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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71화 (271/321)

271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어때요? 당신의 스킬 중에서 개화하지 못한 부분을…. 좀 더 꽃 피워 봤는데. 대단한 걸?]

그것은 군단이었다.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나는 눈앞, 달빛과 길게 뻗은 나무의 틈새로 모습을 드러내는 해골들의 모습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기다 알몸이었던 해골의 상반신에 검은 재킷이 휘감겨 점점 진화하기 시작했다.

“젠장…!”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두 자루를 능숙히 다뤄, 나는 뇌가 이끄는 대로 날카롭게 해골들을 베어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지면에 허리를 바싹 낮추고 해골이 휘두르는 몽둥이 같은 뼈를 피하며 우아랑의 검을 내던졌다.

파팍, 하고 그것이 어둠 속을 날았다.

나는 거기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감각이 공유되는 것을 느꼈다. 해골들의 허리나 목을 베며 질주한 검이 원형을 그리며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정말이지 엄청난 검이다.

“린슬렛!”

하지만 나는 곧바로 그 형태를 바꾸었다.

어깻죽지에 방패를 피워 올려 곧바로 정면으로 돌진했다. 수많은 해골들을 헤치며 반대편까지 뚫거 나아갈 요량에 계속해서 전진했다.

[소용없어요.]

하지만 그대로다.

“큭…!”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망자의 숫자는 계속해서 불어나는 듯했다. 세차게 한 번 앞으로 돌진했지만 도리어 녀석들의 틈바구니로 뛰어드는 꼴이 되었다.

거기다 거대한 녀석이…!

까앙!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해골이 휘두른 망치를 방패로 받아냈다. 무릎의 연골이 지릿지릿 죽어가는 감각에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공격을 견뎌냈다.

[굉장한데요? 멋진 재능이야. 망자의 왕은 되지 못하였지만 도리어 망자의 형태를 빌려와서 저렇게…?]

“무슨 이상한 소리를…!”

나는 어이가 없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여자는 무슨 실험을 하는 사람처럼 신기하다는 듯이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어디에?

대체 어디에서 보고 있다는 거지?

“모드레드…!”

[와, 투명화까지?]

나는 검은 판초가 어깨를 휘감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튕겨져 앞으로 나아갔다. 린슬렛의 방패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투명해진 몸을 느끼며 멈춰서있는 몬스터들의 사이를 빠져나갔다.

트리슈처럼 카메라를 이용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딘가 멀리서 지켜봐?

하지만 그게 될까? 이곳은 깊은 산속이다. 거기에 수많은 해골 몬스터가 내 주변을 둘러싼 채여서….

아, 설마.

“트리슈.”

나는 곧바로 어깻죽지에서 카메라를 피워 올렸다. 머릿속에 일정한 조건을 만족시킨 상태에서 곧바로 그것을 드론처럼 주변으로 쏘아 보냈다.

물론 그 조건은,

“인간…?”

적어도 얼굴에 구멍 대신 눈이 있는 녀석을.

그렇게 카메라를 쏘아 보내고 뒤를 이어, 해골 병사들의 습격이 이어졌다. 근본 승계를 사용하고 있는 터라 나는 검 한 자루로 녀석들에 대항을 해야만 했다.

상처를 각오해두어야겠군.

[호오…. 가능성이 이렇게까지.]

검으로 해골 병사들을 베어 넘기던 중, 여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뒤를 이어 해골 병사들의 머리에 푸른 불꽃이 감돌기 시작했다.

“…? 뭐야 이건 또.”

그리고 녀석들은 강해졌다.

“큭?!”

거대한 녀석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거기에 맞아 반대쪽으로 튕겨져 날아간 나는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가슴이 지끈거리며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거대한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

몽둥이를 휘두르며 나가떨어진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주변의 다른 해골 병사들을 벌레처럼 쳐내며 다가와 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스컬!”

그리고 그 팔을 무언가 베고 지나갔다.

