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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307화 (307/321)

307편

<-- Chapter 7 : Holy Grail -->

“음…. 넬?”

나는 고민에 빠져 물었다.

[네, 무슨 일이세요?]

거기에, 가상 세계에서 상황을 통제하던 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리에 잠깐 앉아 쉬던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 높은 곳에 떠있는 전함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하지?”

그리고 무척이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글쎄요?]

넬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저 하늘에 계신 전지전능한 존재 이외에는 모든 게 우리가 예상한 대로였다. 전차나 헬기는 전혀 통하지 않았고 이야기를 대강 들어보니 뭐 내부의 장치들이 완전히 망가져서 사용을 할 수 없게 된 모양이었다.

차라리 다행…. 인가?

하지만 어쨌든 문제는 꽤나 심각했다. 당연한 말이었지만 헬기가 완전히 무력화 되면서 우리에게는 하늘로 날아오를 수단이 전무해졌던 것이다.

바로 그때, 천사가 난입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디어 없어?”

앉아 있던 장소로부터 훌쩍 뛰어올라 피한 나는 그대로 스파다를 들어 천사의 날개를 공격했다. 몇 번 싸우다 보니 대충 요령이 생겼는데, 이 녀석들을 상대할 때는 날개를 먼저 공격하는 게 여러모로 편했다.

이쪽은 하늘을 날 수 없으니까.

“…!”

검은 갑옷과 투구로 무장을 한 천사들은, 날개를 제외한다면 갤러해드 퀘스트 때 자주 보던 기사들 같은 생김새였다. 또한 그런 갑옷의 위에 로브까지 둘러 어쩐지 신성한 느낌이 가미되었다고나 할까.

기본적인 능력 자체는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어떻게 하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베어낸 천사가 쓰러지는 것을 확인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바깥으로 빠져 있던 나는 다시금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안으로 향했다.

[천사를 타고 나는 건 어떻습니까?]

“안 통해. 내가 위에 올라타서 조종하려고 들면 발악하면서 딴 곳으로 날아가더라고.”

모드레드의 제안이 이어졌지만 나는 곧바로 일축했다. 그리고는 곧장 부서진 건물의 잔해를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으로.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검을 휘둘러 덤벼드는 천사의 날개를 베어낸 나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높이 떠오른 전함은 계속해서 그 위용을 드러낸 채였고 나는 두통을 느꼈다.

무슨 비행기마냥 높이 있는 건 아니었다.

서울 시내를 반쯤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전함이었기에 그만큼 크게 보였지만, 확실히 높은 곳에서 도움닫기를 하면 손이 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었다.

“잘 안 보여….”

전함이 달을 가려 짙은 어둠이 깔렸고 주변에 딱히 높은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길게 한숨을 내쉰 나는 그 틈에서 나타나는 천사들을 연이어 베어냈다.

[내 스킬을 사용하는 건?]

그리고 우아랑이 말을 이었다.

“안 돼. 잠시 무게를 견뎌내는 용도면 몰라도.”

빗자루도 아니고 등에 태우고 난다던가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에 빠져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발상이 비슷했다.

두 사람의 의견은, 묻기 전에 내가 모조리 시험해본 것들이었다. 역시 서로 발상이 비슷할 수밖에 없나 싶어 나는 묻는 사람을 바꾸자고 생각했다.

“회장님.”

[아, 이준 씨.]

그녀는 조금 놀란 듯 대답했다.

“뭐 방법이 없을까요? 항공모함에 도달할.”

[그게 엘레노어가 내건 조건입니까?]

“네, 그걸 원하는 듯해요.”

[음….]

그녀는 고민에 빠진 듯 신음했다.

“왜 그러세요?”

[사실 국제 사회에서 지금 ‘시간이 멈춘’ 현상과 함께 서울 시내의 미확인 비행 물체에 대한 설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걸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싶어서.]

“….”

일이 복잡해졌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자 지구에서의 일이나 몇몇 나라의 수장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내보인 엘레노어의 행동을 통해 생각해보자면, 다들 지금의 사태에 대해 단순히 궁금해 설명을 요구하는 건 아닐 터였다.

해결을 하라며 촉구를 하는 거겠지.

“최악의 사태는 어떤 거죠?”

[함선을 노리고 폭격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정현 씨는 괴로운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미사일 같은 걸 날려봤자…!”

[대한민국이 나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되는 겁니다. 단순히 물적 피해로 생각할 일은 아니겠죠.]

“젠장, 결국 저보고 해결하라는 말이군요.”

나는 입술을 비죽이며 중얼거렸다.

[후후, 딱히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만.]

거기에 슬쩍 웃은 정현 씨는,

[그래도 당신을 믿는 건 사실입니다. 이준 씨.]

“그렇다면 전함에 갈만한 방법을 좀 생각해줘요.”

나는 머쓱한 걸 감추기 위해 일부러 차갑게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어쨌든 정현 씨 또한 딱히 방법을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아 나는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헬기를 쓰면 되지 않습니까?]

