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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있었던 한동욱과 남궁지완의 결과는 동팔도 바로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등판했고, 이틀 뒤에 자신이 선발로 나섰다.
그러니 오늘 경기에서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편하게 지켜보았다.
경기가 끝난 이후, 스마트폰을 통해 오성과 지아의 경기 결과를 보았고, 이어 투수와 타자의 기록도 확인했다.
기록은 한동욱의 4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
첫 세 타석은 남궁지완에게 그리고 마지막 타석은 구원투수로 올라온 오성의 투수에게 안타를 때렸다.
한 경기 4안타라는 점도 놀라웠지만 동팔이 신경 쓰는 쪽은 다른 곳에 있었다.
"결과는 예측한 범위 안쪽이지만… 이젠 볼도 치는 거야? 배트에 닿으면 무조건?"
이전에는 볼넷으로 출루하던 한동욱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말을 듣고 결심을 내렸는지 더 공격적인 스윙으로 나갔음을 알았다.
"내가 당하지 않은 게 어디야. 다음부터 이걸 감안하고 던지면 될 일이지."
그의 말대로 동욱의 행동 변화에 당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한국의 왠만한 타자를 상대로, 심지어 민호준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을 넘어서 압도할 자신이 있는 동팔이었다. 하지만 한동욱은 유일한 예외였다.
자신과 같은 악마 계약자였지만 그에게선 단순히 그것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힘을 내 보자고. 어차피 최종 목적은 같으니까……."
한동욱은 경쟁자이기도 했지만 좋은 협력자이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두 사람이 같은 팀에 들어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한다면 되는 일.
하지만…….
"끝까지 다른 팀에 있게 된다면… 제일 껄끄러운 상대가 되겠지만……."
그렇게 동팔은 동욱이 오늘 한 것처럼 전력을 다하면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자유계약 조건을 얻는 기간이 많이 남았다 하더라도.
그러나 의외의 사태로 인해 동팔은 그 생각이 흔들리게 되었다.
지금 RG가 상대하는 팀인 MC의 한 코치는 동팔이 투구하는 영상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그가 동팔이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음… 설마… 정말인가……?"
그는 그 외에도 다른 투구 장면을 계속해서 돌려 보고 결론을 내린 후, 그는 MC의 감독에게 찾아갔다.
"감독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어떤 거? 혹시 강동팔의 약점이라도 발견한 거야?"
"네. 약점이라고 하긴 그렇고, 틈이라고 할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 틈을 공략하면 일말의 가능성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치의 말에 감독은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게 정말인가?! 강동팔한테 틈이 있어?"
지금까지 강동팔의 흠은 없었다.
구위는 완벽했고,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 한동욱에게 홈런을 허락했지만 그 이외에 타격을 허용한 것은 불펜으로 처음 마운드에 올라왔던 때 한 번뿐이었다.
볼넷의 허용도 없었고, 현재 압도적인 탈삼진 1위.
거의 9할이 스트라이크 코스로 공이 갔기 때문에 타석의 타자는 더 큰 압박을 받았다.
160의 강속구는 물론, 각종 유인구와 변화구도 완벽하게 제구하는 투수. 이런 투수를 공략할 방법은 그가 슬럼프에 빠지거나 너무 많이 던져 힘이 빠졌을 때였다.
하지만 9이닝이 지날 때까지 동팔이 던지는 평균 투구 숫자는 많아야 100을 겨우 넘었다. 그 전에 80개도 되지 않는 공으로 한 경기를 끝낸 경우도 있었고, 홈경기라면 8이닝만 책임지는 경우도 있었다.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어떤 빈틈을 발견했는지 의아한 MC의 임경문 감독. 그러자 코치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 자신이 발견한 그것을 말했다.
"저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레 있을 경기에서 한 번 시도해도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건……."
이어지는 동팔에 대한 정보를 들으면 들을수록 임경문 감독의 눈동자는 점점 커졌다.
코치의 조심스러운 보고가 끝나자 그에게 말했다.
"쉬고 있는 선발 타자들 모아서 교육시켜. 지금 당장."
이틀 뒤.
동팔은 강팀 중 하나인 MC와 주말 3연전 중 마지막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평상시와 다를 바가 없을 이번 등판에, 동팔은 가볍게 몸을 풀고 이전처럼 익숙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동팔은 한동욱이 적극적으로 바뀐 만큼 자신 또한 더 적극적으로 기록을 세워 나갈 결심을 했다.
'지금도 탈삼진 숫자가 높아. 하지만 더 많아야 해. 그리고 더 이상의 실점을 허락하지 않는 투구… 또한 피안타율을 더 낮춘다…….'
이미 맞은 홈런과 안타는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각각, 단 하나밖에 없었다.
이제 선발로 10경기 째 올라오는 상황에서 놀랍다 못해 기절할 기록이었다.
그러나 동팔은 그 이상의 것을 노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더 이상 자신을 상대할 팀이 없게 만든다.
아이러니했지만 오히려 한동욱을 이기는 것보다 그가 있는 지아를 이기는 것이 더 쉬웠다.
그 생각을 하며 동팔이 타석에 선 MC의 타자를 봤다.
"……?"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을 마운드. 그리고 자신이 선발로 올라오는 날이면 상대팀의 팬들의 응원소리가 줄어든다. 반면 RG의 팬들의 응원소리는 더욱 커졌다.
