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10화 (10/325)

[10]

'어차피 테스트는 하기로 했어. 대신 경쟁이 추가되었을 뿐이야.'

동팔이 몸을 푸는 사이, 태성이 말한 윤승완 투수가 도착했다.

그는 같은 팀인 선수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몸을 풀고 있는 동팔에게 다가왔다.

"태성 감독을 통해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돼서 유감이지만… 그래도 즐겁게 해 봐요."

"네.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윤승완 투수가 태성의 제안을 거부하면 동팔로선 어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갑작스러운 제안에 흔쾌히 허락한 것에 놀라면서도 감사했다.

"5년 전에 이야기는 나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다시 재기하려 하는 모습을 보니 좋네요."

윤승완 투수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비록 지금은 경쟁자였지만 그의 부드러운 미소와 인격적인 말에 동팔은 절로 손이 나와 악수를 받았다.

"말씀 감사합니다."

동팔은 윤승완 투수의 손을 잡은 뒤 단번에 알았다.

거친 손바닥과 굵은 손가락. 그리고 단단한 손.

몇 십 년 동안 공을 던진 투수의 손 그 자체였다.

프로에서 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쌓인 윤승완의 세월과 노력이 느껴지자 동팔은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가볍게 악수하자 윤승완 투수가 말했다.

"나는 몸 좀 풀고 있을 테니까… 먼저 투구하고 있어요."

"네……."

그의 말에 어느 정도 몸을 푼 동팔은 공을 쥐었다.

2부 리그와 달리 1부 리그에서 쓰는 공은 연습구임에도 상당히 좋았다.

프로에서 쓰는 것만큼 될 수 없겠지만 표면이나 실밥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동팔이 공을 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자신도 어렸을 때부터 공을 던져와 부드러운 손은 아니었다.

하지만 은퇴한 지 2년이 되어감에도 윤승완 투수의 손은 자신과 차원이 다른 세월이 새겨져 있었다.

'기가 죽은 건 아냐. 넘지 못할 산도 아니야.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은퇴하고 나면 그런 손을 가질 수 있겠지?'

그러나 그 전에 먼저 프로에 다시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야만 은퇴를 할 수 있으니까.

"후우……."

동팔은 글러브를 고쳐 끼우고, 공을 안에 넣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친구의 장비를 빌린 민철이 다가와서 말했다.

"중요한 테스트이긴 하지만 내가 사인을 보내지 않을 거야. 순수하게 네 공을 보는 거니까 할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진다 생각하고 사인 보낸 다음 던져. 알겠지?"

"네. 형."

두 사람은 각자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뒤로 향했다.

동팔이 올라오자 우랑우탄팀의 선수 중 한 사람이 스피드건을 꺼냈다.

"단순히 눈짐작만으로 가능하지만… 그래도 직접 재는 게 낫겠지……."

그리고 동팔을 향해 스피드건을 겨누었다.

동팔은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를 수 없었다.

처음부터 테스트를 받기로 했기에 당연한 일.

그래서 동팔은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을 향해 자신이 던질 수 있는 패스트 볼을 던졌다.

쉭~ 퍽!

동팔의 공은 가만히 있는 민철의 포수 글러브에 제대로 꽂혔다.

그의 정확한 제구에 감탄은 했지만 그 정도는 1부 리그에서도 가능한 투수가 있었다.

다만 그들이 감탄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빠른데?"

"설마 정말로 130까지 던질 수 있는 거야?"

그들이 구속을 재고 있던 선수를 보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들고 있는 스피드건의 숫자를 보여주었다.

"맞아요. 지금 딱 130 찍혔어요."

반신반의했지만 일단 130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증명이 되었다.

어제 오후라면 마땅히 통과했을 기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쟁자가 있는 상황.

그것도 아마리그의 에이스가 아닌, 프로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한 베테랑 투수였다.

'일단 지금은 정말로 비교해 봐야 하나?'

'하지만… 투수는 단순히 구속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데…….'

'제구력도 제구력이지만… 경험이…….'

'하지만 경험만으로 평가한다면 애초에 테스트를 할 이유가 없고…….'

그나마 동팔에게 있어 다행인 점은 우랑우탄팀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여전히 윤승완 투수를 더 높게 쳐주고는 있었지만 일방적이진 않았다.

몸을 풀면서 동팔의 제구를 지켜보던 윤승완이 감탄하며 말했다.

"오, 정말 회복되었나 보네. 전성기 때와 같진 않아도… 충분히 위력적이야."

이후로 동팔은 각종 구종을 보여주며 마치 시위하듯이 공을 던졌다.

정확한 제구로 한가운데가 아닌, 바깥쪽에 꽉 찬 스트라이크를 던져 나갔다.

동팔이 공을 계속 던져 나가자 우랑우탄팀의 선수들의 표정이 더 진지해졌다.

그리고 동팔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이번에 올라온 사람은 윤승완 투수였다.

그는 자세를 잡으며 생각했다.

'젊은 친구가 요령이 없달까… 자신의 공을 전부 보여주면 테스트에서 불리한 것 모르는 건가?'

야구는 속고 속이는 경기였다.

투수는 어떻게든 타자를 속여 방망이를 끌어내야 하고, 타자는 속는 척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공을 투수가 던지도록 만든다.

그러니 지금 자신의 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 나중에 타자들이 눈에 익게 된다.

이는 아무리 공이 좋아도 안타를 맞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그럼 난 처음에 80%만 보여주고… 나중에 전력으로 던져서 끝을 내? 하지만 그건… 내 성격에 안 맞아. 그래서 내가 프로에서 나온 건데…….'

