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36화 (36/325)

[36]

'정말 그걸 던지려고? 까딱하면… 퇴장인데…….'

동팔은 포수의 걱정을 알지만 자신의 결정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그는 공을 꽉 움켜쥐었다. 작년 겨울, 혹사를 넘어 손가락의 관절이 파열되어 끊어졌다 회복되는 고통을 지불하고 얻은 악력이었다.

그의 악력에 공이 비명을 지른다. 그 상태에서 동팔은 심호흡을 하더니 강용진의 머리를 향해 공을 던졌다.

"……!!"

강속구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자 강용진은 화들짝 놀랐다. 속도가 빠른 만큼 변화는 적다.

그는 동팔이 실투했다 생각하고 몸을 숙여 공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공을 피하기 전에 동팔의 공이 중앙 아래로 빠지면서 먼저 피했다.

휙~ 퍽!!

높은 공이었기에 스트라이크 선언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공이 날아오는 순간을 생각하면 절로 아찔해진다.

특히나 150의 강속구라면 더욱더.

하지만 동팔이 던진 공이 알아서 피해가자 강용진은 확실히 알았다.

'저 자식… 지금 나한테 도발하는 거야?'

방금 던진 공은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공이었다. 지금은 제구가 제대로 되어서 다행이지만 만약 머리에 맞았다면 동팔은 바로 퇴장이다.

맞은 사람은 뇌진탕을 비롯한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양팀의 벤치에서도 놀라고 있었다.

"동팔이 저거… 공 제대로 던진다. 까딱하면 위험했어."

"150이 넘어도 저렇게 휠 수 있나? 그건 둘째 치고 그걸 시합에서 던져?"

RG에선 놀라는 것으로 끝날 수 있지만 로데에선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 있어도 그렇지……."

"지금 공 아주 위험했어."

"이번에 또 던지면 가만히 안 있는다……."

만약 방금 전에 던진 공을 동팔이 또 던진다면 로데 더그아웃에 있는 모든 선수와 코치, 감독이 나올 것이다.

동시에 강용진은 감탄했다.

'도발은 도발이고… 이거 정말 신인 맞아?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공을 던지는 거지?'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야 던질 수 없는 공이었다. 솔직히 기분은 나쁘지만 동팔의 패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강용진도 경험이 많기에 위험한 공이 날아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동팔이 불타오르며 도발한 만큼 그도 불타올랐다.

동팔은 자신의 위협적인 공에도 오히려 눈빛을 빛내는 강용진을 보자 더욱 고양되었다.

'악마 형씨… 지금 당신이 한 말이 조금 이해될 것 같아. 사냥감이 파닥거리며 저항할수록 더욱 즐겁다는 말이…….'

강용진이 자신의 공에 움츠러들었다면 오히려 김이 샐 뻔했다. 오히려 그가 강하게 나서 동팔은 더욱 눈빛을 빛내며 공을 던졌다.

볼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투 볼.

타자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동팔은 유인구를 던지지 않았다.

이번에 던지는 공은 한가운데로 향하는 포심 패스트 볼.

변화가 거의 없는 직구였다.

'기회!!'

강용진은 체인지업도 노리고 있었지만 빠른 공도 노리고 있었다. 조금 늦게 휘둘렀을지 몰라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두 번째로 맞춘 공. 하지만 속도가 낮은 체인지업이 아닌 빠른 공이었기에 손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더 컸다.

'윽!'

분명히 타격을 했지만 공의 위력에 손이 밀리고 말았다. 그의 타구는 뻗어 나가지 못하고 뒤로 높이 날아갔다.

파울볼이었기에 볼 카운트는 여전히 2S 2B에 아웃카운트 하나. 그 이후에 동팔은 바깥쪽을 파고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강용진은 침착하게 대응하여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결국 풀카운트 승부까지 온 투수와 타자.

'최대한 공을 많이 본다. 칠 수 있는 건 전부 커트한다.'

장타에는 자신 없지만 투수를 괴롭히는 건 하나의 신호규 못지않게 잘할 자신이 있었다.

계속 커트하게 되면 동팔이 던질 수 있는 구종에 제한이 생긴다. 그러면 예측할 수 있는 궤적의 종류도 줄어든다. 처음에는 투수에게 유리하지만 계속 상대하면 할수록 타자에게 유리한 것이 야구다.

그것은 동팔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동팔은 승부를 오래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강용진에게 던진 투구의 숫자는 6개.

둘 사이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당겨질 때, 로데에서 먼저 움직였다.

스윽… 후다닥.

2루에 있던 로데의 주자가 동팔이 보고 있지 않는 틈을 이용해 3루로 향했다.

한 베이스를 나아가는 것은 어렵다.

그나마 1루는 자주 왔다갈 수 있지만 1루에서 2루로, 2루에서 3루로 진루하는 것은 더 어렵다.

포수의 물론 투수가 더욱 신경을 쓰고 견제하기 때문이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동팔을 흔들기 위해 과감히 주자를 진루시킨 로데의 감독.

하지만 주자가 3루로 도루를 시도해도 동팔과 포수인 김강수는 코치의 지시대로 신경 쓰지 않았다.

덕분에 2루에 있던 주자가 3루에 안착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로데의 심기를 자극했다.

"주자는 신경도 안 쓰잖아?"

"세 타자 전부 삼진으로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인가? 3루에서 단타 나오면 무조건 실점인데도?"

