀 있었다.

중년을 넘어, 노년을 향해가는 여인은 영정사진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흐느꼈다.

"아이고… 민수야… 우리 아기 민수야……."

그녀는 생전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쓰다듬듯이 사진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것은 따듯한 얼굴이 아닌 차가운 유리의 표면이었다.

자신의 아들은 5년 동안 뛰어난 활약을 보인 야구선수였다.

그의 빠른 발은 한 시즌에 도루를 기본적으로 70개를 해냈고, 때론 120개에 근접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한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내어 높은 타율을 기록했으며, 그로 인해 많은 상을 받고 높은 연봉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

작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인해 약물 중독으로 자살한 것이다.

설마 자신의 아들이 자살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어머니의 충격은 컸다.

그리고 스크레이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들을 이용해 먹은 나쁜 엄마.'

악마는 자신의 사념을 여인의 생각에 집어넣었다.

이전부터 넣었던 생각이었기에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자 바로 반응이 나왔다.

"미안하다. 민수야… 내가 네 심정도 모르고 그냥 좋아만 했는데… 내가 널 그렇게 보냈어… 내가… 널……."

한없이 자책하는 그녀의 말에 두 수호천사는 스크레이치를 노려보면서도 영혼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 했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어디서 전화가 왔다.

여인은 전화를 받기 전 발신자를 보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또……."

그렇다고 거부하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신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민영이니? 너 또 오빠 돈 달라고? 그 돈이 네 돈이야?"

―그럼 엄마 돈이야? 어차피 오빠 가족은 우리밖에 없잖아. 내가 받을 몫 받겠다는데 그게 왜? 뭐가 잘못이야? 오히려 엄마가 돈 욕심 때문에 안 주는 거잖아!!

그 이후로 한동안 언성이 크게 오갔다.

겨우 딸과 실랑이를 마치자 이어서 다른 전화가 왔다.

"하……."

이번에는 아들의 전화였다.

받자마자 아들이라는 원수가 다짜고짜 따졌다.

―엄마. 언제까지 형 재산 가지고 있을 건데? 사람이 나이가 많으면 욕심도 많아진다더니. 형 결혼도 안 하고 돈 많이 번 상태에서 죽으니까 오히려 좋았지?

과연 이것이 자식이 부모에게 할 말인가 싶었다.

하지만 여인은 이번에 대꾸할 힘도 없어 가만히 듣기만 했다.

아들도 엄마가 아무런 말이 없자 뭐라 궁시렁거리더니 통화를 끊었다.

그 모습을 보던 스크레이치는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끝났군. 내가 나설 필요도 없어.'

모든 상황을 본 두 수호천사는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고 다급해졌다.

그들은 서둘러 그녀에게 위로와 좋은 생각을 넣기 위해 분주해졌다.

하지만 여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두 수호천사로 하여금 절망에 빠지도록 만들었다.

"내가 헛 살았어… 헛 살았어……."

애정을 쏟아부으며 키운 아이들 중 하나는 자살했다.

그리고 남은 둘은 형제의 재산을 노리고 엄마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여인을 지켜줄 남편은 아들이 세상을 떠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했다.

이제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여인.

앞으로 살아갈 것이 두려웠다.

의지할 곳은 없고, 살더라도 끔찍한 자식과 맞대며 살 자신이 없었다.

여인은 힘없이 일어나 무언가를 찾았다.

그녀가 찾은 것은 가늘지만 튼튼한 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줄을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며칠 후, 한 여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그녀의 소식은 아주 작은 기사 한 조각으로도 나오지 않았고 세상 속에서 조용히 묻혔다.

스크레이치는 이 모든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 영혼의 파멸로 얻은 것 치곤 많지 않아."

그는 자신의 계약자였던 민수는 물론 그의 부모까지 자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는지 민수의 두 동생 그리고 그들과 이어진 다른 사람들을 노릴 계획을 세워 나갔다.

'나중에 재산을 이용해서 더 많은 영혼을 거두어 갈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겠지. 갑자기 많은 돈을 얻은 자들을 타락시키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니.'

이미 세 영혼을 수확한 그는 그 이상의 것을 노리며 착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 나갔다.

오직 자신의 순수한 기쁨인 영혼의 타락과 고통, 비관과 절망을 얻기 위해서.

빈틈은 의외의 곳에서

한 경기 최다 피안타를 기록한 강동팔.

하지만 그가 그때 기록한 피안타는 고작해야 6개가 전부였다.

볼넷이나 몸에 맞는 볼로 출루시킨 적은 없다.

주자가 많이 쌓일 일도 없었고, 한 이닝에 한 번의 피안타가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라 자책점도 없었다.

투수가 안타를 맞는 것 치고 적은 축에 속했지만 대상이 강동팔이라는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강동팔도 사람이구나. 슬럼프가 오기는 오네."

"하긴 그동안 너무 잘 던졌지? 투구 숫자는 적어도 강속구를 많이 던졌고."

"젊기는 해도 그동안 쌓인 것이 있을 테니까."

평상시보다 많은 피안타를 허용한 것에 관심을 가졌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한 경기 6개 피안타 가지고 슬럼프라니……."

"얼마나 잘 던졌으면 그 정도로 이 말이 나올까? 아, 그동안 피안타가 경기당 한 번이 있을까 말까였구나."

그 전에 강동팔이 허용한 안타는 단 두 개.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와 긴장했을 때 한 번 그리고 얼마 전에 한동욱에게 허용한 홈런까지 세서 두 번이었다.

하지만 어제는 한 경기에 장단(長短) 포함 6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어떻게든 경기를 무실점으로 완봉한 동팔이었지만 이전과 분위기의 무게감이 다른 건 확실히 느꼈다.

이전의 절대적인 압박감이 사라진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감독과 코치들은 동팔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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