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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312화 (312/321)

312편

<-- Chapter 7 : Holy Grail -->

“빌어먹을…!!”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린슬렛의 방패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는 응집되어 강한 빛을 발산하는 비헤딩 슬래셔를 막아내며 뒤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옥좌의 밑으로 떨어졌다.

“가웨, 인!”

소리를 내지르며 뒤로 한 바퀴 구른 뒤, 나는 허리를 낮춘 채 중심을 잡았다. 호수에 다리가 흠뻑 젖어 나는 바로 옆에 놀라 서있는 우아랑과 넬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 비비안을 좀 찾아줘.”

“네…?”

“이 전함 어딘가에 있을 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감이 그러했다.

“그 여자 말고 가웨인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나는 짜증을 느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라이오넬과는 달리 녀석은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재촉하듯 보자 우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바로 다녀오지.”

“네, 저도…. 조심하세요!”

뒤를 이어, 넬이 모습을 감추고 우아랑이 뒤로 돌아 내달렸다. 나는 다시금 가웨인과 단 둘이 남아 고개를 들어 스파다와 우아랑의 검을 동시에 뽑아들었다.

“하, 이도류?”

옥좌 위의 가웨인이 우습다는 듯 중얼거렸다.

“…!”

하지만 나는 세차게 검을 내던졌다.

동시에, 날아드는 검보다 빨리 가웨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드레드의 스킬을 발동 시켰고, 검을 경계하던 가웨인은 허공에서 타들어가듯 사라지는 그것을 보고 놀라 몸이 굳어졌다. 나는 곧바로 스파다를 들었다.

투명한 채 가웨인의 뒤로 접근하여,

“큭!”

휘둘렀다.

뒤늦게 반응한 가웨인이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스파다는 녀석의 복부를 마찬가지로 세게 긁고 지나갔다. 붉은 피가 튀었고 옥좌의 밑으로 중심을 잃은 녀석이 볼품없이 굴러 떨어졌다.

“윽…. 이런 제기랄….”

호수에 첨벙 빠진 녀석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완전히 위치가 역전되어 나는 그 모습을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가웨인이 쓰게 웃었다.

“야, 그 레벨 50짜리 타나토스가, 많이 강해졌는데?”

“이제 좀 인정해라.”

“뭐?”

“적당히 하라고, 꼴사나우니까.”

“무슨 소리야?”

가웨인이 시치미를 뗐다.

붉은 머리가 젖어들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옥좌를 걸어 내려갔다. 다시금 날개 뼈의 형태로 어깻죽지에 달라붙어있던 본 테이커를 카메라의 형태로 변환 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짐승들을 소환했다.

내달리게 했다.

몇 마리나, 계속해서.

가웨인이 말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비비안을 그만 놔주라고!”

“…?!”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망자들을 베어낸 가웨인이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단을 걸어 내려가며 망자들을 계속 소환했다.

“여자는 네 사랑을 받아먹고 사는 생물이 아니라고!”

“무슨…. 큭, 이 새끼…!!”

“집착하는 시점에서 증오를 키울 뿐이란 말이다!”

“나는, 단지 그녀를 위해서….”

“알아서 잘하겠지!!”

버럭 소리를 지른 나는 주먹을 날렸다.

“커헉!”

턱을 얻어맞은 가웨인이 다시금 뒤로 나가떨어졌다. 나는 망자들을 소환하던 걸 멈추고 기둥까지 날아가 처박힌 녀석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더 이상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야!”

“하지만…. 나는 그녀의 다리를….”

망가뜨려버렸다.

“본인이 싫다고 하잖아! 내버려두라고!!”

“너는, 그럴 수 있냐?”

녀석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뭐…?”

나는 발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이어서, 다시금 비틀거리며 일어선 가웨인이 잔뜩 열이 받아 나를 노려보았다.

“넌 그럴 수 있냐고! 너는…. 송유하가 그런다면!!”

“무슨 헛소리를….”

“네 송유하는 기억이 돌아오질 않잖아!”

“큭…?!”

검이 부딪쳤다.

한 박자 늦게 반응해 팔이 꺾였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난 나는 갈라틴을 드는 가웨인을 노려보았다. 다가온 녀석이 검을 휘두르고 내가 막아냈다.

그로서 다시금 근접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너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송유하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그래서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을 안다면? 그만두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냐?”

“…!”

“너나 나나 똑같은 거야! 뇌에 안 좋은 게 쓰인 거라고! 죽을 때까지 고치지 못하고…!”

“헛소리 지껄이지 마!!”

나는 말을 잘라냈다.

동시에 녀석의 머리 끝도 반쯤.

