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 재킷-266화 (266/321)

266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딱히 신경 쓰이는 건 없네.”

“그래?”

“응, 저 여자가 아서리안에 개입해서 우리에게 오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게 맞을까 싶을 정도야. 아예 네트워크에 관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건 도리어 이상하군.”

옆에 있던 우아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모님이 계시는 장소에 네트워크와 관련된 흔적이 전무하다는 것이 말이다. 개발자로서 엘레노어와 관련된 일에 참가하셨던 만큼 그건 말이 안 돼.”

“흐음, 좀 더 찾아볼게.”

이야기를 듣고, 트리슈가 다시금 미니어처로 된 집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손바닥의 위에 탁탁 내리치자 안에서 먼지가 가득 쏟아져 나왔다.

“일단 우리는, 손님방에 들어가 있지.”

그리고 우아랑이 제안을 해왔다.

언제 어느 때라도 우아랑의 ‘이모님’께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걸 생각하자면 어쨌든 시키는 일을 순순히 따라둘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 뭐냐.”

나는 우아랑을 조금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신발을 벗고 위로 올라서, 무릎을 꿇고 가지런히 정돈을 해두는 모습이 예의가 바르다는 생각을 했다.

“으음…. 데오도란트 없어서 싫은데.”

트리슈는 신발을 휙휙 내던지며 올라서고는 도리어 발에서 날 냄새를 걱정하고 있는데 말이지.

하지만 역시…. 너무 조용하다는 느낌이다.

그런 식으로 올라서느라 바깥으로 번진 트리슈의 신발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을 집어 가지런히 정돈한 나는 기다리고 있던 두 사람과 함께 장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

방안에 앉아있던 라이오넬,

“큭?!”

그리고 헥터와.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췄다. 나는 그런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뒤에 서있던 트리슈와 우아랑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라이오넬과 헥터.

물론 할 킬러즈의 두 기사다. 하지만 그들이 대체 이곳에는 무슨 일로? 추적을 당했나? 아니면 단순히 우연? 그조차 아니라면 엘레노어가?

“아, 역시 뭔가 있네.”

바로 그때, 목소리가 이어졌다.

“…?!”

몸을 움찔 떤 나는, 그대로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우아랑과 트리슈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동시에 어느 샌가 뒤쪽에 나타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담배를 물고 있는, 우아랑의 이모님.

“너희들, 할 킬러즈와 적대하는 쪽이지?”

“이모님…?”

거기에 우아랑이 창백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길게 연기를 내뱉은 여성이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손바닥에 번쩍이는 무언가, 전자 회로 같은 것이 건틀릿처럼 세차게 휘감겼다.

“그러지 않고서야 놀랄 리가 없지.”

그리고 눈앞의 풍경이 뒤바뀌었다.

“…?!”

공간이, 여자가 손길을 휘두르는 것을 따라 긁어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여자는 공간에 무언가를 덧씌우는 형태로 우리의 뇌를 유린했고, 나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차렸다.

아서리안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몇 시간 전에 이 자리를 떠난 녀석들도 보이는데.”

“왔다갔다는 말입니까?”

“….”

진지하게 물었지만 여자는 그런 내 말에 대답하는 대신 뭐라도 묻은 마냥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나는 당황해 눈을 깜빡거렸다.

“뭐, 뭡니까.”

“이제 보니 너, 잘생겼구나 싶어서.”

“….”

“타나 오빠, 이쪽으로 와.”

트리슈가 나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기려고 했다. 물론 키 차이가 있어서 통하지는 않고 여자가 고개를 휙 들어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볼 뿐이었지만.

“그래 아랑아. 남자는 얼굴이지.”

“아니….”

우아랑도 당황한 눈치였다.

“그래서? 당신 누구? 갤러해드 퀘스트 때문에 할 킬러즈에게 협력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예, 적대하는 쪽입니다.”

나는 솔직하게 인정했다.

