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9화 (19/325)

[19]

뚜둑.

결국 손가락 근육이 버티지 못하고, 파열되어 끊어졌다.

하지만 동팔은 멈추지 않았다.

그때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지탱하여 푸시업을 지속해 나갔다.

동팔이 그만두는 때는 오직 한 가지의 경우뿐.

끄드드득… 투둑.

근육이 파열되어 끊어지거나 힘을 더 이상 줄 수 없을 때까지.

이후에는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근육을 사용해서 운동을 계속해 나갔다.

윗몸 일으키기를 할 때엔 배가 땡기는 것을 넘어 역시나 더 이상 힘을 줄 수 없을 때까지.

허리와 등 근육 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날 새벽은 역시나 말할 수 없는 고통에 휩싸이며 비명을 삼켜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팔이 계속 혹사 이상의 혹사.

항상 폐인이 되기 직전까지 하는 이유가 있었다.

'더 강해졌어… 확실히 어제보다 더…….'

고통이 따랐지만 성과는 있었다.

그리고 동팔이 고통을 감내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시간이 없어. 어떻게든 더 빨리… 메이저리그로 가야 돼.'

몸의 회복력이 있다는 것은 악마와의 계약이 주효하다는 증거.

5년 이내에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면 자신의 영혼은 악마의 소유가 된다.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이제 막 사귀게 된 민희를 두고 떠나야 했다.

무엇보다 눈에 걸리는 사람은 민희였다.

자신이 열악한 상황에도 함께하기로 선택한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성공해 나가는 모습을 제일 옆에서 보게 해주고 싶었다.

그것이 동팔로 하여금 고통을 감내하게 만드는 제일 큰 원동력이었다.

다음 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리그 시합에서 우랑우탄팀은 중요한 시합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리그 1위인 죽부인 클럽이라니… 절대 지면 안 되는데. 만만치 않네요. 동팔이도 없는데."

"그래도 별수 있냐. 나는 코치로 등록되어 있으니 뛸 수도 없고… 다른 애들이 최대한 버티고, 타자들이 잘 때려야지."

야구에서 이기는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과 같다.

잘 막고 잘 때리면 된다.

그걸 쉽게 하면 이기는 것이고, 못 하면 진다.

어떻게든 잘 때릴 자신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태성의 말대로 막아줄 사람이 없었다.

'프로에 있을 때도 느꼈지만… 구단이 왜 투수에게 돈을 쏟는지 이제 좀 알겠네…….'

전에는 포수 역할에만 신경 쓰면 됐기에 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감독의 역할도 해야 되니 더 넓은 판으로 봐야 했다.

또한 작년에만 해도 뛰어난 투수가 지닌 안정감을 몰랐다. 하지만 동팔이 부상으로 빠지게 되자 확실히 알게 되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전에는 어떻게든 2이닝만 막으면 되었지만 이젠 5이닝을 막아야 했다.

막아야 할 시간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으니 못 느끼는 것도 이상했다.

태성은 점수를 비롯한 기록이 적힌 전광판을 봤다.

"2대 2라… 두 이닝을 두 점으로 막은 것도 작년보다 많이 나아졌네요. 코치님 덕분입니다."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 그냥 적당히 봐줬을 뿐이야."

"그 약간 봐주시는 것이 효과를 보니까 감사한 거죠. 그걸 몰라서 계속 헤매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럼 선출로 타격 코치나 한 번 영입해 볼까요?"

"할 수 있으면 해 봐. 하지만 난 타격 쪽으로는 잘 모르니까 알아서 하고."

"네, 네."

그 대화를 하는 사이, 이미 투 아웃에 마지막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있었다.

"이걸로 공격이 끝나면 안 되는데… 다음에 어떻게 막냐. 저쪽은 이미 타순 하나가 다 돌아서 적응했을 텐데……."

태성이 혼잣말을 할 때, 그의 뒤에서 동팔이 나타났다.

"뭘 걱정하고 그러세요. 다음에는 제가 나가면 되죠."

"응?"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은 태성.

윤승완 코치도 마찬가지로 뒤로 돌아보았다.

하지만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자 여기 없었던 동팔과 민희가 같이 온 것을 보았다.

동팔은 언제라도 마운드에 올라올 수 있도록 이미 옷을 입고 있었고, 글러브를 끼고 있었다.

"어라? 동팔이? 네가 왜 여기 있어?"

"아직 두 달 이상 남았잖아. 그런데 벌써 깁스 풀고 걸어서 온 거야? 많이 회복했구나."

주력 투수의 빠른 회복은 감독으로서 좋은 일이었다.

그것을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서도 좋은 일이었다.

동팔이 오자 태성과 윤승완 코치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격하게 반겨주었다.

그들의 격한 축하를 받은 뒤, 동팔은 윤승완 코치의 말을 수정했다.

"많이 회복하진 않았습니다. 완벽히 회복했죠."

"…뭐?"

그들은 동팔이 한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야. 아무리 회복력이 좋아도 최소 3개월이야. 그런데 어떻게 한 달도 안 되서 완벽하게 회복하냐?"

그의 말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그러자 민희가 와서 검진 결과를 보여주었다.

