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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팔 선수가 5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2년 간 현역에 복무하고 그 이후에 아마리그에 있다가 지난해 말, 아마 1부 리그 우승과 함께 RG에 입단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보가 많지 않아요. 있다면 고교 때 던진 기록과 재활 기록 그리고 최근이라면 아마리그에서 기록이 있겠죠. 그걸로 감은 잡을 수 있지만 솔직히 활용할 수 있는 자료는 아니란 게 문제입니다. 아마 로데에서 동팔 선수에 대해 생각할 때, 머리가 많이 아플 거예요.]
[그 머리가 제 머리는 아니라서 생각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5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심지어 방출까지 된 상황에도 다시 프로리그에 돌아왔는데요. 이거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렇죠. 저도 그렇습니다. 당시 강동팔 선수로 인해서 룰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이젠 고교 야구에서 130개 이상 투구할 수 없게 되었죠.]
해설위원의 말에 캐스터가 물었다.
[그럼 프로리그는 투구 제한이 왜 없는 겁니까?]
[그야 구단의 선수를 구단 스스로 보호하려니까 그렇죠. 비싼 돈 들여 들어왔는데 혹사시켜서 부상을 입으면 결국 구단의 손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요. 구단 자체적으로 투수는 물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내부적인 지침이 다 따로 있으니까요. 자, 강동팔 선수가 재기했는데 이구연 해설위원께선 어디까지 예상하고 계신가요?]
[방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정보가 너무 없습니다. 프로에 다시 들어왔지만 선발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중간계투 요원이나 마무리밖에 없죠. 하지만 마무리는 팀 내에서 한두 이닝 사이를 제일 위력적인 구위를 던질 수 있는 선수가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기를 했어도 그건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범위였다. 그는 괜히 해설위원을 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듯이 이어서 설명했다.
[사실 강동팔 선수가 입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RG구단에 직접 가 봤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연습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스프링캠프에 갔다고 하니 1군에서 충분히 통한다 생각하기에 데려갔겠죠.]
[하지만 연습경기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건 안 좋은 거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비밀병기처럼 숨겨놓기 위해 그럴 수 있습니다. 신인 선수의 구속과 주력구가 무엇인지만 알아도 상대 팀에서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거든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해설위원께선 어느 쪽이길 바라십니까?]
[그야 당연히 후자이길 바라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캐스터의 물음에 해설위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그야 멋있잖아요. 애써 재기해서 복귀했는데,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끝나면 그게 뭡니까? 그리고 RG도 괜한 돈 쓰는 구단이 아닙니다. 분명히 강동팔 선수에게 있는 무언가를 보고 영입하지 않았겠습니까?]
그 말을 할 때 두 사람 앞에 강동팔에 대한 자료가 들어왔다.
[오, 마침 강동팔 선수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이건 이전 자료군요. 그리고 이건 아마리그에서 나온 자료이구요.]
[그러네요. 고교 졸업할 때 구속이 시속 150킬로. 그리고 주력구는 커브. 하지만 이후 아마리그에서 줄곧 120대의 변화구만 던졌군요. 그러다 작년부터 구속이 올라서… 네? 설마 130 후반대까지? 그리고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추가되었습니다.]
해설위원의 말에 캐스터도 같이 놀랐다.
[그러네요. 이거 작년 우승팀인 우산의 윤희곤 투수와 비슷한 유형 같습니다. 제구력이 뛰어나다면 분명히 윤희곤 투수와 비견되는 스펙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주력구는 달라도 그리고 구속이 느려도 제구력과 볼 끝의 움직임이 좋다면 에이스의 요건이 됩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제구력이 되면 RG에서 나설 만하겠습니다. 물론 실제로 던지는 것을 봐야 제대로 알 수 있으니 속단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오후 2시부터 경기가 시작된다.
10분 전부터 중계가 나가고 있어 가족들도 보고 있었다.
"동팔이 이야기가 재활 실패가 아닌 걸로 또 나올 줄은 몰랐는데……."
"어차피 입단하고 1군에 정식으로 올라갔으니 당연히 나올 걸 뭘……."
아버지는 아닌 척, 당연한 척하고 있지만 입가에는 한껏 미소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왜 부산에서 한대. 그거만 아니었으면 당장 갔을 텐데."
동팔이 처음으로 프로리그의 마운드에 설지 모를 상황이라 당장 부산에 가고 싶은 것이 부모님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거리도 거리고 부모님도 서울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야 로데가 홈이니까 그렇지. 다음 주 화요일부터 RG가 잠실에서 경기하니까 동팔이 선발되면 그때 가 보면 되지……."
"해설 들어오니 언제 선발될지 알 수 없다는구만 뭘……."
자신의 아들이 당당하게 프로 구단에서 선발로 나오길 바라는 것이야 부모로서 당연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현실이 녹녹치 않다는 건 굳이 가지 않더라도 이미 알고, 겪은 분들이셨다.
비록 지금은 이름만 올라와 있지만 언젠가 당당하게 서게 될 날을 기다리는 것도 사실이었다.
민희도 집에서 TV를 통해 중계를 보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를 제외하면 동팔의 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 오히려 편안하게 보고 있었다.
'고작 그 정도가 아닌데… 말해줄 수도 없고 말해도 믿을 것 같지도 않고…….'
답을 미리 알고 문제를 푸는 기분으로 중계를 보는 민희.
동팔이 입단하고 처음으로 이름이 올라온 이 경기는 다른 사람들도 보고 있었다.
"야, 시작했다. 모여!!"
