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5화 (15/325)

[15]

"여기 이 친구가 강동팔이야. 지금 2부에서 1부 리그로 옮겼어. 지금 봐야 할 건 다른 게 아냐. 구속(球速)이지."

"네……."

신지예 기자는 봐봤자 얼마나 대단한 것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윤승완이 직접 부르고 보여주는 것이니 일단은 보기로 했다.

영상에서 나온 강동팔은 여전히 앳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어서 그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는 그녀가 살짝 놀랐다.

"음? 좀 빠르네요."

스포츠 기자. 그중에서도 야구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기에 투수의 공을 보면 어느 정도 구속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히 120이 한계라고 알고 있었지만 지금 동팔이 던진 구속은 그 이상이었다.

이어서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를 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어머. 132km? 정말 재기하는 중이에요?"

그녀가 놀라자 윤승완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고작 이걸로 놀라면 안 돼. 진짜 놀랄 건 따로 있어."

그가 다른 영상을 재생했다.

그것은 얼마 전에 레슨장에서 찍은 훈련 영상이었다.

윤승완은 신지예에게 동팔이 고리 세 개를 설치하고 그 안으로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멍하니 영상을 보기만 하는 그녀.

짧은 영상이 끝나자 윤승완이 말했다.

"고교 때 던진 공은 패스트 볼이랑 커브가 전부였잖아. 하지만 지금은 아냐. 전역하고 나서 변화구와 제구력에 집중 투자해서 그런지… 던질 수 있는 게 많아. 지금 주력구는 커브만이 아니라 여기서 봤다시피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도 있어. 또 방금 본 것처럼 이젠 패스트 볼도 투심이랑 포심도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

윤승완의 말에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말로 재기에 성공한 거야? 끝장난 지 오랜 데도?'

하지만 영상을 보면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저기… 코치님이 보시기에… 어디까지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속? 모르지. 하지만 이미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했으니… 이전처럼 150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 젊잖아. 어쩌면 160도 가능할지 모르지."

신지예 기자의 온몸에 강렬한 전율이 짜릿하게 흘렀다.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하나의 기획이 떠올랐다.

'폐물이 된 선수가 불사조처럼 다시 부활했다? 하지만 그걸 나중에 알고 쓰면 늦어. 독자적인 매트리가 없잖아? 그럼 지금부터 취재한 다음, 강동팔 선수가 프로에 입단하게 되면 특별 코너 형식으로 연재할 수 있을지 몰라. 그러면 한동안 나만의 단독 코너가 만들어지고, 나중에 그의 전담 기자가 된다면……?'

기자가 어려운 점은 항상 기사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노력과 운이 동시에 따라야 하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복불복이 아닐 수 없었다.

고정적인 고료 수입이 생길 수 있다면 불안정한 생활과 잠시 이별할 수 있게 됐다.

그것도 모자라 강동팔 선수 전담 기자가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좋네요… 이 정보. 다음부터 제가 취재해도 되죠?"

"마음대로. 어차피 지금은 경쟁자가 없잖아."

지금은 경쟁자가 없지만 나중에 경쟁자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럼 미리 선점하는 것이야 말로 최선의 길.

"네. 이거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럼 이거 제가 사드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일이 잘 풀리자 그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건 나중에 잘되면 그때 사줘."

부상과 연패

시간이 지나 아마 1부 리그는 시즌 중반을 향해 가고 있었다.

캉~!

어쩌다 한 번 가운데로 몰린 동팔의 공. 그리고 실투를 놓치지 않은 타자는 제대로 때렸다.

공은 내야를 빠르게 통과했고, 외야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외야수는 재빨리 1루로 공을 던지려 했지만 이미 타자는 1루 베이스를 밟은 뒤였다.

"후……."

안타를 맞았지만 동팔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덤덤하게 다음 타자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앞에서 보고 있던 태성은 생각했다.

'처음과 달리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익숙해져서 그런가? 대담해졌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이전의 경험이 살아난다고 해야 할지… 감정의 기복이 줄어들고 있어.'

처음 경기했을 때 안타를 맞았던 순간을 떠올리면 더욱 확연한 차이였다.

무표정을 지키며 태성의 사인을 받은 동팔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그리고 태성이 보낸 사인대로 정확하게 공을 꽂아 넣었다.

휙~! 퍽.

"스트~라이크!!"

처음에는 변화가 거의 없는 포심 패스트 볼.

이젠 135에 육박하는 구속으로 인해 처음 상대하는 타자는 일단 지켜만 봐야 했다.

그리고 다음 공은 방금 전보다 약간 느린 직구 코스였다.

'어차피 원 스트라이크. 변화구라도 따라가면 그만이다…….'

휭~!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였기에 타자는 주저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깡~!!

소리는 컸다.

하지만 공을 때린 타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제대로 안 맞았어! 젠장!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다니…….'

처음에는 빨리 온다고 생각했던 공이 자신이 짐작하던 속도대로 날아오지 않았다.