“우아랑?!”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느릿느릿한 병사들의 어깨를 짓밟으며 어둠 속에서 우아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내게 손을 뻗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지만.

“아니, 이…!”

어처구니가 없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빨리!”

하지만 우아랑은 막무가내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양손을 깍지 껴 날아드는 녀석을 받아낼 준비를 했다. 뛰어내린 녀석이 거기에 발을 디뎠다.

“끄윽…!”

생각보다 무겁다!

“지금이다!”

당황해 있을 무렵 우아랑이 기세 좋게 소리쳤다. 발을 뒤로 휙 끌어서 중심을 잡은 나는 그대로 팔을 힘껏 들어 녀석을 다시 허공으로 내던졌다.

거대한 녀석의 팔을 베고 지나갔던 우아랑의 검이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왔다. 그것들을 손에서 한 자루로 벼려낸 우아랑은 검을 휘두르며 지상에 내려앉았다.

그 모습이 검의 천사처럼 느껴졌다.

“…!!”

굳어져 있던 거대한 녀석의 몸이 반으로 깨끗하게 갈라졌다. 동시에 무너져 내려 나는 검을 거두며 일어서는 우아랑의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아니….”

그리고 이내,

“이 바보 멍청아?!”

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뭐, 뭐냐?!”

일어선 우아랑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날 돌아보았다. 거기에 대답하는 대신, 나는 힘껏 달려들어 우아랑을 노리는 해골 병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왜 여긴 온 거야?!”

“네, 네놈만 혼자 싸우게 둘 수는 없었단 말이다!”

“너 몸도 성하지 않으면서!”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자연스럽게 서로 등을 맞대게 되어, 나는 녀석을 지키며…!

“이 바보 자식! 조심해라!”

아니 우아랑도 나를 지키며!

“크으윽!”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앞뒤좌우, 해골 병사들의 공격이 밀려드는 가운데 나는 우아랑과 협력해 해골 병사들을 차근차근 쓰러뜨려나갔다. 서로를 지켜주기도 하면서.

하지만 역시 좀, 짜증이 났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여긴 왜…!”

“가만히 있는 건 성미에 안 맞는단 말이다!”

네 자루의 검이 분리되어 허공을 날았다.

“큭, 다쳐도 난 모른다고…!”

“그건, 이쪽이 할 말이다!”

말과는 달리 우아랑은 힘이 부친 듯 가슴을 움켜쥐었다. 거기에 나는 세차게 검을 휘둘러 녀석을 노린 해골 병사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진짜 누굴 닮았는지 고집만 세서…!”

“그건, 어머니를 뜻하는 거냐?!”

“내가 네 아버지를 만나봤어야 알지!”

나는 짜증스러운 기분에 일갈하며 우아랑의 팔을 당겨 품에 안았다. 녀석이 놀라 날 올려다보았다.

“무, 무슨 짓이냐!!”

“일단 안전한 곳으로 도망을…!”

“이곳까지 와서 물러서는 게 말이나 되냐!”

“컥!”

턱을 맞았다.

“지금은 싸울 때다! 바보 녀석!”

무너지는 나를 밀어내고 돌아선 우아랑이 검을 들었다. 숨소리가 무척 거칠었지만 해골 병사들은 그런 녀석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들었다.

“우아랑…!”

나는 한 박자 늦은 채 무력하게 손을 뻗었다.

[응? 우…. 아랑? 아랑이?]

하지만 다음 순간, 당황한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던 해골 병사들이 동작을 멈춰 우아랑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들었다.

“누가, 내 이름을…?”

[어머, 아랑이 맞구나!]

여자는 반갑다는 듯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에도 경계하듯 주변의 해골들을 둘러보았다.

“설마 이 목소리는….”

누구인지 아는 걸까?

“우아랑, 이쪽으로 와.”

하지만 안심할 때는 아니다 싶어 나는 우아랑의 팔을 잡고 휙 끌어당겼다. 비틀거리며 당겨져 온 녀석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는 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스, 스컬! 잠…?!”