“윽…!!”

“그걸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이 엿 같은 거라고! 나는…!! 나는 더 이상 유하 누나를 만날 수 없어!!”

그건 내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

나 스스로도 왜 이런 녀석에게 말을 할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검을 맞부딪친 상태에서 크게 밀어내고는 곧바로 가웨인의 복부를 걷어찼다.

“만날 수 없다고!!”

“그렇, 다고…. 네 행동이 정당화 될 것 같냐?”

“정당화할 수조차 없다는 거다!!”

“그것 참 부럽군….”

“뭐?”

나는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지금 이 자식이 무슨 소리를 한 거지?

내가 부럽다고?

유하 누나에게 대답을 들을 수 없는 내가?

“네 감정만 채울 수 있으면 다라는 거냐…?”

“….”

“대답해!! 백시…!”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

바로 그때, 목소리가 이어졌다.

“…!!”

깜짝 놀란 나는 얼굴 아래로 굳어져 고개를 돌렸다. 어느 샌가 옥좌의 위에 올라서있는 사내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꼈다.

그레일.

“송유하의 기억을 되살린다라.”

그가 의자의 아래로 훌쩍 뛰어 내렸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화려한 경 갑옷을 걸친 채, 그는 붉은 망토를 흩날리며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그건 생각지 못했어. 하지만…. 재미있겠는데.”

“안 돼…!!”

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러자 그레일은 피식 웃으며 계단 중간쯤에 올라선 채 나를 노려보았다.

“왜? 가웨인의 말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인가?”

“유하를 더 이상 능멸하지 말라는 거다!”

“지금 이렇게 두는 건 능멸이 아니라는 거야?”

그 말을 한 것은 가웨인이었다.

“가웨인!”

“맞잖아. 재어둔 것 마냥 완전하게 편리한 인간. 송유하는 그렇게 다시 만들어졌지, 저 신에 의해서.”

“호오…. 이해하고 있네, 가웨인.”

그레일이 대견하다는 듯이 웃었다. 거기에 어깨를 으쓱한 가웨인은 계단 위의 그를 바라보았다.

“그걸 왜 네가 해?”

그리고 갈라틴을 휘둘렀다.

“윽…!”

나는 순간 놀라 옆으로 비켜섰다. 그리고 뒤를 이어 강한 빛이 곧바로 눈앞을 스쳐 그레일을 향해 날아들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날아든 일격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막혔다.

“호오.”

그레일은 미동조차 않은 채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거기에 가웨인은 으르렁대는 맹수처럼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녀석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네가 이 녀석을 가로막으라면서?”

계단의 중간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그랬었지.”

“그렇다면 던전 보스는 밑에서 여자나 탐하고 있어. 이 자식을 쓰러뜨리는 건 나니까.”

“아니, 마음이 바뀌었어.”

그레일은 잔혹하게 웃었다.

다음 순간, 푸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나는 놀라 중얼거렸다. 붉은 피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가웨인이 죽어버릴 테니까.

“윽, 큭….”

갑주로 뒤덮인 그레일의 손이 가웨인의 복부를 꿰뚫었다. 주춤거리며 녀석이 뒤로 물러서자 손이 상처를 헤집으며 빠져나왔다.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였다.

“…!!”

녀석이 다시금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드좁은 호수에 처박혔다. 붉은 피가 마치 물감을 탄 것처럼 번졌다. 나는 주춤거리며 망설이다 녀석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돌려 눕혀 품에 안았다.

“무슨, 일이….”

“조금 기다려.”

말을 잘라내고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죽어가는 녀석을 되살리기 위해, 눈을 감고 뇌를 움직였다. 떠다니는 공기의 먼지 하나하나를 셀 수 있을 정도로, 나는 그렇게 가웨인에게 응급 처치를….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망자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윽….”

나 자신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통증이 일었다.

뇌로 강하게 검이 박히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정보량 송신 합금을 조종했다. 그것으로 부서진 녀석의 내장을 보수하고 피부를 다시 만들어냈다.

그 작업이 끝난 것은 정확히 4분 27초 뒤.

“큭….”

통증을 느끼는 듯 가웨인이 뚫린 복부를 매만졌다. 찐득찐득한 검은 점액질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 녀석이 이내 나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너, 어떻게….”

“후후, 엘레노어나 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다니, 대단한 걸?”

하지만 다음 순간, 이질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

놀란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다시금 계단 위, 그녀가 서있었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그녀가.

“유, 하….”

“야, 너 누나한테 무슨 말버릇이 그래?”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새하얗게 빛나는 갑옷, 그리고 붉은 망토를 두른 채.

송유하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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