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노오력의 투수-7화 (7/325)

[7]

'대체 어쩌려고!!!'

미치지 않고서야 설마 직구를 던질까 싶었다. 그러나 동팔은 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뱉었다.

"후우……."

그리고 전력을 다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지금 던지는 공은 민철의 바람을 저버리고 직구로 날아왔다.

'기회!!!'

타자는 직구임을 직감하고, 동팔의 속도에 맞춰 방망이를 휘둘렀다.

직격으로 맞는다.

이것이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궤적을 알아도 타이밍에 맞추지 많으면 무용지물.

휭~! 퍽.

그러나 모든 사람의 예상과 달리 동팔의 공은 민철의 포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머릿속은 멈추었다.

심지어 동팔이 공을 받은 민철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심판의 판정 외침에 사람들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잠깐…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분명히 직구였는데… 못 맞혔어? 컨택 능력이 제일 좋은 유준이가……?'

무엇보다 바로 앞에서 공을 받았던 민철은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을 아직도 느끼고 있었다.

'분명히 맞는 줄 알았는데… 그리고 궤적도 완전히 일치했는데…….'

민철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공이 더 빨랐어. 방망이보다 더…….'

타자의 방망이는 정확하게 공을 향해 휘둘렀다.

그것도 스위트스폿에 맞으면 홈런. 최소 장타였다.

그러나 아무리 정확한 방망이라도 이미 지나간 공을 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동팔의 빠른 공에 멍하니 있을 때, 심판이 민철을 보며 말했다.

"시합 안 할 거예요? 투수한테 공 안 줄 겁니까?"

"아, 네… 죄송합니다."

심판의 말에 민철은 서둘러 공을 동팔에게 던졌다.

그리고 방금 전, 민희가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오늘 동팔 씨 공은 전과 다를 거예요. 주의하세요."

확실히 전과 달랐다.

그리고 이는 상대팀에서도 느끼고 있었다.

"잠깐. 지금 스피드 건에 130이 떴어."

그의 말에 다른 선수들이 놀라며 말했다.

"정말? 전에는 120도 못 넘겼잖아? 잘못 잰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제가 이걸 한두 번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 정도 속도가 아니면 유준이가 못 쳤겠어요?"

이미 강한 투수인 동팔이었다.

그런데 전과 달리 더욱 빨라진 공을 던지자 그들은 놀라면서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변화구 예상만으로 미치겠는데. 이젠 빠른 직구라니."

"설마, 저 속도로 변화구까지 던지는 건 아니겠지?"

이는 같은 팀에서 수비를 하고 있거나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동팔이 공 봤냐?"

"확실히 더 빨라졌지?"

"언제 구속을 올렸대? 설마 약한 거 아니겠지?"

"아마리그에서 무슨 도핑이에요. 상금이 걸린 것도 아닌데. 토토도 여긴 안 봅니다."

"그건 그렇지만… 이게 무슨 조화냐? 좋긴 좋은데 갑자기 이러니 정신을 못 차리겠다."

처음에는 자신의 착각인가 싶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 착각이 아니란 것을 안 민철.

그리고 전에는 던질 때마다 어두워지던 동팔의 표정이 이젠 점점 불타오르는 것을 보았다. 점점 고양되는 동팔을 보자 민철도 같이 기분이 올라갔다.

그래서 민철은 동팔에게 단 하나의 사인을 보냈다.

그가 주먹을 쥐고 두세 번 흔들자 동팔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민철이 보낸 사인의 의미는 간단했다.

'지금 던지고 싶은 거 아무 거나 던져. 믿는다!!'

그리고 동팔은 민철의 기대에 철저히 부응했다.

휭~! 퍽.

"스트~라이크!"

휭~! 퍽!

"스트~라이크. 아웃!!"

그는 혼란스러워 하는 첫 타자를 상대로 빠른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삼구삼진으로 깔끔하게 돌려세웠다.

한편, 동팔이 힘 있게 공을 뿌리는 모습을 보면서 민희는 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행이에요… 동팔… 오빠…….'

오래전부터 동경하고 좋아하던 선수였다.

그가 청룡기 우승을 이끌고, 크게 성공하여 고액으로 입단했을 때도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이내 혹사로 인한 부상이 생겼고, 추락하였을 때 가족과 같이 슬퍼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직장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에는 기쁨과 동시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그가 불사조처럼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자 절로 가슴이 크게 뛰었다 주체할 수 없는 그녀의 감정은 눈물이 되어 나타났다.

첫 관문

동팔을 상대하던 타자도, 허름한 더그아웃에서 지켜보던 상대팀 선수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심판이 주의를 주자 그제야 타자가 교체되었다.

"씨바… 저걸 어떻게 치냐……."

타자가 타석에 서면 잘 치든 못 치든 당당하게 행동해야 했다. 특히나 방금 전처럼 자신 없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있다면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한 것이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전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말이었다.

무엇보다 방금 전 동팔의 구위를 본 이상 방금 전의 한 말은 그의 본심임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동팔의 빨라진 직구는 단순히 타자의 자신감만 가져가지 않았다.

'이제 뭘 던지는 거지? 직구만? 그럴 리가 없잖아. 주력 구종인 커브? 아니면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이젠 직구도 빨라졌으니, 체인지업을 던져서 타이밍을 뺐으면?'

전에는 오직 변화구만 신경 쓰면 되었기에 상대의 조합을 짐작할 수 있다면 못 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구속이 느렸기에 아주 약간이지만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 시간도 줄어들었다.

