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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317화 (317/321)

317편

<-- Chapter 7 : Holy Grail -->

“굉장하지 않아?”

그레일은 사악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큭….”

“사실을 말하자면, 15억 중국인들 중, 게임에 참가한 인원은 엄청나게 극소수야. 게다가 중국 공산당이 워낙 극성이라 제대로 된 활동도 하지 못했지.”

스크린은 겁에 질려 도망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천안문 광장 앞. 탱크들이 어디선가 재빠르게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 앞을 천사들이 가로막았다. 그 사이에는 방황하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그러니 저런 구시대의 무기도 봐주자고.”

거기에 발포가 시작되었다.

비명 소리, 그리고 고기가 짓이겨지는 소리. 불꽃이 춤을 추고 건물과 아스팔트 바닥이 부서져 내렸다. 그 위로 연기가 피어올라 순식간에 혼란이 빚어졌다.

“수십 년 전의 천안문 항쟁과 같군.”

그것을 그레일은 신처럼 내려다보았다.

“그 이후로 반세기가 넘게 시간이 지났지. 하지만 인간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 모택동은 찬양받고 탱크에게 깔려 죽은 민중은 잊혀 졌을 뿐이야.”

그리고 혐오스럽다는 듯이 눈을 붉혔다.

“저곳뿐이라고 생각하나? 사실은 너도 알고 있을 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디에나 있지. 인간의 세계에 만연한 혐오는, 차별은! 그런 걸 내가 바꾸겠다는 거다!”

“인간을 진화시킴으로서 말인가?”

나는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끼며 물었다. 거기에 그는, 콜로세움 안의 로마 황제처럼 팔을 펼쳐들었다.

“그래!!”

“인간의 개개인의 삶을 조정해 극적인 즐거움을 계속해서 만들어내 악에 대응하도록 만들고….”

게임의 형태로, 이야기의 형태로.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녀석이 왜 게임을 만들었는지 완벽하게 이해했다. 결국 더없이 인간적인 이유였다. 그것을 깨닫고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선천적으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의 퀘스트는 걷는 것이다. 엘레노어가 그려낸 이후의 세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걷게 만든다. 아이는 진화했으므로 고통스러운 재활을 견뎌낼 의지와 용기가 있다. 보상을 통해 그것을 확인시키며, 아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영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거잖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군.”

그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악은 너인 거고?”

“내가 아니라 이 남자.”

중얼거린 그가 얼굴을 뒤바꾸었다. 백 대령의 얼굴이 드러나 나는 가웨인이 놀라 눈을 뜨는 걸 느꼈다.

“네 개인적으로는 내가 악이라고 느낄 테지. 하지만 나는 그런 관점에서 평가될 존재가 아니야.”

“…. 나를 가지고 노는군?”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지금껏 한 네 말을 생각하자면…. 난 결국 네가 말한 ‘진화’를 증명하기 위한 존재로서 소모되는 거잖아”

“그렇지.”

조금이라도 망설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정의라는 사실에 추호도 망설임이 없었다. 스스로가 자행한, 그리고 하고 있는 이 일조차 단순히 세계를 진화시켜 보다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말이 통하질 않았다.

녀석은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믿는 존재였다.

“말이 통하질 않는군.”

나는 어이가 없어 쓰게 웃었다.

“완전 머리만 좋지 떼쓰는 어린애잖아? 내 말을 들어. 내 말이 맞아. 나는 신이야. 최고라고. 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거고 다소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그리고는 그레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냐!!”

버럭 소리를 내지르고, 나는 스파다를 들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몸은 완전하게 회복이 되어 쌩쌩했고 나는 거리가 좁혀지자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

하지만 녀석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데?”

어디선가 그레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직후, 등에 무언가 닿아 나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뭘 어쩌긴 어째. 지금 하고 있잖아?”

가웨인이었다.

“너 뭐야? 예수라도 되냐? 아 그래, 앉은뱅이를 걷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군. 그리고 지나치게 우쭐대고.”

녀석은 거침없이 중얼거리며 그레일을 도발했다.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말에 피식 웃은 나는 말을 받았다.

“딱히 바라지도 않았는데 남을 아들 취급하고.”

“우리가 하는 나쁜 짓에는 민감하면서 자기가 한 짓은 대의를 위해서였다느니 큰 뜻이 있다며 포장하지.”

“결정적으로 지 잘난 맛에 살아.”

“…. 그럼 무슨 방법이 있지?”

그런 와중, 그레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조금 딱딱하게 굳어진 얼굴이었다. 신이라고 자칭한 주제에 화를 내는 모습이 어쩐지 우스워, 나는 곧바로 스파다를 휘둘렀다. 그리고 소리쳤다.

“오지랖 떨지 말고 꺼지란 말이다!”

“천한….”

“천해? 그게 추악한 네 모습이군! 결국 위에서 내려다보는 짓 이외에는 하지 못하는 거잖아!!”

