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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97화 (297/321)

297편

<-- Chapter 7 : Holy Grail -->

“린슬렛!!”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했다. 가면 너머의 눈동자는 내가 알던 린슬렛이 전혀 아니었다. 차갑고 공허해 아예 사람조차 아닌 듯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리고 물러선 모드레드가 말을 걸어왔다.

“현재의 린슬렛님은 저희 둘이 덤비더라도….”

“그건 해봐야 아는 거지.”

중얼거리고 나는, 곧바로 해골 병사들을 움직이게 했다. 열이 넘는 병사들이 순식간에 린슬렛을 덮쳤다…. 고 생각할 무렵, 방패가 휘둘러졌다.

날카롭게 바람이 잘려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달려들던 해골 병사들의 허리가 잘려져 그대로 앞으로 뚝 떨어졌다.

“….”

“…. 어쩌시겠습니까?”

모드레드가 물었다.

“뭘 물어 당연히 도망가야지.”

나는 당황해 목소리를 냈다.

린슬렛의 팔목에 고정된 방패는 끄트머리에서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아론다이트. 문득 그 이름을 기억해낸 나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갈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

그리고 린슬렛이 쇄도해들었다.

“큭!”

당황한 나는 뒤늦게 스파다를 뽑아들었다. 뇌가 몸에 명령을 내리는 반응이 한 박자 더딘 것을 느끼며 휘둘러져 날아드는 린슬렛의 방패를 막아냈다.

팔이, 부서질 것 같았다.

“…!!”

“타나!!”

모드레드가 다급히 내 이름을 불렀다. 튕겨져 뒤쪽으로 밀려나자 린슬렛이 거세게 아론다이트를 휘둘렀다. 궤적을 그린 방패가 푸른 검기를 날렸다.

내가 병사들을 세운 것과,

“큭!”

모드레드가 내 앞을 막아선 것은 거의 동시였다.

더미처럼 모인 해골 병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검기를 한 번 막아냈다. 하지만 마치 수숫단처럼 맥없이 허리가 잘려져 나가, 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말해, 정말로 린슬렛이 무적인 것은 아니었다. 트리슈가 저격, 모드레드가 기동전에 특화가 되어 있다면 그녀는 중전차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공격력을 높인 라이오넬 같은 느낌?”

“그게 무적 아닙니까…?”

내 말에 모드레드가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다.

“아, 아니 뭐.”

나는 반대편에서 달려드는 린슬렛을 보며 당황해 중얼거렸다. 접근하려던 그녀가 방패를 내던져, 회전하는 그것에서 스프링클러처럼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모드레드, 내 뒤로!”

나는 린슬렛의 방패를 계승해 그것을 막아냈다. 하지만 주변에 서있던 해골 병사들이 거기에 휘말려 마구잡이로 쓰러져 나갔다.

“이, 일단 뭐라도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내 뒤에 숨어 있던 모드레드가 당황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해골 병사들이 쓰러지자, 그 사이로 다른 에스콰이어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 린 언니 진짜 민폐네…!]

트리슈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화살이 날아들었다. 모드레드 역시 뒤로 돌아서 안으로 파고들어온 다른 에스콰이어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린슬렛….”

눈앞의 여자를 보며 검을 빼들었다.

방패를 다시 쥔 그녀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찬가지로 그 재빠른 동작을 쫓아가기가 버거워, 나는 날아드는 방패를 무척이나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내가 계승한 린슬렛의 방패와 아론다이트가 부딪쳤다.

“큭!”

충격이 거셌다.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는 일부러 뒤로 펄쩍 뛰어서 물러섰다. 그리고는 지금의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린슬렛은 지금의 나에게는 괘나 버거운 상대였다. 그것은 물론 그녀가 지니고 있는 일대일 전투 능력이 뛰어나서이기도 했지만,

“뇌가, 타는 기분이란 말이지….”

내 뇌가 다른 걸 ‘연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수천에 이르는 해골 병사들을 일일이 조종하고 위치를 기억하고 공격을 지시하고…. 쓰러진 녀석들을 다른 병사들을 빚어 대체하고.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몸이 한 박자 느리게 반응을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눈앞의 중전차 아가씨와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솔직히 말해 자살 행위에 가깝겠지.

넬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없는 사람을 탓할 수도 없고!!”

기합에 가까운 소리를 내지른 나는 곧바로 린슬렛을 향해 방패를 세우고 뛰어들었다. 그녀 역시 내 쪽으로 몸을 비틀고 날아들어 우리는 중간쯤에서 부딪쳤다.

확실히 신체 능력은 비슷했지만,

“크헉!”

저쪽의 동작이 좀 더 빨랐다.

거기에 능숙했다.

안으로 파고들어서도 린슬렛은 물러서지 않고 내게 주먹을 날려댔다. 어깨를 당겨 검을 튕겨내는 그 솜씨가 무척이나 능숙해 나는 날카로운 한 방을 허용했다.

배가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거기에 잠깐 넋이 나가고, 뒤를 이어 반대편으로 던져졌다. 해골 병사들을 볼링 핀처럼 쓰러뜨리며 함께 나가떨어진 나는 거칠게 기침을 하며 일어섰다.

린슬렛은 멀쩡했다.

[린 언니, 미안…!]

