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29화 (29/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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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킬로를 훌쩍 넘어 160에 근접하는 구속을 보여주는 동팔. 그리고 동팔의 공을 처음 본 선수들은 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야~ 정말 160킬로?"

"전보다 더 빨라진 거 아냐?"

"재기가 아니라 진화해서 돌아왔잖아……."

말은 들었지만 직접 확인하니 느낌이 달랐다. RG의 임상훈 감독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 사이 동팔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모든 공을 던졌다.

160킬로에 육박하는 패스트 볼은 물론, 이전의 장기였던 커브와 새로 익혀 돌아온 슬라이더 및 체인지업까지.

전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이었다.

그러면서 지켜보는 선수들은 물론 코치들은 동팔이 공을 파악해 나갔다.

'단순히 구속이 빠른 게 아냐.'

'볼 끝의 움직임이 좋아.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 고치기 어려울 때에 공이 움직여.'

'볼도 볼이지만 투구 동작이… 조금은 바뀌지만 읽기가 더 어렵다랄까? 다른 동작인데 코스가 같으니 이거 원…….'

투수 출신인 임 감독이 그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지켜본 그는 동팔에게 말했다.

"동팔아. 너 혹시 승완이한테 배웠냐?"

감독이 정확한 질문에 동팔은 깜짝 놀랐다.

"네. 그렇습니다. 아마 1부 리그에서 코치해주셨습니다."

"그러냐? 어쩐지… 되게 헛갈리게 던지더라. 그런데 작년에 배웠다고?"

"네. 정확하겐 반년 정도입니다."

"그래……."

동팔의 말에 임 감독은 고심에 빠졌는지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동팔아."

"네. 감독님."

"너 시범경기에 나오지 마."

"네?"

스프링캠프에서도 경기는 한다. 그건 어디까지나 훈련을 겸하는 시합이었다. 실전은 아니라 긴장감을 떨어지지만 그동안 훈련한 성과를 중간에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 이후에 해당 선수와 팀의 성적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물론 가늠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적어도 당시 팀의 분위기와 실력은 확실히 알 수 있는 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얼마나 눈에 띄는 활약을 하는지에 따라, 1군에서 어느 포지션에 주로 기용될지 초반에 결정이 난다.

특히나 신인에 처음 프로에 올라온 선수는 더욱 중요한 경기.

어쩌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도 높았다.

굳이 먼 한국에 올 필요 없이 자신의 나라에서 선수들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동팔은 자신을 향해 그 경기에 나오지 말라는 감독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선수를 올릴 지는 오직 감독의 권한.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동팔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스프링캠프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감독은 자신이 동팔에게 한 말대로 연습경기에 그를 내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연습경기를 하는 구장에도 그를 데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동팔과 그를 두 명의 코치를 붙여서 계속 훈련을 하도록 했다.

'대체 왜 이러시는 거지? 설마 감독님이 윤 코치님과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나이는 임 감독이 더 많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맞붙었을 가능성은 높았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앙금이 있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정작 두 사람의 관계는 두 사람만 알고 있을 것이니, 제 삼자인 동팔이 예상할 수 있는 한계는 지금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후우……."

동팔은 번잡한 마음을 애써 비우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쥐고 있는 공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까드드득.

동팔의 강한 악력에 야구공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동팔은 야구공의 비명을 더욱 뽑아내듯이 강하게 쥐었고 이어서 번뇌를 던지듯이 공을 뿌린다.

휘익~ 퍽!!

여전히 정확하게 날아가는 동팔의 공.

특히나 시범경기에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공의 궤적은 더욱 급격하게 변했다.

이전보다 더 빠르게 공이 회전하기 때문에 150에 달하는 빠른 속구라도 포수 앞에 와서는 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켜보는 코치들은 공만이 아니라 동팔의 투구 동작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한 가지 사실을 파악했다.

"동팔아. 이번에 몇 번째 던지고 있는 거냐? 꽤 많이 던진 것 같은데. 어깨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그러지 말고 좀 쉬다 던져. 무리해서 좋을 rp 없는 거 잘 알잖아."

"네……."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기에 동팔은 코치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그리고 트레이너가 가져온 얼음팩으로 어깨를 찜질했다.

달아오른 어깨의 혈관과 근육의 열기가 빠지며 더 빠르게 회복해 나갔다. 동팔은 점점 붓기가 가라앉는 어깨를 느끼며 생각했다.

'괜히 무리했다가 방에서 괴로워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보다 낫겠지.'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동팔도 괜한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순순히 따르고 있었다.

새벽이 되기 전에 회복할 수 있으면 미리 회복하는 것이 좋았다. 그래야만 그때가 되었을 때 느낄 고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팔이 새벽에 느끼는 고통은 회복되어야 할 양이 많을수록, 더 많아짐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악마가 직접 말해주었고 동팔 본인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모를 수 없었다.

어깨에 얼음찜질을 하는 사이, 두 코치가 말했다.

"방금 전 슬라이더 그립은 어떻게 쥐었어?"

"그건… 이렇게 쥐었습니다."

"느낌은 어떤데?"

"아직 적응하지 못해서인지 원하는 대로 공이 가진 않았어요. 스트라이크 존에 넣긴 했지만 한가운데 몰린 것도 있었구요."

"그런 실전에서도 원치 않게 일어나는 실투야. 그거보다 폭투하지 않는 것에 더 신경 써. 그리고 이젠 스트라이크 존에만 꽂지 말고 볼이나 다른 코스도 노려 봐. 계속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상대하는 타자들이 덜 혼란스러워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생각 같아선, 전부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도 모든 타자를 잡고 싶다. 그러면 타자는 지켜볼 수만은 없기에 어떻게든 휘둘러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게 된다.

