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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79화 (279/321)

279편

<-- Chapter 7 : Holy Grail -->

어머니.

비참한 자신의 삶을 견뎌내지 못하고 삶의 궤도로부터 튕겨져 나간 사람. 어린 자식들을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버린 무책임한 사람. 무엇도 말해주지 않는 사람.

나는 그 사람을 찾고 싶었다.

망가진 인간이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살아갈 방법을 찾았다. 그래서 나름대로 삶의 여유가 생긴 뒤 어머니를 찾아 물어보고 싶었다. 어째서 나와 여동생을,

“버렸느냐고.”

그것은 원망이었을 터였다.

나는 어머니는 잘못이 없다고 알고 있었음에 그러지 못하고 원망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로서, 그 사람의 아들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나는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을 나가고 3년이 지난 뒤였다. 즉, 내가 성인이 되기도 전이었다. 삶의 방향성을 다잡기조차 이전.

그 사람은 죽었다.

“그 뒤로 물론 철저하게 조사를 해봤지.”

“어머…. 할머님의 죽음에 대해서 말입니까?”

“…. 아랑이는 처음 들어보겠구나. 할머니에 대해서.”

나는 이야기를 따라오지 못하는 딸의 얼굴을 보며 쓰게 웃었다. 그 옆에 있는 청년도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개인적인 이야기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하지만 모든 것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내 어머니의 죽음으로부터.

“나는 그 죽음의 원인을 찾았지.”

표면적으로는 과로사. 하지만 그렇게 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착취를 당했고 나는 거기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적나라하게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죽은 이후로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기록은 지워지고 죄는 옅어진다.

하지만 나는,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자기혐오에 먹힐 것 같았기에.

“그래서…. 만들자는 결심을 했지.”

“엘레노어를?”

“그래.”

타나토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무엇이 정답이지?”

그리고 다시 물었다.

“…. 무슨 소리야.”

타나토스는 눈썹을 찡그렸다.

“복잡해져만 가는 인간의 시대에서 말이야.”

“뭐?”

“신이 지배하던 시대는 끝났지. 그럼에도 인간은 언제나 절대적인 존재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어. 왜일까.”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 이라는 건가?”

“그래, 세계가 진화할수록 인간에게 저열한 행복을 소망하도록 부추기는 거야. 인간은 복잡해져가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지. 그래서….”

어머니는 살해당했다.

“인간이 저열하기 때문에?”

“아니, 그것밖에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지.”

나는 단호히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어쩌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인간의 저열함 때문이라고. 세계가 망가져가고 삶이 팍팍한 것은 인간이 악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분명 원인은 있다.

“그리고 난 그걸 해결하고자 한 거야.”

“엘레노어를 통해서?”

타나토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공지능의 존재가 필요했다. 데이터는 정확하지만 홀로 인간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나는 보다 가까이에서 인간을 보조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선별하는 역할을 맡아줄 존재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래서 칼 후퍼를 스카우트했지.”

그는 인공 지능을 개발하고 있었으니까.

“아니….”

하지만 타나토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고는 흉악하게 인상을 일그러뜨린 채 나를 노려보았다.

“그 남자는 ‘생명’을 만들고 싶어 했어.”

“….”

“당신이 그걸 모르진 않았을 텐데?”

나름대로, 알아차리고 있나.

순간 ‘훌륭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 남자는, 엘레노어의 기대와 요구를 훌륭히 충족해 성장했다. 내가 처음에 의도한 인간의 방향성대로 나아갔다.

양심은 지능의 문제다.

타인을 위하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걸 ‘모르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그래, 모르진 않았어. 그 남자가 자신의 ‘딸’을 만들려고 한다는 사실 정도는…. 하지만 자만했던 거지.”

나는 솔직하게 시인했다.

“한 번 그 인공지능을 만나보니 알겠더군. 이건 인간이 통제하기에 너무나도 버거운 존재라고.”

“…. 만나봐?”

“이야기를 했어. 30분 정도. 궁금해 하는 바를 대답해주었지. 칼 후퍼가 금방 방해를 했지만.”

“모드레드가 기록해둔 영상에서는 당신이 칼 후퍼와 함께 개발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기록이 있던데.”

“뭐?”

타나토스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금새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이후, 칼 후퍼는 엘레노어가 만들어낸 ‘나’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흥미를 느껴 함께 하게 된 것일까.

