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30화 (30/325)

[30]

'강동팔… 왜 올라온 기사가 하나도 없지?'

남궁지완과 달리, 한동욱은 동팔과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한동욱은 다른 사람보다, 심지어 남궁지완보다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나와 같은… 부류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아니면 그 이상?'

한동욱은 신경 전달속도가 남들보다 훨씬 빠르다. 총알을 보고 피할 정도는 아니지만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극한의 속도였다. 그 정도만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보고 칠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동체시력도 뛰어났다. 날아오는 공에 쓰인 숫자를 읽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무리 빨리 날아오는 공이라도 그에게 있어선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동팔을 신경 쓰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처럼 악마와 계약한 건 아닌가 싶었는데… 아닌가? 아니면 아닌 것대로 대단한 일이지만…….'

한동욱은 그 생각을 하며 여유롭게 홈 플레이트를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남궁지완의 독보적인 투구 내용 그리고 한동욱의 홈런은 바로 기사화되어 인터넷에 올라왔다.

연습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동팔과 관련된 기사는 없었다. 있어도 그에게 약간의 관심을 가진 일부 기자가 쓴 추측성 기사가 전부였다.

[재기에 실패? 강동팔, 연습경기에서 보이지 않아.]

[강동팔 선수. 훈련 중 부상?]

동팔도 훈련을 마치고 나면 방에서 종종 자신에 대한 기사를 검색해 본다. 이전에는 신지예 기자가 쓴 기사를 검색했지만 프로에 입단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가끔 자신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는 것을 봤다.

기사 제목과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팔의 눈에 거슬린 것은 내용이 아닌 기자의 이름이었다.

"이 사람은 본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보지도 않고 기사를 쓸 수 있지?"

직접 취재하러 온 기자는 일단 자신의 신분을 말하고 정식으로 취재한다.

한 기자가 모든 구단을 취재할 수 없기에 각자 정해진 구단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취재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취재하는 기자는 잘해야 한두 명이 전부다.

대부분은 연습경기가 있는 날에 맞추어 하루 정도 취재한다. 거리가 먼 미국의 경우 보름까지 체류하다 간다.

구단에서도 취재하러 온 기사를 소개시켜 주기에 동팔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온 기자들 중에 지금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은 없었다.

동팔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샤워하고 나온 강중근이 말했다.

"기레기들 그렇게 기사 쓰는 게 한두 개겠냐? 취재하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연습경기 결과만 보고 쓰지. 처음이야 일일이 신경이 쓰이지만 나중엔 신경도 안 쓰여."

강중근은 그 말을 하며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았다.

그리고 동팔의 옆에 앉더니 익숙하게 기사를 검색했다.

"이 정도면 약과야. 이것보다 더 한 것도 많다."

그가 찾아준 기사는 동팔을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

[먹튀, 강동팔. 재기했다며 구단을 속여.]

[연습경기에 나오지도 못하는 강동팔. 구단의 실수.]

그저 연습경기에 이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기사가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중근은 본인의 일도 아니지만 이전에 자신도 겪었던 일이기에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여기 있는 기사가 사실이 아닌 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있잖아. 조회 수 늘리려는 기레기들 기사는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중요한 건 우리랑 구단이지. 이런 건 네가 마운드에 올라가는 순간 사라질 기사들이니까."

그에 동팔이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아요.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중요한 건 이게 아니란 것도 알아요. 하지만 가족들이 종종 전화하면서 걱정하는 말을 들으면… 이 기사 쓴 기자를 한 대 때려주고 싶어진다니까요."

동팔의 말에 강중근도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아~ 하긴 그러면 나라도 그러겠다. 그래도 사실대로 말하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날 상황이니까."

실제로 연습 경기에 단 한 번도 나오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걸 말하면 가족들이 소설처럼 쓴 기사를 믿게 될 수 있었다.

"그것들에게 기자라는 말은 쓰지 말자. 진짜 기자 분들에게 실례니까."

"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그리고 나도 이걸 자주 당하다보니 생겨난 취미가 있거든."

"취미요?"

"그럼. 취미지. 나중에 이 기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해도 이런 양아치들은 끝까지 남 탓만 해. 사실대로 빨리 말해주지 않았다면서. 본인들이 멋대로 쓴 잘못은 생각도 안 하고 주변 탓만 하는 놈들이거든."

강중근은 동팔을 보며 말했다.

"보고 잘 배워 둬. 이것도 은근히 재미가 쏠쏠하거든."

강중근이 강동팔에게 알려준 건 다른 것이 아니라…….

"이런 기사는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까, 이렇게… 스크린샷으로 저장하면… 나중에 안 썼다고 오리발 못 내밀지. 크크큭. 내밀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이런 놈들은 상종할 생각도 없으니까. 내가 직접 보고 저장했는데 내밀면 내밀라 하지."

동팔은 강중근에게 투수로서 공을 던지는 방법만 아니라 각종 언론과 사람들, 특히 팬을 상대할 때의 경험과 노하우도 같이 전수받았다.

스프링캠프의 시간이 지나가고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이면 귀국하는 날.

