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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321화 (321/321)

32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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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2 :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다시금 겨울이 찾아왔다.

“….”

일과 중 바깥에 다녀왔더니 날이 찬 것을 느낀 아랑은 캡슐커피를 한 잔 받아 창문 앞에 섰다. 눈이 막 내리기 시작한 가운데 바닥이 금방 하얗게 물들었다.

“어딜 다녀오셨습니까?”

일을 처리하던 후임 간부가 물었다. 엘레노어 사태의 이후 할 킬러즈는 거의 대부분이 재해 복구를 위한 사업에 투입되었다. 그녀는 돈을 운용하는 부서에 소속되어 일 년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결심을 마치고, 말을 했던 것이다.

“…. 개인적인 일이었다.”

이준에게 자신과 함께 해달라고, 하지만 시원하게 차여버렸다. 그런 간단한 이야기였다.

“뭔가 우울해 보이십니다.”

“그런가?”

자각이 없어 아랑은 궁금한 듯 물었다. 남자 부사관이 고개를 끄덕여, 그녀는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아서리안 사태 때. 사실 그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했지만 일이 끝나자 사라져버린 사내가 있었다.”

조금 하소연할 상대가 필요했다.

“그, ‘타나토스’라는 이름의 유저 말씀이십니까?”

“알고 있었군. 그래, 그 자다.”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신기했다. 타나토스에 관해서는 어머니가 그의 의견을 존중해 최대한 숨겨두었는데. 이 신참 부사관은 과연 어디서 그 정보를 들은 것일까.

숨겨두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다시피 그는 평범하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외에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송유하는 서울에 다시 카페를 차렸고 그것을 중심으로 모든 것은 복구되었다. 삶은 제자리를 되찾았다.

주다연은 수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 연습생으로서 이제는 데뷔를 앞두게 된 김시우, 그리고 술집을 차린 김준우.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된 클레어 후퍼와 이채영까지.

“뭐, 그렇게 다들 제자리로 돌아갔지.”

단 한 사람, 이준을 제외하고서는.

“어떻게 인연이 이어져 나도 같이…. 시간을 보내거나 하면서 가까이 지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는, 어디론가 정신이 팔려버린 것 같더군.”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왜 그는 돌아오지 못한 것일까.

설마 아서리안의 세계를 그리워 해서? 디멘션 커넥터가 있던 세계를 잊지 못해서?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이 최근 급증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그런 종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백시호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난 것도, 장수현처럼 모든 게 싫어서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

“두고 왔기 때문이겠지….”

“네?”

이해를 하지 못한 부사관이 의아한 듯 물었다. 하지만 아랑은 쓰게 웃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두고 온 것을 찾기 위해 그는 오늘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전 세계의 어딘가.

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아마 송유하를 제외한다면 다들 한 번씩은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말리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겠다는 건, 결국 마음을 굳혔다는 거겠지.

“타나토스….”

그 이름을 읊조리며, 아랑은 한동안 쓴웃음을 입술에서 지워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아무런 문양과 장식이 없이, 검은색의 검을.

“….”

정확히 1년만이지 싶었다.

“주운, 짐은 다 챙겼…. 어머?”

방안으로 들어서던 유하가 검을 쥔 나를 보고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햇볕이 단정한 얼굴을 비추는 가운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검은 뭐에요?”

“아, 예전에 좀….”

무어라 설명할 길이 막막해 나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거기에 빙긋 웃은 유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준비는 마쳤나요?”

“물론이지.”

나는 침대 위의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비행기 시간까지는 꽤나 여유가 있었지만 디멘션 커넥터가 없이 길을 헤맬 우려가 있어 지금 출발할 생각이었다.

스마트폰이라는 걸 얼마 전에 샀는데…. 불편해 죽을 것 같았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걸 쓴 거지.

“어디를 가시는 거예요?”

“뭐, 일단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가려고.”

“후후, 꼭 둘이 함께 왔으면 좋겠네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

하지만 가능성은 희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넬을 만나러 가자고 결심을 마친 것은, 순전히 이 한 자루의 검 때문이었다. 디멘션 커넥터의 백업이 없이도, 어느 순간 ‘합금’을 조종하는 것이 다시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분명 연결이 어디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가상의 세계 어딘가와 현실이.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한 가지 결심을 내렸다.

넬을 구하러 가자고.

그리고 그런 결심이 이어진 끝에, 가상 세계와 현실을 안전하게 잇는 연구를 하고 있는 미국의 교수를 알게 되었다. 회장님의 소개를 받아 만나러갈 생각이었다.

“….”

“괜찮아, 도착하면 계속 연락할 테니까.”

계단을 넘어 가게 밖으로 나온 나는 걱정스러운 듯 이어지는 유하의 시선에 밝게 웃었다. 한 차례 그녀를 끌어안고는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 말로 표현했다.

“어디로 떠나는 게 아니야, 유하.”

“준….”

한동안 굳어져 있던 그녀가 이내 그런 내 마음을 알아챈 듯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녀는 애써 슬픔을 참아내는 듯했다.

“다녀와요.”

“고마워.”

나는 그런 그녀에게 감사했다.

언제나 내가 돌아올 자리를 만들어주는 그녀에게.

“좋아, 그럼 가볼까.”

돌아선 나는 가게를 나와 걷기 시작했다.

평소와 같은 거리를, 재킷을 입지 않은 채로 걸어 지하철역까지 향했다. 유하는 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넬이 없는 이상, 이 풍경은 더 이상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을 느낀 나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넬을 되찾아오기 위해.

그것은 또한, 내 삶의 일부였다.

그녀가 내게 와 하나가 된 것처럼.

인간의 삶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었다.

-完-

========== 작품 후기 ==========

본편 끝.

모자란 글이었습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고, 더욱이 정진해야 한다는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이준은 진화하겠지요. 그리고 진화를 한 것이겠지요. 엘레노어가,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망상에 취해 만들어낸 사람이 느끼는 것처럼.

그처럼 저 또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함께 해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저는 이 글을 미력한 형태로나마 끝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이고 무릎이 닳도록 감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p.s 카카오페이지에서 소설 연재를 들어갔습니다. '페인 워커 힐즈'라는 소설입니다. 혹시 제 미력한 글이 마음에 조금이나마 닿으셨다면 한 번쯤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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