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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95화 (295/321)

295편

<-- Chapter 7 : Holy Grail -->

결국 지켜주고 말았다.

“…. 흥.”

도끼눈을 뜬 트리슈가 어이가 없다는 듯 물러섰다. 그런 행동으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지만, 아랑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타나토스를 부축했다.

“괘, 괜찮으냐? 스….”

“제가 돕겠습니다.”

바로 그때, 반대쪽에 모드레드가 붙었다.

“…?”

“일어나십시오. 타나토스.”

아랑이 잠깐 당황한 사이, 그녀는 힐끔 시선을 보내고 타나토스를 데려갔다. 어색한 침묵

이 맴돌고 아랑은 머뭇거리며 그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모, 모드레드.”

물론 타나토스도 그런 기류를 모르지는 않았다.

“왜 이제야 오신 겁니까.”

“…. 미안.”

하지만 그는 일단 제일 먼저 사과를 했다. 자신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드레드에게.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몸을 돌리고 있는 트리슈를 바라보았다.

“트리슈도.”

“영상 같은 거 저장해두지 않았지?”

그녀는 눈썹을 찡그린 채 물었다.

“무슨 영상?”

“그, 그러니까! 트리슈가 막 달라붙고 하는 그런…! 하아, 생각하니까 또 죽고 싶어지잖아…!!”

볼이 새빨갛게 물든 트리슈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타나토스가 쓰게 웃으며 그녀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괜찮아. 트리슈.”

그리고는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타나 오빠아….”

“고마워. 돌아와 줘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심장이 욱신거렸다.

“….”

아랑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뒤돌아 서있는 타나토스와 거기에 어리광을 부리듯 안긴 트리슈. 모드레드와 넬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아 그녀는 자신이 이상한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눈을 감고 있던 트리슈가, 혀를 내밀기 전까지는.

“…!!”

“큭?!”

“트, 트리슈님…!”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사람이 제각기 분노했다. 하지만 트리슈는 그런 셋을 놀리듯 타나토스의 넓은 등에 손을 올리고는 한동안 꽤나 즐거워했다.

“…. 모두 진정하시죠.”

그리고 뒤를 이어 정현이 가까이 다가섰다.

회장은 조금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

“어, 어머나 계셨구나!”

그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자니 어색하게 웃은 트리슈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당황한 듯 회장에게 다가갔고 이내 붙임성 좋게 손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했어요! 회장님…!”

“기억을 하시는 모양이로군요.”

정현 씨는 조금 놀란 눈이었다.

“드문드문, 마치 꿈을 꾸는 듯했습니다.”

뒤를 이어 모드레드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회장을 향해 꾸벅,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해줄 수 있나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트리슈가 거기에 대답했다.

앞으로 나선 그녀는 우리를 돌아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 표정에 불안함과 불쾌함이 깃든 채였다.

“저에게는 주어진 목표가 있었어요. 그게….”

“아마 퀘스트창에 기록이 남아있을 겁니다.”

눈썹을 찡그린 채 중얼거린 모드레드가 눈앞에 팝업창을 띄우고 기록을 살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그녀는 우리에게 한 가지 창을 띄워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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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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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

난이도 : ★★★★★★★★★★

내용 : ■■■■■■■

제한 시간 : ■■■■

보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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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건…?”

나는 불쾌한 기분에 눈썹을 찡그렸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얼 하려고 했던 건지조차.”

“트리슈는 왜 회장님을….”

두 사람은 그대로 깊은 고민에 잠겨들었다. 괴로운 듯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에, 나는 무어라 제대로 된 위로조차 해주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냥 싸우려고 한 거 아니야?”

바로 그때, 목소리가 이어졌다.

“…!”

“가…?!”

고개를 든 두 사람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설명을 해두지 않았다는 자각에 가까이 다가오는 가웨인과 두 사람의 사이에 서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지금 이 녀석, 함께 행동하고 있으니까.”

“맞아, 그러니까 둘 다 너무 화내지 말라고.”

“그게, 무슨….”

모드레드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돌아보았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반응하기보다 가웨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봐.”

“응?”

어쩐지 그 말이 조금 신경 쓰였다.

“싸우려고 했다니?”

“아, 이제 모든 기사들이 모였으니까?”

“….”

“싸워야지 성배를 차지하기 위해서.”

“성배를….”

우아랑이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군요.”

“예, 분명히 엘레노어도 성배에 대해 예고를 했으니 말이죠. 그저 그 방식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뿐.”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는 거겠지.

정현 씨의 말에 동의하듯 대답한 나는 이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솔직하게 말자마녀 이런 엘레노어의 행동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언제는 안 그랬나 싶었지만.

