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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93화 (293/321)

293편

<-- Chapter 7 : Holy Grail -->

[지금 어머님을 안전하게 구출한 참이다.]

우아랑의 목소리는 도리어 무뚝뚝했다.

“기다리고 있을게.”

합류 포인트는 바로 근처의 카페였다. 우리는 이미 도착해있는 상태였고, 그것을 확인한 내가 말을 잇자 반대편에서 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쪽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 그게.”

나는 거기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왜? 사실대로 말하지.”

상처투성이인 가웨인이 비아냥거렸다. 그런 곳(?)에 혼자 두었기 때문일까. 목소리가 몇 배는 더 날카로웠고 나는 어색하게 콧노래를 부르며 시선을 피했다. 원망으로 가득 찬 가웨인의 시선을.

“…!”

하지만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아, 하하.”

내 어깨에 기대고 있던 트리슈와.

하지만 뒤를 이어, 누군가 반대편에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던 트리슈의 얼굴을 밀쳐내고 그대로 내 어깨에 몸을 기댔다.

물론 이쪽은 모드레드였다.

“!!”

“!!”

그리고 두 사람이 으르렁대며 싸우기 시작했다. 말은 없었지만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 서로를 노려보았다.

“자, 잠깐. 모드레드, 트리슈….”

내 팔을, 서로 잡아당기며.

“이런 식이지.”

그리고 그걸 가웨인이 보고하듯 말했다.

[…. 그렇군.]

거기에 대답하는 우아랑의 목소리가 조금 차갑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당황해 무어라 말이 나오지 않는 걸 느끼던 나는 두 사람을 무슨 야생동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목덜미를 잡고 떨어뜨렸다. 그러자 둘은 그런 내 팔에 달라붙어 어깨에 뺨을 비볐다.

“…. 어떻게든 해줘.”

나는 지쳐 목소리를 냈다.

“어머, 타나토스. 행복하지 않아?”

그러자 반대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 진아 씨.”

“두 사람이 당신 애완동물처럼 되었는데.”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요.”

“아하하, 진지하기만 하면 몸에 안 좋다니까. 타나토스. 가끔은 별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게 의외로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지.”

“….”

“실제로 그렇잖아?”

“뭐가 말이죠.”

나는 조금 짜게 식은 표정으로 물었다. 매달려 있던 두 사람이 동시에 올라와 내 뺨에 입을 맞췄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마치 애정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

꼬리가 있었으면 살랑살랑 흔들렸을 기세다.

“감정적으로 행동했더니 잘 풀렸잖아.”

“제가요?”

“이 두 사람을 엘레노어로부터 데리고 올 때. 무척이나 멋졌다고? 싸구려 신파극 주인공 같았어.”

“…?”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순간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설마, 진아 씨….”

“너, 다룰 수 있게 되었지? ‘합금’”

그녀는 요염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합, 금….”

“엘레노어의 모든 것인 그걸.”

“그, 글쎄요.”

나는 당황해 중얼거렸다. 갑작스레 무언가.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퍼즐이 맞아떨어져가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뒤를 이어 진아 씨가 담배를 빼물었다.

“아니면 그 인공지능 아가씨가 도와주는 건가?”

그리고 불을 붙였다.

“그건 모르겠어요.”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기분에 고개를 내려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정보량 송신 합금’은, 기본적으로 엘레노어의 조정에 의해 그 원자 구조가 변화하는 ‘물질’이죠.”

“그렇지. 나노머신 같은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고.”

“아니…. 사실 보다 고차원적인 개념이지만요.”

“당신, 이해하고 있는 거야?”

“네?”

멍해져 있던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담배를 입에 문 진아 씨가 카페의 테이블에 기대어 섰다.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이해하고 있냐고. 합금에 대해서.”

“….”

그 말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히 금연을 알리는 푯말이 붙은 채였다.

카페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그런 문제가 아닐 터였다. 하지만 카운터의 점원들은 담배를 피우는 진아 씨를 보고도 전혀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이건 이해가 가?”

진아 씨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글쎄요.”

“그럼 그 두 사람은?”

그리고는 트리슈와 모드레드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런 두 사람을 돌아보며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이내 바싹 마르는 입술을 느끼며 거기에 대답했다.

“넬이 돌아오면 이야기하죠.”

확신이 들지 않았다.

“…. 집중이 될까 모르겠지만.”

“네?”