“그쪽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계속해서 싸울 생각인지 아닌지 좀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호오…?]

놀란 듯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니, 잠! 이것 좀 놔라!”

“몸도 안 좋으면서 괜히 무리하지 말라고!”

“그, 그건 지금 할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다아?!”

우아랑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소리쳤다.

“뭐?”

[어머나아, 우리 아랑이가…. 남자를….]

뭔가 싶어 되물었지만, 녀석은 내 말에 반응하는 대신 고개를 휙 돌려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말총 같은 머리를 휘두르며 돌아섰다.

“아, 아니 이모님 그게 아닙니다! 그, 근데 왜 여기에 계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모님…?”

[어머나아, 장모의 이모는 뭐라고 해야 하나?]

여자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해골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모래로 이루어진 성에 물을 휙 뿌린 것 마냥.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나는, 뒤를 이어 눈앞에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자 눈썹을 찌푸렸다.

여자다.

흰색의 셔츠에 청바지, 길게 길러서 묶은 금발 머리. 이모라는 말처럼 회장과 비슷한 중년이었다. 나는 경계하듯 여자에게서 우아랑을 가리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머, 귀여워라. 되게 놀려주고 싶게 생긴 사람이네.”

“…. 내가 이야기하겠다.”

너스레를 떠는 여자의 모습에, 우아랑이 앞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잘 아는 사이인 듯싶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응, 왜 이런 곳에 있느냐고 묻고 싶은 눈이구나.”

“….”

여자의 꿰뚫어보는 듯한 질문에 우아랑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기에 여자는 입을 가리며 우아하게 웃었다.

“진실로 인도하기 위해 내가 이곳에 준비된 걸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

“일단 가보면 알 거예요.”

중얼거린 여자가 돌아섰고, 이내 숲의 안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우아랑과 시선을 교환한 뒤 그 뒤를 조심스레 따르기 시작했다.

평범한 별장이었다.

“이쪽으로 와요.”

나무로 된 건물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자동으로 불이 켜졌다. 지난번에 회장님이 다녀오라며 빌려주셨던 산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 우아랑.”

여자의 뒤를 따라 들어선 나는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오고 있는 우아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녀석은, 그런 내 호의에 차갑게 시선을 보냈다.

“손잡아.”

그래서 일부러 정확히 이야기했다.

“싫은데 말이다.”

“왜?”

“어린애도 아니고 혼자 걸을 수 있다.”

“하지만….”

“너희, 사이가 정말 좋구나?”

곤혹스러운 기분을 느끼던 중,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든 나는, 별장의 안쪽에 서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던 우아랑의 모습이 겹쳐졌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불안해서야.

얼핏 보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움직이는데 달리 불편해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성큼 걷는 게 제법 원래의 모습처럼 당당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우아랑의 모습에 더욱이 불편한 기분을 느꼈다.

무리를 한다는 말이기에.

내가 기억에 따르면 녀석의 증세는 내 망자가 된 이레 계속해서 심해졌다. 통증을 느끼는 일도 점차 빈번해졌고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워질 정도였다.

“빌어먹을….”

하지만 뭐 저런 식인지.

“이쪽으로 오렴.”

“제가 만나야할 진실이 무엇입니까?”

앞장서 걸으며 우아랑은 여성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별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우리를 안내한 여성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만나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으로. 그래야 다음 퀘스트로 이어지는 길이 원활하게 열릴 테니까.”

방안은 손님용으로 쓰이는 곳인 듯했다.

큰 침대와 소파, 옷장에 화장대와 장식장까지. 편하게 쉴 수 있을 듯한 방이었다. 먼저 들여보내져 서있던 나는 뒤쪽에 서있던 여성을 돌아보았다.

“잠시 쉬고 있어요, 준비가 필요한 일이니까.”

“준비요?”

“응, 내일 아침쯤에…?”

오래도 걸리는군.

“후후, ‘편하게’ 쉬어요.”

의미심장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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