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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69화 (269/321)

269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나는 놀라 되물었다. 그러자 눈앞에 팝업창이 떠오르며 우아랑이 자신의 시야를 함께 공유하기 시작했다. 비행기 창문 너머로, 무언가 검은 궤적을 그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밤이라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곤충이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그것이, 어림잡아 수 십. 편대를 이루고 비행기의 근처를 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로 카메라가 돌아가, 찐득하게 창문에 무언가 달라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뭐야…?”

[퀘스트다. 무사히 공항에 착륙하라고.]

“정현 씨는 이래서 차라리 전용기를 권유한 건가.”

나는 무의식중에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뒤를 이어, 쾅! 하고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아랑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한 행동인 듯했다.

[밖으로 나가겠다!]

“그 몸으로는 무리야!”

거기다 비행기 위다.

수천 미터의 상공 위다.

장난이 아니라고, 이건.

“큭…!”

그리고 뒤를 이어, 다시금 충격이 몰아닥쳤다. 창문에 징그러운 녹색의 체액이 묻어, 나는 벌레들이 비행기에 부딪혀 그 충격으로 터져나가고 있음을 자각했다.

그렇게 되면 큰 문제가 있다.

저게 만약에 엔진 쪽으로 들어가면….

“하아…. 우아랑, 랜딩기어 열라고 해!”

어떻게든 타개책이 필요했다.

[뭐…?]

“내가 나갈 테니까!”

그렇게 외친 나는 바닥에 발을 디디고 침을 삼켰다. 쿠우우우우웅, 하는 이 거대한 폭음은 내가 높은 고도에 있다는 자각을 들게 만들었다.

“빨리!!”

그래서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질렀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공포를 삼키기 위해.

[큭…!]

우아랑이 이를 악물며 조종석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뒤를 이어 머릿속이 멍한 가운데 녀석이 누군가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직후, 열렸다.

올라타고 있던 랜딩기어가 기울어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두터운 강철에 막혀 있던 소리가 귓가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세찬 바람이 느껴졌다.

“…!!”

무어라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막혔다.

방법은? 어떻게 하면 좋지?

몬스터는 비행기의 옆에서 함께 날고 있다. 수십 마리가, 타이밍에 맞춰 자폭 공격을 해오고 있다.

일단 위로 올라가야 하나?

하지만 어떻게…?!

나에게는 그럴 만한 스킬이 없다. 고민에 잠겨 있던 나는 그대로 눈앞에 카메라를 소환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센 바람을 버텨내지 못하고 뒤쪽으로 나가떨어졌다. 그것을 바라보던 나는 이내 결심을 굳혔다.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카메라를 소환, 동시에 랜딩기어 위에서 몸을 내던졌다. 지정한 좌표에 발이 닿는 순간, 카메라가 생겨났고 나는 그것을 짓밟으며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것은 무척이나 아슬아슬한 작업이었다.

한 박자만 빼끗하더라도 뒤쪽으로 날려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뭐, 재킷을 입은 만큼 엔진에 갈려 다진 고기가 되거나 날개에 몸이 반으로 잘려질 가능성은 없겠지만.

“어쨌든 싫단 말이지…!”

익숙치도 않은 일을 익숙하게 하는 짓은!

그렇게 나는 카메라를 밟고 몇 번이고 뛰어올라 비행기의 지붕에 도달했다. 거기에 발을 디뎠지만 공기의 저항이 거세, 무릎을 꿇고 견뎌냈다.

“큭!”

아니 버틸 수 없다.

스파다를 뽑아 바닥을 내리찍은 나는 거기에 매달려 몰아치는 태풍을 견뎌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들자 높이 날아오른 벌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하나가 돌진해왔다.

“…!!”

퍽석, 하는 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이 몰아쳤다. 벌레 맛이 나는 녹즙 같은 게 몸을 뒤덮어 나는 중심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끈적거리고 무척이나 무거웠다.

“하지만…!”

이걸로 버틸 수는 있다.

[스컬! 기장이 엔진을 당하면 끝이라고!!]

우아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끈적거렸다. 무슨 거인의 콧물이 몸을 뒤덮은 불쾌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여기에 몸이 달라붙은 채여서 날려질 염려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트리슈!”

완전히 사람 부르듯 소리치며, 나는 눈앞에 카메라를 소환해 직접 손으로 집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망자를 몇 마리 뽑아내 벌레들을 타깃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역시, 버텨내질 못한다.

망자들은 강철로 된 비행기의 위에 발톱을 박아 버텨내다가, 아예 팔이 빠져서 뒤로 날아갔다. 그 사이 몇 마리의 벌레들이 더 달려들어 비행기에 세차게 부딪쳤다.

[더는, 버티지 못한다고…!]

“큭!”

뭔가 방법이…!

뭔가!!

“아, 젠장 우아라아아아아앙!!”

그리고 나는, 그 녀석의 검을 기억해냈다.

필요하다. 그게 필요한 시점이다.

비행기의 주변을 나는 저 재수 없는 날 파리들을 요격하기 위한 검. 나는 그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방식을 이해하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래 우아랑의 검은, 분명히 이런 형태다.

어머니로부터 어린애 취급을 받는 부잣집의 연약해빠진 아가씨. 언제나 여러 자루의 검에 의해 지켜졌던, 하지만 그것을 날카롭게 벼려내고 단련해 휘두르는….

“우아랑!”

나는 어깻죽지에서 검을 피워 올렸다.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이전에 누군가를 망자로 만들고 얻게 된 검들과는. 그것은 마스크처럼 어깻죽지에서 핑!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날아올랐다.

회전하는 그것을 나는 손에 들었다.

“후, 좋아…!”