동팔은 침대에 누우면서 얼마 전, 감독님과 상담할 때 그가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넌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어. 투수가 공을 잘 던지는 것으로 끝이 아냐. 기본이야. 기본."

그 말을 듣기 전 동팔이 감독에게 물었던 건 왜 자신을 연습경기에 보내지 않았는지였다.

'윤승완 코치님과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코치님께 물어봤지만 전혀 모르겠다고 하셨으니…….'

감독이 사적인 이유로 선수를 쓰지 않으면 감독 실격이다.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기에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따로 떼어놓고 왕따를 시키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보다 한 명 더 많은 전속 코치까지 붙여주었다.

덕분에 이전보다 제구력은 나아졌고 더 편하고 빠르고, 강하게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동팔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나를 비밀병기라 생각하시고 숨겨 두시는 거겠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유도 있었다.

'전반기에 50이닝 출전 보장이야. 기회는 어떻게든 와. 그러니 반드시…….'

하지만 동팔은 몰랐다.

동팔이 생각한 그 이유는 아주 작은 이유였으며, 감독이 왜 자신을 연습경기에 보내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개막전

대망의 KBO 개막일.

RG와 로데의 경기가 벌어지는 사직구장은 이미 많은 관중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중계석에선 두 사람이 중계를 시작했다.

[전국에 계신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RG와 로데, 로데와 RG 개막전을 중계하는 캐스터 김정현.]

[해설위원 이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간만에 뵙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 위원님께선 개막하기 전까지 잘 쉬셨나요?]

[이 나이라도 쉬면 먹고살기 힘들죠. 각 구단 돌아다니면서 응원도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며 다녔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중계와 해설을 위해선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죠. 어느 개막전이든지간에 항상 이변이 있어 왔습니다. 전년도 우승팀이 지는 징크스도 있었지만 징크스는 징크스인 법이죠?]

[맞습니다. 연습을 부단히 하고 열심히 더 노력한 팀이 결국 승리하는 법이죠. 안주하면 상위팀이 하위팀에게 지는 것이 야구이고 스포츠입니다.]

그 말을 하는 사이 카메라는 관중석을 멀리서 넓게 비춰 주었다. 한눈에 봐도 꽉 찬 관중석이 옆에 있는 TV로 나오자 캐스터가 말했다.

[정말 꽉 찼습니다. 야구에 대한 열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데요. 여기 오기 전에 들었는데 표가 매진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요? 간만에 개막전 전 경기 매진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두 팀은 팬층이 두텁기로 유명한 세 팀 중 두 팀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RG와 로데 그리고 지아. 이렇게 세 팀을 합쳐서 알로지라고 부르죠. 그런데 알러지와 발음이 비슷하네요. 다르게 부르는 방법 없을까요?]

그의 농담 어린 물음에 해설위원이 진지하게 답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지로, 지로알… 이건 더 안 좋네요. 욕같이 느껴지니.]

[그러게요. 지로알… 시청자 여러분 저희는 분명히 욕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결백합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농담으로 시작하는 그들.

이내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로데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RG는 다시 진출했죠. 와일드카드는 아슬아슬하게 넘어갔지만 다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로데는 전력 보강을 하기 위해 이번 트레이드에서 상당한 돈을 쓰리라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전혀 그 반대였죠?]

[그렇습니다. 즉시 전력이 되는 선수를 영입하지 않고 오히려 신인들을 많이 데리고 갔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도 포기하고 벌써부터 리빌딩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긴. 누가 봐도 그렇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성의 문제 아닙니까? 시즌 중반도 아니고 시작도 하기 전에 리빌딩한다는 것을 과연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납득할 수 없죠. 제가 만약 로데 팬이라면 단단히 따질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속사정이 있더군요. 로데에서 전력이 될 선수를 알아보고 접근했지만 전부 한끝 차이로 실패했다고 합니다. 구단에서 결정을 늦게 하는 바람에 좋은 선수들이 다른 구단과 계약을 했다더군요. 남은 건 신인을 발굴해 성장시키는 것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해설위원의 말에 캐스터는 납득하는 듯 말했다.

[그랬군요. 하긴 시작도 하기 전에 리빌딩을 결정하는 건 말도 안 되죠. 그런데 그건 어디를 통해 알아내셨습니까? 저한데 귀띔을 좀.]

[하하하. 영업 비밀입니다.]

[이런, 아쉽네요. 나중에 해설위원 하게 되면 어떻게든 비벼보려고 했는데. 좌우지간 로데에선 지금 1군에 크게 바뀐 선수가 없죠? 들여온 선수도 없지만 나간 선수도 없습니다. 어떻게든 선수를 지킨 건 그나마 로데 프론트에서 잘한 일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에 반해 RG는 새로운 얼굴이 보입니다. 각 팀의 선수들 보시겠습니다.]

이후로 캐스터와 해설위원은 각 팀의 선수들에 대한 소개를 이어갔다. 이번에 새로운 얼굴로 소개되는 동팔의 순서가 되자 그들의 말은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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