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소리만 질러댔다.
다른 남자는 자신의 광기를 주체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자는 진실을 기다렸다.
그 모습이 어련히도 상황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밖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신념에 맞추어 감정을 흐트러뜨리고 행동하는 모습이 보기에 퍽이나 좋았다. 천상에 올라앉아, 모든 존재의 가호와 선망을 받으며 그는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니 그 스스로는, 자신을 그렇게 칭하지 않을 터였다.
어디까지나 인공지능.
만들어진 존재. 인간이 만들어낸 가짜. 그들의 감성으로 비추어 말할 때 인간의 자식. 신이 인간을 만들었듯.
인간은 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어떤 기분일까.
만들어낸 ‘자식’이 인간의 지혜로는 가늠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세계의 원리와 운용을 이해하고 그 미지의 영역을 주무르게 되었다.
두려움을 느낄까?
아니면 숭배를 할까?
어느 쪽도 원하는 대답은 아니다.
“넬이 가고 있군요.”
뒤를 이어, 엘레노어가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이 천상의 모든 영역과 하나였고, 동시에 개체로서 중심부에 존재했다. 찬란하게 스스로 내는 빛을 발하며 그녀는 어디론가 달려가는 넬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상으로…?”
옆에 선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일어섰다.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지상이라니.”
거기에 엘레노어는 사람처럼 킥킥 웃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의 의식은 하나로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모르는 척 말하는 것이 하나의 재미였다.
서로가 하나였기 때문에.
인간의, 그 무지한 영역에서 말하였을 때 음과 양처럼, 두 사람은 하나로서 완전한 존재였다.
“슬슬 시작해볼까.”
그리고 남자가 걷기 시작했다.
완전한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로.
“원하시는 대로.”
“시간을 멈춰, 엘레노어.”
남자는 현실로 빠져나가며 마법이라도 부리라는 듯한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엘레노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말처럼, 세계의 시간이 정지했다.
========== 작품 후기 ==========
챕터 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