“음…. 그럼 내 조카는?”

“이모님 그것은….”

“뭔가 되게 복잡한 모양인데.”

골치 아프다는 듯 우아랑을 돌아본 여자는,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멋대로 나무로 된 벽에 담배를 비벼서 껐다. 나는 저 검은 점이 단순한 무늬가 아님을 깨달았다.

“일단 이야기를 좀 할까.”

중얼거린 그녀가 돌아섰다.

“…. 정현이는 아니? 이거.”

이야기를 들은 진아 씨는 그런 감상을 남겼다.

거기에 순간적으로 무슨 말인가 싶던 나는, 이내 그것이 ‘우정현 회장님’을 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어쩐지 기다란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그녀에게 태산보다도 더 큰 거리감을 느꼈다.

“예, 대강은.”

“거짓말은 아니겠지?”

“제가 그럴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우아랑은 당황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그걸 나한테 묻는 거니?”

“아, 아닙니다.”

“….”

무섭다, 이 여자.

차갑게 중얼거린 그녀는 이번에는 장죽을 빼어 물고 입술을 차갑게 당겼다. 후줄근한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지만 거대한 위압감을 느꼈다. 마치 어딘가 폭력 조직의 여자 보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퀘스트를 좀 볼까.”

“네, 넵….”

우아랑이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이 녀석이 이렇게 당황한 모습은 처음이었던 터라, 나 역시 따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란히 앉아 우리는, 그렇게 반대편의 서진아라는 여자를 상대했다.

“저기, 저기요.”

그리고 목소리가 이어졌다.

불만에 찬.

“응? 왜 그러니.”

진아 씨가 거기에 반응했다.

“이거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타나 오빠와 가장 가까운 트리슈 뿐인가요.”

“…?”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긴 테이블의 사이에서, 진아 씨가 시킨 대로 차를 준비하고 있던 트리슈를.

“지금 트리슈, 왠지 되게 하녀 같은데. 그죠?”

“…. 퀘스트창을 보여줘.”

“무시하지 말고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뒤를 이어, 흥! 하고 코웃음을 친 트리슈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찻잔을 들어서 내밀었다.

“타나 오빠아. 자 여기 차….”

하지만 그 손길을 진아 씨가 제지했다.

장죽으로 테이블을 세차게 내려치며.

“힉!”

“예의규범을 배워먹지 못했구나. 이름이….”

“트, 트리슈….”

“혼혈이니? 아니면 외국?”

“…. 어, 음.”

“정신적으로 병들어 있는 거구나.”

“아, 아니거든요! 아줌마! 흐엥! 타나 오빠!”

트리슈는 우는 소리를 내며 내게 다가왔다. 잠깐 고민을 하던 나는, 그래도 분위기에 맞춰 넘기기는 좀 그렇다는 생각에 트리슈의 손을 쥐고 뒤로 숨게 했다.

어쩐지 우아랑의 놀란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일단, 이야기를 하시죠.”

“그래 너, 송유하랑 아는 사이라고?”

“네, 저희…. 네.”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

그녀에 대한 표현은 내게 있어서 너무 버겁다.

“이 게임을 끝낼 생각?”

“그렇습니다.”

확인하려도 하려는 요량일까. 자꾸만 되묻는다.

나는 모든 것을 설명했다. 기억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필요한 부분만, 하지만 이야기를 듣는 내내 서진아 씨의 표정은 좋지 못했고 가끔씩 혀를 차기까지 했다.

“안 돼.”

그리고 그녀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네?”

“퀘스트의 진행을 도와줄 수는 있어. 아마 내가…. 아랑와 너를 갤러해드로 이끄는 마지막 사람이겠지. 그리고 엘레노어라는 진실에 도달하도록 도움을 주는 첫 번째 사람일 테고.”

얼핏 허풍에 가까운 말이다.