“설마 모른다고 할 셈이야? 우리 아랑이랑 그 인공지능 아가씨랑 자기 보는 눈동자가 심상치 않던데.”

진아 씨가 그렇게 말하고 다음 순간, 딸랑거리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금 곤란한 질문이 이어지나 싶던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곧장 눈이 마주쳤다.

“이준 씨.”

“회장님!”

반가운 마음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뒤를 이어, 무언가 양쪽에서 강하게 팔을 잡아끌어 하는 수없이 자리에 멈춰 섰다.

“…!”

“…!”

볼을 부풀리며 항의하듯, 트리슈와 모드레드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가웨인이 킥킥거리며 웃는 소리를 냈다.

“호오, 회장님을 잊고 있었네.”

“뭘 잊고 있었단 거지.”

“이준 씨, 어른 여자를 좋아하는 편?”

“진아 씨까지 이러지 마시죠.”

“송유하도 분명히 어른 여자였지.”

“….”

다 죽일 수는 없을까.

나는 음흉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돌아섰다. 아랑의 부축을 받아 가까이 다가온 정현 씨는 멋진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반격을 꾀하러 왔군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예, 선잠을 잤더니 몸이 뻐근하지만.”

“그러고 보니 트리슈는 왜….”

“저를 ‘보물’이라고 생각해서겠죠.”

“네?”

나는 놀라 되물었다.

“…. 거기에 대해서는 급한 불을 끈 뒤 이야기하죠.”

하지만 정현 씨는 대답을 미루고 쓰게 웃어보였다. 그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정현 씨는 내 옆의 두 사람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두 사람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수치심에 얼굴을 들지 못할 것 같군요.”

그녀는 적개심이 어린 눈을 한 모드레드와 트리슈의 모습에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후, 우리는 곧바로 이동했다.

서울시에는 아서리안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국책 사업으로 쉘터를 꽤나 많이 지어두었다. 일단은 그곳에서 쉬며 상황을 정리하자는 것이 회장님의 생각이었다.

물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해킹을 해야 했지만.

“해치. 열겠습니다~!”

앞장선 넬이 외치고 뒤를 이어, 단단한 강철 문이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동시에 내부에 불이 들어와 우리는 다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한동안 쓰지 않았기 때문일까. 쉘터는 삭막한 분위기였다. 여기저기 먼지가 끼고 제대로 관리도 하지 않는 듯해 나는 어이가 없어 내부를 멍하니 둘러보았다.

“과연 허투로 쓰인 세금답군….”

그런 감상에 우아랑은 눈썹을 찡그렸다.

“넌 매번 그런 식으로….”

“하지만 사실이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옆에 있던 침낭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현판에는 크게 ‘300개’라고 적혀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반의반도 되지 않는 듯했다.

“….”

우아랑은 그것을 돌아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뭐, 다 죽여야지.”

그 뒤로 들어선 가웨인이 사악한 소리를 내뱉었다. 녀석은 킥킥거리며 웃고는 대충 놓인 침낭을 아무렇지도 않게 걷어찼다.

“이 지랄 한 놈들 잡아다 다 죽이면 될 일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녀석은 잔혹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들어온 정현 씨와 진아 씨를 돌아보았다.

“그럼,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부탁합니다.”

슬쩍 대답한 정현 씨가 멍한 채로 침낭을 돌아보는 아랑에게 시선을 보냈다. 나는 피식 웃고는 옆에서 떨어지려고 들지 않는 두 사람을 향해 말을 건넸다.

“가자. 모드레드, 트리슈.”

두 사람은 그 이상 행복할 게 없다는 듯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

적응이 잘 안 되는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쉘터의 좀 더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보조를 맞추기 위해 이야기를 해두었던 터라 넬 역시 우리를 따라왔다.

거기다,

“저 모녀도 대화를 좀 해야겠지.”

“아랑님, 계속 할 말이 있으셨던 눈치였으니까요.”

“게다가 방금 또 괴로워진 것 같고.”

넬이 장단을 맞추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우아랑은 사람이 진지한 구석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겠지.

모쪼록 대화가 잘 끝났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해야 할 일이 있지.”

나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내 팔뚝을 잡은 트리슈와 모드레드의 손길이 조금 억세어진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이 조금 삐친 듯 나를 돌아보고 넬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네, 두 사람을 다시 준의 곁으로.”

그렇게 말하는 눈동자가 더없이 믿음직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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