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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82화 (282/321)

282편

<-- Chapter 7 : Holy Grail -->

“베디비어…?”

의수를 오른손에 감싼 채.

그것이 삐걱거리며 기계적인 소리를 냈다. 실린더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이따금씩 증기가 빠져나와, 나는 멍하니 서있는 베디비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김준우.”

혹시나 해 다른 이름을.

하지만 반응이 없는 건 매한가지였다.

[스컬, 괜찮나?!]

뒤를 이어 우아랑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힐끔 고개를 돌려 벽에 처박힌 헬기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목이 부러진 코뿔소마냥 구겨져 처박힌 채 그것은 하늘을 향해 길게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글, 쎄다?”

나는 거기에 당황해 중얼거렸다.

확실히 초등학교 건물에 들이박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성과였다. 하지만 나는, 섣불리 다 괜찮다고 대답할 마음은 어쩐지 들지 않는 것을 느꼈다.

그 이유는 물론, 눈앞의 남자에서 기인할 터였다.

“베디비어, 내 말이 들리면 대답을 해. 대답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양손을 들고 뒤로 물러서.”

나는 그에게 냉정하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베디비어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입을 꾹 다문 채였다. 반응조차 보이질 않아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그는 내 쪽으로 도약했다.

주먹을 든 채로.

“베디비어!”

나는 당황해 린슬렛의 방패를 세우고 막아낼 준비를 했다. 그 사이 날아든 베디비어의 의수에서 강철이 철커덕, 하고 맞물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게 쏘아져 나왔다.

팔꿈치 뒤쪽에서 추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게 통나무처럼 거대한 팔을 밀어붙였다. 어깨를 기점으로 회전한 주먹이 내 어깨에 매달린 방패를 후려쳤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

“…!!”

그와 함께 원형을 그리며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체육관의 모든 유리창이 깨어졌고 나는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것을 느끼며 주먹을 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이상한 말이다.

하지만 내 몸은 그런 원리로 작동했다.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도 생각에 따라 곧바로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굳어진 채 있는 베디비어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정신, 차려!!”

눈동자가 맛이 간 채였다.

빠악!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턱이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의수에서 연기와 함께 탄피가 튕겨져 나왔고, 나는 베디비어가 주먹을 꽉 쥐는 것을 알아차렸다.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다.

“윽…!”

다시금 폭음이 이어졌다.

녀석의 의수는 말하자면 파일벙커였다. 추진 장치가 달려 보다 강력하고 재빨라진. 눈앞의 적을 단숨에 분쇄해 가루로 만드는 기세를 지닌 강렬한 무기.

그게, 턱에 꽂혔다.

“…!!”

강한 폭발음과 함께, 뇌가 뒤흔들렸다. 뒤쪽으로 나가떨어진 나는 한창 불타고 있던 헬기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그 안으로 나가 떨어졌다.

[스컬!]

우아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 심해…!”

헬기 안쪽에서 겨우 몸을 가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뒤를 이어,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베디비어와 우아랑이 맞붙는 듯했다.

“그 자식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뭐…? 그렇다면!]

“일단 도망쳐서 상황을 살피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마를 스윽 닦았다. 피가 흘러내리며 욱신거리는 통증이 잇달았고 나는 잠깐 그것을 의심하듯이 바라보았다. 현실과 가상이 정말로 하나가 된 세계라는 말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

다른 녀석들은 죄다 어떻게 된 거지…?

“넬, 어딘가 안전한 장소를 찾아줘.”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헬기 바깥으로 나갔다.

와지끈, 하고 기울어져 있던 유리창이 내게 밟혀 박살이 났다. 허리가 뻐근한 가운데 왼손에 스파다, 오른손에 우아랑의 검을 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아랑을 향해 달려드는 베디비어의 모습이 보였다.

적으로 상대하자니…. 뭔가 무서운 녀석이다. 역시나.

“베디비어!”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도약했다. 이름을 부르자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걸로 봐선, 소리가 들리긴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 새기며 베디비어를 향해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날카롭게 불꽃이 튀었다.

“…!”

근접한 상태에서, 의수로 오른손의 검을 튕겨낸 녀석이 뒤로 물러섰다. 간격을 벌린 상태에서 추격해 들어간 나는 날아드는 발을 발견하고 검을 들었다.

아슬아슬하게, 막았다.

제대로 살피지 못해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식, 무술을 쓴다.

그것도 꽤나 능숙하게.

공격이 막히자 베디비어는 발이 꺾어 내 검을 걸고 넘어졌다. 순간적으로 판단이 더뎌 내 자세가 흐트러졌고, 그 상태에서 한 발 나선 베디비어가 내 복부를 후려쳤다.

“커헉!”

내장이 울렸다.

“스컬! 큭?!”

뒤쪽으로 튕겨져 날아간 나는 우아랑이 받아주어 겨우 자리에 멈춰 섰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비틀거리며 검에 의지해 겨우 일어섰다.

눈앞의 베디비어는 멈춰선 상태였다.

“….”

움직이지 않고, 차갑고 더없이 무뚝뚝한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그것을 잠시 마주보며 거리를 재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목적은 달성하기는 했지만,

“괘, 괜찮으냐? 스컬!”

생각보다 훨씬 아프다.

“…. 모드레드.”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곧바로 계승하는 근본의 형태를 바꾸었다. 몸이 투명하게 물든 것을 느끼며 우아랑의 손을 쥔 채로 곧잘 뒤로 도약했다.

