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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 재킷-260화 (260/321)

260편

<-- Chapter 6 : 이상의 기사 : 각성 -->

“먼저 내려.”

문이 열렸다. 하지만 나는 내리지 않고 잠시 벽 쪽에 서서 기다렸다. 그리고는 우아랑이 먼저 움직여 앞장서 나아가는 모습이 보이자 그제야 밖으로 빠져나갔다.

현대적이고 넓은 복도가 길쭉하게 뻗은 채였다. 그 구조를 기억해두고 있던 나는 곧바로 옆으로 돌아섰다.

“조금 천천히.”

우아랑의 위치가 맵 마커에 표시되었다.

그것을 확인하며 나는 복도의 한 구석에 있던 공용 화장실로 들어섰다. 칸막이 안쪽에서 변기에 발을 디디고는 환풍구를 올려다보았다.

분명 회장의 사무실에도 화장실이 있었지. 그렇다면 아마 연결이 되어있을 터였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바로 좁은 내부로 뛰어올랐다.

콰앙, 하고 안이 울렸다.

“왜 계속 이런 식이지….”

조금의 불만을 중얼거리며, 나는 이내 환풍구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사무실 안에 들어서자 위압감을 느꼈다.

“….”

“아, 하하. 좀 늦으셨네요.”

지난번과 같은 느낌이었다. 백 대령, 헥터와 함께 있었던 어머니는 마찬가지로 이런 식으로 분위기를 잡았었다. 그것을 느끼며 우아랑은 눈썹을 슬쩍 찡그렸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그렇지….

완전히 겁을 먹고 있는데.

“죄송합니다. 중간에 일이 좀 생겨서.”

아랑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커다란 사무실의 한 구석에 앉은 채 있던 두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참고로 테이블 위의 커피는 한 잔이었다.

“….”

“왔구나, 아랑아.”

“네,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현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뚝뚝했다. 다른 사람이 있어 일부러 그러는 것임을 알아챈 아랑은 자리에 슬쩍 앉았다.

“어, 음…. 그러면 이야기를 진행해볼까요?”

김 대위가 슬쩍 말을 꺼냈다.

“지금, 여기서 말인가요?”

그리고 곧바로 부정적인 언사가 돌아왔다.

“네…?”

“그때는 무척 ‘조심’하면서 엑스칼리버에 대해서 논하던데 말이죠. 이번에는 그러지 않나 싶어서.”

“아, 그건…. 하하, 아무래도 좀. 그 뭐랄까….”

대위는 곤란해 하며 제대로 대답하질 못했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알 것임에, 저런 식으로 심술을 부리는 정현의 모습에 아랑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여주기’식이었던 거죠.”

“누구에게?”

“그야 물론 회장님께.”

“대, 대위님…!”

“왜 그러십니까. 대위님.”

“아니 그….”

곤란한 듯 대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세히 보니 안경을 쓰고, 심약한 인상이었다. 아마 지니고 있는 기술을 인정받아 특채로 뽑힌 것이겠지.

“맞는 말 아닙니까.”

그런 그를, 조금 당황하게 만드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아랑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준비에 미흡한 점을 느끼셨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래서….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하잔 거니?”

정현은 그제야 웃었다.

그녀는 턱을 괴고, 맞은편에 앉은 아랑을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런 얼굴에서 여유가 느껴졌다. 하지만 아랑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지금 당장 엑스칼리버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겠죠.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나중에.”

“그렇다면?”

“주신 정보에서 해석이 불가능한 점이 있어서.”

그렇게 중얼거려 운을 뗀 아랑은 옆에 있던 대위를 돌아보았다. 당황해 굳어져 있던 그가 머뭇거리며 눈앞에 팝업창을 띄웠다.

“저 그…. 엘레노어에 관해서 말인데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네.”

“저희 쪽 데이터베이스에는 분명, 개발 초기의 엘레노어는 교육용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라고 되어 있단 말이죠. 그…. 어떤 형태의 교육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아니, 그 개인적인 호기심이지만요.”

“네.”

“죄송합니다. 안 여쭤볼게요.”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 벌써 움츠러들었다.

“…. 아버지께서 주도적으로 개발에 참가하셨죠. 영국의 프로그래머였던 칼 후퍼와 함께.”

조금 고민을 한 뒤 아랑은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 어머니에 대한 응어리진 감정은 아직 남아 있다. 이런 사태를 초래하게 된 책임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원망스러웠다.

만약 그때 어머니가 움직였다면,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 칼 후퍼.”

무언가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서.

“단순한 개인의 호기심이라면 나중으로 미….”

“아뇨, 어머니.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제야 물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도 모르는 사이 한 꺼풀이 벗겨져, 그녀는 눈썹을 찡그린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엘레노어는 대체 어떤 행동 원리를 가지고 움직이는가. 그에 대한 정보가 확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더 말해보렴.”

“그렇게 되면 상대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겠죠.”

“우, 우 대위님….”

“가만히 계십시오.”

옆에서 귀찮게 구는 걸 잘라냈다.

그리고 우아랑은, 진지한 눈으로 반대편에 앉은 우정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전과는 달리 의지가 담겨져 정현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대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생각을 하는 듯하구나.”

“네?”