“저기, 준.”

바로 그때, 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녀는 눈앞에 여러 장의 창을 띄우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나는 의아해 넬의 곁으로 다가갔다.

“전쟁이 시작될 것 같아요.”

그녀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뭐?”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

우아랑이 묻자 넬은 화면을 크게 확대해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허공에 띄웠다. 아까 전처럼 전 세계로 송출되는 서울 시내의 CCTV 화면을 가져온 듯했다.

그리고 넬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린 언니….”

화면에는 린슬렛의 모습이 보였다.

고양이의 얼굴을 본뜬 가면, 털이 달린 가죽 재킷. 등 뒤로 수많은 에스콰이어를 대동한 채, 그녀는 전쟁을 이끄는 장군처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뿐만이 아니에요.”

그리고 넬은 차례차례 화면을 전환시켰다.

한 사람, 한 사람. 우리가 아는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베디비어. 헥터 그 밖에도 얼굴을 본 일이 없던 기사들이 제각기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한 곳으로 향하고 있어요.”

“어딘데?”

“종로에요. 할 킬러즈의 본부가 있는.”

그녀는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투는 언제 벌어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종로로 향하기 전, 우리는 작전을 짜는데 몰두했다. 어찌 되었건 단순히 적들을 쓰러뜨린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어딘가에 엘레노어는,

“….”

그레일과 함께 숨어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닥쳐 머리카락을 제멋대로 흔들었다. 주변에 차들이 다니는 가운데, 도심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범하고 조용했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으로부터 장병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

길을 걸었고, 동행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을 거슬러 오르듯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물론 그곳은, 할 킬러즈의 본부 앞이었다.

전‘쟁’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거의 다 도착했어.”

나는 무뚝뚝하게 목소리를 냈다.

아마 마지막일, 그리고 내가 겪어본 싸움 중 가장 큰 싸움일 터였다. 아마 한국에 있는 에스콰이어 중 거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전투에 참여하고 있겠지.

하지만 이상하게도 긴장은 되질 않았다.

머릿속으로는 생각해둔 작전을 되새겼다.

그리고 덧붙여, 정현 씨가 쉘터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당신의 현실을 되찾아오세요.]

“…. 무슨 만화 주인공이냐.”

나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희도 준비 다 되었습니다.]

[어라, 타나 오빠. 가웨인은?]

“가버렸어.”

나는 쓰게 웃으며 트리슈의 질문에 대답했다. 녀석은 종로쯤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원래대로라면 나와 가웨인이 정신이 나간 에스콰이어들을 묶어두며 버티는 사이, 할 킬러즈의 본부 안으로 침입한 우아랑과 넬이 모르가나를 광역으로 발생 시켜 정신을 들게 한다는 작전…. 이었지만.

사실 차라리 잘 됐다. 믿기 힘든 녀석이었으므로.

“별 수 없지만.”

[…. 그걸로 끝나는 말입니까?]

“아, 아니 근데 진짜 어쩔 수 없잖아.”

모드레드의 비난에 나는 당황해 대답했다. 그녀와 트리슈는 어느 한쪽으로 전장의 양상이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금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나는 곧바로 거절했다.

[하지만 망자 몇으로 어떻게….]

“몇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거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네…?]

의아한 듯 되묻는 모드레드.

하지만 나는, 거기에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들어 눈앞을 바라보았다. 크게 흙먼지가 일며 거대한 대로를 가득 매운 채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양상을 확인했다.

그것은 말 그대로 현실과 가상의 충돌이었다.

이 아서리안이라는, 엘레노어라는 신이 만들어낸 초유의 사태에 자의건 타의건 뛰어들게 된 사람들이. 그 밖에도 가상 세계에서 온 몬스터들이. 모두가 한데 엮여서 뭔지 모를 무언가를 위해 마구잡이로 싸워댔다.

좋지 못한 기분이었다.

마치 인간을 가지고 노는 엘레노어를 보는 듯하여.

“망령 군세.”

나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싸우면 될 일이다.

죽은 자들을 불러내서라도.

죽더라도 살아나서.

왜냐면 나는 이제, 자유로우니까.

“간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수만의 병사들에게 둘러싸인 채였다. 정신을 소모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눈동자로부터 눈물처럼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이윽고 재킷을 입은 해골 병사들이 제각기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건….]

“너희도 할 수 있어.”

놀란 듯한 모드레드를 향해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검은 바닥을 밟자 찰랑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수많은 병사들이 생겨났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 많은 병사들을 조종하는 일은 정신을 심하게 마모시키는 듯했지만, 어떻게든 견뎌냈다.

나는 망자들의 왕.

타나토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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