빠르게 던진 것 같았지만 힘을 제대로 싣지 않아 방금 전보다 더 느린 공이었다.

동시에 코스에도 변화가 생겨 방망이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고, 원하는 포인트에 약간 벗어나고 말았다.

그래도 혹시 모를 행운을 기대하며 타자는 열심히 1루로 달렸다.

동팔이 힘차게 던진 공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다 땅으로 떨어지더니, 기다리고 있던 외야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아웃! 쓰리 아웃 체인지."

이번 게임의 3번째 이닝이 끝나자 동팔은 글러브를 벗고 더그아웃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민희가 다가왔다.

"고생했어요. 여기, 물."

"아, 고마워. 민희야."

"뭘요. 이걸로 오빠한테 도움이 되면 저도 좋은걸요."

이젠 완연한 연인의 분위기인 두 사람.

같이 더그아웃에 들어온 우랑우탄의 선수들 중 일부는 휘파람을 불며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냥 사겨라! 몇 년 뒤에 결혼할 분위기네."

"좋겠다. 누구는 애인도 아닌데 여기까지 와주고, 난 애인이 있어도 귀찮다고 안 오는데."

여러 사람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둘이었다.

그들의 말에 동팔과 항상 씩씩한 민희도 민망한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간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익숙한 손님인 신지예 기자.

그녀가 오자 우랑우탄 선수들은 크게 반겼다.

"안녕하세요. 신 기자님."

"이번 달에도 오셨네요."

"또 동팔이 취재하러 오신 거죠? 다 압니다. 하하하."

신지예 기자는 미인이었다. 게다가 취재에 임하는 태도도 싹싹했고, 붙임성이 좋아 금세 우랑우탄 선수들의 마음을 얻었다.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항상 3이닝을 마치고 취재나 인터뷰를 해온 것이 주효했다.

더군다나 윤승완 투수와 잘 아는 사이라고 하니 마음을 여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뷰에서 보인 말과 행동이었다.

"던지시는 것 잘 봤어요. 저번에 왔을 땐 135가 최고 구속이었는데… 오늘은 137 찍으셨던데요? 점점 더 빨라지고 계신데, 비결이 있나요?"

"비결이랄 게 있나요. 열심히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인걸요."

"그렇죠? 제가 괜한 걸 물어봤네요. 그래도 구속이 점점 빨라지니 기분이 좋으시죠? 시즌 끝나면 얼마나 빨라질 것 같나요?"

"그걸… 잘 모르겠습니다. 구속을 점점 끌어올리고 있지만… 1킬로 올리는데 시간이 점점 더 걸리고 있어서요."

"그렇죠. 130에서 131로 올리는 것이랑 135에서 136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그녀는 인터뷰를 할 때 취조하듯이 묻지 않았다.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살피고,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다보니 동팔이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옆에서 보조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전에 비해 삼진 비율이 더 늘어났어. 당연히 피안타율도 떨어졌고, 범타로 처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방금 본 것처럼 땅볼 유도 능력도 마찬가지."

그러면서 윤승완 코치는 그녀가 오지 않았던 한 달 사이의 기록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그가 보여주는 기록을 사진으로 찍어서 저장했다.

"어머, 정말이네. 왠지 동팔 선수가 점점 왕년의 기록을 회복하는 걸 보니 왠지 기분이 좋네요."

그녀의 말에 민희가 발끈했다.

"왕년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동팔 오빠 그때보다 더 잘 던질 수 있어요."

그러자 신지예 기자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그러네. 하긴… 이제 고작 스물다섯? 왕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겠다. 그렇다고 전성기라 할 수 없고. 그럼 한참 잘나갈 때? 하지만 그건 기사에 맞는 단어도 아니니… 민희는 어떤 단어가 잘 맞을 것 같아?"

"네? 그건……."

민희가 스마트폰에 있는 사전 앱으로 적당한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당당한 그녀라도 연륜에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건 그렇고. 동팔 선수 덕분인지 전과 달리 순위가 높네요. 지금 리그에서 4위죠?"

그녀의 물음에 태성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전에는 6위 이상으로 올라가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1위랑 고작 2게임밖에 차이가 안 나는 4위죠. 1위랑 2위가 한 게임 차이. 그리고 2위와 3위, 3위 팀과 우리 차이는 각 반 게임 차이예요. 덕분에 지금 여기 리그는 혼전입니다. 아차! 하는 순간 상위권 순위가 바뀌거든요."

"살얼음판이지만 기분 좋은 살얼음이겠어요."

이젠 동팔만이 아니라 사회인 야구까지 취재를 하는 그녀.

그 이후에는 동팔이 타격 연습을 하는 장면까지 찍고, 시합이 끝나기 전에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떠나자 윤승완은 무언가 굉장히 고민을 하더니, 이내 태성과 이야기를 하고는 동팔에게 와서 말했다.

"동팔아. 나랑 따로 이야기 좀 하자."

"네. 코치님."

두 사람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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