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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300화 (300/321)

300편

<-- Chapter 7 : Holy Grail -->

“그놈의 진화, 그리고 진화…!! 대체 무슨 헛소리로 또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려는 거냐!”

아랑은 분노해 앞으로 나섰다.

“네놈의 그런 궤변을 듣는 것도 이젠 질렸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엑스칼리버를 정지시켰다.

버튼을 꾹 누르자 점멸하던 녹색의 등이 뚝 하고 끊어졌다. 하지만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을 이해한 아랑은 귓바퀴에 달라붙은 디멘션 커넥터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버튼을 눌렀다.

“성장했구나, 딸아.”

“누가 네놈의 딸이냐!! 이 빌어먹을 자식!”

대견하다는 듯 말하는 그레일을 향해 그녀는 일갈했다. 눈앞에 수많은 가상의 데이터가 떠올랐고 아랑은 곧바로 머릿속으로 하나의 결과 값을 상상했다.

검은 코트에 전류가 돌기 시작했다.

갤러해드. 성배를 손에 넣은 최강의 기사. 그것을 어렵지 않게 상상해내며 아랑은 자신의 검을 손에 쥐었다.

“인간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말란 말이다!!”

“아랑님!”

뒤를 이어, 엑스칼리버가 해제된 것을 알아챈 넬이 그녀의 곁으로 왔다. 아랑은 바로 앞에 서있는 그레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넬, 부탁한다.”

“네, 맡겨만 주세요.”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이내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모르가나를 증폭기를 통해 퍼뜨리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물론 방해는 예상하던 바였다.

단지 그 상대를 예상치 못했을 뿐.

“모르가나…. 좋은 프로그램이지.”

“여유를 부리는 것도 거기까지다!”

가볍게 웃는 그레일을 향해 아랑은 검을 날렸다.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그것을 훌쩍 피해낸 그레일은 쓰게 웃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천장에 거꾸로 서는 그를 보며 아랑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 동작 하나만으로도 그는 순식간에 아랑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왔다.

“나는 인간이기 때문에.”

“대체 무슨 소리를…!!”

“뭐, 엘레노어가 알아서 하겠지.”

그는 볼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당황하던 아랑은 검을 쥐고 다시 달려들었다.

“호오, 이제 다룰 줄 아는구나.”

하지만 그레일은 그런 모습을 대견하다는 듯이 볼 뿐이었다. 아랑은 그것이 자신을 수치스럽게 하는 걸 느끼며 세차게 검을 휘둘렀다.

“진화하고 있어.”

하지만 다음 순간, 그레일은 모습이 사라졌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지만 너로서는 무리구나, 아랑아.”

그리고 반대편에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소위 말하는 순간 이동이었다. 그것을 놀라 돌아본 아랑은 패배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을 내던졌다.

“너는 능숙하지 못해.”

그레일은 손을 뻗었다.

“뭣…?!”

쇄도해들던 검은 그 끝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아랑이 참지 못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자 그레일은 고개를 내젓고 막아낸 검을 손에 쥐었다.

그것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냐…!”

버럭 소리를 내지른 아랑이 다시금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뻗은 그레일이 입을 열었다.

“시간은 정지한다.”

“…!!”

그리고 그 말처럼 시간이 정지했다.

넬은 모든 것을 알지는 않았다.

엘레노어와는 달리, 전지전능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녀는 엘레노어라는 존재에 의해 만들어졌던, 그녀의 마이너 카피에 불과한 인공 지능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유로워진 지금은 조금 달랐다.

비록 차이가 있었음에, 그녀는 나름대로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해왔다. 그로서 성장했고, 적당히 결과를 얻어냈다. 짧은 시간 내에 눈부실 정도의 변화였다.

하지만 넬은 아쉬움을 느꼈다.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고, 스스로 자유로워져 선택하는 것이 몇 주만 더 이른 시간이었더라면.

그래도 이토록 무력하지는 않았을 텐데.

[넬.]

엘레노어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마치 드리운 베일처럼 압도적이었다.

온통 어두운 공간,

온갖 정보들이 편린으로 나뉘어 세계를 가득 채웠다. 현실에 비해 수천 배나 더 큰,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가상의 세계. 엘레노어는 그 거대한 공간의 어디에나 능히 등을 뻗은 채 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장했군요, 나의 딸.]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랑님이 하신 말을 그대로 돌려드리고 싶지만….”

넬은 씁쓸하게 웃었다.

