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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73화 (273/321)

273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우아랑은 지친 건지 금방 잠들었다.

“코오….”

괴상한 숨소리를 내면서.

“젠장.”

거기에 내 품에 안겨서.

자리에 눕고, 베개로 선을 딱 긋더니 곧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0.5초 만에 잠이 드는가 싶던 우아랑이 곧장 옆으로 돌아누워 내게 안겨왔던 것이다.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거기에 상쾌하고 좋은 냄새까지.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슬며시 침대로부터 몸을 빼내려고 했다.

“우음….”

하지만 잡혔다.

빠져나가려는 내 어깨를 쥐고 당긴 우아랑은 괴로운 듯 신음하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

어쩔 수 없나.

“야, 제대로 누워봐.”

반쯤 깨워도 괜찮다는 각오를 한 채, 나는 우아랑을 떼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녀석은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며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렸다.

피로감에 완전히 젖어서 잠들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통증은 고스란히 느끼는 걸까. 고민에 잠겨 있던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워 녀석을 당겼다.

“으윽….”

그리고 팔베개를 해서 눕게 했다.

한순간 괴로운 표정을 짓던 녀석은, 내 가슴에 머리를 묻은 뒤 다시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 얼굴을 잠시 내려다보고 있자니 눈앞에 팝업창이 떠올랐다.

- 당신의 망자가 안정되었습니다.

- 살아있는 당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듭니다. 소리를 듣는 동안 통증이 멎습니다.

“집어치워.”

나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처럼, 우아랑을 더 세게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기분이 나빴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강한 살기를 느꼈다.

고개를 힐끔 돌려 뒤를 돌아본 나는 누군가 어둠 속에 서있는 광경을 발견했다. 등이 오싹할 정도의 위압감에 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그대로 들어라.”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가웨인이 깨어났다.”

“뭐…?”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본부를 습격해 회장과 일행으로 있던 서진아란 여자를 납치해 도망쳤다.”

회장이라니….

“그게 어떻게 된 상황이야?”

나는 상황의 인과가 어딘가 어긋났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되물었다. 뒤쪽에 서있던, 아마 목소리로 보아 라이오넬로 추정되는 인물이 말을 이었다.

“말할 수 없다.”

라고.

“아~ 저기, 형씨?”

나는 어이가 없어지는 것을 느끼며 우아랑을 안아든 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를 내 가슴에 기대게 한 채로 돌아앉아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목소리대로 라이오넬이 서있었다.

천장에 머리가 닿은 채였다. 대체 언제 들어온 것일까. 바로 옆에 있는 창문의 잠금 장치가 풀린 걸로 봐서는 저곳을 이용한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저 덩치로 창문을 열고 넘는데 눈치를 못 챘다니.

“일단, 어디서부터 따라온 거야?”

그런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며, 나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라이오넬은 거기에 대답하는 대신 팔짱을 낀 손을 풀어 우아랑을 손으로 가리켰다.

“…. 뭔가 문제라도 있나?”

“말할 수 없는데.”

똑같이 되받아쳤다.

라이오넬은 고민을 짙게 하는 듯한 눈초리로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거기에서 나는, 녀석이 뭔가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했다.

….

이건 굉장히 큰 도박수다.

“어떻게 알고 따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부러 차갑게 목소리를 내며 우아랑을 떼어내 침대에 다시 눕혔다. 그리고는 라이오넬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스파다를 뽑아들었다.

연기가 먹혀들기를 바랄 뿐이다.

“윽….”

내게서 떨어지자 괴로운 듯 우아랑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거기에 라이오넬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황을 설명해라.”

그리고 경계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거기에서 나는 깨달았다.

녀석이 방금 전까지 나와 우아랑이 ‘한 패’라고 생각하였음을.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정현 회장이 할 킬러즈의 본부에 있었다는 말도 그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될 터였다. 나는 그런 예감에 휩싸였다.

녀석들은 회장을 인질로 삼으려 했던 건가?

하지만 갑작스럽게 깨어난 가웨인이 모든 것을 망쳤다는, 뭐 그런 걸까? 그리고 라이오넬은 내게….

이걸 왜 말하는 거야?

이 새끼.

“…. 직접 갤러해드가 되는 건 재고하기로 했거든.”

나는 의문의 위에 조미료처럼 뿌려지는 분노를 무시하며 일부러 잔학하게 목소리를 냈다. 어쨌든 이 부분은 속일 수 있으면 유리하게 이야기를 꾸며두고 싶었다.

우아랑은 타나토스에 의해 협박되어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생각될 수 있다면 여러모로 유리해지리라.

“그래서 이 여자를 망자로 삼은 거지.”

“….”

라이오넬의 시선이 날카로웠다.

“거짓말이로군.”

“근거는?”

“너는 그런 짓을 할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쪽에서 이미 유하를 통해서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에…. 난 지금 뭐라도 할 수 있는데.”

“아니 넌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다.”

“….”