검이 막히자, 내 어깨를 타고 넘은 가웨인이 달려들었다. 거기에 그레일이 가볍게 혀를 찼고, 뒤를 이어 뭔가 새까만 것이 녀석의 등 뒤로부터 빠져나왔다.

“이제, 됐다…!!”

분노한 듯한 목소리의 뒤를 이어,

“뭣…?!”

그것은 날개였다.

“크헉!”

“가웨인!”

거대한 그것에 맞은 녀석이 튕겨져 날아가, 나는 놀라 소리쳤다. 바로 앞이 순간적으로 어둡게 물들어 돌아보자 날개를 펼쳐드는 그레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마치 대천사 같았다.

좌우에 각각 넉 장, 합쳐서 여덟 장의 날개가 동이 트는 가운데 뻗어져 나왔다. 후광이 비추듯 푸른 하늘에 날아오른 그레일이 두 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더 이상 네놈에게 아무 기대도 하지 않겠어.”

“거 참 누가 들으면 내가 해달라고 한 줄 알겠네.”

나는 곧바로 받아쳤다.

하지만 말과는 별개로, 그다지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을 느꼈다. 사실 말로 신나게 도발한 것과는 달리, 나는 그레일에게 타격을 입힐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지?

대체 어떻게 해야 저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지?

“윽….”

뒤쪽에 쓰러진 가웨인이 신음했다. 그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져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제대로 된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떠올리지 못했다. 그레일을 쓰러뜨릴…. 아니 적어도, 녀석에게 유효한 타격을 먹일 방법조차도.

“그럼, 절망 속에서 죽어라.”

뒤를 이어 그레일이 검을 들었다.

“젠장…!”

무슨 송골매에게 쫓기는 어린 다람쥐라도 된 기분이었다. 날개를 펄럭인 녀석이 하강해 나는 곧바로 반대편으로 몸을 굴러서 빠져나갔다. 이어서 돌아보자 검이 긁고 지나간 자리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뭐야…?!”

나는 놀라 소리쳤다. 그러자 뒤를 이어, 공중에서 자리를 잡은 그레일이 정신을 집중하고는 무언가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직후, 공중에 떠있는 그레일의 밑에 천사들이 속속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쪽도 같은 수다.

“망령 군세…!”

정신을 집중해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냈다. 그러자 이쪽도 마찬가지로 바닥에서 해골 병사들이 차례차례 일어섰다. 검은 재킷과 청바지를 입고, 사슬 같은 걸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녀석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내 서로 마주치자, 병사들은 거리낄 것 없이 전투에 돌입했다. 나는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는 병사들의 움직임을 느끼며 그레일을 주시했다. 싱긋 웃은 녀석이 다시금 나를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준!”

뒤를 이어 가웨인이 내 앞을 순식간에 가로막았다. 녀석은 나를 향해 날아드는 그레일의 검을 쳐냈고, 불꽃이 후두둑 떨어지며 발치에 옮겨 붙었다.

“젠장 저게 뭐 하는 놈이야?!”

가웨인이 놀라 중얼거렸다.

[준, 들리세요?]

그 사이,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넬이 말하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눈앞에 길이 보인 듯해, 나는 곧장 입을 열었다.

“넬!”

[30초만…! 가웨인님께 버텨달라고 부탁해주세요!]

“무슨 소리야?”

[가상 세계로 와주세요!]

되묻고 대답을 들은 나는, 그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넬은 나에게 엘레노어를 상대할 방법을 말해줄 요량인 듯했다.

“가웨인, 나를 지켜줘.”

“아니…. 그러고 있는데?”

“30초만, 부탁해.”

중얼거린 나는 눈을 감았다.

“어…?! 어어?! 야!”

가웨인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눈이 캄캄한 가운데였지만, 나는 그것이 주변의 해골 병사들이 차례차례 사라져가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부탁까지 한 것이었다.

“…!”

뒤를 이어, 내 정신은 가상 세계로 들어섰다.

여전히 묘한 감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별조차도 보이지 않는 무한한 우주에 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갖가지 문자들이 헤엄치는 생선처럼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돌아보고는 고개를 들었다.

“오셨군요.”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에서 빛과 함께 나타난 넬이 웃으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새하얀 머리를 하나로 땋아, 검은 바디슈트를 입은 그녀는 마치 죽음의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

“벌써 7초쯤 지난 것 같은데.”

급박한 상황에, 나는 일단 확인 차 물었다. 하지만 넬은 내 쪽으로 여유를 부리며 다가왔다.

“이곳은 제가 만들어낸 공간이에요.”

“네가?”

“네, 엘레노어의 추적을 피해 계속해서 도망치고 있죠. 거기에 시간을 늘려놨으니 현실 시간에서 30초라면 이곳에서 30분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을 거예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데.”

“후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드릴 말씀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부드럽게 웃은 그녀가 허공에 손을 올렸다.

“물론, 이 사태를 끝낼 유일한….”

‘검.’

부드럽게 이야기한 그녀가 검을 뽑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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