그걸 이용하고 싶지만 요구되는 것은 압도적인 구위.

아마 1부 리그에선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었지만 프로에선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프로야구팀도 스프링캠프에서 다음 시즌을 준비했다. 그들은 자신이 그동안 노력한 성과가 실전에서 얼마나 통용될 수 있는지 시험한다. 상대는 주변에 있는 야구팀 중에서 고르고 같은 프로팀이면 더욱 좋았다.

괌에서 훈련하고 있는 오성 구단은 마침 훈련을 온 일본의 로데 구단과 연습경기를 하고 있었다.

연습경기는 점수 결과보다 점수를 내게 된 이유와 중간의 플레이 과정을 더 중점적으로 본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들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기에 선수들은 더 전력을 다 한다.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는 물론, 포수와 내야수 및 외야수들도 마찬가지다.

그 와중에 가장 머리가 복잡한 사람은 투수 그리고 포수였다.

'이치다…라고 그랬나? 자료를 보긴 봤는데 안쪽 공에 약하다고 했…지?'

국내 프로야구 선수였다면 이미 지겹도록 본 자료를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리그에 있는 선수의 기록까지 보는 건 쉽지 않았다. 보더라도 기억하는 것은 어려웠다.

더그아웃에 있는 코치들도 직접 찾아가며 확인할 지경이니, 경기 중인 포수는 더욱 기억하기 어렵다.

이전의 자료를 모른다면 투수가 제일 잘 던지는 공을 던지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게 맞아떨어져서 삼진이나 플라이 볼로 아웃시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타나 홈런을 맞는다.

그러나 포수나 투수는 맞는 것 자체에 마음을 두지 않는다. 어차피 이번 게임은 연습 경기다. 점수가 아닌 경기 내용이 최우선이다.

'맞으면 맞으라지. 사인도 없으니 일단 지완이가 제일 잘 던지는 속구로…….'

포수가 사인을 보내자 마운드에 있는 남궁지완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긍정의 신호임을 오성 구단 전원이 알고 있었다.

사인을 받은 지완은 호흡을 고르고 항상 던지는 동작으로 공을 뿌렸다.

휙~ 퍽!!

빠르게 들어온 공에 타자는 배트를 휘두르지 못했다.

뒤에 있던 스피든 건에서 남궁지완이 던진 패스트 볼의 속도가 나왔다.

[154km/h]

160에 미치지 못할 뿐이지 충분히 빠른 공이다.

분석이 부족한 것은 일본의 로데 구단도 마찬가지였다.

'속구? 그럼 변화구는 뭘 던지지? 커브는 알겠는데, 포크나 체인지업도 간간히 던진다고 그랬지?'

속구에도 종류가 많다.

커브는 변화구 중에서 기본. 투수가 던진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타자도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그리고 어떤 배합으로 던질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던질 지 알 수 없다면 자신의 타격 능력과 운(運)만으로 승부해야 했다.

결국 치는 타자보다 던지는 투수가 더 유리한 상황.

특히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일수록 더 유리했다.

휭~ 퍽!!

이어 던진 체인지업에 배트가 돌아갔지만 치지 못했다. 이어서 포크볼에 속아 헛스윙을 한 타자는 다음 타자와 자리를 교대했다.

그사이, 남궁지완은 자신이 타자를 처리했다는 것에 기뻐하기보다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있었다.

'동팔이 자식… 왜 아무런 소식이 없지?'

자신이 직접 알아볼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프로팀의 스프링캠프 소식은 기자들을 통해서 들려온다. 훈련하는 내용이나 연습경기에서 일어난 일들이 대부분.

그 가운데 RG에 입단한 동팔에 대한 소식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일부러 검색해 봐도 마찬가지였다.

신지예 기자가 쓴 동팔의 재기와 입단까지의 내용이 써진 칼럼이 전부였다.

주목도가 낮은 선수라면 이름 한 번 나오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재기로 인해 시선을 받고 있는 동팔에 대해 어떤 기사도 나오지 않자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그 녀석이 별 볼 일 없다면 그 내용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왜 이렇게 꽁꽁 숨겨두는 이유가 뭐야?'

지완은 그 생각을 하면서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

그는 3이닝을 던지는 동안 단 한 명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역시나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 지아 구단에서 홈런포가 터졌다.

따악~~!!

확연히 홈런임을 알 수 있는 빠른 타구 속도와 코스 그리고 높이. 홈런을 맞은 투수는 침통하기보다 황당해하고 어이가 없어 하고 있었다.

'아니… 그걸 맞춰?'

자신이 방금 던진 공은 시속 150킬로를 넘는 육박하는 강속구다.

그것도 변화가 많지 않은 포심이 아니라 방향이 바뀌는 투심 패스트 볼이었다.

포심이 빠르고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이라면 투심은 회전축에 따라 궤적이 바뀌는 공이다.

그만큼 제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포심인 줄 알고 배트를 휘두른 타자들에게 삼진을 선사하는 구종이었다. 그런데 한동욱은 절묘하게 제구된 투심을 읽고 제대로 때렸다.

터벅터벅.

홈런을 쳤어도 한동욱은 크게 기뻐하지 않고 트랙을 돌듯이 1, 2, 3루를 돌았다. 지금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자신이 홈런을 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연습경기의 홈런보다 실전의 홈런이 더 중요하다. 그 전에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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