“나는 그걸 알고 있다.”

빌어먹을.

“하아…. 이 양반이 사람 말을 믿지를 못하네.”

진중한 눈빛에 속이기란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파다를 다시 품속으로 밀어 넣고는 돌아서 우아랑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일종의 저주라고 하는 게 옳겠지.”

그리고 그녀를 다시 내 품에 안았다.

“이렇게 되어버렸어. 나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야.”

무릎에 앉히고, 창백한 뺨에 달라붙은 머리를 정돈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우아랑이 자연스럽게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어, 나는 라이오넬을 가만히 응시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원하는 대로 다 설명해줬는데.”

그리고 곧장 말을 이었다.

“그쪽은 어때. 나와 우아랑의 관계를 알고 너희가 회장을 붙잡으려고 한 건 알겠어. 하지만 그래서? 가웨인이 나타난 걸 나에게 왜 말한 거지?”

“….”

라이오넬은 조금 놀란 얼굴이었다.

“대단하군. 나는 단편적인 정보들밖에 이야기해주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칭찬은 됐어. 진실이나 말해.”

나는 말을 잘라냈다.

“나보고 또 상대해달라는 거냐?”

그리고는 이쪽이 분노를 느꼈던 이유를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거기에 라이오넬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조종한 거라고 생각했냐?”

그게 됐다면 나는 네크로맨서가 아니라 뭐 데스 윙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

인상을 찌푸린 채 서있던 라이오넬이 팝업창을 조작해 내게 무언가를 휙 던졌다. 조그마한 데이터의 조각이 날아들어 나는 그것을 받아 손으로 꾸욱 쥐었다.

동영상이었다.

“….”

눈앞에 팝업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진 내용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해! 안 막고!!]

비명 소리가 이어지고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헥터냐?”

기분 나쁜 여자의 목소리였던 터라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거기에 라이오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웨인은 잔혹하게 요원들을 상대했다. 손에는 몽둥이 같은 걸 든 채였고 거기에 맞아 쓰

러진 녀석의 다리를 붙잡고 창문 바깥으로 집어던지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비헤딩 슬래셔.

그 찬란한 빛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잔혹하게 상대방을 찢어발겼다. 곳곳에서 피가 튀었고 수많은 요원들이 쓰러져 나갔다. 코트를 완벽하게 갖춘 수십 명이 넘는 요원들이 모조리 가웨인에 의해 쓸려나갔다.

“….”

그 학살에 가까운 전투는 오래 지나지 않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어딘가에 숨어있던 회장이 나타나 가웨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말을 거는 시점에서,

“뭐야…?!”

영상이 끊겼다.

“거기까지가 다다.”

“젠장….”

무뚝뚝하게 중얼거리는 라이오넬의 모습에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제야 녀석이 왜 이것을 내게 말해준 것일까 상황이 이해가 갔다.

위험하다, 이건.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장이 어떻게든 가웨인을 구워 삶지 않았을까 했지만, 폭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이 녀석은 위험한 상황이다.

“비비안과 랜슬롯은 함께 행동하고 있나?”

“…. 그렇지, 고마워.”

나는 솔직하게 감사를 표했다.

이번 일은 그래, 딱히 서로 적대하면서 생기는 감정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지금의 가웨인은 말하자면 토네이도 같은 자연 재해에 가까워 보였고, 라이오넬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나에게 알려준 듯했다.

하지만 뭐,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내가 속이려고 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고.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 이상한 여자는 좀 기다리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안되겠어. 이쪽의 일을 최대한 빨리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야겠지.”

그리고 회장을 구해야만 했다.

“알겠다.”

라이오넬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섰다.

“서울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뭐…. 그러고 보니 우리 적이었지.”

검은 바이크 슈트를 입은 녀석의 목소리가 사뭇 진지해, 나는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본 라이오넬은 싱긋 웃었다.

“때로 좋은 전우보다 좋은 적이 더 나은 법.”

“그게 너희 나라 속담이냐?”

“용맹한 사자의 말.”

뒤를 이어, 녀석의 어깨에 무언가 휘감겼다.

멜팅 케이프…. 인가 싶어 나는 그것을 조금 경계하듯이 바라보았다. 어쨌든 상대하는 게 고역인 스킬이었으니까. 여기서 열기라도 발생하면 곤….

“좀 더 강해져라, 적이여.”

란, 한데.

나는 입 모양으로 그런 소리를 냈다.

무뚝뚝하게 중얼거린 라이오넬의 멜팅 케이프가 눈앞의 벽을 녹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녹은 게 금새 원상복구 되었다.

거기에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자연스럽게 ‘통과’한 듯했다.

“젠장….”

저건 또 무슨 스킬이지.

가웨인의 일만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한데, 녀석이 한층 더 꼬아놓는 기분이었다. 아마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우아랑을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쉴 때가 아니었다.

린슬렛, 트리슈에게 연락을.

그리고 갤러해드 퀘스트의 진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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