트리슈의 사과가 이어지고, 멀찍이서부터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린슬렛은 가볍게 방패로 그것을 막아내고 다시금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뭐…?!]

트리슈가 놀라 소리쳤다.

그 사이 나는 린슬렛과 다시금 근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검과 방패가 부딪치며 불꽃이 피어오르고 나는 그 사이에서 멍한 린슬렛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지?

솔직히 말해 이런 그녀는, 라이오넬조차 이길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공수 양면에 완벽했고 자신의 장기인 이런 근접전에서는 절대로 단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말인즉슨 거리를 좀 벌린 상태에서…!

“트리슈!!”

가웨인 밖에 없다.

그런 생각에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몇 번이고 린슬렛의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뒤로 물러서며 해골 병사들에게 그녀를 상대하도록 했다.

물론 아주 찰나의 시간 벌기였지만!

[응, 타나 오빠!]

“비비안의 위치를 찾아줘!”

나는 그렇게 부탁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 눈앞에서 폭주하고 있는 린슬렛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가웨인 밖에 없었다. 세차게 뒤로 물러선 나는 해골 병사를 준비시켰다.

두 병사가 방패를 땅에 내려놓았다.

나는 그 위에 착지했고,

[화살로 쏠게!]

동시에 병사들이 나를 높게 허공으로 띄웠다.

머리가 세차게 흩날렸다.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십 미터 가까이 뛰어오른 나는, 진한 녹색의 선이 어디론가 뻗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고개를 돌리자 그것이, 왼쪽에 있는 에스콰이어들의 사이로 날아들었다.

“좋아…!”

그리고 나는 그 틈으로 날아들어 착지했다.

보였다.

비비안의 얼굴이.

녀석은 수많은 에스콰이어들에게 지켜지듯 둘러싸인 채였다. 허리춤에는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의 검, 갈라틴을 찼고 검은 머리를 기른 냉정해 보이는 인상.

사실 제대로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세우자 주변에 서있던 에스콰이어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삐걱거리는 것이 그저 적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몬스터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린슬렛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잡졸 A에 불과해, 나는 숨을 내뱉으며 발밑에서 해골 병사들을 피어오르게 했다. 그리고 그들로 하여금 에스콰이어들을 상대하도록 만들었다.

비비안은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적대하지는 않는 듯하여, 나는 의아해하며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기척으로, 린슬렛이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스파다를 뽑아들었다.

“이 새끼, 뭐하는 거야?”

그리고 모든 것은 예상대로였다.

“….”

갑작스레 가웨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눈앞의 비비안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뒤쪽에 날아든 린슬렛이 이쪽을 공격하는 것이 느껴졌다.

가웨인은 보다 린슬렛에게 가까웠다.

“이준!!”

분노에 차 고함을 내지른 녀석이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세차게 휘둘렀다. 그것은 녀석이 바라는 대로 내 머리통에 꽂히는 대신 린슬렛의 방패를 튕겨냈다.

나는 검을 멈췄다.

“너 스토커냐?”

그리고 사악하게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씨발 새끼가…!”

지금만큼은 정말로 내가 악당이군.

내 저급한 의도를 알아차린 가웨인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뒤를 이어, 멈춰 있던 비비안이 비틀거리며 허리춤의 갈라틴을 뽑아들었다.

그녀는 가웨인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좋아, 나는 널 지켜주지.”

나는 그런 비비안의 검을 막아냈다.

“대체 무슨 짓거리를 하는 거냐!!”

달려드는 린슬렛을 막아선 가웨인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는 이쪽을 등진 채 서있는 녀석을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강한 살기를 느꼈다.

“린슬렛을 다치게 하지 마.”

“무슨…!”

“나도 노력할 테니까.”

중얼거린 나는 비비안의 검을 튕겨냈다.

생각대로 그녀의 전투 능력은 린슬렛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이 정도라면 솔직히 병사들을 조종하면서도 유리하게 전투를 이끌고 나갈 수 있으리라.

“우아랑이 모르가나를 발동시킬 때까지만 버텨.”

“빌어먹을…. 이준…!!”

분한 듯 이를 간 가웨인이 검을 휘둘렀다.

녀석과 등을 지고 서, 우리는 기묘하게도 서로를 지켜주는 형상이 되었다. 그리고는 아이러닉하게 서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싸우기 시작했다.

마대자루가 부러졌다.

“허억, 허억….”

힘을 잔뜩 써,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아랑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그녀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문에 곶힌 마대자루를 노려보았다.

지하는 어둠에 물들었다.

때문에 한참을 방황한 끝에, 찾은 게 고작 이런 마대자루였다. 하지만 지렛대 대용으로 쓰기에는 너무나 연약해 매달려 낑낑거렸지만 이렇게 부러지고 말았다.

최악의 기분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몸은.

“….”

그 사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스스로의 무능함을 느낄 뿐이었다. 물론 자신의 권한으로는 문의 잠금 장치를 해제할 수 있겠지만, 디멘션 커넥터를 꺼둔 지금 시점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이 순간에도 그는 싸우고 있는데.

“후우….”

방법이 없나.

정말로.

고민에 빠져 있던 아랑은 귓바퀴에 달라붙은 디멘션 커넥터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그녀의 예민한 뇌는 갖가지 정보를 눈으로 직접 보았을 때의 순간을 머릿속에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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