“완전히 당하고 있었군.”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리하자면 당신은…. 인간을 보조하기 위해 엘레노어라는 존재를 만들려고 했다는 건가?”

“그래, 나는 인간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더 나아졌으면 했으니까. 보조를 맞춰줄 인공지능의 존재로.”

“….”

“하지만 어느 순간, 반란이 일어난 거야.”

그리고 나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피우지도 않는 담배가 당겼다.

한성진이 하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는 그런 기분에 휩싸였다. 방안은 침묵에 잠겨들어 나는 우아랑과 넬이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이 불쾌한 기분을 이겨내기가 힘든 것을 느꼈다. 눈앞의 남자가 한 행동에 잘못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면죄할 수가 없었다.

아마 전혀 다르기 때문일 터였다.

생각 자체가.

세계를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이가 없군.”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모두 엿 먹은 셈이잖아.”

솔직히 욕이 나올 듯한 기분이었다.

“당신 돈 많은 예전 마누라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당신의 그 어이없는 선민의식으로 인해서.”

“선민의식이라….”

“그게 아니면 대체 뭐겠어? 나는 한성진을 만났어. 당신이 아니라 만들어진.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가짜라는 걸 의심하지 않겠지. 생각하는 바가 똑같으니 말이야.”

나는 증오로 어깨를 불태웠다.

참을 생각이 싹 사라졌다.

“빌어처먹을 개자식….”

벌떡 일어서 멱살을 쥐었다.

“스, 스컬…!”

옆에서 일어난 우아랑이 그런 나를 만류했다. 하지만 나는, 좀처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테이블 위로 발을 디디고 올라섰다. 더욱이 화가 났다. 이런 내 행동을 한성진이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발버둥치지 않는 태도가 더 싫었다.

나는 이 남자를 혐오했다.

이 남자로 인해 만들어진 다른 한성진 또한.

“그만하시죠.”

하윤이 내 목에 스파다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나는 세차게 목을 긁으려 드는 그것을, 분한 마음에 입으로 빠득 깨물었다. 잇몸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분명 엘레노어에 의한 피해자다.

하지만 그런 판도라의 상자를, 칼 후퍼와 함께 열었다. 거기에서 그가 동정 받을 여지는 사라졌다. 해골로 된 코인을 만들고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이 게임 시스템에 계속해서 저항을 해왔지만.

나는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괜찮아, 하윤아.”

마음에 담긴 감정이 극한까지 고조될 무렵, 한성진이 손을 뻗어 하윤을 제지했다. 나는 거기에 다시금 울컥 하는 기분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여유 부리는 태도가 짜증난다는 거다!”

그리고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네놈도 결국 신의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니까!”

“….”

거기에 한성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더 이상 갔다가는 주먹을 날릴 것 같아 참고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몸을 돌렸다. 창문 쪽으로 이동해 벽을 짚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하지만 이로서 확실해졌다.

엘레노어가 뭘 생각하는 건지, 뭘 원하는 건지.

‘진화를 한다.’

그 말이 지니고 있는 진의에 대해서.

“스컬….”

불쾌하고 괴로운 마음에 돌아서 있자니 우아랑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쥐었고, 뒤를 이어 셔츠의 단추를 몇 개 풀었다. 드러난 가슴에는 아직도 검은 점액질이 가득한 채였다.

“이런 상황이지만, 우리는 갈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퀘스트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일단은 이것부터.”

“몸은 좀 괜찮아?”

“너는 언제나 남을 걱정하는 남자로군….”

녀석은 부드럽게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그래, 인정하지. 나쁜 기분은 아니야. 확실히.”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다시, 뭔가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한성진과 하윤에게로 돌아갔다.

“아버지,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 그거야 물론…. 준비를 해두긴 했는데.”

“네,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아, 음. 그래 잠시만 화장실 좀 다녀오고….”

“서, 성진님…?”

목소리가 물기에 젖은 채 한성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왜 저러지…?

========== 작품 후기 ==========

사건이 끝난 후 한 달 뒤,

아랑과 데이트 약속을 하고 저택으로 찾아간 이준.

띵동~

한성진 : 뭐냐.

이준 : 어.. 아랑이 좀 데리러...

한성진 : 너 총각이냐.

이준 : ...네.(일단은)

한성진 :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을 거다. 뒈지고 싶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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