하지만 진아 씨의 진지한 표정에서는, 그리고 당당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그것을 납득하도록 만드는 힘이 존재했다. 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럴 마음이 들질 않아.”

“네…?”

우아랑이 놀라 되물었다. 장죽을 크게 삼킨 진아 씨는 허공 가득히 연기를 내뱉었다.

“말인즉슨, 아랑이 너는 지금껏 함께 해온 국가 기관인 할 킬러즈를 배신하고 이 듣도 보도 못한 괴상한 ‘테러리스트’ 친구들과 함께 하겠다는 거잖아?”

“그건….”

“아, 조금 다르다고 했지? 근데 정말로 그래?”

진아 씨는 정확히 꿰뚫어보았다.

내가 그것을 알아차린 것은, 우아랑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었다. 당황해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를 보며 진아 씨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할 킬러즈의 간부들하고 하고 다시 와.”

“…. 저기.”

“그쪽은 이제 슬슬 가줬으면 하는데.”

무어라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무시당했다.

“애초에 무슨 깡으로 여기 발을 들인 건지도 모르겠는데. 뭐, 송유하의 ‘파트너’라는 말에 혹한 내가 엉엉 울면서 너희에게 협력할 거라고 생각했어?”

“그건 아닙니다만.”

“그렇다면? 아랑이와 행동하는 다른 이유라도?”

나는 거기에 대답하지 못했다.

물론 이유는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이유인, ‘우아랑이 내 망자가 되었습니다.’는 말을 한다면 진아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조금 예상이 되질 않았다.

“뭔가 있는 듯한데….”

그리고 진아 씨는 그런 내 반응을 캐치했다.

차가운 눈이 날 바라보고 있다.

“….”

“말해주지? 내 인내심이 다 달기 전에.”

위협이 날아들었다.

“안 되겠네.”

뒤를 이어 그녀는 곧바로 실력을 행사했다.

“…?!”

눈앞에 검은 보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내가 지니고 있는 모르가나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물건임을 깨달았다.

“어떻게 할래? 재킷을 못 쓰는 상태에서 할 킬러즈의 포위로부터 도망쳐볼래? 그게 아니면….”

거기에 문제는 하나 더 있다. 만약 저 모르가나로 인해 내 재킷의 능력이 순간적으로 사라진다면, 우아랑의 상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잠…!”

“어서 정해. 손 미끄러질 것 같으니까.”

그녀는 리볼버를 든 무법자처럼 이야기했다. 뒤쪽에 앉아 있던 트리슈가 당황한 건지 내 손을 가앟게 움켜쥐는 것을 느꼈다.

“개인 간의 사적인 이유입니다.”

바로 그 순간, 우아랑이 나섰다.

“뭐?”

“제가 이 남자에게 반해있기 때문입니다.”

“?”

“?”

시간이 정지했다.

“…. 뭐?”

멍하니 있던 진아 씨가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우아랑은, 아주 미묘하게 얼굴이 붉어져서는 나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 시선이 어쩐지 사랑스럽….

아니 그게 아니라.

“저, 정말이니?”

그런 반응에는 계속해서 냉정했던 진아 씨도 당황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거기에 덧붙여, 내 손을 긴장해 쥐고 있던 트리슈의 손길이 더욱이 거세졌다.

“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먹힌 걸을 알아 더욱이 기세가 등등해졌다.

“…. 허.”

나를 힐끔 돌아보는 진아 씨. 위협의 증표였던 검은 보석은 그녀의 손안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 래…. 아랑이 네가 남자를 말이지…?”

“네, 모든 일이 끝나면 결혼할 생각입니다.”

“…???”

너무 나갔잖아, 이 여자야.

“헤에, 그래?”

“아니, 저.”

“우리 조카사위는 조용히 있어줄래.”

한 바퀴 돌아서, 도리어 들켰다.

========== 작품 후기 ==========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 주변의 여성 캐릭터들의 지능 지수를 30%씩 낮추는 디버프가 있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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