자신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은 그들의 행동에 로데의 선수들은 오히려 불타올랐다.

신인이라도 귀엽다고 봐주는 건 없었다.

그때, 동팔은 승부구를 던졌다.

강용진은 고도의 집중력으로 동팔의 투구 동작을 체크했다.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자 어떤 구종인지 알 수 있었다.

'빠른 포심!!'

풀카운트에서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거는 동팔.

강용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있어도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다.

휭~

그는 바깥쪽 아래로 향하는 동팔의 공을 퍼 올리는 방향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동팔의 공은 타자의 예상보다 더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쉭~ 퍽!

강용진은 헛스윙을 하면서 방금 전에 동팔이 던진 구질을 알아차렸다.

'아… 투심이었나…….'

포심인 줄 알고 휘둘렀지만 공의 변화가 더 컸다.

느린 공으로 승부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동팔의 빠른 공 승부에 당한 것이다.

"스투롸익~ 아웃!!"

완벽한 헛스윙 3진에 강용진은 패배를 인정하고 타석에서 나왔다.

하지만 동팔과 RG의 위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 올라오는 타자는 중심타선인 2번 타자 임아섭.

프로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타자 중 한 사람이었다.

로데의 감독과 코치들은 판단했다.

"아섭이라면 충분히 칠 수 있을 겁니다. 150 이상의 강속구를 많이 상대해봤고 다양한 변화구를 상대한 경험도 풍부합니다."

"특별히 약점이라고 할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니 걱정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다만 방금 전에 던진 것이 정말 강동팔의 전부일까?'

'이미 강한데 승완이가 말한 것처럼 160? 거기에 체인지업까지 추가되었으니…….'

로데엔 강동팔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었다. 맨땅에 머리를 박듯이 하나하나 직접 상대하며 파악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얻은 유일한 정보는 처음에 믿을 수 없기에 무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각이 싹 사라졌다.

"아섭이한테 말했지? 최악을 상황으로 가정하고 휘두르라고."

감독의 말에 타격코치가 당황했다.

"죄송합니다. 그건 아직."

그러면서 그는 당장 나와 임아섭에게 사인을 보냈다.

사인을 받은 임아섭은 생각했다.

'구속을 160까지 생각하고 휘두르라고? 거기에 모든 구종을 감안하고?'

사인을 받은 임아섭은 황당했다. 하지만 타격 코치가 당황하며 사인을 보내는 것을 보니 그냥 넘기기도 그랬다.

'26살이라도 프로 신인인데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니…….'

임아섭은 지금 던지는 동팔의 공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눈을 빛냈다. 단순히 공의 궤적만이 아니라 투구 동작도 예외는 없었다. 발을 디디는 곳과 방향 그리고 눈이 향하는 곳까지.

자신은 몸쪽 공이나 바깥쪽 공 등 어떤 특별한 구질에 약한 점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 여유로웠다.

중계석에서도 그와 같은 판단을 했다.

[임아섭 선수. 뛰어난 타자입니다. 특별히 어떤 약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컨택 능력도 좋기에 투수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죠. 거기에 장타력도 있습니다. 과연 강동팔 선수가 로데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 기대가 됩니다.]

[그럼 이구연 해설위원께선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기록이나 분석이 된다면 예측을 어느 정도 하겠습니다만… 이건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냥 즐기세요.]

로데의 팬이든, RG의 팬이든 지금은 강동팔과 임아섭의 대결에 집중했다.

3루에 주자가 있으니 아슬아슬한 상황.

1점차 승부였기에 더욱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것은 승부의 주역인 강동팔과 임아섭도 예외는 아니다.

경험이 풍부한 임아섭은 평정심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섰다.

동팔은 그와 달리 조금은 긴장하고 있는 상태.

그래도 그가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자신의 공 때문이다.

"후우……."

스윽~ 휙!!

동팔은 팔을 활처럼 휘며 탄력 있게 휘둘렀다.

손에 잡힌 공을 강하게 움켜쥐었다가 최고의 임팩트를 주는 지점에서 구속을 올림과 동시에 빠른 회전을 주었다.

강선이 있는 총렬에서 나온 총알처럼, 동팔의 공은 제대로 회전이 걸려 공기를 파고들었다.

쉭~!!!

직구라고 판단한 임아섭은 그대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빨라!! 하지만 그만큼 변화는 줄어들…….'

그의 순간적인 생각은 맞았다. 구속이 빠른 만큼 공에선 변화가 생길 여유가 없어 정확하게 공의 궤적을 향해 휘두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단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동팔의 공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날아왔다. 자신의 방망이가 원하는 타격 지점으로 날아가기도 전에 동팔의 공이 그 지점을 통과했다.

"……!!"

퍽!!

"스트~라이크!!"

동팔의 빠른 구속을 증명하듯이 포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면서 커다란 소리를 냈다.

"……."

"……."

처음으로 동팔의 공을 상대한 임아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깐… 이거 150 정도가 아닌데……?'

그가 놀라는 사이,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로데의 선수들도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몰라 서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어, 어어……."

"전보다 더 빠른 거… 맞지?"

아무리 가까운 곳에서 보더라도 구속을 정확하게 볼 수 없는 관중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 일부 관중이 말했다.

"잠깐… 지금 빠르지 않았냐?"

"그래? 나도 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빠른지 체감할 수 있는 관중을 위해서 전광판엔 방금 전의 구속을 알려주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