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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61화 (261/321)

261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 이, 무슨?!”

그녀는 필사적으로 감정을 참아냈다. 하지만 역시, 하나뿐인 딸의 가슴에 매달린 이것을 보고 완전히 진정할 수 있는 부모는 그 어디에도 없을 터였다.

“설명, 을….”

정현 씨가 손을 뻗어 내 팔뚝을 세차게 움켜쥐었다. 어떻게든 이성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딸을 함부로 다루면 용서치 않겠다는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이거 어쩌면, 역린을 건드렸을지도 모르겠군.

“엘레노어의 농감에 걸렸어요.”

고민에 빠져 있던 나는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까지 수십 번을 넘게 설명을 해온 만큼 그다지 복잡하고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

하지만 그렇게 설명을 잇는 사이, 우정현 회장의 표정은 점차 어둠에 물들었다. 그녀는 괴로운 듯 몸을 떠는 우아랑의 이마를 쓸어 올리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후회…. 하는 듯했다.

어쩐지 나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저, 죄송합니다.”

“…. 딱히, 이준 씨가 사과할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정현 씨는 괴로운 얼굴로 우아랑의 상태를 살폈다. 갈 곳이 없는 감정을 전하듯 딸의 손을 아련하게 움켜쥔 채.

“우아랑.”

그 사이, 나는 눈앞의 캐스팅 바가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았다. 엘레노어로부터 직접인지, 아니면 아서리안 내부의 코드인지 뭔지가 내거는 조건은 두 가지였다.

캐스팅 바가 다 찰 때까지 우아랑의 가슴에 손을 올릴 것. 그리고 다음으로 그녀가 깨어나면 ‘혼’을 낼 것. 망자가 버릇없이 행동을 했다나 뭐라나.

“으윽….”

우아랑이 천천히 눈을 떴다. 거기에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제대로 앉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아랑은 견뎌내지 못하고 내게 등을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목덜미에 땀이 맺힌 채다.

향기로운 냄새가 희미하게 났다. 거기에 그녀가 어쩐지 내게 기대어, 안심한 듯 어깨에 힘이 풀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어쨌든,

“우아랑.”

“미안, 잠시….”

아니 그럴 수는 없겠는데.

나는 정현 씨로부터 느껴지는 걱정스러움과 불안한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하지만 길게 숨을 내뱉은 우아랑은 그런 어머니의 시선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 어깨에 기댔다. 하나로 묶은 머리가 가볍게 찰랑거렸다

“저, 두 사람…?”

그리고 정현 씨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줘야겠어.”

그녀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말을 놓았다.

“….”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거대한 압박감을 느꼈다. 진심을 담아 묻고 있는 정현 씨의 앞에서, 나는 자백제라도 먹은 것처럼 모든 사실을 털어놔야할 듯했다.

“설명한 대로입니다.”

하지만 우아랑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우, 우아랑…?!”

슬쩍 풀어진 머리를 다시 묶은 녀석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정현 씨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손을 내밀어 뭔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폐를 끼쳤군.”

“….”

아니 얘는 또 왜 이래.

목소리가 보다 한결 부드러워, 나는 어쩐지 우아랑이 정현 씨에게 보여주기 위핸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그녀는 내 어깨에 애교라도 부리듯 다시 고개를 기댔다.

“하지만 잠시, 조금 현기증이 나서….”

“아니, 저기.”

곤란하다.

거기에 이런 모습이, 어쩐지 신선해 보이기도 해서 말이다. 지금껏 감정을 숨긴 살육 머신(?)이라고 생각했던 우아랑이 이렇게 남을 골리기 위한 행동을 하다니.

그게 자신의 어머니라는 건 문제였지만.

“…. 우아랑.”

어쨌든 ‘혼내는 김’에 말을 해두어야겠지.

“무, 무슨 일이지.”

무뚝뚝하게 분위기를 잡고 말을 걸자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입이 세모 모양으로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그게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싫어졌다.

“잠깐 나가 있어.”

“…?”

“얌전히 말 들어. 회장님께 사과 드리고.”

“아….”

거기에 녀석은 조금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몸을 한순간 슬쩍 떨더니, 어깨를 움츠리고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고 우아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리고 녀석은 허리를 숙였다.

앞에 앉아있던 우정현 회장에게, 구십도로 허리를 푹 숙여 인사를 건넸다. 거기에 나는 태도의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녀석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아랑…?”

“나가있겠다.”

하지만 녀석은 내 명령에 곧장 따랐다.

“….”

뭐지?

태도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랑은, 마치 뭔가에 조종당하는 것처럼 내 명령에 그대로 따랐던 것이다. 그래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일까.

나중에 물어봐야겠군.

“…. 오랜만이군요.”

하지만 일단은 그녀를 이해시키는 것이 먼저다.

나는 의아함과 초조함, 그리고 분노로 몸을 물들이고 있는 정현 씨를 보며 생각했다.