“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람.

“아니 헬기는 엘레노어가 죄다….”

[그걸 이준 씨가 다시 보완한다면?]

정현 씨는 짧게 목소리를 냈다.

“예?”

[자유로워졌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 아뇨. 발상에 없던 짓이네요.”

나는 당황해 중얼거렸다.

하지만 말이 아예 안 되는 소리는 아니었다. 고민하던 나는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일단 시도는 해보죠.”

[부탁합니다, 이준 씨. 부디 지금의 혼란을….]

끝내주십시오.

“네.”

그런 부탁에, 나는 의지를 다지며 뒤로 돌아섰다.

전투는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빠져나와 건물의 외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섰다. 머릿속의 생각을 빠르게 정리해 곧바로 입을 열었다.

“넬, 가장 근처에 있는 헬기를 찾아줘.”

[네, 수리도 시도해볼까요?]

“할 수 있겠어?”

사실 나보다는 넬이 더 해낼 가능성이 클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지 않은 장소에 빛이 나타나는 걸 발견했다.

[두 분 다, 이쪽으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제가 안내를 드리기로 했는데, 힘들겠군요.]

넬이 말하는 것의 뒤를 이어 모드레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건물 위를 세차게 내달리던 나는 그렇게 말하던 모드레드의 목소리가 어쩐지 쓸쓸한 것을 알아차렸다.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타나토스…. 아니, 이준.]

“…. 끝내고 돌아올게, 모드레드.”

나는 쓰게 웃으며 그녀의 배웅을 받아들였다.

내달리는 동안 건물 아래쪽에서 폭발이 일어나거나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달려 나갔다.

“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멀지 않은 건물 위, 공중에 떠올라 신나서 손을 흔들고 있는 넬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단숨에 날아올라 그 곁으로 다가갔고 넬은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뒤에 있던 헬기를 손으로 가리켰다.

“준비해두었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까부터 시원하다 싶을 정도로 날개가 거세게 돌고 있었다. 완전히 이륙하기 직전인 헬기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우아랑은?”

“곧 도착하실 거예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힐끔 돌렸다.

“이제 갈 수 있는 건가?”

과연 그 말대로 우아랑이 건물을 타고 올라와 내 옆에 착지했다. 녀석은 검푸른 머리를 흩날리며 조금 신기하다는 듯 헬기를 바라보았다. 소리가 무척 큰 걸 느꼈지만 디멘션 커넥터가 자동으로 소리를 보정해주었다.

“네! 바로 타시면 되요!”

그 말에 나와 우아랑은 곧바로 헬기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방송 촬영용으로나 쓰일 법한 조그마한 헬기에 들어가 앉은 나는 문을 열어둔 채 발을 내밀었다.

“출발해!”

그리고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바로 직행할게요!”

헬기의 ‘날갯짓’이 더 강해지는가 싶더니, 한순간 둥실거리며 공중에 떠올랐다. 이후 곧바로 기울어 나는 머리가 세차게 흩날리며 헬기가 나는 것을 느꼈다.

“좋아. 이제 한 시름 덜었군.”

“하지만 스컬, 내부에 들어가면 어쩔 셈이냐?”

“응?”

우아랑의 물음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돌렸다. 세차게 나부끼는 머리끝을 잡아 진정시킨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엘레노어와 그레일을 상대할 셈이지?”

“…. 칼로 찌르면 죽지 않을까?”

“하아, 아무 생각도 없는 거냐.”

그녀는 묘하게 차가운 눈동자로 날 바라보았다.

잠시 무어라 대답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던 나는, 당황해 시선을 피했다. 여기에서 말로 하기는 힘든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면 우아랑은 분명 화를 내겠지.

“저는 엘레노어를 상대할게요.”

그리고 넬이 대답했다.

헬기 밖, 우리를 함께 따라오며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우아랑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고 넬은 말을 이었다.

“아마 라이오넬님, 가웨인님, 헥터님이 안에 계실 듯해요. 일단 그 세 분을 상대하는 걸 우선으로….”

바로 그때, 헬기가 뒤흔들렸다.

“윽?!”

놀라 신음하며 의자를 붙잡은 나는 무언가 헬기를 치고 지나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몸을 내밀어 바라보자 방향을 선회해 돌아오는 천사들을 발견했다.

“우아랑!”

“알겠다!”

이름을 부르는 행위로, 우리는 그렇게 행동을 정했다. 바깥으로 몸을 내민 우아랑이 손을 뻗었고 나는 그것을 붙잡아 그녀를 지탱했다. 잠시 후, 그녀의 머리 위에 검이 한 자루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을 쏠 필요는 없어졌다.

“뭣…?!”

지상으로부터 뻗어진 녹색의 무언가가, 천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펑! 하고 터지며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그 빛을 본 나는 이내 쓰게 웃으며 한 이름을 입에 담았다.

“미도리 샤워.”

트리슈의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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