도저히 넘길 방법이 보이지 않는 절대적인 투수의 등판의 여파였다. 덕분에 경기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동팔이 스스로 못 던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타자의 자세가 다른 때와 달랐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넘어보려던 상대팀의 타자들의 눈빛.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타자들의 눈빛은 죽어 나갔고, 어떻게든 삼진만은 안 당하기 위해 범타라도 치려는 움직임이 전부였다.
그런데 오늘은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를 노리고 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세가 날카로워도 치지 못하면 무용지물.
그래서 동팔은 가볍게 스트라이크 존을 지나가는 두 개의 변화구를 던져 볼카운트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그 사이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있었다.
'응…? 역시 기세만 조금 다른 거였나?'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면 찍어 누르면 그만.
그래서 동팔은 이번에 변화구가 아닌, 빠른 포심 패스트볼로 3구 삼진을 노렸다.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한 동팔은 사인 교환으로 정한 곳을 향해 빠르게 공을 뿌렸다.
쉭~
아직은 1회 초였기에 160의 속도가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150에 달하는 속도라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치기 어려운 공.
공이 향하는 곳은 스트라이크 존의 바깥쪽 끝자락이라 치는 것도 쉽지 않은 코스였다.
그러나 동팔이 심호흡을 하고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순간, 타석에 선 타자는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제대로 맞지 않아 멀리 가지 못한 타구는 좌익수가 가볍게 잡았다.
공 3개로 아웃카운트를 올렸으니 나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동팔은 왠지 기분이 나빴다.
'완벽한 코스라 못 치고 삼진이라 생각했는데…….'
범타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노렸던 삼진이 아니자 기분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동팔은 이내 마음을 비우고 다음 타자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그 사이, 첫 타자는 타석에서 나와 다음 타자와 교대하게 되었고, 범타로 물러난 타자는 자기 다음에 오는 타자를 보며 말했다.
"코치님 말씀이 맞아. 쉽지 않겠지만 한 번 해봐."
"응."
의견을 교환한 2번 타자는 타석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동팔의 얼굴을 보았다.
투수를 보지 않는 타자는 없었지만 그들이 제일 먼저 보는 것은 투수의 몸, 그중에 손이었다.
눈이 향하는 곳도 보았지만 그렇다고 눈빛만 보는 타자는 없었다.
그 위화감은 동팔로 하여금 더욱 진지하게 만들었다.
'방금 타자도 그렇고, 이번에 올라온 타자도 그렇고… 내 얼굴은 왜 보는 거지?'
한 사람만 아니라 다른 타자도 그러니 이상하게 생각되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동팔은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구할 준비를 마쳤다.
'기선 제압 우선. 이번에도 이어서 빠른 직구…….'
이번에는 방금 전에 던진 것보다 더 빠르게 던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느린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으면서 헛스윙을 유도하여 돌려세울 계획.
"후우……."
동팔은 심호흡을 한 다음, 이번에도 타자가 어떤 공을 알아차릴 수 없게 같은 동작으로 투구했다.
쉭~!!
이번에는 몸쪽으로 향하는 빠른 직구.
동시에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기에 몸에 맞을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MC의 2번 타자는 배트를 휘둘러 빠르게 날아오는 직구를 깔끔하게 받아쳤다.
따악~!!
동팔의 강속구를 힘으로 이겨내며 중견수 위로 날아가는 타구. 홈런이 안 되었을 뿐, 완벽한 2루타였다.
"와아아아아~!!"
예상치 못한 장타에 많지 않은 MC의 팬들이 전부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동팔이 한동욱도 아니고, 중심 타선이라지만 다른 타자에게 장타를 허용할 줄 몰랐던 RG의 팬들은 침묵에 잠겼다.
그 변화는 동팔도 느꼈다.
하지만 동팔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쳤지? 완벽한 투구였는데?'
평상시와 같았다.
항상 새벽에 회복하기에 피로 누적으로 인한 구위 저하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구종을 던질 때나 같은 동작을 하도록 훈련했고, 지금까지 그래 왔다.
특별한 구종인 너클볼이나 자이로볼의 경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이외의 구종은 동일한 동작이었다.
구속이 떨어진 것도 아니고, 한가운데에 몰린 실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상대는 알아차리고, 빠르게 날아온 직구를 받아쳤다.
'단순히 초구를 노리고 친 건가? 그런 것 치곤 너무 확신에 가까운 휘두름이었어. 아니면 직구라는 것을 알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동팔은 실험을 하기로 했다.
'일단 직구를 던지지 말자. 앞으로 변화구만 던지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되겠지…….'
동팔은 자신의 생각대로 1회 초 동안 변화구만 던졌다.
그러자 3번과 4번 타자는 동팔의 공을 건들지도 못하고, 헛스윙을 하여 삼진으로 물러나거나 범타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닝을 마무리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중에 동팔은 생각했다.
'설마… 직구만 노리고 있었나? 그런데 내가 직구를 던질지 어떻게 알고?'
의문의 한 꺼풀은 벗겼지만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문을 해소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동팔은 생각은 단순하게 했다.
'일단 이 경기에 집중하자. 내가 너무 과만하게 반응한 걸 수 있어…….'
동팔은 그렇게 생각하며 방금 전에 맞은 2루타의 기억과 여파를 지우기 위해 깊게 심호흡을 했다.
"후우……."
하지만 동팔의 의도와 달리 실점만 없었을 뿐, 9이닝 동안 6피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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