휘익~ 퍽!

"스트~라이크!!"

이번에 들어온 공은 직구가 아닌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 혹시나 하며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았지만 심판의 판정대로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니 더 미칠 지경이었다.

"이번엔 123 정도 찍혔어요. 직구만 빨라진 게 아니라 변화구도 빨라졌는데요?"

"약간의 차이지만… 그 차이가… 꽤 크지……."

"맞추냐 못 맞추냐의 차이죠."

그들은 이번 게임의 결과를 예측했다. 바로 자신들의 연패.

그러던 중에 감독직을 겸하고 있는 선수가 말했다.

"자자, 끝난 거 아니니까 벌써 포기할 필요 없잖아? 힘든 건 알지만… 그래도 완전히 못 칠 건 없어. 안타보다 홈런을 노리고 간다. 궤적은 최대한, 타이밍도 최대한 잘 생각하고 크게 휘둘러."

그의 말에 다른 선수가 말했다.

"크게 휘두르면 자세가 무너지잖아요. 제대로 치지도 못해요."

"나도 알아. 하지만 지금은 그 방법이 아니면 이길 방법이 없어. 어차피 저쪽도 제대로 치는 타자가 많지 않아. 지난번처럼 투수전이 될 거야. 그리고 연속해서 안타를 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한 방이 아니면 안 될 거다."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이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니……."

"전에는 변화구 패턴만 파악하면 칠 수 있었는데… 이젠 공이 빨라져서 시간도 없어……."

그들이 푸념을 하는 사이, 두 번째 타자도 삼진으로 아웃이 되어 들어왔다.

그러자 감독이 말했다.

"다섯 이닝이니 15번의 기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잘하면 그 이상도 가능할 테니까 힘내자! 아자!!"

그렇게 말하면서 감독이자 3번 타자인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기세와 달리 그 또한 세 번의 큰 헛스윙으로 아웃되고 말았다.

결과는 1대 0의 승리.

동팔은 15번의 상대 타순을 완전히 봉쇄했고, 우연히 터진 홈런으로 인해 한 점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상대팀이 했던 전술을 동팔이 있는 팀이 구현했던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합이 끝나고 승패가 가려지면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장비를 정리하고 각자의 차에 옮기는 사이, 동팔은 개인적인 짐만 챙기고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동팔도 도우려 했지만 이번 시합에서 제일 많이 힘을 쓴 사람이 그였기에 다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말렸던 것이다.

민희가 쉬고 있는 동팔에게 가서 물었다.

"고생하셨어요. 확실히 전보다 공이 더 빨라졌네요."

"아, 네… 하지만 이 정도론 어림도 없죠. 프로에 들어가기엔."

"뭐, 어때요. 1군은 무리겠지만 2군에 들어가서 집중적인 재활하면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야 좋죠."

가볍게 그리고 제일 빠르고 좋은 길이 열리길 기대하고 또 바랐다.

그래서 민희는 물었다.

"혹시… 연락은 되던가요?"

"아뇨… 연락은 하는데 받지를 않으셔서."

월요일 저녁부터 가능한 바쁘지 않을 시간을 골라서 매일 전화했다.

하지만 동팔의 말대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전에 있던 오성이 서울로 올라와 있을 거예요. 어제부터 RG팀과 원정 시합이 있잖아요."

그녀의 말에 동팔은 혹시나 해서 물었다.

"그럼…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거라면……."

"네. 핸드폰 바꾸면서 번호가 저장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직접 찾아가시면 얼굴은 아실 테니까 확답은 아니더라도…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민희도 어느 정도 사정을 짐작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계속 전화를 해도 반응이 없다면… 이미 알고 있어서 전화하지 않은 건지도…….'

하지만 굳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말할 이유가 없었다.

얻는 것도 없거니와, 대화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동팔도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민희의 말에 동팔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고마워요. 민희 씨. 그 방법이 있었는데 몰랐어요."

민희는 갑자기 그가 자신의 손을 잡자 좋으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아, 동, 동팔 씨. 갑자기 이러시면……."

그리고 그녀는 이참에 한 가지 제안을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민희 씨라고 부르실 거예요? 이제 3주 뒤면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민희라고 부르세요. 편하게."

민희는 자신의 진짜 마음이 들킬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동팔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순수하게 답했다.

"응. 알았어. 그럼 민희도 편하게 말해야지. 민희가 나보다 회사 선배지만 나오면 그게 아니니까 오빠라고 부르면 되겠네."

"그, 그래요. 오빠……."

민희는 또 한 가지를 말했다.

"그럼 회사에서도 편하게 말해요. 어차피 오빠는 곧 나와서 제대로 준비해야 하니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을걸요?"

다른 사람에게, 특히 다른 여직원에게 계속 누구누구 씨. 또는 누구누구 선생님이라 부르지만 자신만은 편하게 이름으로 부른다면?

대놓고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자신과 각별한 사이임을 드러내는 행동일 것이다.

그러나 운동 이외에 다른 일을 한 적이 거의 없고, 이성과 같은 조직에 있던 경험이 없던 동팔은 그녀가 말한 의미와 의도를 아직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그러면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나쁠 건 없겠지."

"네."

호칭 정리를 하면서 주변의 관계도 같이 정리한 민희는 제일 중요한 말을 던졌다.

"그런데… 이제 회복되셨다는 걸 알았으니 사귀는 분도 많이 좋아하시겠어요."

그녀의 말에 동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미 떠난 사람이었고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 그녀였다.

동팔은 마지막 미련을 버리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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