“할 킬러즈의 요원, 거기에 갤러해드가 되어 작전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아.”

“어째서입니까.”

“그게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이지. 아마 나라면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당장에 작전에서 제외했을 거야.”

“잘 이해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신중히 대답하라. 정현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힐끔, 단정한 외모로 옆에 있던 대위를 돌아본 그녀는 이내 눈썹을 치켜떴다.

“….”

거기에 조금, 격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그렇게 항상 다 아신다는 듯이….”

그것은 부정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정현의 눈으로는 어처구니가 없어 보일는지도 모른다.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그녀의 태도가, 어린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아랑은 더욱이 분노를 느꼈다.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모친에게.

“그래서 아버지가…!! 힘들어하시는 것도 모르고!”

그녀는 벌떡 일어서 정현을 내려다보았다.

“그 다정한 사람이 언제나…! 괴로워하지 않았습니까!”

“말을 아끼렴.”

정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언제나 어머니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무엇을 그리 깊이 생각하시는지는 몰라도…!!”

[우아랑, 잠시만. 뭔가 이상해.]

“매번 그렇게, 다 아신다는 듯이! 큭…?!”

그 순간, 심장이 지끈거렸다.

일어선 상태에서 감정을 쏟아내던 우아랑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런 모습에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정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랑아…!!”

“윽!”

갑자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거기에 통증이 점차 심해졌다. 타나토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랑은 테이블에 고꾸라진 채 옆으로 한 바퀴 굴렀다.

“크윽…!!”

“대, 대위님?! 왜 갑자기…!”

가까이 다가온 대위가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랑을 품에 안은 정현은 곧이어 무언가 한 가지 사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하지만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괴로워 하며 쓰러진 딸 아이를 보자, 어머니는.

“…! 대위님! 구급차를 부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네, 네?!”

“1층에 대기하시다 이쪽으로 데려와주십시오!”

“아, 음…?!”

“어서!”

강하게 소리를 지르자 눈을 동그랗게 뜬 대위가 이내 방안을 달려 나갔다. 단 둘이 남겨진 상황에서 정현은 처음으로 자신의 본심을 드러냈다.

“아랑아!”

그녀는 이를 꽉 깨물고 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아랑은, 그것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괴로움에 몸을 떨었다. 통증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아랑!”

문이 다시 열렸다.

그로서 ‘설마’하고 생각했던 것이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문 앞에서 다급한 얼굴로 서있는 이준의 모습에, 정현은 이내 의아한 기분이 드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아랑을 미행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마치 그를 기다려주는 듯한 아랑의 행동이, 회사에 들어와 파트너처럼 타이밍을 맞춰 움직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뭔가 이상하다 싶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말로 이 둘이…?

- 당신의 망자가 버릇없이 행동합니다.

- 행동을 제지합니다. ‘교육’을 시키세요.

눈앞에는 그런 메시지가 떠오른 상태였다.

화장실 환풍구에 숨어 이야기를 듣던 중에 발생한 일이었다. 그 뒤를 이어 화면 속의 우아랑이 쓰러져서 얼마나 당황했던지.

“회장님….”

다행히 정현 씨가 눈치 좋게 대위를 바깥으로 내보내 이렇게 늦지 않게 올 수 있었다. 감사를 전하듯 말을 건넨 나는 정현 씨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딸아이를 꽉 끌어안는 모습이었다. 믿지 못하는 것일까 싶어 나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이게 대체…. 무슨….”

하지만 거기에 말문이 막혔다.

설명을 정확히 해야 할까 싶었던 것이다. 눈앞의 정현 씨는, 내가 보아온 순간들 중 가장 겁에 질린 상태였다. 그렇게 겁에 질린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나는 거기에서 아랑에 대한 그녀의 모정을 알아차렸다.

- 가슴의 징표에 손을 올리세요.

- 버릇을 길들이세요.

하지만 이딴 식이다.

눈앞에 그런 말도 안 되는 내용의 메시지가 떠오른 채여서 나는 가볍게 혀를 찼다. 당황하며 우아랑을 끌어안고 있는 정현 씨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우아랑, 정신 차려봐.”

“스, 컬….”

녀석이 괴로워하며 신음했다. 제대로 대화를 할 만한 상황 같지는 않아 나는 결심을 굳혔다.

“회장님.”

“…. 네, 이준 씨.”

두려움에 몸을 떨던 그녀가 희미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부러 천천히 그 곁으로 다가간 나는 이윽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제가 치료를 하겠습니다.”

“어딘가, 다친 건가요?”

“일단 보시죠.”

그리고 나는 그녀의 품에서 우아랑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회장님은, 아예 놓지는 못하고 우아랑의 재킷 끝을 슬며시 붙잡았다.

고민에 빠진 채 있던 나는, 곧이어 우아랑의 셔츠를 잡고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정현 씨가 놀라 굳어지는 것을 느껴 손을 재촉했다.

“…!!”

정현 씨의 안색이, 더욱이 창백해졌다. 우아랑의 새하얀 목덜미 끝까지 피어오른 검은 점액질을 보고.

“상황은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거기에 불편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나는 천천히 그 위에 손을 올렸다.

========== 작품 후기 ==========

금연.. 이틀째입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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