민철의 말에 그의 집에 있던, 이젠 3부 리그로 떨어진 스틸러스의 선수들이 모였다.
"하하하. 정말 동팔이 나왔네. 그런데 사진이 왜 저래?"
"아직 선발도 아니고 에이스도 아니니까 대충 찍은 거 아닐까요? 생각보다 잘 안 나왔다."
"동팔이가 이름처럼 촌스럽게 생긴 건 아니지만 투수에게 인물이 중요하냐? 공 잘 던지는 게 중요하지."
동팔을 응원하는 사람은 그들만이 아니라 아마 1부 리그에서 같이 야구한 우랑우탄팀도 있었다.
하지만 동팔을 아는 모든 사람이 그를 응원하는 건 아니었다.
"……."
혜진은 집에 혼자서 TV를 통해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애인이 소속돼 있는 오성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동팔이 재기하여 RG에 입단했다는 소식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리모컨을 잡아 채널을 돌렸다.
처음에는 뜬소문이라 생각했지만 신문 기사를 통해 사실임을 알았다. 방금 중계방송에서 나온 것처럼 동팔은 바로 1군에 이름을 올렸다.
혜진은 동팔을 통해서 그리고 남궁지완을 통해서 프로야구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얼추 감은 잡고 있었다.
1군에 이름이 올라왔다는 건 의미가 있었다. 단순히 2군에서 재활하고 올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바로 전력으로 쓰일 수 있어야 1군에 오를 수 있었다.
경력이 있고 기록이 좋은 선수라면 모를까. 프로에서의 기록이 전혀 없는 동팔이 1군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을 확인하고 혜진은 확신했다.
"정말… 회복했나 보구나……."
7년의 연애였다. 그중에 동팔이 프로에 처음 입단하고 방출된 후 4년 동안 옆에서 지켰다.
솔직히 말해 4년은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동팔이 군대에 있을 동안 떠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 기간만 해도 4년이 된다. 이후에 팍팍한 삶과 홀로 힘겨운 시간은 이겨내야 했다.
그 와중에 자신을 좋아하던 남궁지완의 고백을 받아 마음이 흔들렸고 비밀 연애를 한 지 2년이 되어 갔다.
그 비밀은 작년에 깨졌다. 이제 동팔과는 과거의 흔적만 남은 상태였다. 더 이상 동팔의 소식을 듣지 못할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그는 불사조처럼 부활해서 당당히 1군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고 혜진이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고 결과였다. 지금 그녀의 연인은 동팔이 아닌 남궁지완이다.
그는 우승을 노리는 오성 구단의 토종 에이스였다.
설령 동팔이 국내 최고의 투수가 되더라도 혜진은 후회할 생각이 없었다. 후회가 없다고 한들 모든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이제 동팔과 관련된 그녀의 감정은 단 하나.
"이제… 동팔이 얼굴 어떻게 보지?"
오직 미안함뿐이었다.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 선수들은 개막식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은 스태프들이 하겠지만 개막식에서 선수들이 맡은 순서도 있었다.
간단히 나와서 인사하고 나오는 것이지만 나오기 전에 옷과 외모를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다.
그러던 중에 선수들은 이번에 추가된 순서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약물중독으로 죽은 민수는 왜 추모하는 거야? 뛰어난 선수였던 건 맞지만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은 사람을."
그의 물음에 다른 선수가 말했다.
"그야 자살이니까 그렇죠. 지난 시즌에서 도루왕을 하지 않았습니까. 완전 독보적이었잖아요. 4시즌 동안. 아마도 팬들의 기대와 앞으로 지금 기량을 유지할 부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죠. 민수가 이전부터 약을 했으면 도핑에 걸렸을 테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그의 말에 또 다른 선수들이 동의했다.
"그렇죠. 사실 오랜 시간 동안 빼어난 기록을 세웠으니 도핑검사를 할 때도 항상 명단에 포함되었잖아요. 그래도 한 번도 안 걸렸다는 건 약을 한 번도 안 먹었다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한 시즌에 도루를 70개에서 80개. 어떨 땐 90개도 했잖아. 그래서 제2의 바람의 아들이란 말을 넘어서 바람의 황제? 황태자? 그런 말도 나왔지?"
"그런 친구가 압박감을 못 버티고 약물에 의지하다 훅 간 거죠. 사인이 비록 약물중독이라지만 자살과 같이 생각해서 개막식 때 추모하는 겁니다. 수사기관에서 그렇게 결론을 냈으니 가능한 거죠."
그들의 말에 다른 선수들이 말했다.
"이야~ 이거 몸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멘탈도 관리해야겠다."
"너무 잘해도 좋은 건 아니네. 적당히 잘해야지."
"야, 적당히 잘할 실력은 있고?"
마지막 말에 다른 선수들이 크게 빵 터지며 웃었다.
이후의 개막식은 평범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시즌 첫 경기인 만큼 의미가 남다른 시구자가 나와서 시구를 했다. RG선수들은 물론 상대팀인 로데 선수들도 시구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개막식이라 그런지 특급 연예인부터 부르네."
"설마 수지를 부를 줄이야……."
주변에 배트(Bat)걸과 치어리더들도 전부 미인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연예인인 것도 있지만 그녀들과 비교할 수 없이 예쁜 사람이니 절로 눈이 갔다.
애초에 여자 연예인은 물론, 모든 시구자들이 공을 제대로 던지리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설령 바로 앞에 패대기를 치더라도 그 사람이 마운드에서 던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시구가 끝나면 평상시와 같이 시합이 진행된다.
경기장에 각 팀을 응원하는 구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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