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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68화 (268/321)

268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우정현 회장님으로부터다. 눈앞에 떠오른 팝업창에 그런 이름이 적혀져 있어,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너머의 우아랑과 눈을 마주쳤다.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네, 회장님.”

[지금 공항인가요?]

때문에 돌아서 전화를 받은 나는, 다급한 티를 애써 감추는 회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그렇습니다만….”

[비행기는?]

“저 왜….”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세요.]

“출발 10분 전입니다.”

나는 절도 있게 대답했다.

[하아…. 당신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리고 뒤를 이어, 회장이 짙은 한숨을 대화중에 내리깔며 짜증을 부렸다.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다시금 의아한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지금 전용기를 수배하겠습니다. 거기서 잠시….]

“어머니가 신경 쓰실 문제가 아닙니다.”

“윽?!”

우아랑이 매달려왔다.

목에 팔을 휘감으며 훌쩍 뛰어오른 녀석은 내 등에 반쯤 업힌 채 그런 대답을 했다. 디멘션 커넥터에 직접 입을 대어, 그로서 귓가에 속삭이는 모양새가 된 채.

[아랑아, 말 들으렴.]

“시간이 없습니다. 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없다는 것 다 알고 있어.]

“확인해보셨습니까?”

“우, 우아랑….”

“너는 조용히 하고 있어라.”

그 목소리가 아까와는 달리 날카로웠다.

[말할 게 있으니 함께….]

“이제 와서 말입니까?”

반쯤 부탁을 하기 시작한 정현 씨의 모습에도 우아랑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리고는 멋대로 내 손을 들어서 팝업창의 버튼을 눌렀다. 그로서 전화가 끊어졌다.

“…. 너 임마.”

“미안하다.”

가볍게 핀잔을 주려고 했으나, 우아랑은 비겁하게도 곧장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내 등 위에서 훌쩍 뛰어내려서는 돌아섰다.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이.

검은 코트의 자락이 나풀거렸다.

나는 왠지 녀석이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후우…. 괜찮냐?”

“별 일 아니다. 어머니가 끼면 귀찮아질 뿐이야.”

그렇지? 라고 묻는 듯한 눈이었다.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하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가 거기에 그렇지~ 니네 엄마 진짜 이상해~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전화가 끊어지자, 정현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큭….”

“여전히 대하는 게 서투르단 말이지, 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옆에 선 진아의 지적에 그녀는 눈썹을 찡그린 채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으로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올 스탑을 걸어버릴까 싶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기까지는 행동이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저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행여나 민간인의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우라고 여기고 싶었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냥 한 대 때리라니까….”

정현이 고민에 빠진 사이, 눈앞에 팝업창을 띄운 진아가 너털웃음을 냈다. 하지만 정현은 그런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끼눈을 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딸아이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이대로 둬봤자 충격에 빠져서 상황이 악화되기만 할 텐데.”

“….”

“말하는 게 좋지 않아? 성진 군에 대해서.”

“지금에 와서….”

“하긴 들으려는 시늉도 안하겠지.”

진아는 피식 웃으며 눈앞에 여러 개의 창을 띄우고 매만지기 시작했다. 괴로운 마음에 입술을 질끈 깨물며 서있던 정현은 곧이어 거기에 관심을 가졌다.

“뭘, 하십니까?”

“응? 아니, 항공사 쪽 컴퓨터를 해킹해서 애들이 타는 비행기의 승객들 표를 모조리 캔슬시키려고.”

“….”

“왜? 그 방법밖에 없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 사람은 언제나 행동이 과감하다. 때문에 무척 당황스러운 기분을 느끼면서도, 정현은 날카로운 수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 외에는 방법이 없겠다고.

“저는 그 사람들을 태울 전용기를….”

“핑곗거리라도 있어?”

“항공사 사장에게 설명해두면 되겠죠.”

“뭐 알아서 하시라고…?”

그 의도를 파악하고 어색하게 웃는 진아와는 달리, 정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닥이 부웅 뜨는 기세를 느꼈다.

시선을 내리깔자 노이즈처럼 흐트러지는 바닥이 보였다. 동시에 올라타 있던 랜딩기어가 접히기 시작하여, 나는 시야가 어둠에 물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비행기 안에 안전하게 잠입했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내 반응속도와 실제 움직임을 따라오는 것조차 버거울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에서 모드레드의 순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는 것으로 돌파가 가능했다.

“탔지?”

그리고 곧장 말을 걸었다.

[뭔가 이상하군.]

하지만 우아랑은 조금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왜?”

[승객이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다리 뻗고 가서 좋겠네.”

어쩐지 신경이 쓰이는 사실이었지만 나는 일단 적당히 대답했다. 디멘션 커넥터에 달린 라이트를 켜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접힌 바퀴를 타고 올라갔다.

“…. 칫.”