왼손에는 스파다, 오른손에는 우아랑의 검을 쥔 나는 곧바로 중심을 잡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거센 바람을 거스르며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내던졌다.

투퍽, 하는 소리.

벌레들의 몸을 꿰뚫으며 스파다가 날았다. 반대로 우아랑의 검은 궤적을 그리며 내 위치로 돌아왔다. 발밑에 검이 파고들었고, 나는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내가 공중에 떠있는 사이 앞으로 날아간 비행기를.

“…!!”

곧바로 뒤를 따랐다.

나는 검을 박차며 앞으로 뛰었다. 그 사이 우아랑의 검 역시 뒤를 따라와 다시금 발밑에 위치했고, 나는 그런 검을 몇 번이고 밟고 뛰어 비행기를 추격했다.

벌레들은 교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악?!”

동그란 벌레가 비행기를 추적하는 내 쪽으로 날아들었다. 아슬아슬하게 한 마리를 피해낸 나는 다시금 검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입을 열었다.

“우아랑, 비행기의 상태는?!”

[버티기 힘들다고…!]

“도착까지는 얼마나 남았는데!”

[지금 착륙 시퀀스에 들어간다고 한다!]

벌써…?

“큭!”

신음을 내며 뛰어오른 나는 비행기 위에 착지해 꽂혀 있던 스파다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날아드는 벌레를 반으로 베어내며 그 점액질을 짓밟았다.

비행기가 기우는 것이 느껴졌다.

착륙 준비를 하는 건가? 아니 그 각도가…!

“너무?!”

[스컬!]

추락.

그런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돌…. 려!!”

나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어떻게 해서든 바다 쪽으로! 거기에 불시착을!!”

반쯤 악을 쓰듯, 그렇게 소리친 나는 좌우로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기체에 버티지 못하고 넘어졌다. 왼쪽 날개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벌써 당했다니…!

[스컬, 벌레들을!]

“알았어!”

버럭 소리를 내지르고,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순간적으로 타앙! 하는 소리와 함께 뇌의 어딘가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날카로운 도의 형태로 뻗어 있던 우아랑의 검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것은 몇 자루로 나뉘었다.

방향을 꺾어, 추락하기 시작한 비행기의 위에서 나는 필사적으로 벌레들의 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제길….”

밤바다에서 짜게 식은 바닷물 냄새가 풍겨왔다.

제대로 시야가 서질 않은 채 주변은 온통 어두컴컴했다. 간간히 파도가 치는 소리만이 들려와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떻게든 큰 피해 없이 불시착에 성공하기는 했다. 우리는 지금 제주도에서 1km정도 떨어진 해역의 위였다. 내가 필사적으로 벌레를 떼어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좋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녀석도 마찬가지겠지.

“…. 스컬.”

우아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열린 채로 있는 비행기의 출입구에서 인기척인 느껴졌다. 나는 그 바로 위에 앉은 채 다리를 적당히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

“왜 그래?”

“곧 구명정이 도착한다고 하는데….”

“하아, 배에 적당히 매달려서 가야겠군.”

나는 곧바로 결론을 내렸다.

비행기의 기장이나 스튜어디스들에게도 적당히 얼버무린 만큼, 몸을 계속 숨기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 테니 말이다. 조금 몸이 젖고 으슬으슬하고 피곤하겠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왜?”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말에서, 나는 피식 웃은 나는 다시 우아랑에게 말을 걸었다. 둔탁한 소리가 이어지고 나는 무언가 아래에서 훌쩍 뛰어오르는 궤적을 보았다.

“뭐가 말이냐.”

그리고 우아랑이 내 앞에 내려섰다.

푸른 달빛과 그 뒤쪽의 인공적인 불빛이 어우러져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검은 코트에 짧은 바지, 그 밑으로 길게 뻗은 다리. 하나로 묶은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 우아랑은 무표정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괴로워하는 것 같아서.”

나는 물었다.

“…. 쓸데없는 소리를.”

녀석이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다가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환멸당할 거라고 생각하는 내가 싫을 뿐인 거다.”

녀석은 무릎을 끌어안았다.

역시나 괴로워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어머니.”

그런 대답에, 나는 자연스럽게 한 여성의 얼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리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별 수 없지 않아?

혹은 그럴 리가 없어.

그런 두 개의 답변이 머릿속에 준비되었다. 하지만 괴로운 듯, 그리고 분하다는 듯 신음하는 우아랑의 얼굴을 보자 그 어느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미숙했군…. 이 또한 예상을 했어야 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잖아.”

“네 덕분이겠잖냐! 스컬!”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미안…. 조금 흥분했다.”

하지만 금새 사과했다. 나는 볼이 빨갛게 물든 우아랑의 얼굴을 보며, 그 기분을 알아차렸다. 답답한 가슴에 손을 올리는 그녀의 모습에서.

“고맙, 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네놈이 자리에 없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을 테니.”

수치심과 분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 딱히 감사를 들을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거기에 나는 무뚝뚝하게 목소리를 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애초에 네가 그렇게 된 것은 내 잘못이니까.”

나는 인상을 찡그린 채 중얼거리며 우아랑의 가슴께를 손으로 가리켰다. 거기에 녀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 그렇게 치자면 피하지 않은 내가 더…!”

“넌 재킷을 벗고 있었잖아.”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괜한 억지 부리지 마.”

나는 언성이 높아지는 걸 느꼈다.

“네놈이야말로!”

하지만 우아랑은 지지 않고 받아쳤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며 한동안 으르렁거렸고, 이내 우아랑이 혀를 차며 돌아섰다.

“…. 고집불통.”

“흥, 누가 할 소리를.”

나는 녀석에게서 완전히 돌아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슬며시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이런 걸로 말다툼을 하느냐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아랑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하지만 이제 금방이다.”

녀석은 내 등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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