"저도 동팔 오빠 말을 들었을 때는 믿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병원에서 확실히 나았다는 결과가 나왔으니, 안 믿을 수 없잖아요."

그들은 민희가 보여준 검진결과를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았다.

그리고 다시 동팔을 보자 그는 가볍게 뛰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던질 수 있습니다. 혹시 중간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나요?"

"아니. 그런 건 없어. 이미 서로 명단 확인했을 때… 네 이름도 있었거든."

애초에 20명 왔다 갔다 하는 인원이었다.

그러니 부상으로 이름이 빠져도 시합 전에는 항상 이름을 올려놓고 시작했다.

"그럼 이번 공격 끝나고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비록 그가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해도, 바로 올리는 것이 꺼림칙한 우랑우탄팀.

그러자 민희가 말했다.

"이미 레슨장에서 확인 끝났어요. 동팔 오빠 몸, 다시 회복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른 누구도 아닌, 동팔의 연인인 민희의 말이었다. 오히려 동팔 자신보다 그의 몸을 더 걱정할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그런 민희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윤승완 코치가 말했다.

"그럼 한 번 여기서 동작 취해 봐. 무리하지 말고. 어딘가 이상하면 올라갈 생각하지 말고."

"네."

동팔도 그의 말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팀의 리그 우승도 좋지만 동팔의 몸을 더 걱정하기에 그 말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

스윽.

휙!!

동팔은 공만 들지 않았을 뿐, 한 점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투구 동작을 했다.

그의 동작을 본 윤승완 코치의 눈빛이 빛났다.

"좋네. 태성아. 괜찮으니까 다음에 올려도 되겠다."

그의 말에 긴가민가 조심스럽던 태성도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코치님께서 확신하신다면 확실하겠죠."

마침 타자가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채우고 돌아왔다.

동팔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오를 때, 상대팀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대로 가면 이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상대팀에 괴물급 투수가 올라왔다.

그것도 시합 시작 때 없던 선수가.

그들은 명단에 없는 선수라고 따졌지만 태성은 이미 명단에 있던 선수라면서 증거를 내밀었다.

결국 상대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다시 게임이 진행되었다.

동팔은 처음 상대하는 타자를 보지 않았고, 자신이 던질 코스를 보았다.

이내 자세를 잡은 뒤, 태성의 사인을 기다렸다.

그 사이, 윤승완 코치는 민희에게 물었다.

"레슨장에 갔다 왔다고 했죠?"

"네."

"그럼 동팔이 구속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고 계시겠네요."

"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건 말한 적이 없었다. 아니, 말할 틈도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말에 민희는 의아했다.

"방금 전 그 투구 동작을 보고 알았습니다. 전보다 더 완벽한 동작이었거든요."

윤승완 코치는 그 말을 하며 동팔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에 부응하듯 동팔은 빠른 직구로 첫 번째 공을 뿌렸다.

휭~!!

타자는 정직하게 날아오는 동팔의 직구를 치기 위해 방망이를 휘두르려 했다.

'130 조금 넘는 거는 충분히…….'

하지만 타자의 예상과 달리 동팔의 공은 태성의 글러브에 이미 빨려 들어간 뒤였다.

타자는 휘두르던 방망이를 마저 휘두르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고 말았다.

'어?'

'어?'

타자도 놀랐지만 공을 받은 태성도 놀랐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같은 팀의 사람들과 상대팀의 선수들도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생각보다 빠른데요?"

"왠지 전에 봤을 때보다 더 빠른 느낌인데……."

특히 바로 앞에서 공을 받은 태성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프로에서 자주 느끼던 감각… 오랜만인데…….'

동팔의 공을 받는 순간, 태성은 동팔의 구속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더 정확히 알기 위해 움직였다.

윤승완 코치는 스피드 건을 들고는 동팔을 향했다.

공을 받은 동팔은 평상시처럼 자세를 잡았고, 이번에도 빠른 속구로 던졌다.

휙~ 퍽!

이번에도 스트라이크 존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코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동팔의 코스가 아닌 구속(球速)에 집중하고 있었다.

"143km?"

"전에는 130대 후반이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구속이 올라올 수 있지?"

그것도 훈련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부상을 입어 쉬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와중에 윤승완 코치는 표면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더 탄탄해졌어. 전에는 던지면서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지. 하지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흔들림이니까.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흔들림이 거의 없어. 무언가 단단히 고정하고 던지는 것과 같으니 힘이 더 실리겠지."

"그럼 전에 무릎을 다친 것이 전화위복이 된 건가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더 튼튼해진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야. 밸런스가 맞아. 저번엔 어깨랑 등에 무게랑 힘이 더 쏠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아. 움직일 때 더 자연스러워졌어. 아마 두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동팔의 구속이 갑자기 오른 것에 대해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된 연유인지 몰라도, 원인만은 바로 파악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 경기를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단단히 준비해. 이제 점수를 1점만 내면 확실히 이길 수 있어."

이제 남은 3이닝은 동팔이 틀어막을 수 있다.

그러니 승리를 위해 남은 것은 공격으로 상대에게 점수를 빼앗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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