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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81화 (281/321)

281편

<-- Chapter 7 : Holy Grail -->

“저는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

“….”

이런 질문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아, 이 경우에는 유하님께 여쭤봐야 할까요?”

“여, 여기서 유하의 이름이 왜 나와?”

내가 당황해 묻자 녀석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그 밝은 빛에 나는 당황해 고개를 돌렸다.

“유하님은 준의 보호자니까요! 아니…. 하지만 이렇게 되면 유하님과 넬은 연적이 되겠네요!”

“그게 그렇게 신나서 할 말이냐…?”

“네! 후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나는 뭐 게임 아이템 같은 건가.

“하지만 연적이 너무 많네요! 린슬렛님…. 트리슈님…. 거기에 모드레드님과 우아랑 대위님까지도…!”

“우, 우아랑?”

“네! 대위님도!”

“….”

이 녀석은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넬을 바라보았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당신과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어요.”

“…. 넬.”

“네! 준!”

“너 좀 이상한 것 같아.”

“헉….”

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황해 굳어진 모습이, 더없이 귀여웠다. 나는 입을 다물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다 같이 돌아가자고. 유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맛있는 커피를 끓여놓고 말이다.

“네!”

거기에 넬은 힘차게 대답했다.

넬이 변했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전혀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혹스러울 때는 있었지만 그것은 차차 이야기를 통해 적응해 나가면 될 문제였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조금 있으면 하강 지점이에요.”

넬이 나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대위님이 리드해줘.”

“알겠다.”

서울에 거의 도착해 우리는 마지막으로 상황을 점검하는 중이었다. 헬기는 지상으로부터 수천 미터 이상의 상공에 위치했고 계속해서 서울을 향해 이동했다.

“바로 해치 오픈할게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헬기의 꽁무니 쪽이 반으로 갈라지며 열렸다. 거세게 바람이 불어 닥치며 나는 마스크를 쓰며 앞으로 걸었다.

“스컬.”

그런 중, 불려졌다.

“마스크를 굳이 써야할 필요가?”

“아, 뭐 버릇인데.”

자각한 나는 이어서 앞머리를 매만졌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버릇이다.

“시야에 방해만 될 것 같아서 말이다.”

“흠….”

“상징이잖아요?”

넬이 싱긋 웃었다.

“뭐, 그것도 그렇군.”

나는 거기에 수긍하고는 강철로 된 마스크를 툭툭 두드리며 우아랑을 돌아보았다.

“정체도 숨기고, 얼마나 좋아.”

“…. 흐음, 그렇군. 너는 바보였군.”

우아랑은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앞장서 새까맣게 물든 하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녀석의 하나로 묶은 머리가 흩날리는 것을 바라보며….

“…?!”

이내 당황했다.

멈췄기 때문이었다.

뱀처럼 세차게 나부끼던 검푸른 머리카락이.

아니,

[오셨군요. 타나토스, 넬.]

시간이, 멈춘 것이었다.

“엘레노어….”

넬이 놀란 듯 목소리를 냈다. 녀석 역시 나처럼 의식은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유로워졌다던 넬의 말과는 반대되는 현상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큭!”

다시금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무슨 일이지.”

우아랑이 의아해하며 날 바라보았다.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뒤쪽에 서있던 넬을 돌아보았다.

“해킹이에요. 엘레노어가 저희의 권한을….”

[어머, 잠깐 이야기라도 하자 했더니.]

그리고 다시 시간이 멈췄다.

“…!”

이런 현상의 원리가 무엇인지,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다. 뇌의 처리 속도가 엘레노어에 의해 한계까지 불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는 별개로 직접 눈으로 이런 현상을 목도하는 것은 어딘가 괴로웠다.

머릿속에 수많은 지식이 쑤셔 박히는 듯했다.

[너무한데요, 넬.]

“엘레노어. 그만해주세요.”

[저는 단지, 헬기를 떨어뜨릴 생각일 뿐인데.]

“…?”

내가 반응을 못하는 사이, 눈앞에 팝업창이 열렸다. 인근의 지도를 표시한 듯한 그것이 확대되며 어딘가의 초등학교에 마커가 표시되었다.

[이곳에.]

“대체 왜…!”

[저는 당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거예요. 타나토스.]

나를 시험한다고?

[네, 원본의 이야기를 듣고 저에 대해 아셨잖아요?]

원본이란, 한성진?

[하지만 그건 무척이나 단편적이에요. 그 사람도 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 아니, 거기까지는 당신에게 설명해주지 않았네요. 야속한 사람.]

엘레노어는 슬픈 시늉을 했다.

[그러니 진화한 당신을 보여주세요. 타나토스.]

그리고 이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저에게 도달할 방법을 있는 힘껏 찾아주세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완전한 답을 가지고 시련의 끝에서.]

엘레노어…!

“준! 시간이 다시…!”

넬의 외침의 뒤를 이어 다시금 시간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으로부터 감각이 돌아오며 그것이 순식간에 온몸을 내달렸다.