창고 쪽으로 이동이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위에 뭔가 짐같은 걸로 막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 사실에, 나는 힘껏 걷어차 빠져나갈까 고민을 하다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제주도에 도착할 것이 뻔했으므로.

[설마 그 사람이….]

포기하고 다시 앉을 즈음, 목소리가.

“뭐?”

[어머니가 표를 캔슬시킨 것으로 보이는군. 잠시.]

“….”

그리고 뒤를 이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아랑은 스튜어디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볼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맞는 모양이다. 갑자기 표가 캔슬이 되는 오류가 일어나 나를 제외하고는 승객들이 타지 못했다는군.]

“그런 재주도 있으셨어?”

[이모님이겠지. 젠장….]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소리. 끄응, 하고 앓는 소리가 이어져 나는 그런 우아랑의 태도를 의아해했다.

어쩐지 자동으로 눈앞에 그 모습이 그려졌다.

스튜어디스와 대화를 나누고, 가슴의 답답한 기운에 이도저도 못하고 짜증을 사민 녀석의 모습이. 그리고 뒤를 이어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게.

“왜 그래?”

어쩐지 신경이 쓰였다.

나는 속 시원하게 그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우아랑의 이런 태도가 마음에 걸린다는 사실을. 어머니를 부정하고 거절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까 싶어서.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물어보려고 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고작 이것이었다. 거기에 나는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이내 침묵했다.

굳이 캐물을 필요는 없겠지 싶었다. 굳이 모녀 간의 관계에 내가 끼어들 영역은 없을 테니까.

[30분 정도 걸릴 예정이니 지금은 푹 쉬어둬라.]

“…. 그래.”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행기의 엔진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고 있지만….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문제는 그렇게 익숙해질 즘에 제주도에 비행기가 도착한다는 점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실없는 농담을 생각하며 어둠 속을 견뎌냈다.

[저기, 미안하다.]

그리고 이내 우아랑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가?”

[괜히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잘 아네.”

나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

“기억 나냐? 처음 만났을 때 네가 내 얼굴 바닥에 처박고는 사람들보고 통제에 따르라고 했던 거.”

[그, 그랬더냐?]

역시 기억하지 못하고 있군.

“그때 라이오넬이었나 누구였나…. 에픽 퀘스트 진행 중에 그랬었잖아. 나 재킷 각성하기 전이었는데?”

[으음….]

“그거에 비하면 이 정도야.”

[기억이, 났다.]

고민을 하던 우아랑이 말을 이었다.

[당시, 급작스러운 사태에 시민들의 불쾌지수가 높아져 있던 상황이었지. 힘으로라도 통제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번졌을 가능성이 컸다.]

“…. 그런 게 아니면 뭘 못하는군. 그쪽은.”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네놈은 모르겠지. 하지만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대중에게는 저열한 부분이 있고 그걸 통제하기 위해서는 힘을 보여주어야 하는 거지.]

“그렇게 정당화시킬 셈이야?”

[그럴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잖아. 할 킬러즈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말하면서 개인을 억압하지. 그리고 선동을 통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고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잖아. 정당한 반발을 모조리 거세하고서는.”

[….]

“그 끝에 남는 건, 결국 부패뿐인 거지.”

[결국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거냐.]

“그럼 잘 됐다고 생각해?”

[그렇다면 대체 정답은….]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뭐?]

우아랑이 놀란 듯 목소리를 냈다.

“왜, 나는 옳다고 말할 줄 알았어?”

[아니 넌…. 도리어 스스로를 가장 혐오한다고 말하는 쪽이었지. 아 그래,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가는군.]

우아랑이 가볍게 웃음소리를 냈다. 나는 어쩐지 그녀가 쓰게 웃는 모습을 머릿속에 상상했다.

“…. 그래?”

[결국 나와 같은 이유였다는 거군.]

자신이 모순되어있다는 건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넘어갈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가 이 게임을 수행해 나갈수록 누군가 다치며 더 나아가 재산의 피해가 발생할 테니까.

아니 물론, 그렇다. 내가 어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나는 단순히 이 게임에 속한 유저일 뿐이고, 성격이 못 되어 처먹어 짜증나는 놈들과 모조리 적대하며 이 게임을 끝내고자 하는 신경질적인 인간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러고 싶었다.

우아랑 역시 그런 것이다.

지금의 이 상황을, 이상적인 형태로 당장에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을 원망하여 미워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뭐가 말이냐?]

“아니 좀 개인적인 질문인데.”

이 녀석이 회장님과 적대하는 이유는 혹시….

바로 그 순간,

“큭?!”

갑작스레 몸이 옆으로 날았다. 쿵, 하고 벽에 부딪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

“우아랑!”

찢겨지는 듯한 비명에 놀라 소리쳤다.

뭔가가 비행기에 부딪쳤다? 나는 제한적으로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비행기 안쪽에서 비명과 함께 혼란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바깥에…. 몬스터들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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