“윽…?!”

놀란 듯 녀석이 비명을 내질렀다.

따라오는 듯한 기색은 없어, 나는 투명화가 지속 되는 시간 동안 최대한 멀리까지 도망을 쳤다.

그리고 넬은 우리를 인도하기 시작했다.

“서울 내부가 아예 게임의 지역처럼 변한 모양이에요.”

빌딩의 위를 내달리고 있자니, 옆에 둥둥 뜬 채 따라오던 넬이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눈앞에 지도를 띄운 채 녀석은 다시 한 번 방향을 지정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전의 초등학교와 인근의 구역은, 베디비어님이 지배하시는 곳이라고 나와 있어요. 말인즉슨 그곳에 함부로 들어간 저희를 적으로 인식하셨다는 거겠죠.”

“엘레노어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말이야?”

“네, 아마도…. 이게 엘레노어가 행하는 마지막 시험 같아요. 뭔가 퀘스트가 온 게 없나요?”

녀석의 물음에 나는 곧바로 게임의 창을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새로 생성된 퀘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으음…. 이상하네요.”

“현실과 가상이 하나가 되어간다는 그런 신호이려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아무튼 현실이 게임의 지역처럼 된 만큼 중립으로 된 마을이 생겼어요.”

그리고 뒤를 이어 눈앞에 지도가 떠올랐다.

명동이니 홍대니 신촌이니, 이전에도 번화가로 분류되던 지역이 이곳저곳 마을이라는 명칭이 붙은 채였다. 그게 또 완전히 게임을 연상 시켰다.

“일단 가까운 곳으로 안내하고 있어요.”

“그래.”

허탈하게 웃은 나는 가까운 지역까지 우아랑, 넬과 함께 계속해서 이동했다. 이마가 쓰라리고 속이 뜨거웠지만, 참아내며 곧바로 건대 방면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건대 마을이지만.

“사람들로 가득한데…?”

그리고 도착해, 나는 눈썹을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건대의 번화가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평범한 느낌의 대학생들로.

“하지만 준에게서 위화감을 느끼진 못하고 있네요.”

그렇게 중얼거린 넬이 내 마스크를 손으로 가리켰다. 확실히, 눈이 마주침에도 여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에 나는 다른 변화를 한 가지 알아차렸다.

다들 넬을 ‘피하고’ 있었다.

“엘레노어는 대체 무엇을….”

“무슨 말이지?”

우아랑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뇨, 이렇게나 많은 인간을 조종하고 있잖아요? 그들이 현재의 세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도록. 이게 과연 엘레노어가 바라던 ‘진화’인 걸까 싶어서.”

“인간의 진화라….”

“우리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엘레노어가 만들어낸 이 아서리안이라는 게임과 더불어 그 ‘진화’라는 말의 사이에서.

하지만 나는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은 우리가 신경을 쓸 문제가 아니다.

“준….”

“일단은 주변을 살펴보자.”

넬이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내보였지만, 나는 무시하고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지금껏 말했듯이 거리는 평범했고 느지막한 오후였다. 학교를 마치고 나온 듯한 학생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 사이를 지나쳐 근처의 카페로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손님!”

“….”

직원으로 보이는 20대의 여자가 과도한 리액션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혹시나 해 고개를 든 나는, 직원의 머리 위에 붙은 메뉴판을 확인했다.

[아메리카노 ------ 5.0]

메뉴는 물론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 메뉴 + 상처 치료 ------ 10.0]

하지만 마지막에 이르러 그런 메뉴가 추가된 상태였다. 위화감이 없이 붙은 그것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 메뉴 더하기 상처 치료라는 건?”

“네! 바로 옆에 있는 치료소에서 메뉴와 더불어 상처를 진료해드리는 특별 메뉴입니다! 이용하시겠어요?”

“…. 아니.”

나는 고개를 내젓고, 돌아섰다.

“모든 사람이 이런 식인 거야?”

그리고는 어이가 없어져 뒤쪽에 서있던 넬을 향해 다가가 물었다. 우아랑은 메뉴의 변화에 정신이 팔린 채여서,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매만졌다.

“아, 아마도요?”

“무슨 이런 정신병자 같은 세계가….”

그렇다면 엑스칼리버는? 할 킬러즈의 녀석들은 어떻게 된 거지? 그쪽 대장이나 다 엘레노어에게 홀려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대체 왜?

“일단 퀘스트를 수행하는 편이 낫겠군.”

“하아…. 회장님도 이런 식인가.”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중얼거렸다. 그러자 뒤를 이어, 고민에 빠져 있던 넬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닐 것 같아요.”

“어째서?”

“단순한 예감이지만…. 지금 준뿐만 아니라 우아랑님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있잖아요? 저는 아마도 그게 두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모르가나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모르가나가?”

“네, 그건…. 기본적으로 디멘션 커넥터를 자유롭게 만드는 물건이니까요. 그리고 소유자가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그래서 아마 영향을 안 받는 거 같아요.”

“모르, 가나라….”

거기까지 중얼거린 나는, 계속해서 앞머리를 매만지며 모르가나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건 분명 우아랑 회장이 만나며 나에게 준 물건이었다. 게임의 아이템이며 동시에 현실의 개발자인 서진아가 만들어낸.

그걸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물론…. 회장과 서진아 씨.

그리고….

“가웨인.”

나는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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