정현 씨는 의외로 손이 매웠다.

“끄응….”

확실히 이쪽이 맞을 짓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때리기 전에 ‘정말로 면목이 없다.’라고 사과를 한 뒤에 주먹을 휘두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슨 SM클럽도 아니고 말이다.

“….”

거기에 앞장선 우아랑은 계속해서 말이 없었다.

밤이 늦어 오늘은 일단 다들 해산하여, 우아랑과 나는 다시금 단 둘이 남겨졌다. 동료들은 우아랑과 내가 같이 잔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달리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후우.”

언젠가 문제가 크게 터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나로 묶은 검푸른 머리가 달빛을 받아 흩날렸다. 다시금 엘레노어가 잡아둔 호텔까지 달려가는 동안 나는 녀석이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는 사실을 간단히 깨닫고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를 정했다.

뭐 일단, 밥이겠지.

“뭐라도 좀 먹고 가자.”

“….”

녀석은 의외로 조용히 멈춰 섰다.

거리에는 할 킬러즈의 병사들이 순찰을 도는 중이었다. 사실 그냥 별 생각 없이 던졌던 미끼를 한 방에 물어 도리어 당황스러운 기분이었다.

그래도 말에 책임은 져야겠지.

눈앞에 팝업창을 띄운 뒤, 나는 곧바로 상점에 들어가 새로운 아바타를 구매했다. 얼굴과 머리를 한 번에 숨길 수 있는 후드였다. 재킷에 장착되는 식으로 있는.

그걸 의식하며 아바타를 곧바로 착용하자, 현실의 재킷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검은 거품이 일렁거리며 재킷의 깃이 크게 변형되었고, 나는 곧바로 딱 떨어지는 후드를 머리에 눌러서 썼다.

“먹고 싶은 거 있어?”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뭐든지 상관없다.”

하지만 무뚝뚝하고 차가운 대답이 이어졌다. 거기에, 나는 무언가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을 느끼며 먼저 뛰어내려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래도 군인들을 대상으로, 나름대로 성업 중인 식당들이 많았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에도 대충 아무 가게에나 들어선 나는 우아랑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

녀석은 여전히 소통하기를 거부하는 얼굴이었다. 이후로 적당히 내가 김밥과 라면을 시킬 때까지도 말이다.

“왜 그래?”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아무 일도 아니기는 얼굴에 다 써있구만.”

나는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그녀를 막아서듯 물었다. 그러자 거기에 눈썹을 찡그린 우아랑이 이윽고 졌다는 듯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네 말을 듣는 게 어쩐지 비참했기 때문이다.”

“….”

역시 그 때문인가.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었어.”

거기에 나는 솔직하게 사과를 했다. 우아랑은 아까 전에 있었던 내 ‘명령’이, 디멘션 커넥터가 자신의 감정을 움직여 발생한 일임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나는 왠지 거기에 대해선 숨기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딱히 사과를 받고자 한 말은 아니다. 도리어 네놈이 말해서 정신을 차린 것에 가까우니까.”

그리고 뒤를 이어 우아랑은 고개를 내저었다. 순수하고 올곧은 눈동자를 나는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라는 여자에게도 나름대로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더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네놈을 붙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입장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겠군.”

“…. 그래.”

녀석은 망설임 끝에 그런 사실을 인정했다. ‘이준’이라는 이름이며 동시에 타나토스인 남자를 상대하며 아이러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말이다.

“그런 것치고는 어머니를 잘 놀리던데 말이지.”

그리고 나는 그것을 되받아쳤다.

“뭐?”

멍하니 있던 우아랑이 한순간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굳어진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어보였다.

“내 어깨에 기대서 뭐라고 했더라. 조금만 더?”

“뭐, 뭣?!”

“아주 편하게 있던데.”

“…. 내, 내가 정말로 그랬단 말이냐?”

아니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당황해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우아랑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했다.

“응.”

“…. 이, 잊어다오.”

무어라 반발하려던 녀석이 고개를 푹 숙였다. 면목이 없다는 듯 침묵하는 모습이었다.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냐?”

거기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어머니를 싫어하는 이유 말이지.”

계속해서 궁금해왔던 사실을.

이상하다 싶었던 것이다. 우아랑은, 단지 일련의 사태와 관련되어 입을 다물고 있는 어머니에게 반발한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격양된 모습을 자주 보였다.

뭔가 모르는 감정이 있는 걸까.

“굳이 설명을 해야 하나 싶은데.”

“….”

하지만 녀석은 차갑게 대꾸했다.

아마 여기에서 내가 진심을 담아 ‘명령’을 내린다면 듣겠지? 순간적으로 그런 악독한 생각이 들어 나는 피식 웃으며 앞머리를 매만졌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면 됐다.”

녀석은 도끼눈을 뜬 채 나를 노려보았다.

“자…. 라면이랑 김밥이유.”

옆에서 아주머니가 음식을 들고 나오자, 금새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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