상대가 모든 것을 보여주었는데 꼼수를 부린다면 그건 그의 자존심에 먹칠하는 것이다.

그래서 윤승완 투수도 자신이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기로 했다.

쉭~ 퍽!!

그러자 반응이 절로 나왔다.

"우와… 130 넘었어! 134 정도?"

"그리고 변화구 제구도 장난 아닌데요? 역시 프로에 오래 계시던 분은 다르다니까."

윤승완이 공을 던지자 평가는 바로 그에게 기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동팔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는 아니었다.

'절대적인 건 아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그의 연습이 끝나자 태성이 다가와서 사람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방금 전에 말했지만 이번 테스트 방식은 한 타자에 두 투수가 각각 다섯 번 투구를 합니다. 그리고 타자는 두 투수 중 한 사람을 선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누구를 투수로 영입할지를 결정합니다. 무효표는 인정하지 않으며 홀수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결판이 날 겁니다. 이의나 궁금한 점이 있는 사람?"

"……."

"그럼 강동팔 투수부터 시작합니다."

선수들은 신속하게 각자의 자리로 갔다.

그렇다고 시합을 하는 것처럼 수비 연습을 하는 건 아니었다. 필드에 있는 사람은 투수와 타자 그리고 포수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뒤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팔은 마운드에 올라 꼿꼿하게 선 상태로 타석에 있는 타자와 포수를 보고 있는 민철을 보았다.

민철도 동팔을 보면서 생각했다.

'동팔이가 밀리는 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뒤에서 던지는 투수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아. 하지만 그 정도 페널티는 감수해야지. 이곳이 아닌, 프로에 다시 들어가려면!!'

사소한 페널티가 있어도, 지금의 윤승완을 넘지 못하면 다음은 더 넘을 수 없는 투수와 경쟁해야 했다.

동팔도 그걸 알기에 괜한 핑계를 대지 않았고, 지금 마운드에 서 있었다.

슥.

"후우……."

동팔은 자세를 제대로 잡고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직구를 던졌다.

쉭~ 퍽!

"스트~라이크!"

타자는 동팔의 공을 봤지만 방망이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동팔은 생각했다.

'응? 설마 2부에서처럼 제대로 못 치는 건 아니겠지?'

그동안 그의 공을 제대로 친 타자는 2부 리그에서 찾기 어려웠다. 아마리그에선 130도 빠른 공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었다.

스윽.

만약 2부 리그의 타자였다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와 억지로 맞붙어야 하는 표정이 크든 작든 드러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타자의 표정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제대로 치겠다는 듯이 방망이를 고쳐 쥐었다.

그러자 동팔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후우……."

그래서 이번에는 전혀 다른 코스로, 그러면서도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곳으로 직구를 던졌다.

쉭~

캉!

하지만 동팔의 불길한 예감대로 방망이에 공이 맞고 말았다.

"파울!"

그나마 제대로 맞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동팔의 공을 친 타자는 중얼거렸다.

"아… 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을 뒤로하며 타자는 다시 방망이를 고쳐 잡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동팔은 확실히 깨닫고 있었다.

'역시… 아마 1부 리그를 준프로라고 하는 이유가 있었어…….'

자신의 공 주변에도 방망이가 나아가지 못한 2부 리그와 차이가 꽤 컸다. 파울이었지만 우연히 얻어 걸린 파울이 아니라 제대로 치다가 걸린 파울이었다.

바꿔 말해 조금만 포인트가 맞았다면 안타나 홈런도 가능하다는 의미.

"하… 완전히 방심했네."

동팔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

2부 리그에만 있다 보니 거기에 적응한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지금 상대하는 선수보다 더 빠르고 강한 타자들을 상대해야 했다.

동팔은 마음을 고쳐 잡았고, 공도 같이 고쳐 잡았다.

그 결과는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쉭!

'완전히 같은 코스!!'

이번에도 직구로 오자 타자는 곧 공이 올 방향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중간을 더 지나니 그의 시야에서 공이 느려졌다.

휭~ 퍽!!

궤적은 정확했다.

다만 타자의 방망이가 공보다 더 빨리 나갔을 뿐.

"스트~라이크!!"

심판의 판정에 타자는 숨을 가볍게 내쉬며 말했다.

"허… 참……."

지켜보고 있던 윤승완 투수는 동팔의 맞은편 방향에 있었기에 타자가 왜 한숨을 내쉬는지 알았다.

"동작이 거의 완전히 같아. 직구나 체인지업이나, 같은 동작인데 속도가 바뀌면… 쉽지 않지."

그의 말에 다른 선수가 와서 물었다.

"같은 동작에 구질이 다르면 어떤 변화구라도 치기 쉽지 않는 건 같지 않나요?"

그의 물음에 윤승완이 말했다.

"그야 그렇지. 하지만 다른 변화구는 직구와 같은 코스가 아니잖아.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어. 하지만 체인지업은 아니지. 코스는 같지만 속도만 달라지니, 같은 동작에선 더 까다로운 거야. 물론 읽혀버리면 쉽게 당하는 건… 너도 알지?"

그들이 대화를 하는 사이, 다시 동팔과 첫 타자의 대결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던질 공을 잠시 고민하던 동팔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타자들을 봤다.

처음에는 앉아 있던 타자들이 동팔의 공을 보자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의 야구 방망이를 들고 공터를 찾아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도 그들의 눈은 동팔을 떠나지 않았다.

"……."

2부 리그와 1부 리그의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동팔의 위력적인 구위에 겁을 먹거나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승부욕을 불태우며 다음 타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팔이 겁을 먹었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과 같이 호승심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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