“우아랑!”

나는 곧바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뭐, 뭐냐?!”

거기에 깜짝 놀란 우아랑이 헬기의 끄트머리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호기롭게 이름을 불렀음에도 나는 대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전하면 좋은 것일까 고민이 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큭?!”

설명은 필요 없게 되었다.

우지끈, 하는 강한 소리의 뒤를 이어 헬기가 거꾸로 뒤집혔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우아랑이 나가떨어졌고, 나는 바닥을 박차며 앞으로 도약했다.

“우아랑!!”

내달려 기울어진 헬기의 끝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나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우아랑을 안아들었다.

“이, 이건…?!”

정신을 차린 녀석이 놀라 소리쳤다. 나 역시 허공에 몸이 멈춘 상태에서 따라서 고개를 들었다.

헬기의 날개가 짓이겨진 채였다.

무언가에 파먹힌 것처럼 말이다. 완전히 모양이 일그러진 모습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어서 작동을 멈춘 헬기가 천천히 기울어져 추락하기 시작했다.

“큭!”

“스컬! 탈출을!”

“안 돼! 저게 떨어지는 곳이…!”

“뭐?!”

“초등학교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 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몸이 기울며 헬기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던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 뭔가 날것을 타기만 하면 이런 기이한 일이 발생하는 듯했다. 그것을 온전히 알아차리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에 비하자면 훨씬 나았다. 적어도 비행기에 비하자면 헬기는 훨씬 작으니…!

“받아낼 수밖에 없어!”

“뭣?!”

“주, 준! 무모해요!”

품에 안긴 우아랑과 옆의 넬, 두 사람 모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손을 놓았다.

“우아랑! 헬기의 방향을 내 쪽으로 틀어줘! 어떻게든!”

“스컬…?!”

나는 망설이지 않고 우아랑의 몸을 있는 힘껏 내던졌다. 그리고 곧장 태세를 정비해 스킬을 시전 했다.

근본 승계.

어깨 죽지 밑에서 우아랑의 것을 똑같이 본뜬 새까만 검이 튀어나왔다. 나는 생각을 통해 그것을 눈앞에 드리우도록 명령하고 곧바로 발을 가져다댔다.

“…!”

그리고 곧장, 반대편으로 박차고 뛰어내렸다.

헬기보다 한 발 빠르게, 지상까지 몸을 날린 나는 흙먼지를 가득 일으키며 운동장에 착지했다. 발바닥이 후끈거리는 걸 느끼며 나는 곧장 머리를 들었다.

뒤쪽에는 체육관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넬, 저 안에 사람이 있나 확인해줘.”

“네! 조심하세요!”

이것을 막고자 하는 내 의욕을 이해한 녀석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나는 허공에

머무르고 있던 검을 돌아오게 해 붙잡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린슬렛.”

다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검의 형태가 변화해 다시금 검은 점액질처럼 어깨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그것은 방패가 되어 나는 숨을 몰아쉬며 운동장 반대편의 우아랑을 노려보았다.

헬기는 학교 건물 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조심해라, 스컬.]

우려를 애써 감추듯 중얼거린 우아랑이 품안에서 한 자루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기울어진 채로 있는 헬기를 향해 세차게 내던졌다.

빠각, 하는 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다!!”

뒤를 이어, 우아랑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머리 부분에 검을 맞아 옆으로 기울어진 헬기를 세차게 걷어찼다. 다시금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기에서 나는, 알아차렸다.

우아랑이 왜 검을 던졌는지를.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박힌 부위로부터 헬기의 끄트머리가 잘려져 나갔다. 그리고 파편이 내 쪽으로 휘는 충격으로 헬기 역시 방향이 틀어졌다.

“좋아, 그래….”

망령 신체.

중얼거린 나는, 날아드는 헬기를 받아냈다.

“큭…!”

양팔을 뻗어 멈춰 세우려 했지만, 거센 충격이 몰려들었다. 나는 체육관 방향으로 헬기의 속도를 줄이며 함께 뒤로 밀려났다. 바닥에 닿아 헬기가 부서지며 파편이 마구잡이로 주변에 튀었다.

[준?! 그쪽으로 사람의 반응이!]

그리고 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니, 하지만…. 베디비어님이에요!]

“…?!”

거기에 미처 반응하기도 전, 거센 폭음과 함께 시야가 캄캄하게 물들었다. 나를 밀어붙인 헬기가 체육관의 외벽을 박살내며 안으로 처박히는 소리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 팔을 끌어당겼다.

“윽?!”

헬기에 밀어붙여져, 외벽의 잔해에 휩쓸리기 직전이었다. 우악스러운 손길에 나는 크게 신음하며 반대편으로 내던져졌다.

벽에 발을 디디며 착지했다.

“베디비어…!”

고개를 든 나는, 반대편에 서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멍하니 뭔가에 홀린 것처럼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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