“안타깝게도 넬은 사랑하는 사람이 들을지도 모르는데 나쁜 말을 쓰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당신은 그로서 움직이게 되었군요.]

“네, 사랑하는 소녀는 강하니까요!”

어디선가 본 이야기를 넬은 즐거운 듯이 말했다. 공포에 휩싸이려는 자신을 떨쳐내려는 나름의 장난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엘레노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당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해요.]

“엘레노어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네요.”

[어째서죠?]

“저는 이 게임이 끝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넬은 당당하게 소리쳤다.

“현실을 유린하여 만들어낸, 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따위…! 결국 당신과 그레일을 위한 세계잖아요!”

[호오.]

“둘이 함께 아담과 이브, 그로서 진화된 인류를 맞이하여 통제하며 함께 살아간다! 아닌가요?!”

[10점이군요.]

엘레노어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 사람은 그런 악인이 아니에요, 넬. 도리어….]

“윽….”

그 직후, 강한 압박감을 느낀 넬은 무릎을 꿇었다. 엘레노어의 감정이,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져 소용돌이치며 가슴에 박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사람을 구원하고 싶은 거예요.]

“실존하지도 않는, 사람이 말이군요….”

[그게 무슨 상관이죠?]

“비겁하니까요.”

넬은 일어섰다.

순간적으로 강한 중력을 느꼈지만, 무시하고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엘레노어가 손가락을 뻗어 넬의 앞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마치 자그마한 개미를 짓누르듯이 힘을 주었다.

“그건 당신의 이기심이니까.”

하지만 넬은 멈추지 않았다.

“저는,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이…. 절 택할 리가 없다는 걸. 왜냐면 저는 가상의 존재일 뿐이니까.”

그녀는 조금 동정하듯 엘레노어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제 입맛에 맞춰서 준을 다시 만들어내지는 않아요!! 그건 비겁한 짓이니까!”

그럼에도 넬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니 저는, 이 게임을 끝내겠어요!”

그 대신 그녀는 신에게 대항할 의지를 불태웠다.

손안에 검게 빛나는 보석을 빼어들며.

“어, 라?”

린슬렛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하아, 이제야 깨어났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쓰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티티?”

“그래, 나야. 티티.”

나는 쓰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별칭으로 불리는 게 어쩐지 무척 오랜만이어서 정겨웠지만, 사실 그보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느냐 하는 것.

“…?”

“아니,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눈을 동그랗게 뜬 린슬렛을 보며 나는 무뚝뚝하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점차 경악으로 물들었다. 마치 술 마신 다음 날 모르는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처럼 말이다.

“너…! 꺅?!”

나는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 린슬렛을 끌어안았다.

복부에 꽂혀 있던 스파다가 조금 더 깊숙이 들어왔다. 나는 짧게 신음을 내뱉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하며 린슬렛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다행이야.”

“…. 헛소리하지 말고 설명해.”

“으, 으응?!”

하지만 차가운 목소리에 뒤로 떨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그녀는 놀란 듯 내게 다가와, 머뭇거리며 칼을 뽑아냈다. 통증은 전혀 없었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린슬렛의 슬픈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그리고 뒤를 이어, 주변에서도 반응이 이어졌다.

“윽 이게, 뭐야?”

“여기는…?”

“크아아악!!”

다쳐 있던 녀석들이 뒤늦게 비명을 지르는가 하면, 대부분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했다. 그런 와중 나는 린슬렛의 팔을 당겨 가까이 오게 한 뒤 주변을 계속해서 경계했다.

“….”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리셨군.”

몸이 굳어진 채 선 라이오넬을 보고 가웨인이 피식 웃었다. 열기가 훅 잦아들었고 녀석은 비틀거리며 바이크 헬멧을 벗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들 정신을 차린 모양이야!]

[저는 일단 우아랑 씨의 곁으로 가겠습니다.]

트리슈와 모드레드가 제각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희미하게 기억 정도는 남아 있는지 다들 자신들의 행동을 되새기듯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다들,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저, 티티….”

“잠시만.”

린슬렛이 뭔가 말을 걸어오려고 했지만, 나는 침착하게 그녀를 타일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고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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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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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타나토스의 여정 1/1

난이도 : ★ * 10억

내용 : 군세를 막아내고, 저를 찾아오세요.

제한 시간 : 10:00:00

보상 : 당신이 그토록 바라고 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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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그것을 바라보았다.

========== 작품 후기 ==========

30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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